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것을 보는데 불쑥 한 여인이 생각났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특별히 봄 꽃을 연상시키는 여인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테네시주의 낙스빌의 한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은 역시 그 도시를 방문한 한 여인과 인사했다.  낯선 도시의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서로 마음을 연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는 수다쟁이라 쉽게 사귀었다.  다음날 다시 만나서 서로를 조금 더 알게되니 그녀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 꽃이었다.  

미나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 여인이다.  이혼한 엄마가 힘겹게 키운 소중한 외딸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회계사 일을 하다가 사무실 일보다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을 찾아 식당에서 일했다.  그녀가 일하던 식당이 확장하며 그녀도 승급을 했고 또 애틀란타에 지부를 낼 적에 미국으로 왔다.  30년 전의 일이다.  그당시 퓨전스타일 일식당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자 식당은 문을 닫았다.  미나는 그때 만난 미국인과 결혼하여 신시내티로 갔다.  그곳에서 KKK 그룹이 공공연히 집회를 가지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 그녀는 사회정의에 첫 관심을 가졌다. 

미나 부부는 내슈빌로 이사했고 나중에 여러 이유로 헤어졌다.  내슈빌에서 홀로서기를 하던 미나는 한 남자를 만나 재혼했다.  그때 아직 젊은 시어머니가 치매증상을 보여서 두 사람은 아이 갖는 것을 포기하고 어머니를 돌보기로 했다.  그렇게 몇 년 극진한 돌보임을 받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쉴 틈도 없이 다음에는 치매를 앓던 시할머니와 시할아버지를 모시게 됐다.  그녀는 노인들을 돌보면서 간간히 시민활동에 참석하며 미국 사회에 시야를 넓혔다.  시할아버지와 시할머니가 차례로 돌아가신 후,  일본에 혼자 사시던 친정어머니를 모셔왔다.  80이 넘은 어머니는 정정하시고 내슈빌의 자연환경을 즐기시며 딸네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신다. 

미나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며 사귄 시의원이 퇴임하면서 시의원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한 것을 받아들였다.  막상 그녀가 출마를 선언하자 4명의 남자 후보자들이 나섰다.  특별한 교육이나 전문직을 가지지 않은 그녀가 유권자의 90 퍼센트가 백인인 지역에서 선출됐다.  오랫동안 어른들을 모시며 사회봉사를 했던 그녀의 스토리가 반영되었다.  사람이 환경을 만들고 환경이 사람을 만들었다.  내슈빌의 시민은 67만명이 넘고 지역도 40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녀는 40명 시의원의 한사람으로 내슈빌의 행정에 직접 참여했다.  처음 만난 날,  미나는 슬쩍 내슈빌을 홍보하며 꼭 찾아오라고 당부했다.

노인들을 돌보며 피곤해도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 꾸준히 사회에 기여하는 그녀의 행동에는 인간애가 있다.  특히 늙고 병든 집안 어른들의 노후를 정성껏 모신 그녀의 삶의 자세는 무척 아름답다.  그렇게 이민자에서 주류사회에 당당하게 자리매김을 한 그녀의 스토리는 나에게 신선한 충동이었다. 

오늘은 참으로 오랜만에 미나와 오랫동안 전화통화를 했다.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가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여전히 봉사활동 열심히 하며 어머니를 잘 모시는 그녀의 밝은 목소리에 나의 하루는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