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남쪽 미시시피 바닷가 해변에 앉아서 매일 ‘기탄잘리’를 읽었다.  이 시를 쓴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1861-1941)를 오랫동안 잊었다가 동생의 집에서 그의 시집을 본 순간,  나는 과거의 한 시절을 떠올렸다.

단발머리 어린시절 타고르가 한국을 위해 썼다는 시 ‘동방의 등불’을 읽고 희망을 키우지 않았나.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하여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

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기도가 하늘에 닿았나?  만약 타고르가 오늘의 한국을 본다면? 생각하니 멀리서 그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모래알이 반짝이는 한적한 해변을 걸으면서 예전에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타고르의 영적 세계를 이제 편안하게 받아들여서 좋았다.  어쩌면 그의 동양사상이 나의 정서와 코드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타고르 덕분에 가진 명상의 시간은 나에게 평안과 기쁨을 줬다.  

특히 ‘기탄잘리 1’은 철썩이는 파도에 썩 잘 어울렸고 매일 읽다 보니 이젠 외웠다.

‘당신은 나를 무한케 하셨으니 

그것은 당신의 기쁨입니다. 

이 연약한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우시고 

끊임없이 이 그릇을 싱싱한 생명으로 채우십니다.

이 가냘픈 갈대 피리를

당신은 언덕과 골짜기 넘어 지니고 다니셨고 

이 피리로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십니다.

당신 손길의 끝없는 토닥거림에

내 가냘픈 가슴은 한없는 즐거움에 젖고 

형언할 수 없는 소리를 발합니다.

당신의 무궁한 선물은

이처럼 작은 내 손으로만 옵니다. 

세월은 흐르고 당신은 여전히 채우시고 

그러나 여전히 채울 자리는 남아 있습니다.’

요즘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은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태어난 집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은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타고르는 바로 그 한 사람이다.  그는 태어난 지 80년 후, 바로 그가 태어난 집에서 세상을 떠났으니 얼마나 복된 인생인가! 

“…이 가냘픈 갈대 피리를 당신은 언덕과 골짜기 넘어 지니고 다니셨고 이 피리로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