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우리의 잠자고 있던 지름신이 깨어나 블랙 프라이 데이에 뭐 살거 없나 필요한 것도 없는데 괜히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본다. 한 십몇년 전만 해도 블랙 프라이 데이라는 건 없고 가족, 친구들끼리 모여서 감사제목들도 나누고 같이 시간을 나누는 것이 중심이었다. 이름처럼 감사하기 (땡스) 때문에 나눌 수 있는 (기빙), 그런 조용하고 아름다운 그런 할리데이였다. 그 때만해도 교수님들이나 동네의 미국가정들이 한국 가정이나 유학생들을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하는 일들이 태반이였다. 그러나 얼마부터인가 이런 일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물론 코로나 기간동안 초대는 커녕 격리를 해야만 했던 시기를 지난 것 역시 한 몫을 했을수도 있다. 이유가 어째서인지 나의 comfort zone을 넘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를 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지 오래다. 게다가 요즘은 인플레이션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감사보다는 불평이 많고 게다가 giving (나누는) 의 행동이나 정신은 더더욱 드물다. 재밌는 건 그런 와중에 giving 할 돈은 없는데 블랙프라이데이에 쓸 돈은 있다는 점.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나, 그리고 내 가정만 챙기는 사람들이 되어버렸을 까. 우리 가운데 기쁨이 언제부터인가 사라진건 이 ‘자족’의 기본이 증발해서 아닐까. 기독교인이라면 다 알고 있는 시편 23편는 ‘주가 나의 목자 되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라는 고백으로 시작한다. 영어 버젼 중에 하나는 ‘I lack nothing’이된다. 시간이 갈수록 더 지독해져만 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고백은 참 쉽지 않다. 게다가 무한 경쟁의 시대로 더 이상 금전적인 것에 대해선 많을 수록 좋다가 정답이 되어 ‘이정도만 됬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드물고 어떻게든지 더 부를 쌓는 것이 좋고 선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이 팔다리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거주할 집과 미래에 대한 꿈과 소망을 키울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기관, 그리고 삼시세끼 먹을 거리들이 주어지면 사실 자족하고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자본주의 문화는 우리를 가만 두지 않고 기어이 ‘만족’의 기쁨을 너무나 쉽게 빼앗아 간다. 게다가 미국에 사는 우리는 싱글에 연봉 6만이면 전체 세계와 비교해봤을 때 부의 기준으로 보면 최상 5%라고 한다. 이렇게 객관적으로도 우리가 자족하고 감사할 이유가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것이 '은혜'가 매순간 깨달아지지 않고서는 내가 가진 것 보다 '부족함'에 더 눈이 가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나보다 조금 더 큰 집에 놀러갔다 더 작은 우리집에 오면 웬지 나 자신이 더 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들기도 하고 누가 명품빽이나 좋은 차를 샀거나 아니면 크루즈나 좋은 곳에 여행을 갔다왔다는 소식을 듣기만 해도 쉽게 부러워지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모습이다. 게다가 sns 는 얼마나 쉽게 이런 다른 사람들의 자랑거리들을 우리로 하여금 보게 만드는가.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이런 ‘럭셔리’삶을 위해만 살아간다면 사실 우리에게 결코 소망은 없다. 물론 이는 돈이 많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이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이슈다.
‘낭비에 근거한 경제는 본래부터 어쩔수 없이 폭력적이며 전쟁은 그 필연적인 부산물이다.라고 웬델 베리는 ‘공포 속에서의 사색’에서 말한다. 산수가 그렇게 나오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이 일한 만큼 보다 훨씬 더 많이 누리려 한다면 누군가가 자신이 일한 만큼 보다 덜 받아야지 가능한 것이다.
‘과잉 풍요를 포기 하지 않는 한 다른 나라를 억압하고 착취할 수 밖에 없고 그 응분의 대가인 테러의 위협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라고 박총님께서는 언급하시기도 했다.
뭐 명품 빽이나 좋은 차 안타고 싸구려 차에 좁은 집에 살아도 나는 나 자체로 가치가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귀한 사람임을 아는 것. 왜냐면 예수님께서 그의 모든 것을 다 바치시고 나를 선택하시고 만나주셨으니까. 이걸 알고 신생품에 목마르고 마치 이걸 안사면 손해보는 듯한 느낌으로 부터 사로잡히지 않고 숨을 고를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복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 내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어 미쳐가는 자본주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으면 그거야 말로 하나님의 나라를 이땅에 실현하는 일이 아닐까. 해피 땡스 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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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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