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플로리다에 도착해서 벌써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7월 한 여름에 길을 나섰는데, 어느덧 가을을 넘어 겨울이 되었다.
계절은 이렇게 변해 가는데, 나는 시간이 가는 것을 잘 못 느끼고 있다.
보통은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옷장을 정리하고, 이부자리를 새로 꺼내곤 했는데,
나는 7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은 옷 종류들 만 번갈아서 입고 생활 하고 있다.
칠부 바지와 반팔티 몇개로 반년 정도를 버티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가는 것도
계절이 바뀌는 것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고 여기저기 장식이 보이지만,
왠지 따뜻한 성탄절은 가짜 성탄절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하얀 눈을 기다리고 있다.
막역하게 '최고의 겨울 휴양지' 라는 타이틀을 믿고 힘들게 예약하고 내려 왔지만,
여행을 하는 것과 생활 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니, 쓰레기통 아래에 도마뱀들이 황급히 몸을 숨긴다.
바닷가에 가도 큰 새들이 나를 향해 돌진해 온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곤충의 공격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환경을 겪어 가면서, 아름다운 해변과 푸른 바다 사진에 감춰진
숨어있는 불편함들을 생각하게 된다. 겨울이 이 정도이니, 한 여름에는 어떨까??
새삼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위대해 보인다.
이러한 많은 불편함과 생활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플로리다의 자연은 멋짐을 넘어서
경이롭기 까지 했다.
12월 3주동안 동남부 해안 근처에서 머물렀다.
몇 번 여행을 통해 왔을때는 '코코아 비치, 데이토나 비치' 등 유명한 바닷가 주변에 머물렀는데,
이곳은 생소한 이름의 해변들과 Indian River라는 강까지 있었다.
' SR A1A ' ( State Road A1A ) 는 플로리다 가장 동쪽 해변가에 있는 도로이다.
대부분의 해변들이 이 도로 주변에 있어서, 주말아침 무작정 차를 달려 보았다.
이 도로는 플로리다 가장 동쪽에 있는 섬들을 연결한 도로이다.
1번 국도가 가장 남쪽의 섬 (key) 들을 연결한 도로라면, 이 도로는 가장 동쪽의 섬들을
연결해 놓은 도로이다. 특이한 점은 미국본토와 동쪽섬들 사이에 Indian river 라는 강이 있어서
이 도로를 운전하고 내려가면, 오른쪽으로는 강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대서양의 바다를 볼 수있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이곳 아래에는 다양한 수초와 어류가 있고 물고기들을
먹고사는 바다새들도 무수히 많다.
강 주변에는 배를 띄울수 있는 공원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배를 가지고 와서 강을 지나
바다로 나간다.
배가 없어도 왼쪽으로 가면 대서양의 푸른 바다와 은빛 해변을 즐길 수 있다.
우와... 이런 데가 있었어??? 하며 감탄하고 있었지만,
이미 주변에는 고급 콘도와 빌리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유명한 해변 주변이 아니어서 대단한 음식점과 흥겨운 음악은 없었지만,
조용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고, 혹은
배를 띄워 대서양 한 가운데 가서 한가롭게 따뜻한 겨울을 지내고 있었다.
역시 !!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멀지 않은곳에 있는 Sebastian inlet state park 에 가 보았다.
입장료 8불을 내고 들어간 이 곳은 입구에서 부터 낚시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낚시에 진심인 곳 이다.
두 개의 섬을 연결해서 형성된 이 곳은, 섬과 섬 사이에서 강과 바다가 만나서
서로 충돌하고 소용돌이 치며 장관을 만들었다. 생전 처음 보는 자연 현상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나의 이 신기함을 아랑곳 하지 않고, 이름 모르는 물새들은 물속으로 곤두박질 치면서
낚시를 하고 있었고, 옆에는 아빠와 엄마 아이까지 각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위를 보니, 잠시 앉아 있던 새 한마리가 이미 잡은 물고기를 들고 어디론가 급히 날아가고
아래를 보니 전날 비바람에 밀려온 물고기들로 작은 새들이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책과 텔레비젼으로만 보던 자연 현상들이 내 앞에서 펼쳐지니 잠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착각 하게 된다
너무나 평온한 휴일 오후에 나는 홀로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찍고 있었다.
사실, 2주전 이름모를 곤충의 습격은 나에게 충격과 공포였다.
4일 정도 새벽마다 깨서 약을 발라야 했고, 잠결에 긁어댄 다리에는 피가나고 딱지가
생겨서 흉터가 남을 지경이었다.
아이가 어릴때, 아토피가 심한 아이를 키우던 지인이,
새벽마다 일어나서 긁어대는 아이에게 로션을 발라주고 자야 한다며 힘들어 하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이해 하지 못 했는데...내가 겪어보니 이건 아이도 엄마도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과연 내가 이 생활을 잘 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회의까지 들었다.
지금부터 얼마나 많은 자연이 나를 습격 할까???
내가 너무 준비없이 자연에 덤벼든 건가? 나는 그냥 보러 온건데......
하지만, 평온한 오후에 잔잔한 강과 밀려오는 파도,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니
또 나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때 바뀌는 나의 마음!!! 나는 아직도 유목민 생활을 받아 들이기 힘든 것 같다.
저녁에는 용기를 내서 지난번 갔던 타운으로 갔다.
캠핑장 주변은 음식점이 없으니, 외식을 하려면 다시 그 동네로 가야만 했다.
많이 비싸고 좋은 장소는 아니라도 주 2회정도 외식을 하면서 주변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 했는데,
도착한 다음날 맞이한 일련의 사태로, 이곳 에서는 외식을 하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고생을 했는데, 또 그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이 곳에 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대신 이번에는 야외테이블이 아닌 실내로 들어갔다. 실내지만, 강쪽으로 창을 크게 내서
강을 보고 분위기를 즐기면서 식사를 하기에 아주 좋았다.
친절한 직원이 제일 강쪽으로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메뉴판을 보는데 밖에서 뭔가 회색 지느러미가 보였다... 돌고래 가족 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웃 캠퍼가 이 곳에 가면 저녁에 돌고래를 볼 수 있다고
말한 기억이 났다. 저녁을 먹으면서 야생돌고래 쇼를 보다니...
정말 멋진 자연이다.
돌고래 5마리 정도가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고 때대로 위로 물을 뿜으며 숨일 내 쉰다.
그리고 그 중 한 마리는 격렬한 몸부림을 치더니 입에 작은 물고기를 물고 사라졌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 이었다.
문득 수족관에서 쇼를 하는 돌고래들이 생각났다.
동물원에서 생선을 받아 먹던 펠리컨도 생각났다.
저렇게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동물들을 인간은 무슨 권리로 가둬 놓은 것 일까?
* 사진설명 : 식당에서 본 돌고래 입니다. 사진이 좀 이상하게 보이네요
자세한 영상은 유툽 참고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Z1ifr27TfMrRnzageC3Q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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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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