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미시 속풀이에서 수백 불 들인 긴머리 파마 글을 봤다. 팁 포함 꽤 큰 금액을 쓰셨다. 나랑 비슷한 헤어 길이를 가진 그 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정말이지 폭망한 파마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이 글을 쓴다.

나 역시 파마를 하면 정확히 일주일 후에 너덜너덜 해지는 거지같은 머리결을 가졌다. 이건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유전자의 힘인걸 어쩌랴. 제 아무리 유명한 고급 미용실에 가서 헉 소리 나는 비용을 지불하고 지지고 볶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미국 살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얼굴 크고, 완전 기름 뚝뚝 지성 지저분한 피부에, 나이가 오십 중반인 주제에도 불구하고 긴 생머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같았으면 아마 지나가다 신고당해 경찰에 잡혀갔을 지도 모르겠다. 못생겼다고 말이다. 꽥!

아무튼 머리는 기르고 싶고(사실은 비싼 미용실 가격도 한 몫 단단히 함, 미용실 하시는 분께는 죄송합니다ㅠㅠ), 파마는 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고, 어떤 땐 쨍하지만 때로는 추레한 이 긴 머리를 어쩔까,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해 봤다. 여기 미시에서 추천받아 자기 전 다양한 종류의 롤러를 하기도 하고 양말도 트라이 해봤으며 드라이기에 고데기까지, 다이슨 빼고 다 해봤다. 다이슨 에어랩은 비싸서 못 해봤다.(사실은 친구 집에서 몇 번 트라이 해보고 무거워서, 특히나 귀찮아서 과감히 포기함) 예뻐지는 데 시간 쓰는 거 겁나 아까워 함.

결론은 ‘나는 게으르다’였다. 게으름이 미의 욕구를 거뜬히 이겨버린 관계로 아침마다 헤어 세팅은 고사하고 드라이하는 것도 버거운 1인. 간신히 해결책을 찾았다. 우선 다양한 종류의 머리 끈을 준비한다. 양쪽으로 귀여운 소녀(?) 스타일로 묶는다. 밤새 잘 잔다. 끝!!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밤에 머리를 감고 완전히 말려야 한다. 그리고 헤어 제품을 머리 끝 부분에만 바르고 돌돌 말면 된다. 가끔 가르마 방향을 바꿔줘도 되고 숱이 많은 분이라면 정수리 쪽에 하나 더 해서 세 군데, 혹은 네 군데 묶어주면 더 효과적이다. 나의 저주받은 머리 숱은 두 군데 이상 불가능함. 고무줄의 종류에 따라 매번 다른 컬이 나온다. 단 운이 좋으면 진짜 예쁜, 술 취해 머리 말면 더 짱짱한 컬 나옴 ㅎㅎ

포토샵도, 뷰티앱도 안쓰고 후진 핸폰 카메라로 찍은 오리지날 사진임.

(친구 왈, 제발 뷰티 앱 좀 써! 맨 얼굴로 사진 좀 찍지 마!! 맨날 구박 함) 

원래 아무 짓도 안 한 자연 생머리 상태, 잘 못 보면 살짝 귀여운 얼굴이기도 함.

자, 이제 묶어 봅시다. 다양한 종류의 머리끈을 준비한다. 오른쪽 고무줄이 가장 굵은 컬, 왼쪽 위가 중간, 아래가 생각보다 깜짝 놀라는 꼬불꼬불한 컬이 나온다.

자기 전 머리 묶은 상태. 사실은 저 상태로 자고 아침에 일어나 바로 찍은 것임. 이모티콘으로 다 가려지지 않는 저주받은 얼굴 크기 실화임????

짜잔~~~ 아침에 머리 풀고 아무 짓도 안한 상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세번 째 컬을 좋아하지만 똑같이 만들 수는 없다는 게 단점. 하지만 얼추 비슷하게는 나온다. 가르마 부분에 후까시(촘촘한 빗으로 볼륨 넣는 전문 용어?) 좀 넣어주고 부시시한 것 막아주는 헤어제품 아무거나 바르면 세팅 완료이다.

가장 굵은 고무줄로 묶은 뒤 나온 내추럴한 컬, 위 사진과 확연히 차이가 있다. 가장 자주 만드는 스타일이기도 함.   

대학 때부터 지금껏 네일아트를 하고 살았는데 나이 50이 넘으니 강하고 단단했던 손톱이 우수수 낙엽처럼 부서지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바지를 입다가도 쩍쩍 갈라지는 손톱에 별 짓 다 해봄. 그런데 내 칼럼의 왕팬인 네일 아티스트 언니가 알려준 쿨팁, 손톱 안 하얀 반달 모양 부분에 큐티클 오일을 발라보라는 것이다. 한 달 정도 지나자 예전과 같진 않지만 꽤 훌륭한 효과를 봤다. 오른쪽 사진은 머리 말리고 고무줄로 묶기 전 썼던 헤어 제품. TJ Maxx에서 병 디자인 보고 아무거나 고른 제품이다.

수분 크림============================================

몇 번 얘기했지만 선천적 기름 뚝뚝 피부인 탓에 세안 후 당긴다는 게 뭔지, 피부 보습이 뭔지 평생 모르고 살았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무시무시한 라스베가스 한 여름 땡볕에 로션도 선크림도 안바르고, 모자도 선글라스도 없이 매일 강아지와 공원 산책을 했었다. 그저 무식하고 용감하기만 했음. 

그러다 이제는 슬슬 얼굴에 뭐 좀 바르고 살 나이가 됐구나 느끼고 보니 생각보다 비싼 페이스 크림에 좀 놀랐다. 사진 속 디올 크림 역시 선물 받은 것임.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것이 오른쪽 폰즈 안티 에이징 나이트 크림이다. 우리 나이 대는 다 알 것이다. 엄마들이 밤마다 폰즈 콜드 크림을 얼굴에 듬뿍 묻혀 열심히 마사지 하던 기억을 말이다. 가운데 로레알 크림만 해도 용량이 적어 덕지덕지 처발처발이 불가능하다. 폰즈는 400g에 $7.77이니 정말 부담이 없다. 참고로 나는 달러 스토어에서 4불에 득템함. 

인생 화운데이션====================================

며칠 전 바로 미시 생생방에서 추천받아 ‘메이크업 포에버 파운데이션’을 사러 나이 55에 화장품 전문 매장인 세포라에 처음 가봤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기엔 너무도 많은 종류의 칼라와 또 지금껏 단 한 번도 내 얼굴에 맞는 색상을 찾는데 성공하지 못해, 로션 바른 후 그냥 콤팩트 파우더만 평생 쓰고 살았다. 매장에 가 보니 신세계였다. 도와주는 언니에게 부탁하자 핸드폰 처럼 생긴 네모난 기계로 이마와 목 칼라를 확인한 후 Y305라고 씌여진 제품을 권해줬다. 가격이 좀 부담스러운 40불인데 첫 방문이라고 10불 깎아줬다. 사용해보니 인생 파운데이션 맞다. 지성 피부가 아니라면 파우더 없이 파운데이션만 발라도 좋을 것 같다. 절대 번들거림이나 두꺼운 느낌 없음. 발림성이나 커버력, 24시간까지는 모르겠지만 긴 시간 수정이 필요치 않았다. 이거 추천해 주신 분, 복 받으시오. 로또 당첨될 것임!!!

젊었을뗀 샤넬이나 입생로랑 콤팩트 파우더를 즐겨했다. 효과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화장을 고치기 위해 핸드백에서 딱 꺼냈을때 보여지는 로고와 가오(?-일본 말로 똥폼 잡다), 예쁘고 비싼 케이스 디자인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요렇게 위 사진 속 세 제품을 돌려 쓴다. 메이블린 수퍼 스테이라는 제목이 딱 들어맞음! 젤 왼쪽 24H라고 써진 게  만족도 최상! 커버력 짱!! 가격은 10불 정도로 기억한다. 

기타 허리띠, 눈썹 펜슬, 바셀린=====================

이 허리띠 정말 강추한다. 이상한 미국 애들처럼 바지를 무식하고 징그럽게 영혼까지 끌어 올려 입을 필요는 없지만 엉덩이를 벙벙하게 입는 게 우리네 특징이다. 그거 별로 안 예쁨. 그렇다고 벨트는 불편하고 특히나 정장바지 입을 때 착 올라간 엉덩이가 필요하다면 이거 딱이다. 청바지 입고 자꾸 허리가 내려간다면 더더 딱이다. 아마존에 No Buckle Belt치면 수두룩 뻑뻑 나온다.   

3불짜리 눈썹 그리는 펜슬인 elf 브랜드는 가격 대비 성능이 참 훌륭하다. 처음엔 너무 저렴해 나이가 많이 어린 애기들이나 쓰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아서 좀 놀랐다. 눈썹 문신이 너무 작위적이어서 아직도 펜슬을 사용하는데 화장을 할 때는 얇은 눈썹용 붓으로 그리지만 맨 얼굴에 편하게 집에 있을 때는 가격 대비 막 쓰기에 훌륭하다.

마지막은 누구나 다 아는 바셀린. 유연히 본 유튜브에서 피부과 의사가 수분 크림 바른 후 그 위에 바셀린을 얇게 펴 바르라는 말을 듣고 한 번 시도해 봤다. 건성 피부는 물론이고 지성 피부인 나에게도 안성맞춤이었다. 조금 팽팽해 지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기분 탓일까?? 아무튼 3주가 채 안 지났는데 어려 보인다는 말 세 번 들음. 다만 현재 여드름이 나고 있거나 트러블이 있다면 사용하지 말길 바란다. 

누군가는 또 말하겠지. 궁상맞게 사는 방법도 여러가지라고 말이다. 맞다. 나 이런 궁상 좋아해요. 여유 있어서, 누군가 주는 돈 편하게 받아 보톡스 맞으며 성형 수술 하며 흥청망청 살면 나도 참 좋겠지만 내 형편은 1불의 소중함을 즐기며, 10불의 값어치를 만끽하며, 100불 저금하고 희열을 느끼며 사는 인생이기에 다이슨이 없어도 하나도 슬프지 않다. 값비싼 다이슨 에어랩은 없지만 그 대신 집도 있고 콘도도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