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월드컵 열기가 절정에 치닫을 즈음, 필자가 한 남성잡지에 게재한 칼럼 하나가 큰 반향을 일으킨다. 제목하여 “여자도 사정을 한다”  

칼럼의 내용은 여성의 오르가즘과 사정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전혀 외설스럽거나 자극적인 표현이 아닌 지극히 필자다운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선 비평과 혹독한 후폭풍이 몰려왔다.

성 칼럼니스트가 될 수 밖에 없던 환경=======

거기에 다음 칼럼으로 “고등학생들에게 콘돔을 나눠주자”라는 캠페인을 벌였다가 급기야 무슨무슨 어머니회, 나라사랑 뭐시기 모임, 이런 단체에서 데모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병원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와 000 나와! 너나 그렇게 더럽게 살아라!! 등등의 구호를 외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낄낄 웃으며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좀 무서웠음, 덜덜.

산부인과 병원집 딸로 살다보니 얼마나 많은 여고생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엄마 손에 이끌려 낙태를 하는지 내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임신 시킨 남자애는 단 한 번도 못봤음! 80년대와 90년대는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으로 태아의 성별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들 선호 사상으로 인한 낙태가 수도 없이 행해졌다. 남자 아이만 골라서 낳았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미혼인 여자도, 미성년자 역시 낙태가 가능한 게 사실이었다. 너무도 많은 수의 아이들이 성병에 걸리고 임신을 하는 안타까움에 쓴 글이었는데 돌아 온 것은 화냥x, 입에 담기 힘든 욕지거리 뿐이었다.

그렇다고 기 죽을 내가 아니지, 더 활발하게 여기저기 성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주로 남녀간의 관계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중 특히나 관심을 받았던 게 바로 여자의 오르가즘이다. 지금에야 인터넷과 온라인의 발달로 다양한 정보와 표현이 가능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신문이나 잡지가 전부였다. 신문에서는 차마 섹스나 오르가즘이라는 단어조차 언급이 금지되어 있어 유일하게 설명하고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잡지’였던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엄마의 칼럼을 대필해 주기도 하고,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나는 섹스라는 단어를, 오르가즘이라는 단어를 당당하게 욕 실컷 먹어가며 사용하기 시작했다.

섹스라는 단어조차 쓰고 살면 안되던 시절=======

잠자리, 부부관계, 혹은 성관계 정도의 단어만 가능했던 시절에도 나는 오르가즘에 대해 잘 알았다. 유치원 시절 늘 함께 자던 내 키 반만한 인형의 다리가 성기에 닿으면서 요상한 감정을 느꼈다. 성조숙증을 거쳐 예전에도 그랬고 한참을 늙어버린 지금도 여전히 섹스가 그립다. 라고 말하면 대다수의 남자들은 묻는다. 얼마나 많이 해봤어? 그렇게 잘해??? 대다수의 여자들은 대답한다. 오르가즘이 뭐야? 말도 안돼, 거기까지는 어찌저찌 봐주겠다만 여자가 뭔놈의 사정!!! 

내가 나를 모르는데, 여자가 여자를 모르는데, 여자가 본인 자신의 몸도 모르는데 성 칼럼니스트라는 어떤 날라리 하나가 제 아무리 목청 높여 떠들어 봐야 소 귀에 경읽기요 웃기는 짬뽕일 뿐이었다. 그 때 우리 엄마는 내게 말했다. 한국에서 섹스를 말하려면 최소한 산부인과 의사거나 심리학자여야 한다. 의사는 애당초 틀려 먹었으니(참고로 엄마가 나 의사 만들려고 고등학교 때 개인 과외를 과목 별로, 도덕 포함 12개 시켰음, 더 참고로 그 당시 과외는 불법) 미국에 가서 심리학 공부를 하고 오너라. 그 길로 유학길에 올랐지만 IMF의 환율을 이기지 못하고 2년도 안돼 한국으로 유턴했다. 그 때 나는 생각했다. 비록 의사나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같은 여자로서 글쟁이의 사명감(?)으로서 오르가즘 정도는 말하고 살아야겠다고 말이다.(이렇게 써 놓고 보니 뭔가 좀 거창하고 우쭐해 보이기는 함 ㅋㅋ)

“언니, 나는 오르가즘을 한 번도 느껴 본적이 없어” 일전에 너무도 예쁘고 남자도 많고 섹스도 좋아하던 30대 젊은 동생의 말이 기억난다. 뭐라구?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랑 자 봤으면서 오르가즘을 모른다구?? 뻥치시네! 라고 답했던 기억. 그 친구가 얼마나 진심이었고 불쌍했던지 앉혀놓고 한참을 가르쳤던 적이 있다. ‘네 성기를 거울 같은 걸로 직접 본 적이 있어?’ “악~~ 미쳤어? 그걸 왜 봐? 징그러!” ‘그럼 니 남친은 니꺼 본적 있어?’ “악악~~~ 싫어 싫어, 걔가 내꺼 보는 건 더 싫어, 창피하고 민망해.” ‘야 임마, 너도 니께 징그러운데 그걸 보는 놈은 얼마나 더 무섭고 황당하겠냐?’ 모두가 알겠지만 남자들은 결단코 무서워하지 않은다. 그 말은 절대 징그러워 하지도 쑥스러워 하지도 말라는 뜻이다.

오르가즘의 지름길은 오랄섹스??=======

잉??? 뭐지? 이게 뭔 거지같은 시추에이션이람?

결론만 말하지면 여자가 남자의 성기를 애무하는 건 당연하고 또 반드시 해야 할 섹스 코스 중 하나지만 반대로 여자가 받는 건 거시기 하다는 말이다. 그나마 요즘 세대들은 그런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때만 해도 여자 가슴까지의 애무는 당연시 되었는데 오랄섹스하는 남자는 필자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손으로 하는 놈은 아주 가끔 있었음)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한국 남자랑은 연애를 안하겠다는 아주 간단한 결론이 나왔다. 지금도 어딜 가든 당당하게 외친다. 한국 남자랑은 연애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섹스를 너무 못하거든요!! 물론 받는 걸 싫어하는 여자들도 있겠지요, 왜 없겠어요? 세상에 100%는 없잖아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싫어하는 여자들은 오르가즘을 몰라서 그래요. 한 번 알면 싫어질 수가 없는 생리학적 구조이거등욥!!!

여기서 누군가 딴지를 걸자면 다시 한 번 강조할 수 있다. 오랄섹스는 오르가즘의 지름길이지만 해답이나 정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고, 그래도 또 다시 알아야만 하는 섹스는 그저 단순히 몸끼리 만나 감각적 쾌락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관계적인 모든 피지컬과 이모션이 종합적으로 만나야지만 일명 극치(極致-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상태)가 가능한 것이다. 

세상 맞추기 어려운 사랑과 섹스 그리고 오르가즘=======

그런데 그거 알아? 극치에도 단 조건이 있다. 제 아무리 넘치는 사랑에 궁합이 좋고 서로가 미칠듯이 밤낮으로 뒹군다고 한들 어제 받은 시엄마의 말도 안되는 전화 혹은 대책없는 카드값, ‘갱년기’는 쨉도 안되는 ‘사춘기’ 애들, 허구헌날 시비거는 남편 등이 문제라면 섹스고 오르가즘이고 지랄이고 나발이고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속궁합만 맞으면, 아무리 싸워도 한 침대에서만 자면 제 아무리 문제 있는 부부라도 결국엔 같이 산다, 라는 말, 다 뻥이다. 웃기시네. 너 같으면 살겠냐? 허구헌날 오르가즘 타령만 하면서 살겠냔 말이다.

그 말인즉슨, 어쨌거나 저쨋거나 보통의 사람들끼리 만나 큰 문제 없고, 큰 사건사고 없고, 크게 시비거는 시댁이 없다는 가정 하에, 크게 돈 문제 없다는 가정 하에 오르가즘이라는 쾌락이 더해지면 삶이 조금은 더 건강하고 짜릿해진다는 말이다. 혹자는 말한다. 얼마나 여유롭고 할 일이 없으면 오르가즘 따위나 걱정하며 사느냐고 말이다.

그러지 마세요. 나도 해요, 걱정! 돈 걱정, 남자 걱정, 직장 걱정, 가족 걱정, 또 뭐 있지? 아무튼 그런 거 다 하고 살지요. 그런데 거기에 오르가즘 걱정 하나 보태면 그게 그렇게 죽일x이 되야 하는 건가요? 그렇게 한심한 취급을 받아야 할 정도로 쓸데 없는 고민인가요? 아니다, 당연히 아니다. 그건 남자에게 진정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자들의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그대들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극치의 섹스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함부로 뱉어내는 유치한 변명일 뿐이라는 말이다. 나는 해봤지롱, 많이 많이 해봤지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싱글인게 좀 처량하긴 함.

공부하고, 표현하고, 즐길 권리가 있는 오르가즘=======

각설하고,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서는 본인의 성기를 잘 알아야 한다. 언젠가 학교 성교육 시간에 눈살 찌푸리며 본 성기의 모양 말고, 포르노나 야한 잡지에서 본 외국 애들의 성기 말고 본인의 것을 잘 알고 관찰해야 한다는 말이다. 얼굴 생김이 다르듯,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의 부위가 천차만별이듯, 성기 역시 100이면 100 다 다르게 생겼다. 요도, 질, 항문 입구의 위치며 클리토리스, 음핵, 외음부, 소음순 등 흥미진진한(?) 볼거리들이 한가득이다. 관찰하고 만져보고 느껴보고 경험해 보면서 파트너와 함께 계속 공부하고 예습(?) 복습하는 게 좋다.

대부분의 오르가즘은 클리토리스의 자극만으로 쉽게 경험할 수 있다. 클리토리스나 음핵 따위의 단어조차 무섭다면 그냥 성기 윗부분 살만(전문 용어로는 치구, 일명 불두덩, 표준어임 ㅋㅋㅋ) 잘 문질러도 오르가즘에 오를 수 있다. 나는 잘 안되던데? 하는 사람은 잘! 안해서 그렇다. 잘!! 해보면, 될 때까지 열심히 잘!!! 해보면 선천적으로 신경에 문제가 있지 않는 한 못 느낄 수가 없다. 남자들의 오르가즘이란 사정이라는 결과물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만 여자는 다르다. 결과물이 없기에(없다기 보다는 남자만큼 쉽지 않은) 본인의 확인에 의해서만 알 수 있다. 말하지 않으면 표현하지 않으면 가짜로 하든, 하는 척 하든, 결단코 모른다는 말이다. 남자놈들이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아니던가.

포르노를 볼때 조금만 눈썰미 있으면 안다. 남자가 삽입해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피스톤 운동을 하는 와중에도 여자 배우는 본인 클리토리스 부분을 더 열심히! 잘!! 만지는 걸 말이다.(사실 만진다기 보다는 문지른다라는 표현이 맞다) 그만큼 클리토리스 자극에 의한 오르가즘이 가장 일반적이고 쉽다. 그 다음 코스가 질 오르가즘, G스팟에 대한 공부인데 이것은 다음 기회로 패스하자.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애한테 마라톤 코스 보여주며 얼른 뛰세요, 하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한 마디만 하자면 G스팟 자극에 의한 질 오르가즘은 침대 시트가 흠뻑 젖을 만큼의 맑고 냄새 없는 여성 사정액이 분출된다. 여기까지만 말해야지, 감질나게, 헤헷헤헷.    

섹스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남자가 해주는 오럴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극혐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그건 본인 취향의 차이다. 강요할 생각 1도 없다. 섹스는 커녕 발기조차 안되는 돈 잘 벌어오는 남편이랑 살겠다는데 누가 뭐라겠는가. 두들겨 맞든 바람을 피든 내 남자랑 내가 살겠다는데 그 누가 간섭을 하겠느냐 말이다. 내 자유니까 내가 알아서 할께요,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시간 내고 에너지 써서 이따위 칼럼을 읽을 이유 조차 없겠지. 

하지만 한 가지만 명심하자. 식욕, 수면욕은 부족하면 죽는다. 그 중에 성욕이 부족하다고 죽지는 않겠지.(만약 성욕이 부족해서 죽는다고 하면 좀 웃기긴 할것 같음) 하지만 인간의 3대 본능 중 하나를 죽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한시 하면 안된다는 말이다. 신이 우리 몸을 요렇게 재미지게 만들어 놨으니 더 슬기롭고 다양하게 써먹어야 본능에 충실했다고 신한테 따질 수 있는 자격이라도 생겨 나중에 후회가 없다는 말이다.

나는 내 칼럼 제목 앞에 19라는 숫자를 붙이는 자체를 싫어한다. 이게 왜 19야? 이게 무슨 포르노야 외설이야? 그래도 누군가는 또 외치겠지. 아무나 접할 수 있는 칼럼이니 19금이라는 타이틀 정도는 붙이는게 예의라고 말이야. 요즘 청소년 애들이 뭘 보고 뭘 상상하고 뭔 짓을 하는지는 감히 생각지도 못하면서 말이야! 30년 전 평범한 애들도 얼마나 희한망측한 짓을 하고 다녔는지 꿈에도 모르면서 말이야!! 라고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19라는 숫자에 집착하고 있다. 이놈의 빌어먹을 이중인격 같으니라고 말이지, 흑.

늙어보니 알겠네. 나이 들어보니 알겠더라. 오르가즘 말고 또 얼마나 많은 귀한 것들이 내 주위에 필요한지 말이야. 하지만 이건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보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 온 필자나 되니까 할 수 있는 푸념이다. 아직 오르가즘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알고는 있지만 다시 해결할 방법 없어 애꿎은 멍청한

남편만 째려보고 있다면, 혹은 파트너가 없어 전전긍긍 댄다면 말해라, 나가라, 찾아라! 숨기지 말고, 에잇, 죽을 일도 아닌데 하며 그냥 참고 넘어가는 짓 따위는 하지 말고 제발 노력 좀 해라. 뭐든 노력하면 중간은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도 안된다면…. 뭐 어쩌겠어요….. 그냥 이런 글 읽으며 한숨만 푹푹 쉴 수 밖에요……….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