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씨에 보니 냉증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기에  제 경험을 공유하고저 합니다.

한기(寒氣)라는 것이 내 몸에 들어온 날은 지난  해 10월 말,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날짜도 정확하게 잊어버리지 않네, 10월 28일 저녁이었지요. 그때 난 퇴근하고 돌아와 부엌에서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쁘게 왔다갔다하고 있는데 치마밑으로 갑자기 차가운 기운이 확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러더니 온몸이 부르르 떨려요, 특히 뒷 목덜미가.

얼른 방으로 가서 두터운 바지와 스웨터로 갈아입었지만 몸을 벌벌 떨리게하는 한기는 가시지 않았습니다. 첨엔 대수롭지않게 생각했지요. 옷을 얇게 입거나 찬바람에 오래 노출됐을 때 가끔 그런 적이 있었으니까. 뜨겁게해서 푹 자고나면 말끔해지리라...

그날밤  좀 이른감이 있었지만 전기장판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내복을 아래위로 껴입었어요. 그러나. 그러나. 그날 밤 한숨도 못잤습니다.  너무너무 추워서. 온몸이 떨려서. 전기장판의 스위치를 최고치로 올리고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두 켤레나 꺼내신어도 몸에 든 한기가 가실 줄을 모르는 겁니다. 덜덜 떨렸습니다. 아랫니 윗니가 마주칠 정도로. 한겨울, 얼음물에 발가벗고 들어가 있는 기분이라면 독자분들이 이해를 하시려나.

내가 내 몸을 만져봐도 얼음같이 차가운데 그 중 가장 차가운 부분은 아랫도리, 허벅지부터 발목까지였는데  그중 종아리부터 발목까지는 시리다못해 따가워요, 따가워! 그리고 등과 뒷 목덜미. 전기장판 위에서 히팅패드를 목과 등쪽에 두르고 있어도 전혀 효과가 없어요. 등에 큰 얼음덩어리를 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들 가지곤 턱도 없었던 겁니다.

다음 날 출근을 못했습니다. 도저히 한 발자욱도 전기장판에서 나갈 수가 없는 거예요. 나는 친한 아짐매한테 전화했습니다.  출근도 못할 정도로 죽게 됐다고. 아짐매가 한기에는 생강이 즉효라며 잔뜩 사가지고 왔어요. 그걸 끓여서 꿀을 타서 서너컵이나 마셨습니다. 그후 며칠을 아침저녁으로 마셨습니다. 그러나 말짱 황.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춥고 속이 덜덜 떨리고. 전기장판에 히팅 패드에 내복에 양말에. 그렇게 덥게하고 있으니 온몸에 식은땀은 팥죽같이 줄줄 흐르는데 여전히 추운 겁니다.

그러기를 일 주일. 보다못한 남편이 병원에 가길 재촉했습니다. 병원에 갔습니다. 눈사람같이 옷으로 둘둘 싸고. 그러나 가면서도 속으로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라고. 왜냐면 춥고 떨리는 것 외엔 아무 다른 증상이 없었으니까.  감기몸살이나 독감이면 기침, 콧물, 두통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근데 추운 것 외엔, 못 견디게 추운 것 외엔 다른 증상은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의사가 병명을 알아내 처방을 하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피를 대여섯통 빼고 별별 검사를 다 해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겁니다. 나중에 의사가 말했어요. 자기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으니 스페셜 의사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근데 한 달이상 기다려야 할 거라고. 스페샬 의사를 만나도 아무 소용이 없을 거라는 예감이 나를 절망하게 했습니다. 그런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냥. 

병명도 명확하게 모른채  그렇게 고생하는 나를 보고 이웃집 여자가 혹시 '신병' 온 것 아니냐는 재수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이유없이 아픈 건 신내림의 증상이라나요.

한의사도 한 번 찾았습니다.  '미씨 독자' 수경 씨가 오랜만에 우리집에 놀러왔다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도 덜덜 떠는 날 보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며 자기 차에  태워 한의원으로 데려간 것입니다. 한의사는 말했습니다.

"갱년기 증상인 것 같은데..."

침을 놓고 부황을 뜨고 뜸을 뜨고 ...
물론 효과가 없었지요. 한방은 한 번 갖고 효과 없다는 걸 나도 알아요. 적어도 열 번 이상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의를 찾지 않았던게 어렴풋이 내가 왜 그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이유를 알게 된 것입니다. 한기때문에 고통받게 된지  두어달 후였습니다.

왜 갑자기 한기가 들었을까요. 밑으로부터  차가운 기운이 확 들어왔는데 바닥때문일까요. 우리집 사진을 본 독자분들은 아시겠지만  바닥이 인조대리석입니다. 여름에도 차고 겨울에도 찹니다. 그러나 그 바닥이 어제 오늘 거기 있었던 게 아닐 터. 그리고 남편은 여전히 더워서 못 견딘다고 불 옆에는 절대 못가는 사람. 왜 갑자기 나만 한기가 들었을까요.

난 타고나기를 냉한 체질인 사람이었습니다.  손과 발, 그리고 아랫배가 많이 찼습니다. 처녀 때 생리통도 심했습니다. 그러나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더랬습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 하도 못먹어서, 영양섭취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거라고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알게됐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미씨 독자 '헬렌'이라는 여성으로 인해서였습니다.  내가 한기로 힘들어한다는 걸 알자 체질요법에 따른 섭생법을 보내왔습니다. 그걸 읽고 인터넷에 비슷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잘못된 식습관으로 내 몸을 학대해왔는지 알게 된 것입니다.

몸이 찬 사람은 더운 성질의 음식, 이를테면 생강, 인삼, 소고기, 닭고기 등을 먹어 몸을 덥게하고 보해야했는데 완전 반대의 음식으로 지난 세월을 보낸 어리석은 나였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건 거의 다 밀가루로 된 음식이었습니다. 국수, 빵, 피자 등.  단감도 좋아했고  냉면도 좋아하는 음식이었었습니다. 오징어, 새우도. 매일 하루도 안 빼고 먹었던 게 밥과 배추김치. 이게 모두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의 음식이었어요.

이웃 아짐매가 사다 준 생강을 끓여마시면서  성질이 차다는 단감을(마침 단감철이었다는!) 하루에도 대여섯개씩 먹어댔으니 효과가 있을리가 없지요.

운동한답시고 땀을 뻘뻘 흘리고 난 후엔 엄청 더워요.  더우니까 옷을 벗어부치고 선풍기 바람을 마구 쐬고 찬물로 목욕하고 찬 음료를 벌컥벌컥 마셨지요. 이게 내 몸엔 독약을 들이부었던 짓이었어요. 게다가 경상도 출신이라 젓갈 등 맵고 짠음식을 좋아했어요. 얼마나 짜게 먹었냐면 배추김치 한 포기를 밥도 없이 생으로 다 먹을 정도. 그러고 난 후 목이 타니까 찬 맥주나 빙과류를 어석어석 몇 개씩 먹어치웠지요. 한기가 들던  그 전날 저녁에도 빙과를 다섯개나 먹었다는 것 아닙니까.  남은 김치찌개를 냄비에 부쳐놓는 게 싫어서 억지로 밥도 없이 한 대접 가량을 먹었지요. 두어시간 후 얼마나 목이 마르던지요.

또 어리석은 짓을 한 게 기상 후에 물을 한 잔씩 먹는 게 좋다길래  눈 뜨자마자 정수기에서 뺀 차디 찬물를 수년동안 마셔왔습니다. 그런 다음엔 커피를 마셨고. 직장에선 녹차를 하루종일 입에 달고 살았고. 커피와 녹차가 냉한 음료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차가운 몸에  그렇게 차가운 성질의 음식만 계속 들이부으니 점점 속에서부터  얼어왔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져버린 것입니다. 두 손을 들고 만 것입니다. 몸 전체가 얼음이 되고 만 것입니다. 주인 잘 못 만나 수십년동안 고통을 당해온 내 몸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내 몸을 더 이상 그만 괴롭히기로.

우선 삶의 큰 즐거움이던 커피와 녹차를 끊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진 결과 나같이 속이 허해서 오는 냉증엔 '두리안'이란 인도네시아 과일이 좋다길래 구해왔는데 우와, 두번 다시 돈 주고 먹으래도 못 먹을 만큼 냄새가 지독한  과일이었어요. 완전 똥냄새가 났습니다. 그래도 눈 질끈 감고 한 달을 먹었지요. 또한 생강을 믹서에 갈아서 뜨거운 물과 꿀을 타서 하루에 두 잔 이상씩 마셨습니다. 친구 희주가 대추를 두 박스나 보냈길래 마른 계피랑 끓여서 직장으로 가져가서 매일 마셨습니다.  이웃집 아짐매가 뒷뜰에 지천으로 자란 쑥을 말려서 가루내어 줘서  그것 또한 매일 마셨습니다. 물론 조금이라도 성질이 차다는 음식엔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석달을 하자 몸의 한기가 조금씩 가시더니 지난 2월에 들어서부터는 몸이 따뜻해지기 시작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손과 발은 물론이고 온몸 전체가 다 따뜻합니다. 예전엔 이른 아침 바깥에 신문주으러 나갔다 들어오면서도 들던 감기가, 한국 마켓 오픈 냉장고 옆만 지나갔다하면 곧바로 들던 감기가, 더 이상은 들지 않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그렇게 차던 손발이, 뱀 닿는 것 같이 섬뜩하게 차갑다던 소리를 듣던 손발이 섭생법을 바꾼 후 몇달만에 이렇게 뜨끈뜨근 해지다니.
지금 냉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 내가 한대로만 하세요. 넉넉잡고 두 달만 하세요. 다른 것 없잖아요. 찬 것 먹지말고 더운 성질의 음식만 먹는 것. 아주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