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세상구경 가실래요?” 74세인 아들 왕일민씨는 99세인 어머니에게 세상구경을 권했다. “그래. 떠나자. 죽기 전에 세상구경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어.” 어머니는 선뜻 동의했다. 어머니의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아들이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기 위해서 어머니가 가장 하시고 싶었지만 하시지 못했던 여행을 제안했다.  

그러나 가난한 모자에게 편안하게 여행할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다. 아들은 어머니가 겨우 누울 수 있는 크기의 수레를 만들어 세발 자전거의 뒤에 달았다. 수레는 동서남북으로 창문을 많이 만들어서 어머니가 맘껏 밖을 내다 보시도록 배려했다. 두려움과 걱정은 접고 용기를 내어서 여행준비를 했고 마음을 다졌다. 난생 처음 가는 여행길이라 곱게 차려입고 “애비야, 설렌다.” 며 수레에 올라 앉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중국의 가장 북쪽에 있는 탑하에서 어머니가 가보시길 원하는 ‘세계의 지붕’인 티베트의 서장을 향해서 아들은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기분 참 좋다. 정말 좋아!”하시던 어머니는 “쉬엄쉬엄 가자. 세상에 바쁠 것 없는데” 라며 페달을 밟는 아들이 힘들것을 걱정하셨다. 노출된 아들은 어떤 기상 상태도 감수하며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고 가파른 언덕길에서는 밧줄에 자전거수레를 묶어서 끌면서 남쪽으로 내려갔다. 눈 앞에 펼쳐지는 세상의 신비에 감동하며 소소한 기쁨을 주는 정경을 즐기던 모자는 자연스레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 그들은 가는 길 곳곳에서 자연의 속도에 걸음을 맞춰 사는 순박한 사람들을 만나 정을 나누면서 변하는 환경에 적응했다. 험난한 산길에서 헤매기도 하고 병치레도 했지만 광활한 중국대륙을 지나며 평생 처음으로 보는 색다르고 아름다운 경치에 행복해하시는 어머니 옆에서 아들도 함께 행복했다.

또한 모자는 여행길에서 역사의 변동에 휩쓸렸던 아픈 과거를 만나고 그리고 변화를 목격하며 자연의 치유를 받는다. 자전거수레로 이색적인 여행을 하는 모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는 그들이 여행길에 마주친 여러 힘든 상황들을 순탄하게 도와 주었다. 계절의 변화와 고령의 어머니 상황에 맞추어 여행길을 조절하던 아들은 마음의 휴식처인 어머니가 진정한 고향임을 깨닫는다. 동시에 순간순간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함을 느끼는 소중한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노구인 그가 모든 장애를 극복할수 있었던 저력은 어머니를 향한 그의 깊은 사랑에서 나왔다. 힘든 여행길에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면서 행복을 선사하려고 노력한 아들의 효심은 눈이 부시게 순수했다.

노모를 자전거수레에 모시고 페달을 밟아서 무려 삼만 킬로 미터의 거리를 여행한 76세 아들의 효행은 중국대륙을 감동시켰다. “너와 세상구경 하는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참 좋았다.” 던 어머니는 2003년 103세 생일을 이틀 남겨두고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그러나 목적지였던 서장을 보지 못한 어머니는 당신을 화장해서 꼭 서장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백발의 아들은 어머니를 잃은 아픔과 상실감을 딛고 어머니의 영정과 유해를 안고 다시 자전거수레의 페달을 밟았다. 노약한 아들은 온갖 고초를 겪지만 그를 후원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서장에 도착하여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자신도 자연의 흐름 속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며 감사히 살기로 작정했다.

상상만해도 어깨가 움츠려드는 왕일민노인과 모친의 세상나들이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인생의 막바지에 들어선 모자가 나눈 초연한 사랑이야기다. 중국인들을 감동시킨 이들 모자의 기적같은 여행은 한인 작가 유현민씨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그는 2년여의 노력끝에 왕일민씨를 만났다. 그리고 왕일민씨의 목소리가 되어 ‘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이라는 책을 묶어냈다. 차분하게 일인칭으로 들려주는 노인의 여행기는 성급하게 사는 현 시대 사람들에게 삶을 관조하고 순리대로 사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연의 흐름을 외면하고 부모공양 하는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효도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이런 효도를 받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나의 어머니께 진심으로 사죄했다.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서 인생여정의 아름다운 종말을 보여준 왕일민노인과 그의 어머니를 생각한다. 올 연말에는 어머니가 먹고 싶다는 칼국수를 만들기위해 진흙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밀가루 반죽을 밀었던 늙은 아들의 마음을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