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8일 부터 15일까지 일주일 동안 우리는 뉴 햄프셔 파인에이커 캠핑리조트에 

머물렀다.

우리는 Full Time RV 생활을 하기위해서 미국 전역에 RV 사이트를 운영하는

 'Thousandtrails ' 라는 곳에 회원가입을 했다. 

이것 또한 새것은 너무 비싸서 중고를 구매대행 해 주는 곳에서 구입을 했다.

그럼에도 가격은 그리 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처럼 큰 버스를 가지고 캠핑장에 지내려면 하루에 적어도 100불은 지불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한달만 해도 3천불!!!! 이건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부분이다.

회원가입한 곳에서 운영하는 리조트에 머물면 최대 3주 까지 머물 수 있고, 공짜다.

초기비용 지불이좀 부담이 되지만, 이후로는 일년에 대략 700불 정도만 매년 내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그리고, 직접운영하는 캠핑리조트는 넓고 평지여서 우리차를 주차하고 지내기에도 좋다.

그런데, 우리가 시작한 시기가 하필 6월말!

일년중 가장 혼잡한 여름휴가 시즌이다. 더구나 우리가 머물고 있는 

동북부는 ,근처에 사는 사람들 뿐 아니라

저 멀리 남부에서까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이곳으로 오는 시기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번주 머물렀던 리조트는

Thousandtrails 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 아닌, 제휴한 곳 이었다.

주변에 직접운영 하는 곳은 이 시기에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하루에 20불 이니 굉장히 저렴한 편 이다.

다만, 이곳또한 너무 촉박하게 예약을 해서 sewer(하수구) 가 없는 곳으로 예약이 되었다.

water, eletric, sewer가 모두 있는 곳을 " 풀 훅업" 이라 칭한다

우리처럼 장기간 머물고 더구나 24시간 지내야 하는 사람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대부분 RV사이트는 전기와 물은 기본적으로 제공이 되지만, 

하수도 부분은 본인들이 허가 받은

부분 까지만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하수구가 없는 곳이 많다.

하수구가 없는곳 에서는 우선 사용하고, RV 탱크가 다 차면 지정된 장소에 가서

비워내야 한다.

요즘 새로나온 RV는 이동식 탱크가 따로 있거나, 또는 구입을 해서 사용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것 까지는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

오물탱크를 비우려면 버스를 움직여야 한다.

버스를 움직인 다는 것은 이사를 하는 것과 같으니,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일 주일 이면 최소 두 번은 버스를 움직여야 한다... 

체크인 할때, 다시한번 물어 봤더니 수요일 까지는 하수구 있는 곳에 머물 수 있도록 해 줬다.

수요일 오전에 이사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샤워, 화장실 등을 사용해야 했기에, 우선은 그곳 으로 갔다. 

이 캠핑장은 수영장이 없는대신 산속의 작은 호수를 끼고 있었다. 

그 호수 주변을 모래비치로

만들어 놓고 머무는 동안 이용 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호수가 잔잔하고 물이 맑았다.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튜브나 카누, 카약 등을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 이다.

캠핑장은 캠핑장 내부 시설도 중요 하지만,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머무는 

사이트 즉 우리자리가 어디에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RV를 장시간 주차하고 생활해야 하므로, 평행을 잘 맞출 수 있도록 평평한 지형이 좋고,

일 주일 이상의 장시간 거주를 해야 하므로, 이웃이나, 주변경관 등이 중요하다.

이곳 캠핑리조트는 그 부분에서는 아주 좋았다. 우리는 큰 버스를 가지고 있어서 쉽게 주차 할 수 있도록 호수 주차장 근처로 자리가 배정 되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호수가 보이고,

몇 발자국 걸으면 호수에 들어 갈 수 있다. 

물론 낮에는 사람들이 비치에서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지만, 

그 또한 우리가 즐겨야 할 부분이다.

나무로 둘러 있어서 프라이버시 부분도 아주 좋았다.

수요일날 오전에 드디어 하수구가 없는 곳으로 이전을 했다.

사무실에서 하수구는 없지만, 근처 호수 바로 옆으로 자리를 줘서, 일명 '뷰 맛집' 이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각각 앉아서 호수를 보며 맥주를 마시니 휴가 기분도 나고 좋았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니 하수구 없는 것이 너무 스트레스로 밀려 왔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외부에 있는 공용을 사용했고, 간단하게 음식을 먹으면서 설것이를 최소화 했지만,

탱크에 물이 얼마나 쌓였는지 수시로 확인을 하게 되었다.

더 중요한건, 오래된 우리 버스가 탱크가 어느정도 채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센서 부분이 

조금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 이다. 

그레이탱크(부엌 이나 샤워실)는 항상 열어서 바로바로 나갈 수 있도록 해 놓고,

블랙탱크(화장실)는 아래 탱크에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배출하는 방식을 택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탱크가 얼마나 채워져 있는지 볼 수 있는 센서가 버스안에 있다. 

하지만, 태어난지 17년이 지나다 보니 아무래도 전기 센서 부분들은 조금씩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미리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힘든 부분 이었다. 

아직 차에 대해서 다 파악도 안 된 상태고, 만약 탱크가 넘치면 어쩌나... 괜한 불안이

엄습해 온다. 

역시 문명을 이기는 힘이 아직 나에게는 없었던 거다.

설상가상 으로 금요일 오후 부터 가까운 Bath House (샤워장과 화장실이 같이 있는 공간)가

 플러밍 문제로 문을 닫았다. 

할 수 없이 우리 버스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내일 아침에 어차피 비워야 하니, 

크게 염려할 부분은 없었다. 

소변을 한번 해결하기 위해서 5분이나 걸어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 뉴욕까지 가야해서 일찍 준비를 했다. 

이사준비를 하고, 지정된 장소에 가서 탱크를 비웠다. 3일정도 사용했고, 그나마 2틀은 공용시설을 이용해서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선을 연결하고, 오물을 비워내고, 또 다시 깨끗한 물로 선을 한번 헹궈줘야 하는 작업을 

더운 곳에서 하려니, 땀이 비오 듯 했다. 

그런데....오후 5시 뉴욕에 도착 했더니, 또 하수구가 없는 곳으로 자리를 준다고 한다.

참고로, 예약을 할때 사이트 번호는 미리 주지 않는다.

다만, 먼저 오는 순서대로 본인이 원하는 자리 빈 곳을 찾아 가는 시스템이다. 

그러니 오늘 오전에 이미 풀 훅업 자리는 다 매진이 된 것이다. 

이곳 역시 30프로 정도는 하수구가 없는 사이트 이다.

애초에 허가를 그리 받았기에 본인들도 어찌 할 수 없는상황인데.. 막상 상황을 접하니, 

안되는 영어로 열심히 설명을 하게된다. 

어제 까지도 그런 곳에 있었다고, ...어쩌고..저쩌고... 

집을 떠난 2주 동안에, 

내가 평소에 쓰던 1년치 영어를 다 하는거 같다. 완전 서바이벌 콩글리쉬 지만, 

그래도 필요할 땐 내 의견을 정확하게 표현 해야 한다.

직원들이 그런 내가 안되보였는지... 아니면 팔러시 인지... 모르지만,

내일이 일요일이고, 체크아웃이 많으니, 자리가 나면 연락을 준다고 

전화번호를 적어 달라고 했다.  플로리다 지역 번호로 전화번호가 보일테니,  

놓치지 말고 꼭 받으라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해 준다. 

난 사실 어제부터 제대로 샤워도 못 했다.  또 오면서 땀은 얼마나 흘렸는지...

답답한 마음이지만, 방법이 없는걸 알기에,

전화번호를 적으면서 꼭 꼭 전화달라고 했다.

진심으로 그냥 사이트에 버스만 세워두고 호텔에 가서 하루 자고 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침 그때, 한 아저씨가 체크아웃을 하러 사무실로 오셨다.

보통 첵 아웃은 그냥 나가면 되는데,

이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본인이 내일 첵 아웃인데, 오늘 저녁부터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 그냥 오늘(토요일)저녁에 나가겠다며

사무실에 보고를 하러 온 거다. 

아마도, 체크아웃 시간이 아닌데 큰 RV가 움직여서 나가야 하니, 

시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러 오신 것 같다. 

얼핏 들어보니 풀 훅업 사이트다.  직원이 자리에 대해 물어보니,

아저씨 말로는 자리가 너무 작아서 우리 버스는 들어가기 힘들거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아저씨는 나가고..그래도 포기 할 수 없어서, 자리를 한번 본다고 했다.

전기, 수도, 하수도 모두 풀 훅업 되는 곳이고, 자리또한 평지다. 다만, 풀 훅업 이고, 

초 성수기인  만큼 큰 차들이 많고, 자리도 작아서 프라이버시는 생각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바로 하! 수! 구!

다행히도 옆 자리에서 본인들 차 (트레일러 말고 작은차) 를 조금 움직여 줘서 무난하게

버스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모든 설치를 마치고, 드디어, 샤워를 하는데.. 감탄이 절도 나왔다.

하수구 하나 설치된 것에 이렇게 감사하고 감동할 줄이야.

내 집에 샤워시설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호사스러운 일일 줄이야.

문득, 아프리카 오지에서 아이들이 더러운 물을 먹고 마시는 모습이 떠오르며

내가 누리고 왔던 모든 것들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집을 떠나 또 하나 당연한 것의 소중함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