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n 3:12
‘고와 고의 소멸’이라는 이분법!을 이해해야 해탈할 수 있다고 이 경전에서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인 vs. 과, 선 (skillful. 해탈에 도움되는, 탐진치 없는) vs. 악의 분별과 실천이 수행이라는 얘기. 부처님이 이분법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신 흔적이 초기경전엔 없다. 오히려 4성제와 12연기 등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은 인 vs. 과, 고 vs. 고의 소멸이라는 이분법에 대한 얘기이며, 수행이라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 vs. 싫어하는 것'의 이분법적 사고를 '해탈에 도움되는 것 vs. 도움되지 않는 것'의 이분법적 사고로 전환!하는 일이지 이분법 자체를 폐기!하는 일이 아니다.
2. Iti 2:12
모든 존재들에 대한 자비심에서 부처님이 주신 가르침 두 가지. 첫째는, unskillful을 unskillful이라 볼 것. 둘째는, unskillful을 제거하여 해탈할 것. Skillful vs. unskillful 구별을 하지 말라는 말씀을 부처님은 하신 적이 없고, 수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해탈에 도움되는 것인 skillful과 도움 안 되는 unskillful에 대한 분별!의 실천이다. 8정도의 요소들이 Right View, Right Concentration 등으로 불리는 것도 Wrong View (틀린 견해), Wrong Concentration (잘못된 선정)이 있다는 얘기다.
3. DN 11
해탈의 경지에서는 길고 짧음, 거칢과 섬세함, 깨끗함과 더러움, 정신 현상과 물질 현상이 모두 끝난다고 한다. 그러나 길고 짧음, 거칢과 섬세함, 깨끗함과 더러움, 정신 현상과 물질 현상 (name and form) 같은 쌍(pair)들뿐 아니라 물질 세계를 이루는 기본 요소들인 지수화풍 (이분법과 무관한)까지도, '해탈하여 윤회를 벗어난 차원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에 포함되어 있다. 2분법적 방식이나 4분법적 방식으로 사고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며, 이분법을 초월하면 해탈한다는 류의 주장과도 무관하다. 또 의식 (5감각과 이성에 의한 인지 작용) 역시 해탈의 차원에선 종료되어 있다고 말하는데, 모든 걸 내려놓는 일은 8정도 완성 후에나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4. DN 21
( -> : '야기하다 / causes' or '낳다 / give birth to'를 의미 )
papañca (perceptions & categories of objectification)
-> vitakka (directed thought, 제1선정의 필수요소)
-> desires
-> likes & dislikes
-> envy & stinginess
-> hostility, violence, rivalry, ill will.
위 DN 21은 likes & dislikes를 언급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2분법에 대한 비판으로 흔히 오해되지만, 이런 논리라면, DN 11은 지수화풍을 언급했으니 4분법적 사고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러나 DN 11도 DN 21도 이분법적 혹은 사분법적 사고를 안 하면 해탈한다는 가르침이 전혀 아니다. 시비 (right vs. wrong)를 분별하는 것이 8정도의 첫 요소인 Right View라고 MN 117이 말하듯, 부처님의 가르침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 vs. 행복, 단기적 행복 vs. 장기적 행복, skillful vs. unskillful의 이분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걸 구분하는 것이 분별력=지혜이고, 위빠사나라는 것도 명상기법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사유하고 적용하는 일이다. “일원론적 사고는 좋고 이분법적 분별/판단은 나쁘다.” 자체도 이미 이분법적 분별/판단이라는 사실에 이런 논리의 모순/문제가 있다.
또 생각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고도 잘못 해석되지만, 어디까지나 'papañca' (self-objectification)에 대한 비판일 뿐. 빠빤쨔를 '생각,' '사량,' '분별,' '희론' 정도로만 대개 해석하는데, 호남선을 타야 하는 상황에서 영동선을 타는 것과도 같은 매우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5. MN 31
수행자들의 몸은 각각이어도 마음은 하나인 것.처.럼. ("우린 하나"라고 단정짓지 않았음) 생활하고 있다고 Anuruddha가 부처님께 말씀드리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건 수행자들 각각이 나' 중심 사고를 버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철저히 충실하게 생활한 결과이지 "본래 나와 남의 구분도, 부처와 중생의 구분도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처님은 自他不二를 말씀하신 적이 없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며 나는 우주와 하나"라는 것도 결국 'I am X'라는 자기정체성인데, 이런 자기정체성은 聖者가 되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10 족쇄들 중 가장 먼저 떨어져나가는 3개 족쇄에 포함된다.
6. AN 10:29
물아일체 (物我一體) 혹은 nonduality (advayam)의 경지 10가지를 예로 들면서, 선정의 이런 경지들조차 작위적 집중노력에 의한 상카라일 뿐 해탈과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Nothingness/emptiness나 non-duality는 명상 시 거쳐가는 인식 (想, perception)의 단계들일 뿐, 비이원론이 우주의 진실/진리라는 얘기도 해탈의 필수조건이라는 얘기도 아니다. (해탈은 Nothingness/emptiness나 non-duality 이전 단계의 선정만으로도 가능하다.)
7. SN 12:15, SN 12:48
SN 12:15와 SN 12:48은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생각도 하나의 극단이고 아무 것도 존재 안 한다는 생각도 반대쪽 극단이다." 같은 얘기들을 하는데, 이런 경전들에서 부처님이 존재 vs. 비존재를 언급하신 이유도 이분법 비판이 아닌 다른 데에 있다.
당대에 퍼져 있었던 다른 전통들의 교리가 정확한지를 무수한 사람들이 계속 부처님에게 와서 물었다. '나'라는 게 있냐 없냐, ‘나’라는 게 있다면 영원하냐 아니냐, 정신과 육신이 하나냐 둘이냐, 만물은 본질적으로 하나인 것이냐 제각각이냐, 우주는 무한하냐 유한하냐 등등. 빠빤쨔 (Papañca)는 우리로 하여금 '먹이' (물리적 정신적 만족)를 추구하게 만들며, 그 추구를 위해 세계관/우주관을 발달시키고 그 세계/우주 안에서의 '나'에 대한 정체성도 발달시키기에, 그래서 사람들이 부처님께 이런 질문들을 한 것. 그러나 '나'/'존재'라는 것에 관심을 집중하는 한 그 관심 자체가 '나'/'존재'를 지속하게 만들고 따라서 윤회를 계속하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 부처님의 발견이었기에 (AN 3:33~34), (i) '고와 고의 해결'에 대한 문제만, (ii) 4성제/12연기의 관점에서만, (iii) 촛점을 행위자 아닌 행위 자체에만 두고서 (AN 4:24, Ud 1:10) impersonally 사고, 행동하라고 부처님은 가르치셨다 (DN 1, MN 2, MN 63, MN 72, SN 12:12, SN 12:15, SN 12:20, SN 12:48, SN 41:3, SN 44:10 등). 다시 말해, 이원론 비판이 목적이 아니고 "무조건 중간치만을 추구하라"는 의미도 아니며, 인과 중심 사고로의 유도가 목적이었다는 얘기다.
Wherever one’s selfhood [atta-bhāva] turns up, any action performed with greed, aversion or delusion will ripen. Where that action ripens, there one will experience its fruit, either in this very life that has arisen or further along in the sequence. (탐진치로 인한 행동의 결과는 ‘나’라는 관념이 나타나는 곳에서 무르익을 것이다. 그리고 이승이든 내세든 그 무르익은 결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 AN 3:34
8. 결론
부처님 자신이 고통 vs. 행복, unskillful vs. skillful, 원인 vs. 결과의 이원론적 관념들을 사용해 수행하셨고 가르치셨는데 (MN 19) 이분법 자체에 무조건 반대하셨을 리는 없다. ‘이원론 vs. 불이론/일원론’의 구분 자체가 이미 이원론인데 이분법적 사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 부처님의 의도였다면, "부처님은 당신은 이분법적 사고를 하면서 남들에겐 하지 말라고 한 내로남불이었다."고 주장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세상을 '선 vs. 악' or '옳음 vs. 그름'으로 구분하는 것이나 '일원론 vs. 이원론'으로 구분하는 것이나 이분법이기는 마찬가지이며, "옳고 그름이라는 것도 상대적"이라는 관점은 사실 옳고 그름의 초월 (transcendence)이 아니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재정립/재배열 (realignment)일 뿐이라는 것이 타니사로 스님의 통찰이다.
'상대주의와 일원론은 옳고 그름의 '초월'이 아니라 '재정립'에 불과'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1566996033672474
코로나 (탐진치)에 감염된 사람은 스스로를 격리하고서 자기치료에나 집중하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최급선무이고 또 남들을 위해서도 최선의 이타행이다. 이렇듯 수행은 결과적으로 나와 남 모두를 위하게 되는 행위라는 얘기일 뿐, 나를 위하는 일과 남을 위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는 말이 "나와 남의 구분 없이 우리는 하나"라는 얘기인 건 아니라는 말이다. 자타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어리석은 이에 대해서는 측은지심을 갖되 (AN 5:162) 멀리하거나 끊으라든가 (Sn 2:4, SN 17:3, Ud 8:7) 수행의 수준이 자신보다 높거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거든 가까이 하고 그러지 못 한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n 1:3, MN 128)는 부처님 말씀은 비유가 아니다. 그 어떤 神보다도 우월한 부처님조차 업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누구의 업도 대신 해결해 주시지 못 하고 (Dhp 276) 오직 스스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며, 12연기도 무지의 해악에 대해 설명일 뿐 "니가 있기에 내가 있고 내가 있기에 니가 있다."거나 "불교의 깨달음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며 우리는 하나."라거나 그런 게 전혀 아니다. 오히려 12연기는 '매순간을 무지로써 대함 vs. 인과에 대한 이해로써 대함'의 이분법!에 대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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