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오해 #4. Here & Now를 Fully Embrace & Appreciate 하는 것이 Mindfulness 마음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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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3-19 07:31:24
"오렌지를 먹기 전에 그 색과 향을 먼저 충분히 음미하세요. 이제 입에 넣고 천천히 느껴 보세요. 전엔 몰랐던 색이나 맛을 알게 될 거예요. 모든 생각들을 내려 놓고,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에만 집중해서 온전하게 느끼고 누리세요." 류의 힐링 상품이 mindfulness라는 이름으로 성행한다. 이런 훈련이 바쁜 현대인에게 잠시 여유를 제공한다는 의의는 있고 그렇기에 의학적 목적으로도 활용되는 것이지만, 부처님이 말씀하신 마음챙김은 '지금 여기'에서의 경험에 온감각을 열고 집중, appreciate하여 행복을 최대화하는 Carpe Diem 내지 소확행이 전혀 아니다.
100년동안 쉬지 않고 문답을 계속해도 마음챙김에 대한 얘기거리는 바닥나지 않을 것이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MN 12). 초기경전이 마음챙김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찾아 보자.
- Unskillful을 발견할 때마다 마치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그렇게 즉시 불을 끄려는 강렬한 욕망, 노력, 근면, 분투, 마음챙김, 경각심을 쏟아야. (관조만 하는 게 아님.) -- AN 10:51
- Unskillful한 (탐진치가 들어 있는) 것은 제거하고 skillful한 (탐진치가 없는) 것은 증장시키는 것이 Right Effort. -- SN 45:8
- Wrong resolve를 제거하고 Right Resolve에 머무는 것이 Right Effort이며 Right Mindfulness. -- MN 117
- 성(城)의 보초가 철두철미한 경계를 늘 유지하면서 누군가가 성 안으로 들어오고자 할 때 문을 열어 줄지 말지를 결정하듯 unskillful한 것이 들어오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이 mindfulness. -- AN 7:63
- 오래 전의 일들까지 세세하게 기억하는 것이 mindfulness. -- SN 48:10
- 아이돌 그룹이 찾아와 난리가 난 마을에서 넘치기 직전까지 기름이 가득 담긴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무대와 관중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데, 게다가 누군가가 칼날을 내 등에 들이대고서 "기름을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그 즉시 이 칼로 네 머리를 날려 버리겠다!"며 쫓아온다. 이 때 기름 한 방울에 내 목숨이 걸린 그런 절박함으로, 마음챙김이 한 방울도 흘러나가지 않도록 세상사에 한눈팔지 않는 것. 이런 집중상태를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게 mindfulness. -- SN 47:20
- 소의 껍질을 벗겨 놓으면 온갖 짐승들이 달려 들어 그 드러난 생살을 뜯어 먹듯이, 감각을 통한 느낌/감상을 추구하는/집착하는 것은 자기 몸의 껍질 벗겨 짐승들에게 내어 놓는 만큼이나 위험한 일. -- SN 12:63. ( => 감각에 집중하는 힐링상품으로서의 마음챙김이 부처님의 마음챙김과 오히려 정반대라고도 할 수 있는 이유. )
- "(탐진치의 폭류 속에서) 네 자신과 佛法을 섬=피난처로 삼아라."는 말씀에서 ‘네 자신’은 '사념처 (호흡/몸, 느낌, 마음, 마음자질)에 집중하는 마음챙김'을 의미함을 DN 16은 명시하고 있다. "네 가슴을 따라라."거나 "진리는 상대적이다." 류의 얘기가 전혀 아니다. ("스스로 네 자신의 등불이 되어라"라는 번역도 종종 보이는데 잘못된 번역이라고.)
8정도의 n번째 요소 X가 첫째 요소인 Right View부터 n-1번째 요소까지 모두 갖추었을 때만 'Right X'라 부를 수 있는 것이므로, 7번째 요소인 Right Mindfulness는 Right View부터 Right Effort까지 모두 갖춰진, '내 마음 안에 이미 있던 탐진치를 제거하고 더이상 들어오지도 못 하도록 예방하는 일'이다. 즉, 마음을 안정시키되 정확한 분별이 가능한 수준의 각성은 유지해야 한다. 특히 사물/사건이 감각 (5감+이성)을 통해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오면 기분 좋다/나쁘다/덤덤하다의 느낌이라는 반응이 일어나고, 이 느낌에 따라 탐진치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새로운 행동 (생각, 감정, 말 포함)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감각적 자극원들에 대한 관심을 끊고 호흡에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자연이나 예술작품 감상은 마음챙김과 무관하고 불교가 추구하는 종류의 행복도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아름다운 대상!이 아닌 그 대상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나!의 마음에 집중하면서, 나의 집중이 외부의 감각자극에 의해 흩어졌음을 알아차리고 관심을 다시 내 호흡/몸으로 가져오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부처님은 어느 한 순간도 나의 주의가 내 심신에 대한 자각상태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어느 한 순간도 균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해탈은 결국 모든 먹이를 끊는 일인데, 수행과정에서는 선정의 행복만을 먹이로 삼으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이조차도 어려운 초심자나 재가자의 경우엔 무언가를 즐길 때라도 그 속에 푹 빠져 그야말로 '무아지경'은 되지 않도록 정신줄을 붙잡고 있어야 한다. 불이론/일원론이 영성의 핵심이라고 믿는 이들에게는 상식적 의미의 '무아지경'이 영성의 일종일지 몰라도, 이건 부처님이 가르치신 마음챙김과는 정확히 정반대인 것이다.)
이렇듯 호흡/몸, 느낌, 마음, 마음자질에 순차적으로 “in and of itself” 집중하는 동안 세상과 그 안에서의 '나'에 대해서는 잊을 수 있고 becoming (bhava)이 잦아들기에 해탈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그래서 마음챙김이 불교의 수행에서 그렇게도 중요한 것이다. 8정도의 7번째 요소인 마음챙김은 8번째 요소인 선정으로 직행하는 다리이며 24시간 유지해야 하는 태도/상태다. 그 상태에 도달하는 방법을 설명하신 것이 SN 54:1, DN 22, MN 118 등인데, body, feelings, mind, mind qualities의 4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과정을 16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4가지의 대상이 내게 어떻게 경험되는지 그 인과만을 살피는 방법으로서, 세상과 나를 완전히 분리하여 becoming을 제거하는 현상학적인 접근법이다. 마음챙김 자체는 태도/상태이지만, 마음챙김 명상이라고 한다면 이 16단계를 가리키게 된다.
해탈은 대자연의 道를 깨닫거나 우주/섭리와 하나되는 게 아니라 (불이론/일원론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님), 오히려 정반대로 우주/세상이라는 매트릭스의 헛점을 찾아 내어 그 시스템으로부터 탈출하는 일이다. 동서고금 모든 聖人들은 대자연의 진리/섭리를 깨달은 후 그걸 따르라는 가르침을 남긴 분들이지만, 부처님은 이 무한한 우주 매트릭스의 바늘구멍만한 헛점을 찾아 내어 그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방법을 가르치신 분이다. 道라는 단어를 해탈에 이르는 ‘길‘/’방법’( =8정도) 아닌 ‘우주의 진리/섭리’라는 형이상학적 철학적 의미로 사용하는 분들은 도가/도교의 제자이지 부처님의 제자가 아닌 것이다.
또 평정심이라도 분별력이 없다면 녹조라떼 같은 마음인지라 (SN 46:55), 분별/판단 없이 현실을 무조건 수용/긍정하는 것은 마음챙김이 아니다. 무슨 신비한 환각제나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기공류의 건강법이나 양생술도 아니며, "모든 것이 불완전한 그대로 완전하다" 류의 언어유희도 아니고, '지금 여기'가 과거나 미래보다 더 중요하다는 얘기 역시 아니다.
초기경전에서 부처님은 누군가가 어리석게 행동할 때마다 항상 "그게 너에게 장기적으로 행복을 가져오겠느냐 고통을 가져오겠느냐?" 묻곤 하셨다. '내가 이 행동을 할 경우 장기적으로! 나에게 행복이 될 것인가 고통이 될 것인가?'를 자문하는 것이 Right View의 첫걸음이라고도 하셨다. 불교수행은 현재에서의 행복 최대화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미래의 행복 최대화를 위해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미래의 행복이란 물론 윤회로부터의 완전한 탈출인 해탈을 의미하며, 해탈에 미치지 못 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곳으로 윤회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그러나 과거나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이 없기에 ‘지금 여기’에서의 skillful한 (해탈에 도움되는, 탐진치 없는) 행동 최대화에 노력하는 것이며 (타니사로 스님은 지금 여기를 "continual construction site," 즉 업의 건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소라고 부르신다.), 그 행동이 가져오는 현재에서의 즉각적 행복은 수행의 부수적 효과다.
[*] 마음챙김 명상/확립 16단계 (SN 54:1, DN 22, MN 118)
1. First Frame: Mindfulness of Body
1.1. 긴 들숨/날숨.
1.2. 짧은 들숨/날숨.
1.3. 몸 전체의 각 부위의 감각을 관찰하며 호흡.
1.4. 몸을 안정시키며 호흡.
2. Second Frame: Mindfulness of Feelings
2.1. 희열 (refreshment)이 느껴지도록 호흡.
2.2. 편안함 (pleasure)이 느껴지도록 호흡.
2.3. perception 등의 마음 작용 (mental fabrication)을 시도, 관찰하며 호흡.
2.4. 마음 작용을 안정시키며 호흡.
3. Third Frame: Mindfulness of Mind
3.1. 마음 상태를 관찰하며 호흡.
3.2. 적당한 수준의 내적 에너지와 심신의 쾌적함이 일어나도록 호흡.
3.3. 마음이 안정되도록 호흡.
3.4. unskillful한 자질/작용을 가라앉히면서 호흡.
4. Fourth Frame: Mindfulness of Mental Qualities
4.1. inconstancy를 생각하며 호흡.
4.2. 욕망 (희망과 소망 포함)을 가라앉히며 호흡.
4.3. 궁극적으로 고통/스트레스로 연결될 모든 것의 정지를 생각하면서 호흡.
4.4. 해탈을 생각하며 호흡.
'Sammāsati = Right Mindfulness의 구성요소들에 대한 잘못된 이해'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1605087459863331
’선정, Perception, 상카라‘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1570658569972887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오해 #24. 단순 관조가 마음챙김/지혜?'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2061549084217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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