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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이 좋다.
미국에 대한 로망을 가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릴 적 TV를 통해 본 그녀들의 얼굴 때문이었다.
코는 물론 뺨 위로 가득 덮힌 주근깨를 드러내고 해맑게 웃던 소녀의 모습,
이마 가득한 주름은 절대 신경 안쓰는 듯 두 눈 치켜뜨고 아이처럼 깔깔대던 그녀,
미간에, 양쪽 눈가에, 심지어 팔자 주름까지 실컷 장착하고 로맨스에 푹 빠진 중년까지–
그토록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그녀들의 미소를 절대 잊을 수가 없다.
한국 같았으면 어땠을까?
주근깨는 초강력 컨실러로 완벽히 커버했을 게다.
이마 주름은 앞머리 뱅 스타일로 유행한다는 헤어를 핑계삼아 완전히 덮었을 건 물론
여기저기 얼굴 가득한 주름은 쭈욱 땡기는 수술로 반질반질 피부가 됐을거다, 목만 빼고.
여자는 얼굴에 주름이 있으면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
일부러 무심한 척 나는 괜찮은 척 태연하게 살려해도 자꾸만 움츠러드는 여자의 본능.
거울 쳐다보며 이리저리 얼굴 땡겨보고 한숨 푹푹 안 쉬어 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그래서 나는 미국이 좋았다.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컴플렉스를 당당히 대놓고 드러내며 사는 그녀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나와의 큰 차이점이 하나 있긴 하다.
솔직히 말해 기본적으로 상당한 미모가 갖춰진 상태의 컴플렉스였으니,
워낙 예쁜 얼굴에 주근깨든 주름이든 추가된 것 뿐이니 분명 나랑은 상황이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도 아닌 배우들의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도 저렇게 당당하게 살아야지, 했다. 지 생긴 건 생각 못하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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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왜 보톡스 안 맞아?”
나보다 10살 어린 동생이 무심코 툭 던진 한마디, 으윽~~흑
“여자라면 나이 들수록 관리를 해야지.”
같이 나가면 십중팔구 내 딸인 줄 아는 그녀의 굳히기 충고, 크으으으윽~~~흑흑
40 중반인 그녀는 얼핏 보면 20대 후반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 서너 번 주기적으로 보톡스를 맞는다.
누가봐도 인정하는 예쁘고 어린 미모를 지녔지만 계속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결단코 절대로 이해 못하는 나로서는 매번 지출되는 천 불 가까운 돈이 그저 하염없이 아까울뿐..
평생 기름 뚝뚝 떨어지는 지성 피부를 타고 났다.
학창 시절에는 보통의 여드름이 아니라 심각한 상황이기도 했다.
용하다는 전문 클리닉, 피부과, 대학병원에 한의원까지 모두 다녀봤지만 소용없었다.
어린 마음에 매일 거울 보며 쥐어 짰고 큰 흉터로 얼굴에 가슴에 남았다.
단, 굳이 스스로 위로를 하자면 주름이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극 건성과 극 지성 중 택하라면 차라리 지성이 낫다고 할만큼 건성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못했다. 세수 후에 로션 바르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얼굴 땡기는 게 뭔지 모르고 살았으니 말이다. 땀이 아닌 얼굴 개기름 덕에 라스베가스의 살인적인 더위가 한참 기승인 여름에도 늘 기름 종이를 가지고 다녀야 했고 8월의 무시무시한 태양 아래 끈적거린다는 이유로 자외선 차단제 한번 안 바르고 동네방네 다니며 살았으니 말 다했지, 뭐.
그러다 어느날 똭~~~ 눈 사이 미간에 세로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넓디 넓은 태평양 이마라도 주름은 절대 없던 내 트레이드 마크인 이마에도 가로 주름이 지기 시작했다. 팔자 주름은 이미 쳐질 데로 쳐저 회생 불가였다. 검버섯? 주근깨? 기미? 점? 아무튼 막 이런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혼자 거울 보고 막 미친x처럼 깔깔대고 웃었다. 와 너무 맘대로 생긴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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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다, 나 막 제멋대로 생긴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탓에 잊고 살았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를 내세우며 말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나는 그냥 자연스러운게 좋아, 생긴대로 살래, 이따위 말이나 지껄이며 기본 중의 기본인 로션 하나 제대로 안 바르고 살던 어느날,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언니는 왜 보톡스 안 맞아?”를 묻는 그녀의 천진난만한 눈망울에 순간 두 다리 힘이 쭉 풀려버렸다. 그리고 스스로 반문했다. 나는 정말 왜 이 따위로 살았을까???
게을러서 그랬어, 귀찮아서 그랬어, 돈 없어, 견적 안 나와서 그랬어.
라고 변명하기엔 내 나이가 너무 들어 버렸다. 늙어 버렸다는 말이다.
노후를 위해 적금을 들고 운동을 하고 자기 관리를 하듯이
스스로 본인 얼굴 책임지기 위한 기본적인 투자 조차 안 하고 산 나는 도대체 뭔가?
심지어 30대 때, 산부인과 의사였던 엄마가 피부과도 오픈해 전문의와 함께 사들인 막대한 피부관리 기계를 내 앞에 척 들이밀었을 때도 나는 안 한다고 도망다니기 바빴다. 술 마시기 위해서, 엉엉엉(통탄의 눈물…)
그리고 아주 많이 늙어버린 지금, 나는 기초적인 화장품부터 구매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스킨이 먼저인지 로션이 먼저인지 에센스가 먼저인지 크림이 먼저인지 잘 모른다.
솔직히 순서 없이 막 바르는게 내 특기임. 잠들기 전 나이트 크림을 듬뿍 바르고 손가락으로 튕기는 마사지도 시도해 본다. 혼자 실실 웃어대며 말이다, 무섭게스리…
눈 밑에 불룩한 지방이 얼마나 사람을 늙어보이게 하는 지를 불과 얼마 전에 깨달았다.
라스베가스 유명 눈 전문 성형외과 의사에게 물어보니 눈밑 지방 재배치 일명 하안검 수술은 $3,200 이란다. 생각보다 안 비싸서 조금 놀랐다. 다행히 윗 눈꺼플 처진 것은 보험 커버가 된답니다요, 유훗~~~ ㅎㅎ
그래도 아직 수술 계획은 없다. 안구 건조증 치료하러 갔다가 그냥 견적만 물어봤다, 쩝…
왜냐구요? 조금 무섭거든요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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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만 말하자면 능력되는 분들 마음껏 실컷 관리하고 사세요~가 내 요점이다.
솔직히 부러워요~가 진심이다, 이번 칼럼.
나는 아직 보톡스를 맞을 계획이 없다.
특히나 정기적으로 뭐 하는 거 제일 못한다.
어색한 미소가 지어질까 두렵다.
맞다가 안 맞으면 주름이 더 심해진다는 말도 겁난다.
그래서 조금 더 나이 먹으면 하는 김에 얼굴 쫙 땡기는 그런 수술 하고 싶다.
그렇다고 반드시 실천에 옮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 옛날, 자연스런 주름으로 더 아름답게 미소짓던 그녀들을 떠올리며
나는 그렇게 안 예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무지무지 착각해
그냥 생긴 이대로 살 가능성이 훨씬 많다에 한표!
일부러 나 만나러 라스베가스까지 팬미팅 하러 와
사진보다 너무 못 생겼다고, 너무 늙었다고,
그대들이 구박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Ps..컴플렉스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나는 남자 Bald 헤어스타일을 좋아한다. 일명 완전 대머리를 말한다. 미국 남자들은 탈모가 시작되면 완전 빡빡 밀어버리는데 나는 왠지 모르겠지만 그게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엑스들 중에 대머리가 많았다.
한편 한국에선 큰 일 난다. 사회 생활을 못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한다, 내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모발이식이나 가발 따위를 제외하곤 어찌할 방법도 없다.
이젠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그런 인식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남들과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지 않은가. 자연스런 생리적인 현상을 억지로 가리고 숨어버리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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