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부터 몽고메리에 사는 한인 여인들 몇과 정기적으로 모여서 친목을 도모하는 수다 모임을 가졌다.  코비드 팬데믹을 견딘 서로의 근황을 나누다가 좀 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지자고 매주 주제를 선택하고 그에 대한 견해를 나누었다.  세상 돌아가는 물레바퀴에 함께 돌며 서로의 관점을 자유롭게 나누니 각자의 체험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줬다. 

그러다가 올 봄에 수다 모임은 새롭게 변신했다.  전에 뉴햄프셔주에 사는 지인이 글동무들을 가진 것을 자랑하며 나를 약올렸었다.  그가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퇴직한 사람들과 모여서 서로 격려하며 글을 쓰니 재미있다고 했을 적에 나는 글동무들을 가진 그를 무척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나도 서로 신선한 충동을 주며 좋은 글 쓰도록 격려하는 글동무들을 만났다. 

나이도 다르고 이민 온 해도 다른 여인들이 전설적인 영웅 킹 아서의 테이블을 닮은 한 집의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첫 모임에서  “무슨 제목이 좋을까?”  하니 한 여인이 우연이 아닌 우리의 만남에 떠오른 것이 ‘인연’이라며 그것을 제안했다.  모두 동의하고 20분 동안 흩어져서 ‘인연’에 대한 글을 썼다.  그리고 다시 둥근 테이블에 둘러 앉아서 글을 읽었다.  타인이 읽어주는 내 글에는 색다른 맛이 붙었다.  각 멤버들의 알찬 글에 “와우” 감탄이 연거푸 나왔고 첫 시도에서 대단한 저력을 발견한 기쁨이 컸다.  삶의 잔잔한 기쁨이 우연하게 찾아왔다.

우리는 매주 만나서 각자 떠오른 단어를 쓴 쪽지를 접고 섞어서 그 중에 하나를 뽑아서 그날의 제목으로 삼는다.  좋은 발상이 웃음을 주고 또한 멋진 제목이 된다.  우리는 인연에 이어서,  고향,  남편,  불개미,  커피 등 제목으로 글을 쓰고 나누어 읽었다.  20분안에 제목을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은 도전이며 동시에 자신을 들어내는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모두 진지하게 어떤 주제라도 먹을 수 있는 에릭 칼의 아주 배고픈 애벌레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글을 통해서 여인들의 삶을 읽는다.  아기자기한 인생철학을 가지고 세상을 관조하는 여인들의 당당함이 사랑스럽다.  봄의 싱싱한 기운을 타고 시작한 글동무들과의 인연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지 흥분되고 훗날 모두 아름다운 나비들로 변신하는 꿈을 꾼다.  그리고 지금은 그들과의 인연이 축복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