준아
오늘 크리스마스 퍼포먼스 파티에서 너의 악기 솔로가 있었어.
연주가 끝나고 모두들 큰 박수를 쳐 주는 걸 너도 알았을 거야.
무대 위에서 빛나던 너.
엄마는 그 모습만으로도 너무나 자랑스러웠단다.
좀 실수해도
좀 음이 어긋나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연주도 실수 한 번 없이 깔끔하게 잘 해 줬고
시작할 때, 끝날 때 허리 숙여
관객을 향해 인사하는 네 모습이 정말 멋졌단다.
공연 후에 많은 사람들이 엄마에게
네 칭찬을 하더구나.
연주를 잘 하기도 하지만
진지하고 진심으로 임하는 네 모습이
감동이었다고 말이야.
기술 좋게 잘 하는 연주도 중요하지.
완벽한 연주에 사람들은 감동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완벽하다'는 것만으로는 모자랄 거야.
완벽한 기술로는 모자랄 거야.
악기 연주는 예술이니까.
예술에는 그 사람의 마음과 혼이 담기기 마련이니까.
마음과 혼이 담긴다는 뜻은
바로 '진심'이 담긴다는 뜻일 거야.
마음의 가장 밑바닥,
혼의 한 가운데...
어떤 예술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문학이든
그것이 실행되는 순간은
예술을 행하는 사람도
예술을 받는 사람도
같은 '경험'을 하는 거겠지.
서로의 진심을 열고 타인의 진심을 이어받는 것-.
그래서 예술에는 '여운'이란 게 있는 것 같아.
음악이 끝났지만 어딘가 남아서 공간을 울리는 음의 여운
넌 무대 위에서 그 여운도 제대로 음미하는 것 같았어.
연주가 끝나고도 한동안
눈 감은 채 가만히 서 있었잖아.
신기하지?
사람들도 그때 박수를 치거나 하지 않고
너와 함께 가만히 있더구나.
너와 사람들의 진심이 맞대어진 순간이 아닐까 해.
너를 통해 엄마도 참으로 귀한 경험을 했구나.
음악으로 열리고 연결되고 그래서 접촉되는 진심-.
참, 따뜻하고 포근했단다.
이 겨울의 끝자락,
이 해의 끝자락에서
소중한 경험을 나눠줘서 고마워.
아마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일 거야.
잘하는 것보다 진심을 다하면 되는 거지.
너처럼 말이야.
그걸 다시 가르쳐 줘서 고마워, 아들.
늘, 사랑한다.
오늘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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