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보고를 했다.

남편과 나, 둘 다 싱글로 해 지난 1년 동안 엄청난 세금을 뗐는데도 또 적지않은 세금을 더 내야만 한다.

우리가 낸 이 피 같은 돈은 다 어디로 가는가.

고만고만한 환경에 놓인 A와 B가 있었다치자.

 A는 열심히 공부한 끝에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 졸업 후 안정된 직장에 취직했고 결혼해 아이 하나를 두었다. 맞벌이 부부지만 그들은 늘 빠듯하게 살고 있다. 월급의 40% 가까이를 매달 세금으로 내고 있으며 의료보험료를 따로 떼기 때문이다.

그들은 해고되지 않기를, 그리고 중병에 걸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늘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다.

둘 중 누구 하나가 직장을 잃거나 큰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겨우겨우 장만한 집을 잃어야 하며 보험에서 커버해주지 않는 치료비 때문에 파산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B는 방기(抛棄)한 인생을 살았다.

술과 마약에 빠져 고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고 아이를 다섯명이나 낳았다. 아이를 좋아해서라기보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건강을 돌보지 않은 채 대충 살아온 결과로 온갖 질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의식주 걱정없이 잘 먹고 잘 산다.

그들 뒤엔 정부가, '아이는 많고 인컴은 낮은 저소득층'만을 위해 존재하는 든든한 정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씨 좋은 우리의 정부는 B가 안락하게 살 집을 제공해 주고 푸드 스탬프를 줘 배 고프지 않게 하며 일상생활에 쓸 돈까지 '월페어'란 명목으로 꼬박꼬박 대준다. 그리고 B의 건강상태를 염려해 병원까지 모두 무료로 다니게 해준다.

B는 낮은 학력과 건강상태 때문에 일을 할 수도 없지만 할 필요도 의욕도 물론 느끼지 못한다. 일 안해도 정부가 다 먹여 살려주는데 뭐하러 힘들게 일 할 것인가.

지금 한국은 무료복지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다.

어려운 사람은 물론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도와는 주되 미국처럼 정부에 대한 의존성을 너무 높히지 말게 했음 좋겠다. 위에 예를 든 것처럼 진짜 힘들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제정한 복지법이 오히려 자립의 기회를 빼앗고 무력함만 길러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죽어라 일해 세금을 또박또박 내면서도 인컴 상한선에 걸려 정부혜택은 아예 생각조차 못한채 아파죽어도 병원 한번 못가고 있는 사람이, 아이를 갖고 싶어도 높은 출산비 때문에 미루고 있는 이가 수두룩한데 의무는 전혀 하지 않은 채 혜택만 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에 하는 소리다.

세금내는 사람은 평생 세금만 내고 정부에 의존하는 사람은 또 죽을 때까지 혜택만 보다 간다. 다시 말해서 세금내는 사람 따로, 받아먹는 사람 따로이니 어찌 내는 사람입장에서 불평이 없을 것인가. 더구나 나는 미국와서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않고 일했는데 늙어서 사회보장연금마저 고갈되어 받을 수 없다니 이보다 억울하고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나 말이다.

타국적의 임신부가 여기에 원정출산 와서 아이를 낳았다. 태어난 아이가 건강상태가 좋지못해 수술을 서너번이나 받았다. 출산비를 비롯, 수술비가 수십만불이다. 그 치료비는 다 미국정부에서 부담한다. 왜냐, 관광비자로 미국에 온 아이엄마는 여기서 소득이 아예 없다. 당연히 저소득층 의료혜택 수혜자일 수밖에. 저소득층 의료보험에서 일하는 이에 따르면 이런 일이(누가 악용할까봐 자세히 밝일 수는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단다)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정부예산 없다고 애꿎은 교사들을, 경찰관들을 해고한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죄없는 정부 직원들만 마구 자를 게 아니라 교묘하게 정부혜택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걸러낼 생각은 왜 못하는가.

이제 미국정부의 복지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같이 성실한 납세자들이 상실감과 허탈감은 갖지 않도록 해주어야 할 것 아닌가. 내가 낸 세금이 도로 닦는데, 학교짓는데, 그리고 공무원들의 월급을 주는데만 사용된다면 별 불만이 없을 것 같다.

신문을 펼치면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사는 모두 '저소득층,저소득층'에만 맞추어져 있다. 저소득층이라면 휴대전화, 하다못해 시민권 신청수수료까지 면제받거나 낮은 금액만 내게 하는 나라이니 말해 무엇할까.

세금, 요즘 같아선 정말이지 내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