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그 기사를 보는 순간 돈 굳었네,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무리 찢고 당기고 부풀리고 채워넣어도  3년정도밖에 나이를 감소하지 못한다는 기사였다. 그러니까 오십살 먹은 여자가  어려지기 위해 온갖 성형수술과 시술을 다 받는다 해도 기껏해야 사십 일곱살이나 여섯 정도로 보이는 효과가 있을 뿐이지 서른 몇살로 보이기는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화장과 의상과 머리 스타일로 서너살 어려보이게 하는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서너살 어려보이자고  굳이 돈, 시간 투자하고 아픔과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성형수술을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어제부터인지 모른다. 인터넷에 뜨는 성형수술 광고를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 늙고 있다는 자각을 하고부터 일 것이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쓸만했는데 올해들어 얼굴이 팍 삭는다. 타는 촛불처럼 급속도로.

오랜만에 나를 본 P씨가 혀를 끌끌차며 말했다.

"너는 어째 가면 갈수록 얼굴이 ‘뺑덕 어멈’ 같아지냐?"

나이 드니까 얼굴 선 자체가 변한다. 원래 갸름한 편은 아닌데 갈수록 넙대대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양쪽 볼은 불독처럼 처지고 팔자주름은 갈수록 선명해진다. 내 트레이드 마크였던 ‘올백 머리’를 이제는 못하겠다. 매끈매끈하던 이마에 가로 세로의 주름이 생기기 시작해서.

처음 만날 때부터 씌인 콩깍지가 아직도 벗겨지지 않은 남편은 세상에서 내가 아직도 제일 예쁜 줄 알지만 나는 ‘비자금’을 몰래 준비하기 시작했다. 언제  한국에 나갈 일이 생기면  쥐도새도 모르게 성형수술을 받고 오려고!

몇몇 여성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나이드는 여자들의 고민들이 한결 같다.처지고 늘어지고 변하는 얼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개선을 해보려고 나처럼 기들을 쓰고 있다.

최근에 안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주름 개선 기능성이 있다는 비싼 화장품들이 제 값을 못한다는 거다. 비싼 화장품을 써본 이들의 경험에 따르면 피부는 타고나는 거지 절대로 화장품을 발라서 젊어진다거나 좋아지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타고나기를 거지같이 타고난 내 피부는 어쩌노. 화장품도 안돼, 성형수술도 효과 없어, 그냥 이대로 살다가 죽어야 한단 말 아닌가? 

최근, 한 음악회에 갔다가 십여년만에 L씨를 만났는데 나는 벌린 입을 한참동안 다물 수가 없었다. 

‘똥 덩어리가 장 덩어리 나무란다’ 는 속담이 찔려서 언감생심 남의 얼굴에 대해 말할 처지가 못되긴 하지만 L씨는 정말로 나랑 비슷하게 생긴여자였었다. 아주 못생긴 여자였었던 것이다. 게다가 보험하는  남편의 일이 제대로 안 되어서 생활에 찌들려서인지 인상마저 아주 좋지 않았었다. 그런데 십여년 안 본 동안 그녀의 인상이 다르게 변해 있다. 편안하고 안정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그동안 잘 있었어요, 하고 나를 보고 웃는데 무어라 표현할 수 있는 기품마저 풍기고 있었다.

Q씨는 삶은 달걀같이 희고 매끄러운 피부에 예쁜 얼굴을 가진 여자다. 게다가 돈도 많다. 그런데 욕심도 많고 심술도 많고 인색하다. 말도 되지 않은 이유로 걸핏하면 소송을 걸어대며 보상금을 요구해서 한인 업소에서는 이 여자가 오는 걸 꺼릴 정도다.

이 여자는 그 많은 돈을 자기 자신에게만 쓴다.  화장품에만 한달에 몇백불을 투자하는데 '시세이도'에서 나오는 '블랙 라인' 아니면 안 쓴단다. 그게 크림 한통에 백불이 넘을 정도로 비싸단다.

그녀가 작년 겨울에 3천불짜리 코트를 샀다고 했다. 돈을 많이 발라서인지  환갑이 내일 모레인데 어디서도 그녀의 모습은 부티가 나고 광채가 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인상은 점점 나쁘게 변해간다. 놀부 마누라같이 험악하게.

여자 나이 50이 되면 미모의 평준화가 된단다.  예쁘고 못생긴 걸로 구분되던 '여자'들이 그냥 ‘아줌마' 란 단어 하나로 뭉뚱거려진단다.

이런저런 모습의 여성들을 보면서 비싼  화장품과  성형수술로 주름 펼 생각보다는 좋은 마음, 너그럽고 편안한 마음으로 인상을 바꾸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세월의 경륜과 아름답고 고운 심성이 묻어나는 인상 좋은 아줌마로 거듭나야지,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긴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