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를 누비는 무서운 엉덩이에 대한 고찰 (考察-어떤 주제를 깊이 생각하고 연구함)

뭔 놈의 엉덩이를 가지고 고찰 씩이나 하고 지랄이세요?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직업의 특성 상 카지노에서 하루에 8시간 씩, 바쁜 날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가한 날은 꼼짝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꽂힐 수 밖에 없는 나의 현실에 터무니없는 상상력이 더해져 오늘도 내 머리 속은 뇌 세포가 휙휙 돌아갈 정도로 바쁘기 그지없다.

많은 생각과 더 많은 편견의 상식을 깨버리고 반전을 가져온 직업의 변화. 생각도 상상도 못하던 거지같은 딜러라는 직업을 하고 있으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우물 안 개구리 인생! 주변을 정리 할 나이 즈음이 되어 카지노 한 복판에 멀뚱멀뚱 서서 그간 살이오면서 얼마나 편협하고 자기 주관적인 선입견과 이기심에 빠져 살았던가 크게 후회되는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두 팔, 두 다리 있는 거 감사하기-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신체 한 부분에 장애가 있는 모습을 보고 반성 많이 했다. 두 번째는 편견없는 남녀의 사랑-정말? 저 상태의 여자도 저렇게 사랑받고 산다고?? 물론 외모를 비하하자는 건 아니지만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거 맞다. 맞구요… 눈 결코 높지 않은 내 입장,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외모인데도 진심 눈이 하트인 옆 남자를 보고 나 정말 인생 헛살았구나를 절감하는 순간. 그리고 마지막이 바로 엉덩이다. 문화 차이라고 인종 차이라고 한 마디면 딱히 반박할 근거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오늘은 정말이지 뚝 까놓고 말해 너무너무 무서운 여자의 엉덩이에 대해 한마디 거들어 보자.

그렇다고 한국 문화가 잘났다는 것 역시 아니다. 모순 투성이의 한국 문화가 싫어 박차고 나온 것 또한 사실아니던가. 어떨 땐 미국이 훨씬 합리적이고 살기 좋다고 꽥꽥 목소리 높이던 필자였다. 명품백을 들던 종이 가방을 들던 상관하지 않는 문화가 신기했고, 벤츠를 타던 버스를 타던 물어보지 않는 그들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정확한 나이를 모르는 그들이 엉뚱하지만 신박했다. 파마 머리가 유행할 지언정 모두가 머리를 볶고 다니지 않아 편했고, 나이 들어 긴 생머리 한다고 그 누구도 타박하지 않는 대신(한국 여자. 중국 여자 빼고) 어려 보인다, 이쁘다 칭찬해 주는 미국이 좋았다. 화장실에서 신는 슬립퍼를 정장에 신던, 남자가 블링블링한 하이힐을 신던 슬쩍 쳐다보고 피식 웃을 뿐 그 누구도 딴지 걸거나 혀를 차지 않았다. 스키니진이 유행한다고 통바지를 입을 엄두조차 못 내던 내가 아님에 만족했었다. 그만큼 개인의 개성과 나만의 방식을 존중해 주는 나라, 미국이 좋았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집단주의, 권위주의와는 전혀 다른, 나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개인주의가 부러워 미칠 때도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요즘 애들의 패션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이가 딱 10살 어린 가장 친한 동생에게 요즘 엉덩이와 대책없는 Y존의 습격에 대해 토로하자 돌아 온 한마디. 그냥 유행 아닐까? 언니 때는 패드 두꺼운 뽕브라에 가슴 강조하는 게 유행이었잖아? Y존도 그냥 지나가는 유행일 거야. 덤덤한 그녀의 대답에 잠시 머리가 띵했다. 아, 그냥 아무 일도 아닌 거구나. Y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역시 그냥 스쳐가는 유행이구나. 나만 오바한 거구나, 나만 늙었구나…..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제 아무리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곳이라 해도 대중의 질서가 있고 예의가 있는 것이다. 100kg 정도는 훌쩍 넘을 듯한 한 무리의 그녀들이 수영복만 입고 호텔을 활보하는 건 그나마 양반이다. 숫자 따위나 몸무게를 문제 삼자는 게 결단코 아니다. 빅사이즈 연예인들을 보라.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으며 이쁜가? 나는 정말 예전에 뚱뚱하다는 이유로 희화화의 대상만 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많이 바뀐 시선들이 감사할 뿐이다. 당당한 그녀들이 때로는 자랑스러울 때도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렇게 흥분하는 이유는 심한 노출 좀 자제하자는 말이다.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미국이 고마우면서도 이해가 안된다는!! 아이러니한 이중적 잣대의 상황이라는 말이다. 위에 얇은 가운이라도 걸쳐준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수영복 아님. 평상복 말하는 것임. 아까 잠깐 언급한 엉덩이 사이에 위태위태하게 매달려 있는 똥꼬 팬티에, 간장 종지만한 사이즈의 앞 가리개만 겨우 한 그녀들이 블랙잭을 하겠다며 덜렁덜렁 출렁출렁 몰려들면 진심 무섭다. 몇 십불의 돈이라도 잃었다 치면 F로 시작하는 육두문자가 남발한다. 카지노가 지들 세상인 듯 웃고 떠들고 욕하고 담배 피며 엉덩이를 흔든다.(어쩌면 내가 담배 끊은 진짜 이유도 저 꼴 보기 싫어서일 수도 있겠다) 옷 싸구려로 입는 ㄴ들 치고 매너있거나 예의바른 사람 못 봤다. 물론 카지노 측의 제지가 있다. 옷차림이 너무 심하거나 욕을 하면 게임을 할 수 없게 퇴출 당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사 고백하는데, 큰 엉덩이를 자신있게 내놓고 다니는 그들이 부럽다. 자심감 넘치는 패션은 존중한다. 숨기기에 급급하고 가리고 다니기 바쁜 과거의 내가 쪽팔리기도 하다. 컴플렉스가 아닌, 나 생긴 게 원래 이래요 하는 마인드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필자 역시 초등학교 시절부터 남달랐던 발육 덕에 항상 큰 티셔츠로 엉덩이를 가리고 다녔던 내 자신에 은근히 화도 났다. 그들 앞에선 새발의 피, 어디 가서 입도 뻥끗 못할 수준의, 번데기 앞에서 주름도 못 잡을 정도의 사이즈이지만 지금도 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 입어야 하는 딜러의 유니폼이 불편한 내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이미 젊음의 탱글함은 잃었지만, 이미 엉덩이로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나이는 넘었지만, 그렇다고 이토록 자신 없을 이유 또한 없지 않은가? 그들처럼 엉덩이가 숨 못 쉴 정도로 바지를 추켜 입지 않아도, 엉덩이가 여자 섹시미의 최우선이라는 잣대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그건 그들만의 세상인 것이고, 내 엉덩이는 오늘도 나와 함께 일하느라 바쁘다. 어디는 나와 함께 간다. 힘들고 지친 엉덩이를 스스로 토닥토닥 해주며 지랄맞던 카지노의 밤은 또 그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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