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 오늘도 안녕!
엄마가 급히 한국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네가 처음으로 아빠와 단둘이 있게 됐어.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엄마는 참 걱정이 많았단다.
아주 아기는 아니지만,
이젠 다 컸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엄마와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어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2주란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지더구나.
매일 너와 영상통화도 하고
아빠와도 이야기를 나누지만
엄마는 걱정을 덜 수가 없었단다.
괜히 말로만 괜찮다, 괜찮다 그러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는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넌 정말 괜찮은 거였다고 알게 됐으니까!
아빠와 의견이 엇갈리거나 네가 하고 싶은 걸 아빠가 못하게 해서
네가 맘 상한 적은 종종 있었지만
아주 잘 있었다고 말이야.
왜냐하면 너는 누군가와 '갈등'이 있을 때
엄마 도움없이 드디어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깨우친 거라고 생각해.
그 첫걸음을 내디딘 거라고 생각해.
네 곁에는 늘 엄마가 있을 거야.
하지만 진짜로 엄마가 네 손에 닿게 있을 수는 없단다.
난 네 마음 속에, 네가 숨 쉬는 공기 속에 늘 함께할 거야.
영원히 말이야.
하지만 네가 손 내밀었을 때 엄마가 닿지 않을 때도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럴 때 막막해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너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걸 엄마도 꺠닫고 너도 깨달았던 것 같아.
엄마 없이도 넌 괜찮아.
그렇고 말고.
이렇게 2주 동안 괜찮았다면 더 긴 시간들도 괜찮을 거야.
아, 엄마는 얼마나 네가 자랑스러운지 모른단다.
"엄마 없는 동안 어땠어?"
엄마가 돌아와 널 품에 안고 뺨을 어루만지면 물었을 때
넌 이렇게 대답했지.
"엄마가 보고 싶어서 여기가 막 아팠지만 괜찮았어.
슬픈 건 아니었어,
엄마. 보고 싶은 건 슬픈 게 아니라 또 다른 거야, 그치?"
난 또 네게서 배운단다.
엄마도 한국에 계신 외할머니가 늘 보고 싶거든.
그래서 막 여기가 아프거든.
그런데 그게 슬픈 게 아니라 또다른 감정이구나.
그렇지. 슬퍼서 속상한 거 하고 분명히 그리움은 다른 거구나.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까.
혹시 그런 희망이 있어도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면 따스해지니까.
고맙다, 준아.
엄마 없이 괜찮아줘서 고맙고
엄마를 그리워해도 슬프지 않아서 고마워.
우리 아들, 준이.
오늘도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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