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 9년째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는 했지만 지금은 한 아이만 제 곁에 남아 있네요
한참 코비드로 인한 불안과 혼란이 절정이던 2020년 4월 중순에
작은 아이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만 네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던, 한참 이쁜 짓을 하던 여자아이였습니다.
곧 4주기가 됩니다.
그 사이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고 지나왔습니다.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심해서
그 여파로 몸이 아파오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고요
지금의 이 슬픔보다
앞으로도 이 슬픔이 계속 지속될거라는 사실에 더 절망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아이가 있기에 밥을 하고 빨래를 해야했네요.
그리고 그 사이 저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 좋아하고 놀기좋아하고 (직장 내 오락부장 출신)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저였는데
지금의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편한 사람이 되어버렸네요.
물론
그 동안의 세월이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둘에서 하나로 주니
사는 건 한결 편해졌습니다.
당장 빨랫거리가 줄었더라고요.
그것도 한참 손이 많이 가던 둘째를 잃고나니
실제 외적인 삶의 질은 나아졌습니다.
시간이라는 선물도 받았고요.
즐기기만 하기엔 너무나도 슬픈 사실었습니다.
의도치 않았던 시간이라는 선물을 받은 저는 직장을 구했습니다.
남편을 따라 미국에 와서 전업주부가 되면서
한동안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것 같은 열패감이 시달렸는데
이젠 홀가분하게 직장을 구할수 있었네요.
미국직딩이라는 꿈을 이루었어요.
전업과 이민 10년 만에 말이지요.
참 자랑스러운 성취였습니다.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웠지만
이 또한 아이를 잃은 댓가인것 같아
마냥 즐길수만은 없었습니다.
참 지독한 아이러니였습니다.
내적으로는 고통이 가득한데 외적으로는 오히려 채워지고 풍족해지는 아이러니.
이 지독한 아이러니의 시간을 지내는데 큰 힘이 되는 존재들이 있다면
사랑하는 남편과 큰 아이
든든한 친정 가족들과 시부모님,
그리고
한발짝 물러서서 티나지 않게 도와주고 지지해 준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덕이었습니다.
가슴이 터지도록 답답할때
혹은 훅 하고 슬픔이 나를 짓누를때
친구들을 만나 털어놓고 나면 기분이 한결씩 낳아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젠 미씨에 털어놓아 보려합니다.
털어놓음의 힘을 믿으니까요.
그동안도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본것은 아닙니다.
가슴이 미어지게 답답해서 터져버릴것 같은 날도 있었고
그냥 누구라도 붙잡고 내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은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로 감정을 정리해서 앞뒤가 맞게 쓴다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제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해낼수 있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미씨USA여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저는 미국인 남편을 만났고
몇몇 한국 친구들을 제외하면 제가 만나고 소통하는 사람의 95%는 미국인들이에요.
제 아이가 존재하는 기억은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요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그래서 그 아이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모두 미국인들이니까요.
그래서 생겨난 사소하지만 미묘한 문제도 있답니다.
저의 제일 내밀한 감정은 한국어로 느끼는데
아이를 기억하고 설명하는 언어들은
모두 영어네요.
그 사이의 간극 혹은 괴리감은 아무래도 여기 미씨분들만 아실것 같아요.
칼럼 제목은 안녕, 로빈입니다.
두가지 의미가 있죠. 안녕에.
그래서 저 안녕은
제 딸 로빈이를 보내는 안녕이기도 하고
새로운 저를 만나는 안녕이기도 합니다.
칼럼을 시작하면서 망설여지고 두려움도 앞섶니다.
나는 그 일을 다시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나 하고요.
그 감정들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니까 말입니다.
다른 칼럼들처럼 매주 한편씩 이렇게느 못 쓸것 같아요.
그냥 그때그때 터져나오는 감정, 화두를 기다려보겟습니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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