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은 과연 있을까.

독자여러분들도 한 두번은 의문을 품었던 질문일 겁니다. 대답은 간단하게도 두 가지지요. 있다. 아니면 없다. 음, 잘 모르겠다는 대답도 있을 수 있겠으나 대부분 없다, 있다 일겁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귀신을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 입에선 당연히 없다이겠지요.

그동안 내가 쓴  무당시리즈를  몇몇 할배들에게 읽어보라고 보냈습니다. 그 중 기독교 장로도 한 사람 있어요.

젊었을 때는 치기와 만용으로 뒷골목을 휘젓고 다니며 죄를 짓다가 예수를 영접하고는 착실한 신앙인이 된. 그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귀신은 없다고. 그러면서 귀신이 없다고 단언하는 이유를 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몇 십년 전, 그가 아주아주 젊을 때라고 했습니다. 그의 집은 부산의 사상이라는 곳이었다고합니다. 경부선 기찻길을 끼고 형성되어 있는 동네라고 했습니다. 

동네와 가까운 기찻길이라서 흔하게 인명 사고가 났는데 기차사고라는 특성상 온전한 시체를 수습하는 일은 거의 없답니다. 할배도 몇 번 사고난 광경을 목격했는데 신체가 걸레조각처럼 갈가리 찢겨 여기저기 흩어져있답니다.  

따라서 죽은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해요. 연고자를 찾는데 몇달이 걸리기도 하고  끝내 찾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요즘처럼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가족이 빨리 나타나지 않은 사체는 인근 산꼴짜기에다 대충 가매장을 했다합니다. 가매장을 했다가 나중에라도 가족이 나타나면 사체를 인도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충 묻어놨던 자리가 그냥 무덤이 되고마는 경우가 흔했다고 합니다.

가매장하는 곳은 인가와 한참 떨어진 산골짜기였다고 합니다.  풀과 나무가 우거져서 대낮에도 햇볕이 잘 들지않는 우중충하고 음습한 곳이었다고 해요. 물론 사람들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않았고 당연히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도 있었겠지요. 밤에 그 쪽으로부터 여자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소문. 양쪽 다리가 없는 남자귀신을 목격했다는 소문. 꼬리가 긴 불덩이가 춤 추는 것을 봤다는 소문.

어느 비 오는 밤, 할배는 집을 나섰습니다. 과연 귀신은 있는가,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기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달도 없는 컴컴한 밤, 비만 추적추적 내리는 괴괴한 밤, 할배는 가매장하는 골짜기로 올라갔답니다. 무서움을 없애기 위해 술을 잔뜩 마신채였겠지요. 엎어지고 자빠지며 겨우 골짜기에 도착한 할배는 일단 숨을 고릅니다. 그리고 크게 소리쳤답니다.

귀신이 존재한다면 당장 나오라고, 단판을 짓자고.

그래서 귀신이 나왔냐구요? 아니요. 할배의 말에 의하면 골짜기가 떠나가라 소리지르고 팔다리를 휘두르며 들쑤석거렸는데도 아무것도 안 나왔답니다. 귀신은 커녕 들짐승 한마리도 못 봤대요.

할배가 그 이야기를 해주면서 내게 말했습니다.

"그 골짜기에 사지가 찢겨죽은 원혼들이 득시글득시글하다고들 했디랴. 그 말이 사실이라면 단 하나라도 모습을 보였어야제. 구신은 없는기라...”

과연 그럴까요. 정말로 귀신은 없을까요. 그러나 만약 누가 내게 묻는다면 있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손으로 만지지 못하지만 뭔가가 분명히 있다고.  느낌이라는 게 있어요.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귀신이 있다는 것은. 

지금부터 그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얘기는 십 몇년 전 엄마의 초상을 치른 날 밤으로 돌아갑니다.

엄마가 암으로 투병중이라는 이야길 듣고 부랴부랴 한국에 나갔습니다. 아주 추운 겨울, 1월이었습니다. 병원에 입원중이었던 엄마는 생각보다 상태가 위중해보였는데 그래도 내가 나갔을 땐 정신이 멀쩡했습니다. 나랑 두어마디 얘기도 나눌 정도였어요. 그러나 그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서 내가 나간지 나흘만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엄마를 산에 묻는다고 했습니다. 몇 년 앞서간 아버지옆에. 선산에 두 양반의 묏자리가 마련되어 있답니다. 버스 한 대에  엄마의 관이랑 가족이랑 친척들이 타고 선산으로 갔습니다. 인부 몇이 벌써 관이 들어갈 만큼의 땅을 파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 미국에서는 물론이고 나는 그동안 한 번도 하관하는 광경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날 엄마의 하관식이 처음이었어요.  그러니까 그날 처음으로  관이 땅속으로 내려져서 흙이 덮혀지는 걸 본 거지요. 엄마의 관은 검붉은 천이 덮혀 있었어요. 검은색 한문 몇 자가 쓰여진 검붉은 천이. 그것을 보는 순간 와락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봉분이 만들어지고 난후 산을 내려오면서도 눈에 한 번 각인된 붉은 천의 이미지가 가시지가 않았어요. 눈을 감아도 떠도 눈 앞에  떠오르는 붉은 천...

장례를 마치고 난 후 모두 식당으로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지요. 떠나는 친척들을 배웅하고  엄마집으로 갔습니다. 

그때가 오후  다섯 시쯤, 짧은 겨울해가 지면서 어둠이 내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엄마집 현관안에 작은 동생가족과 큰 올케와 조카 둘과 같이(큰 동생은 직장때문에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엄마때문에 일을 너무 많이 빠져서 초상끝나자마자 직장으로 떠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서는데 갑자기 어디서인지에서 나온  차가운 기운이 나를 에워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는 대수롭지않게 생각했습니다. 하루 온종일 집에 보일러를 틀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원래 그 집이 좀 추웠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던 날부터 엄마집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시멘트로 된 단독주택이 그렇듯 집안이 단열이 잘 안 되는 데다가 낮에는 식구들이 모두 병원에 가 있었기에 보일러를 꺼두었다가 밤에 잘 때만 돌렸습니다. 그것도 아주 약하게. 기름값 든다고.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그 집에서 지내는 게 고역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떡해요. 엄마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내가 추위타령하게 생겼습니까. 그래서 그냥저냥 지내고 있었는데 초상 마친 후 집에 들어가는데  현관에서 그렇게 갑자기 썰렁하고 섬뜩한 기분이 드는 겁니다. 

나는 큰 올케에게 짐짓 명랑한 목소리로 일렀습니다.

“한국왔다가 얼어 죽겠다야. 내가 기름값 줄 테니 보일러를 최대한으로 빵빵하게 올려라!”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보일러를 켰는데도 여전히 추운기가 가시지 않아요. 안방에 둘러 앉아 이런저런 엄마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데 나 혼자만 그렇게 추워요. 동생들은 괜찮은데 유독 나만. 그리고 자꾸 오싹하고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겁니다. 집에 죽은 엄마가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문갑위에 놓여진 사진액자 때문에 더 그랬습니다..

장례식에 썼었던 엄마의 사진액자. 액자 속의 엄마 모습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는 겁니다. 엄마는 액자 속에서 엷은 미소를 띄고 있었는데  두 눈은 꼭 나를 향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시선을 피해 이쪽저쪽으로  몸을 돌려 앉았습니다. 그러나 사진속의 엄마 두 눈은 계속  따라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했어요. 무서움에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어요.  장례식에서는 아무렇지도 않던 엄마사진이(손으로 쓰다듬기까지 했는데)왜 그리 무서울까요.

그리고 동생사진이 있었습니다. 

내 칼럼을 빼지않고 읽은 독자는 알 겁니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이 서른 세살에 세상을 떠난 사실을. 그 아이 대학졸업 때 사진이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있길래 떼내었습니다. 이제 엄마도 없는데 누가 그 아이사진을 쳐다 봐주랴 싶어서 미국으로 가져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동생 사진이 엄마사진이랑 같이 놓여있었는데 그 사진도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어요. 액자 있는 쪽으로는 고개도 못 돌릴 정도로.

또 하나, 칼이 있었어요. 사무라이 '니폰도'. 독자 여러분들이 영화에서 본 적 있을 거예요. 종이도 벨 수 있을만큼 날카로운 날의 길고 좁은 칼. 웬 거냐구요? 사연이 깁니다.

오래전 아버지친구가 집을 수리하기 위해 천정을 뜯다가 찾아낸 거랍니다. 아버지친구집은 옛날 일본인이 살던 집이었다고 했어요. 해방이 되자 부랴부랴 도망가면서 서까래에 몰래 숨겨놓았던 칼을 미처 가져가지 못한 겁니다.

아버지가 친구로부터 그 칼을 50만원에 샀다고 했습니다. 장식용으로 집안에 두기 위해. 그랬는데 아버지가 그 칼을 남편에게 선물했어요. 첫 한국방문때 그칼을 본 남편이 신기해하자 아버지가 선뜻 선물로 준 겁니다. 대신 나중에 자기 죽거든 가져가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남편이 그 칼을 갖다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이제 엄마도 없으니 그 칼의 주인은 자기라면서. 

독자 여러분. 세상 살다보면 차라리 안 들으면 더 좋았을 법한 말들이 많습니다. 바로 그 칼에 대해서입니다. 엄마 장례식에 참석키 위해 서울서 내려온 고모부가 그 칼을 보더니 대뜸 그러는 겁니다.

"사무라이 칼이네. 이 칼에 사람의 목이 몇이나 날아갔을까. 몇 명이나 피를 뿌리고 죽었을까?"

아이고, 차라리 안 들었다면 좋았을 말. 그냥 칼인갑다, 하고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무심하게 대했던 칼. 고모부의 말 한마디에 건드리기도 무서운 흉물로 보이는 겁니다. 고모부 말마따나 사람을 죽였을 수도 있었을 칼이 아닙니까. 비명에 죽은 원혼들이 칼에 스며서 우렁우렁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만정이 떨어져서 가져가고 싶지않았지만(국제전화로 두어번 실갱이를 했어요. 못 가져 간다, 가져 와라) 남편이 하도 간곡히 부탁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잊어버리지 않고 갖고가기 위해 문갑 위에다 놓았는데 그 칼이 나를 괴롭힙니다.

엄마사진, 동생사진도 무서운데 그 칼까지 나를  죽을만큼 무서운 기분을 들게 하는 겁니다.

그러나 일체 내색을 할 수 없었어요. 그렇잖아도 엄마를 잃어 경황없는 동생에게  철없어 보일 것 같아서. 

또한 앞으로 큰 올케랑 조카가 그 집에서  살기로 결정했거든요. 아버지랑 엄마가 살다가 아버지가 세상떠나고나자 엄마 혼자 살던 집입니다. 이층집인데 밑에는 엄마 혼자, 그리고 윗 층에는 큰 동생네 가족들이 살았어요. 엄마가 세상을 떠났으니 큰 동생네 가족이 밑으로 내려오고 윗집은 세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그 집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 앞에서 무섭네 어쩌네 입방정을 떨 수가 없었습니다.

밤이 되자 작은 동생내외는 집으로 돌아가고 큰 올케랑 조카 둘과 내가 남았는데 참 큰일났습니다.

올케가 샴푸랑 비누를 주섬주섬 비닐가방에 담습니다. 목욕을 가겠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무서운데 올케까지 없어지면  어쩌노. 그러나 손님치르느라 며칠밤을 새운 올케였습니다. 뜨거운 물에 푹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고 싶겠지요. 가지 말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올케가 나가고 어린 조카 둘과 안방에서 자리를 펴게되었습니다.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라 일단 누웠습니다.  그때까지 추위가 가시지 않은지라 옷과 양말을 착용한 채로. 

그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습니다. 온몸을 업습하는 무서움때문에. 잠이라도 금방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국에 도착한 후 그야말로 뜬 눈으로 매일 밤을 새웠어요. 죽어도 잠이 안 오는 겁니다. 수면제를 용량보다 두세배 먹어도 잠이 안 오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조카는 곧 잠이 들었으나 나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낮에 본 관을 덮은 붉은 천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뜨면 뭐가 내 눈앞에 우뚝 서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눈을 반쯤 감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었습니다. 정말로 아랫니 윗니가 딱딱 마주칠 정도로.

자꾸 엄마와 동생사진과 칼이 있는 쪽으로 온 신경이 집중됩니다. 작은 동생이 나갈 때 밖에다 내놓으라고 할 걸. 그러나 위에도 썼지만 무섭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엄마사진 무섭다는 말을.

그리고 어딜가나 괘종시계가 문제입니다. 고모네같이 엄마 집에도 괘종시계가 마루에 있었어요. 사람 키만큼 큰 시계입니다. 그 집을 사고  집들이를 했을 때 선물로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축, 입택. 머시기 일동' 이란 글자가 하얀색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그 시계가 뎅그렁뎅그렁거리며 시간을 알립니다.그렇쟎아도 무서운데 괘종소리라니! 심장이 쪼그라드는 공포가 온 몸을 에워쌉니다. 여지껏 살면서 그렇게 무서워해보기는 처음입니다.

무당친구와 자면서 문이 스르르 열릴 때도 무서웠던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몇 분안에 일어 난 일이기에 그 공포가 별로 길지않았어요. 그리고 내가 잠이 들었는지 기절해버렸기에 뒷일은 알 수 없었습니다.

올케가 목욕을 하고 돌아오기까지 3시간 가까운데 그 긴시간을 혼자서 공포에 휩싸인채 떨고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 여러여러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참 신기하게도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어제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들던 집이 가족 중 누가 죽고나니 근처에 가기도 싫게 무섭다는 경험. 세상에, 큰동생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답니다. 아버지 초상치른 날 밤,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집이 그렇게 무섭더랍니다.  사람들이 그래요. 망자(亡者)가 정을 떼는 거라고.

어쨌든 지옥같이 더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올케가 삐거덕 대문을 열며 들어오는 소리가 났습니다. 나는 이불을 제치고 벌떡 일어나서 엄마사진 액자와 동생사진 액자와 칼을 들고 현관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들어오는 올케에게 그것들을 갖다 안기면서 말했습니다. 

"얼른 이것들을 정원 멀리에 내놓아라"

올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아니, 왜요? 왜 내다 놓아요?"

"그냥”

설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그냥이라고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