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 A의 몸매가 부쩍 비대해진 것을 최근에 느꼈다. 한동안 살이 좀 빠진 것 같았었는데 요즘들어 다시 예전같아진 것이다.

지난 금요일, 복도에서 마침 A를 만났다. 아니나 다를까, 한달만에 다시 9파운드나 쪘단다.

맙소사! 그새 9파운드나 늘다니!

"힘들어. 정말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어"

내가 경악하는 표정을 보이자 그녀는 우울하고 지친 눈빛으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았어. 음식 조정으로 살을 뺀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 해. 다이어트를 중단했더니 금방 다시 살이 올라버렸지뭐야.예전보다 더 많이,더 쉽게 말이야. 1파운드 빼는데는 일주일이나 죽을 힘을 다 해야했었는데 2파운드가 다시 찌는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더라구....."

살이 잔뜩 찐 그녀의 몸은 바늘로 콕, 찌르면 금방이라도 바람이 슈~하고 빠지는 풍선같아보였다.

A가 채소만 먹는 것으로 살을 빼겠다고 실행한 것은 올해 그녀 생일부터다.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지는 몸무게를 생일날을 계기로 줄여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반드시 살을 빼서  새 사람으로 태어나겠다면서.

처음 얼마동안 그녀는 금방이라도 살을 뺄 것처럼 보였다. 매일 나가서 사먹던 패스트 푸드 대신에 드레싱을 치지 않은 샐러드를 점심으로 먹었고 그녀의 책상위엔 샐러리,꼬마당근,방울토마토등이 간식거리로 준비되었다.

그때 나는 A에게 충고했었다. 사람이 토끼나 소가 아닐진대 어떻게 풀만 먹고 살 수 있냐고. 이렇게 극단적으로 살빼기를 하다가는 곧 지쳐서 나가떨어질 테니 차라리 먹는 걸로 해결할 생각을 말고 운동을 해보라고. 그러나 내 충고를 무시하고 무리한 방법을 강행하더니 한 달만에 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 살 빼는 일이다. 특히 조금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을 가진 사람한테는. 나 역시 물만 먹어도 아니, 공기만 마셔도 살찌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다. 그야말로 먹으면 먹는대로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몸인 것이다.

얼마 전  한 지인이 '이계숙씨는 원래 날씬하니까'라고 말 한 적이 있다. 그 말에 나는 천정이 닿도록 펄쩍 뛰었다. 원래 날씬하다니! 내가 현재의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렸었는데!

나는 거의 하루도 빼지않고 운동을 하는 편이다. 평일에는 직장에서 한 시간 빨리 걷기를 하고 주말에는 집에 있는 러닝 머신을 뛰거나 조깅을 한다. 또한 오전, 오후에 각각 15분씩 있는 휴식시간에는 사무실 안을 뱅글뱅글 돌면서 걷기를 한다. 동료들이 내가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어지럽다고 불평을 하기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잠시도 몸을 가만두지 않는 것이다.

한때는 나도 운동대신에 (나 역시 운동이라면 아주 질색팔색을 했었다.운동이라곤 숨 쉬기 운동이 다였으니까)먹는 걸 줄이는 방법으로 체중을 줄이려고 애써보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누군가. 이 풍진 세상,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인, 먹는데 목숨을 걸고 사는 사람아닌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이 바로 먹는 일인데 먹는 걸 줄이게 되니 살빼기고 나발이고 정말로 세상 살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먹는 건 예전처럼 실컷 먹는 대신에 몸을 움직임으로 체중을 관리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재밌는 것은 운동을 하니 살은 분명히 많이 빠진 것 같은데 체중은 오히려 더 많이 나간다는 것이다. 사람들한테 내 몸무게를 말하면 놀라서 거의 기절을 할 지경이 된다. 자기가 예상했던 것 보다 거의 10파운드는 더 나간다면서.

운동을 하게 되면 지방이 빠지는 대신에 근육이 붙어서 그렇단다. 근육무게가 지방보다 훨씬 더 무겁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살을 빼려고 운동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말해 준다. 절대로 체중계에 올라가지 말 것.

나도 처음엔 조바심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몸무게를 재곤 했다. 그러나 분명 몸은 가벼워지는 것 같은데 몸무게는 오히려 늘어나는지라 얼마나 화가 치밀던지 체중계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살 빼는 일, 세상에서 힘든 일이다. 운동으로 살빼는 일은 더욱 그렇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에 도전해 승리를 얻은 나, 나는 내 자신이 너무도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