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인의 장지에 갔을 적이다. 짧은 의식이 끝난 후 유가족이 조문객들에게 삼각형으로 접힌 종이를 하나씩 나눠줬다. 한쪽을 펴니 그 안에는 놀랍게도 날개를 접은 나비가 숨죽이고 있었다. 접힌 조각을 완전히 펼치니 잠시 가늘게 날개를 뒤척이던 나비가 훌쩍 날아갔다. 풀밭에 내려앉아 버둥거려 안타까웠던 나비도 어느 순간 날아가고 흔적도 안 남겼다.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떠도는 영혼의 그림자일까? 어딘가로 사라진 나비는 사랑을 주고 이 땅을 떠난 아름다운 사람의 뒷모습을 연상시켜서 슬그머니 미소가 나오고 마음이 따스해졌다.

묘지를 떠나며 세상만사에는 때가 있다는 구약성경의 코헬렛3장이 떠올랐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고칠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간직할 때가 있고 던져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음을 깨닫고 어떤 일에든 적응하며 순리에 따르라고 가르친다. 그 적절한 때를 제대로 이해하며 사는 것이 현명한 삶의 자세이지만 그것이 쉽지않다. 어떤 사태를 직접 당면하면 머리와 마음, 냉철한 사고와 폭발적인 감정, 이런 요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서 지혜롭게 대처하기가 어렵다. 

나에게는 세상의 어떤 일보다 적응하기 힘든 것은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이다. 이별의 때다. 세월이 지나 아픔은 무뎌져도 그리움은 여전하다. 올 가을도 가슴에 머문 사랑하는 사람들과 쓸쓸한 계절을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