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시작한 떠돌이 생활이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가고 있다.그동안 메인주를 시작으로 NH-NY-PA-VA-NC 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이동해 오고 있다.
갑자기 작아진 생활공간, 2-3주마다 움직여야하는 상황, 각 주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끼며
조금은 긴장이 되는 하루하루들....
여전히 긴장의 끈을 잡고 있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 졌다고 생각할 때 즈음...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생겼다.
이 생활을 시작 하면서 제일 염려 했던 부분이 병원을 가는 문제였다.
뉴욕에서는 스테이트 보헝으로 매년 정기검진을 해오고 주치의도 있어서 위급 상황에는
그리 어렵지 않게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보험이 없는 상황이고, 크리스천 헬스케어를 백업으로 가지고 있다.
놀스캐롤라이나에서 갑자기 귀가 아프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귀가 약해서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좁은 공간에서 남편이 일을 하는
상황이라 내가 유툽을 보거나 동영상을 보려면 할 수없이 이어폰을 사용해야 했다.
적당히 하면 좋았을 것을....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사용하다가 괜찮은듯 해서 점점 시간을 늘려갔다.
그러던 중에, 수영장에 다녀와서 귀를 말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어폰을 착용한 것이 결정적인 화근
이었다. 귀가 아프니 머리도 아프고 어지러웠다.
크리스천 헬스케어를 통해서 전화로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받았다.
전화로 의사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신청을 하고 30분정도 기다리니 의사와 온라인 상담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귀를 보거나 상처를 카메라로 보는 것은 아니고, 상황을 듣고 약을 처방해 줬다.
약을 받을 장소는 내가 온라인 의사 요청을 하면서 정해야 한다.
이 동네 사정을 전혀 모르니 우선 구글멥에서 서치해서 가장 가까운 월그린을 지정했다.
의사가 의례적인 질문을 하고, 처방전을 내가 지정한 월그린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일주일 이상 약을 넣어보고 차도가 없으면 병원을 방문해서 의사를 만나보라는 말과 함께...
다음 날까지 기다려도 약국에서 전화가 없어서, 무작정 찾아가 보았다.
생전 처음가는 곳이라 지리나 사정을 전혀 모르니 우선 구글멥에서 보내는 곳으로 갔는데,
아뿔사!!!! 동네가 완전 할렘가 수준이다.
혼자오지 않은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약사는 바쁘지만 친절했다. 다행히 약이 준비되어 있었고, RX라는 프로모션 코드도 입력해 줘서
절반 가격에 구입 할 수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거듭 느끼는 것 이지만, 미국의 빈부의 격차는 상상 이상 이었다.
멋진 경관과 깨끗한 도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보기 힘들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타운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미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동네에 대해서 잘 알면 그런 곳 들은 되도록 피해서 가는데, 정보가 전혀 없으니
가끔 상점이나 주유소를 찾아서 가면, 왠지 모를 낯선 눈길들에 긴장하게 된다.
물론 내가 눈으로만 보고 선입견을 가진 것 일수도 있지만, 차에서 내리는 순간 은은하게 코를
자극하는 마리화나 냄새와 반은 벗은 듯한 입었는지 벗었는지 모르는 바지를 다리에 걸치고
느릿느릿 걷는 모습을 보면
낯선 곳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은 지울 수가 없다.
미국와서 첫 겨울의 일이다.
우리는 막역하게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싶어서 겨울 연휴에 그 곳으로 향했다.
거리가 멀어서 ( 9시간 )아침 일찍 출발했고, 가면서 먹을 생각으로 삼각김밥도 싸고
사발면과 함께 먹을 뜨거운 물도 보온병에 단단히 준비해 갔다.
아이가 어릴때는 뭘 그리 바리바리 싸 가지고 다녔는지...
새벽 6시 즈음 출발해서, 아침 8시 정도 되니 배가 고팠다.
무심코 고속도로를 나와서 동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아마 공사하느라 공간이 좀 남아 있었던 곳 같기도 했다)
김밥과 사발면을 먹기 시작했다.
겨울 아침이니 당연히 차 안에 서리가 생겨서 유리창은 뿌옇게 되었다.
뒷자석에서 아이와 한참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유리창을 딱으면서
'멍멍이' 라고 외쳤다.
이제 막 킨더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한 아들은 아직도 한국말에 익숙해 있을 때다..
무심고 밖을 보니 경찰차 두 대가 이미 애워싸고 있었고, 경찰 두명이 세퍼드를 대동해서
우리차로 오고 있었다.
앞에 오던 경찰이 손으로 허리에 있는 권총을 잡고 있다가
아이의 얼굴을 보자 슬쩍 손을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미국생활 3개월 아직 뭐가 뭔지 모르던 우리는 겁에 질려서 얕은 상식을 총 동원해서 우선 시동을 끄고
조용히 창문을 내렸다.
그사이 해 맑은 우리 아들은 어설픈 영어로
'굿 모닝 도그' 를 연신 외치고 있었다.
경찰도 안도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알고 이렇게 서 있냐며...
너네 우리가 온 것을 행운으로 알라고 뭐라뭐라 알아 듣지 못할 영어로 훈계를 한 후
애스코트 해 줄테니 어서 고속도로로 가라고 했다.
우리가 당시 살고 있던 미국동네는 한인타운과 멀지 않은 곳으로
한 번도 위험 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우리는 그때 처음으로 미국이 한국과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절대로 모르는 동네에 가서 차를 함부로 주차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부터 막역하게 모르는 타운에 가면 긴장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살면서 다녔던 다른 지역은 대부분 관광목적 이었기 때문에 안전하고 번잡한 곳 이었다.
이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뚜렸한 거주지 없이 여기저기 다니는 중 이니 좋은곳도 나쁜곳도 거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0일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결국 올랜도에 와서 얼젼트케어에 가서 의사를 만나고 항생제 처방을 받아야 했다.
플로리다는 과연 RV의 천국이다. 도로 에서 큰 캠핑카들을 쉽게 볼 수있고,
관광객이 많은 주 여서 얼젼트케어나 약국도 많이 있었다.
처음 가 본 낯선 곳에서 만난 얼젼트케어 의사는 영어가 안되는 나를 위해
번역기를 써가며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10일동안 항생제를 먹고 통증은 없어졌지만, 약간의 흉터가 아직 남아 있는 듯 하다.
이제는 스페셜 의사를 만나야 하는데, 통증없고 불편함이 없으니 우선은 지켜보기로 했다.
사용하던 컴퓨터가 고장 났다. 워낙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그럭저럭 사용하고 있었는데,
마침 블랙프라이데이가 다가오니, 구경도 할겸 가서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기로 했다.
땡스기빙을 다음날인 금요일 오후, 막히는 도로에서 긴 시간을 보낸후, 올랜도에서 유명하다는
쇼핑몰에 갔다. 가서 적당히 쇼핑도 하고 저녁까지 먹을 생각 이었다.
맥북을 구입하기 위해서 애플샾에서 오랜시간 기다렸는데, 우리가 사려고 했던 상품을 전혀 할인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인터넷상으로 베스트바이나 코스트코 에서 $200불을 할인 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왠지 억울했다.
마침 쇼핑몰에 베스트바이가 있어서 다시 그 곳으로 갔다.
역시 그 곳도 사람들로 붐볐다. 또 다시 줄을 서서 기다리고, 물건을 구입하고 이제 결제만 하면
되는데, 남편명의 신용카드가 결제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낯선 장소에서 큰 금액이 결제되니, 카드로 메세지가 왔는데, 하필 그때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려서 답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남편 명의 모든 카드로 시도를 해 봤지만, 이미
모든 카드가 블락이 되 버렸다.
정말 울고 싶었다. 기다린 시간만 양쪽 스토어 합해서 두 시간 정도였고, 시간은 저녁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현재 우리 신용카드의 주소는 아들 집 으로 되어있다.
우리가 등록한 사우스다코다로 하려고 했지만, 금융기관에서는 개인 주소가 PO Box로 지정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SD에서 우리 우편물을 받아주는 회사는 각각의 개인에게 PO Box 번호를
줘서 관리해 주고 있다. 그래서 주소에 반드시 PO Box번호가 들어가야 한다.
식당이나 마켓등 에서 적은 금액을 사용할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물건을 하나 구입 하려니 카드회사에서 워닝이 온 것인데, 그걸 대답을 못하니 모든 카드결제가
블락이 되었다.
비자, 아멕스 등 여러가지 카드를 사용해 왔지만, 이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 회사의 카드로 모두 통일하고 나머지 카드는 모두 정리를 했다.
우편받기도 힘든 상황에서 되도록 은행관련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인데
그 유일한 신용카드 회사의 모든 카드가 정지되니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우선 급한대로 내 이름으로 된 카드로 결제를 하고 물건을 구입했다.
내 카드는 식료품 마켓에서만 사용해서 잘 안가지고 다니는데, 다행히 그 날은
지갑에 있었다.
내 카드도 같은 회사인데, 나는 핸드폰으로 온 메세지를 보고 본인 인증을 바로 할수 있어서
구입이 가능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은행에 여러번 전화를 한 후 블락을 풀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카드가 만들어져서 아들 집으로 보내질 것 인데,
이 경우 다시 카드를 받으려면 최소 2주 정도 시간이 걸리게 되니, 우선은 블락을 푸는 것이
급한 일 이었다.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복병 이었다. 내 카드를 내가 마음대로 못 쓰다니....
이번일을 겪은후 다른 회사의 카드를 예비용으로 하나 만들어야 하나..고민 중 이다.
내년에는 서부로 움직일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서도 같은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유목민으로 떠돌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도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온라인 으로 의사도 만나보고,
낯선 곳에서 얼젼트케어도 혼자 가보고,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여러가지 제반 사항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하나하나 도장깨기를 해 가며 또 다시 무브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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