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카페트에다 강아지가 있어 샴푸를 자주 한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뭐가 마음에 안 들어도 끝까지 가는 편인데 최근, 10년 째 샴푸하던 사람을 바꾸었다. 누가 추천한 사람을 한번 써보고서였다.

새로 온 이는 나이많은 흑인이었다. 

그를 처음 본 날 아, 이 사람은 자신의 직업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옷차림새를 보고서였다.

예전 사람은 청바지에 목늘어진 티셔츠를 대충 아무렇게나 걸치고 있었다. 이 할배는 깃 있는 흰 셔츠에 앞 주름이 칼같이 잡힌 까만 바지를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흰 셔츠에 까만 바지가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었다.

바깥에서 신던 신발 그대로 실내를 마구 걸어 다니던 예전 사람과는 달리 할배는 자신의 신발에 비닐을 씌우고 들어왔다. 그리고  샴푸를 하기 전, 벽 모서리마다  보호장치를 씌웠다.  호스가 벽에 흠집을 낼까봐여서였다. 예전 사람은 안 하던 일이다.  

솔직히 샴푸솜씨는 예전이나 할배나 거의 같았다. 내가 감격한 건 소비자를 배려하는 그의 자세였다. 그래서  나는 할배를 계속 쓰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가을부터 신문 배달하는 사람이 바뀌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고하니  드라이브 웨이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신문이  언제부터인지 현관 바로 앞에, 문만 열면 집을 수 있게 놓여져 있어서였다.

도로에서 우리집 현관문까지는 제법 긴 거리다. 현관까지 걸어들어 오려면 차를  반드시 세워야 한다. 그러러면 신문 한 부 배달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새벽에 며칠을 기다려서 신문 배달원을 만났다. 앞으로는 그냥 드라이브 웨이에 던져놓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그동안 배달원들에게 주던 사례비의 배를 넣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었다.

내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소비자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너무나 가상하고 고마웠기에. 그래서 그에 상응하는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소비자의 의무요, 기쁨이라고 생각했기에.  

지난 달, 지인들과 산호세에 갔었었다. 

한국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누비며  책도 사고 식당에서 밥도 먹고 쇼핑도 했는데 한가지 느낀 게 있다.  한국인 종업원들이 직업정신이라는 것도 없고 참 무례하구나 하는 것이다.

손님없이 텅 비어있는 한 가게에 들렀는데 여종업원이 들어서는 우리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어서 오세요 라든지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라는 말도 없이 돌아서서 묵묵히 물건정리만 한다. 

그녀가  아는 체를 해 올 때까지 우리는 한참동안 바보같이 서 있어야 했다. 손님이 들어왔으면 일단은 인사부터 하는 게 예의아닌가.  물건정리가 바쁘면 잠깐 기다려달라고 하든지. 한번 쳐다만 보고 말없이 자기 일만 하다니, 완전히 우리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얼마나 황당하던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실내장식이며 종업원들의 유니폼 등이 타 식당과의 차별화를 꾀한 표가 났다. 그러나 서비스는 빵점이었다.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단 한 명의 웨이츄레스도 우리 테이블을 점검해주지 않았다.별로 바쁘지도 않았음에도 말이다. 보기에도 불결한 개수통이 담긴 수레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테이블만 치울 뿐. 

계산서는 말도 없이 툭 던지듯 놓고 갔고 가져갈 때도  말도 없이 스치듯 지나가면서  집어갔다.

위에 말한 두 업소 다  한국 미디어에 광고를 많이 내는 곳들이다. 아무리  광고를 내면 뭐하나. 서비스가 그 따위인데.

식당도 그렇고 빵집고 그렇고 마켓도 그렇고 맛이나 가격은 다 거기서 거기다. 특출난 곳도 없고 그렇다고 형편없는 곳도없다. 문제는 서비스다,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