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다운타운에서 열렸던 북 클럽 모임에 참석하며 좋은 체험을 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같은 책을 읽고 느낀 점들을 나누었다. 내가 간파하지 못했던 점들을 알게 되었고 독자의 배경과 관심에 따라서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는 방식이 천태만상이라 재미있었다. 덕분에 혼자 읽어서 얻는 것 보다 더 많은 의미를 얻었다. 매달 소설이나 비소설류에서 평이 좋은 신간을 선정했기에 사람들 관심의 동향조차 감지할수 있었다. 그러나 멤버들이 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져서 아쉽지만 탈퇴했다.

가끔 한인들을 만나면 욕심이 났다. 오랜 세월 한국을 떠나 살면서 잃어버린 고국의 정서를 되찾고 싶었다. 책은 바로 그 지름길이 아닌가. 벼르기만 하다가 드디어 희망을 현실화 시켰다. 작년 여름, 앨라배마 몽고메리 한인회를 통해서 북 클럽 회원을 모집하는 광고를 냈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여자들과 8월에 만나 그달의 책을 선정했다. 낯선 사람들과의 사귐이라 조심스러웠다. 9월부터 삼면의 벽이 책들로 둘러싸여 있는 한인회관의 도서관에서 모임을 가졌다. 책은 한국을 방문한 회원이 구해오거나 도서관에서 선정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났다.  

한국책을 읽고 모여서 토론하면 마음은 모국을 방문했다. 격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스토리에는 고향의 흙이 묻어왔다. 처음 읽은 책이 박완서의 소설 ‘그 남자네 집’ 이었다. 첫 사랑에 얽힌 아련한 아픔이 사회 변화에 따른 구구절절한 사람살이로 정감을 불러 일으키자 자연히 어머니의 추억으로 연결되었다. 그 다음 선정한 책이 스토리를 연결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멤버들에게 침묵의 순간을 주었다. 봉사와 희생의 삶을 사는 어머니는 가슴에 직결된다. 가족의 중심인 어머니의 갑작스런 부재가 가족 구성원 각자에 물살되어 끼친 영향은 그저 스토리로 멈추지 않았다. 시대와 문화를 포괄한 매력적인 주제인 어머니로 작가는 사람의 모습을 멋지게 풀어냈다.

권비영의 ‘덕혜옹주’는 구한말의 격동기로 데려갔다. 황녀를 둘러싼 주인공들은 불운한 시대의 희생자들이다. 조선왕국의 말로와 덕혜옹주의 삶을 현실감과 흥미력이 뛰어나게 묘사했다. 흥미가 앞장서 보여준 진실성의 그림자에 한 많은 덕혜옹주의 참모습을 더욱 궁금하게 했다. 그리고 각자의 마음속에  “한국인으로 자랑스럽게 살아왔나? 자랑스럽게 살아가나?” 질문을 주었다. 고전작품들은 어릴적에 읽고 느꼈던 감동보다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심훈의 ‘상록수’로 만난 1930년대 참신한 젊은 애국자들은 올바른 사람이 되기위한 교훈을 상기시켰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과 여러 단편들에서 본 1920년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던 지식인들의 갈등과 도덕의식이 현재 방황하는 한인들의 모습에도 보였다. 

비소설인 ‘유엔 미래 보고서’는 2025년 지구상의 미래를 예상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유럽, 북 아메리카,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로 분류한5 대륙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기술등 다방면에 걸친 변화의 상황을 날카롭게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한 정보서였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선 내부를 봐야하는 것은 진리다. ‘사람과 기술의 변화를 읽으면 미래가 보인다’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살면서 두텁게 껴입은 여러 가식의 옷들을 벗을수 있도록 한 신선함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성모 꽃마을 호스피스에서 말기 암환자를 돌보는 박창환신부가 ‘이 목 좀 따줘’에서 소개하는 스토리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진정한 삶의 의미에 더불어 진실된 봉사정신이 가득해서 가슴에 손을 얹게했다. 한국사회의 여권신장에 부합한 이지성의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에서는 작가의 의도에 질문을 가지기도 했고 2000년대의 사회상과 시대 변화에 영향받는 사람의 심리를 파헤친 손장순씨의 ‘작두’외 여러 단편을 읽으면서 변한 모국과 모국인들을 만났다. ‘작두’ 의 기계치 주인공인 아날로구 작가와 뜻이 맞았고 나도 그처럼 ‘북적거리는 지옥’보다 ‘한적한 천국’ 을 선호했다.       

매달 모임에서 느끼지만 회원 각자가 북 클럽에 기여하는 분야가 달랐다. 각 개인의 감정의 실타래가 씨줄과 날줄로 밸런스있게 잘 어울려서 저자의 의도에 다가간 멋진 독후감을 만들었다. 이번 모임에서 몽고메리 북 클럽 멤버들은 1주년을 기념했다. 마침 송편과 전을 가져온 회원이 있어서 모국의 추석명절 정감속에서 읽고 나눈 책들의 내용처럼 풍성한 사랑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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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은 매달 첫 번째 토요일 오전 10시30분에 몽고메리 한인회관내 도서관에서 모입니다.

참석 원하시는 분…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