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 안의 내용은 번역자가 추가하는 보충설명이며, 맨아래 '추가'란의 내용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잠시 접어 두고 goodwill로 명상을 시작함으로써 마음이 지금 여기에서 안정되도록 해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마음에 있을 경우 현재에서 바른 마음챙김 (기억, alertness, ardency의 3요소를 갖춘)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준비이고, 미래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최선의 도구가 된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 때문에 마음이 산란해진다면, 과거로 돌아가 그걸 바꿀 방법은 없으며, 그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실수를 정직하게 인정한 뒤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그리고 실수를 저지른 나 자신, 그 상대, 윤회계의 모든 존재들에 대한 goodwill을 가져라.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는 사실과, 윤회계 안에 머무는 한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은 실수들을 저지르게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봐라.
그러나 우리는 탈출할 수 있고, 그 탈출구는 마음챙김에 있으며, 현재에만 집중한다면 우린 많은 불필요한 생각들을 내려놓을 수 있다. 우선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심신에 일어나는 일들로 주의를 가져가고 (directed thought) 안정/집중 상태를 평가 (evaluation)해야 한다. 이것들은 제1선정에 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로서,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심지어 우리는 호흡의 온갖 측면 (다양한 에너지, 호흡방식, 호흡으로써 신체적 불편/고통을 완화하여 마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도록 할 수 있을지 등등)에 대해 1시간 내내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어떤 때는 이런 과정 없이도 호흡과 마음이 비교적 쉽게 안정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유지만 하면 되는데, 안정에 드는 것과 안정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별도의 기술이다.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과 평가는 덜 필요로 하지만, 고도의 경계를 유지해야 하는 일이다. 마음이 잡념으로 달아나기 직전에는 뭔가 신호가 온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피험자들로 하여금 뭔가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 순간의 시각(a)을 적게 하고, 과학자들이 관찰한 뇌신경계 변화 시각(b)과 비교하는 실험이 있었다. 결과는 b가 먼저 일어나고 그 후 a가 뒤따른다는 것이었으며, 이 결과를 놓고 온갖 해석들 (인간에겐 자유의지가 없고 인간이 하는 모든 생각은 생화학적 조건반사일 뿐이라는 둥 이게 無我의 증거라는 둥)이 분분했다. 그러나 이런 실험 결과는, 우리의 마음이 많은 방들로 이루어져 있음 (compartmentalized)을 보여 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 방에는 예쁜 생각, 저 방에는 음침한 탐욕, 또 다른 방엔 자신이 저지른 과거 잘못에 대한 기억, 이런 식으로 방마다 분리수거해 놓고서,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방은 아예 존재도 않는 듯 모른 척하며 사는 것이, 그 방 안의 내용물은 자기 것이 아닌 양 자신과 남 모두를 속이면서 사는 것이 절대다수 사람들의 모습이다. 마음이 이렇게 compartmentalized 되지 않은 것을 영어로는 integrity라 부르는데, 마치 원룸에선 집안 전체의 모든 것들이 한눈에 전부 파악되듯 그렇게 인지부조화나 자기기만이 없는 것이 바로 integrity다. 이 단어가 '인격'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이런 사람은 말 따로 행동 따로, 밖에선 환경운동 하면서 집에선 플라스틱 식기만 쓰고 이럴 수가 없기 때문일 뿐, integrity라는 단어 자체는 사실 '착함' '따뜻함' '부드러움' 같은 것들과는 직접적 관련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이 나뉘어져 있지 않고 우리의 마음이 고요하다면, 어떤 결정이 일어나는 순간 우리 스스로 인지할 수 있다. 그 결정이 우리의 의식차원에서 보이기 이전에도 말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감지한다면 적절한 대응도 할 수 있다. 우리의 의식이 인지하기 이전에 이미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듯, 명상을 할 때도 잡념이 일어났음을 우리가 인지하기 이전에 이미 모종의 신체적 신호가 반드시 일어나는데 우리가 그걸 못 알아차릴 뿐이다. 그 신호를 재빨리 낚아채 곧바로 마음챙김의 의지를 다지고 호흡에 집중한다면, directed thought와 evaluation의 과정을 다시 거치면서 호흡을 좀더 편안하게 만든다면, 그 잡념 때문에 마음이 흩어지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잡념이 떠오를 때는 긴장과 같은 신체적 변화도 같이 수반되니 호흡으로써 그 긴장을 완화할 수도 있고, 모든 걸 계속 예의주시할 수도 있다. 그 신호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특정 종류의 동물을 사냥하는 사냥꾼이 한 장소에서 몇날 며칠이고 주시하며 기다리듯, 우리도 명상을 할 때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 신호에 완벽대비 상태로 주시하며 있다가 즉시 알아차리고 대응해야 한다. (너구리가 머리를 내미는 순간 뿅망치로 내려치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그 신호를 즉시 캐치하여 적절한 대응을 한다면 잡념에 휘둘릴 일도, 잡념에 휘둘려 놀아나다가 한참 후에야 비로소 '아, 내가 또 잡념에 빠져 있었구나!' 뒤늦게 각성하는 일도 없게 된다.) 그러니 성 꼭대기의 보초처럼 경계를 늦추지 마라. 언제 적군이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마음은 점점 안정되고 집중된다. 그런 상태가 되면 우리는 (마음을 안정/집중시키기 위한 생각이 아닌) 또 다른 종류의 생각을 해야 한다. 수행에서는 skillful (해탈에 도움되는, 탐진치 없는)과 unskillful의 구분이 중요한데, 마음이 안정/집중되고 난 후에 해야 하는 skillful한 생각은,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의 내용!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그 생각의 인과!에 대한 생각이다. (순희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경우, 순희가 진짜 이기적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런 생각을 계속할 경우 순희에 대한 미움이 자라날 것이며 이건 해탈로부터 우리를 더욱 멀어지게 할 거라는, 이런 인과가 중요하다.) 인과에 대한 생각이 바로 4성제와 결을 같이 하는, 해탈에 도움되는 생각이다. 어떤 생각이 고통의 원인이 되고 어떤 생각은 수행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하라는 얘기다. 우리의 마음은 공장과 같아서 좋은 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불량품을 만들기도 하니, 생산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 것인지, 모든 재료와 모든 기계와 모든 직원들 포함 전과정을 늘 면밀히 조사하여 문제를 잡아내야 한다. 이런 검사과정에서는 마치 감사단이 그러하듯 많은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좋은 결과를 내는 좋은 질문이라는 것은 4성제의 관점에서 던지는 질문들이다. 현재 어떤 고통( =집착)이 존재하고, 그 원인은 어떤 욕망이며, 무엇을 해야 종식될 것인지 등에 대한. 그리고 그 집착을 고통종식의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모든 집착은 오온 (몸, 느낌, 인식, 상카라, 의식)에 대한 집착인데 오온은 수행에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상은 오온 전부를 사용하고, 분별력은 인식과 멘탈 상카라를 이용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특정한 인식을 발견할 때 그것이 고통의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고통종식의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 인식이 하고 있는 행동!을 보라는 얘기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특별한 것은 마음이 하는 행동!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사용하지만, 부처님의 주문은 마음이 하는 행동 자체를 이해하라고, 특히 수행이 잘 안 되는 것 같을 때 마음이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라고 주문하신다.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두 종류가 있다. 그 함의까지 탐구, 사유해야 하는 '기술적 (descriptive)' 종류의 가르침이 한 가지이고, 세상/우주나 마음의 작동에 대한 내용 (윤회, 업, 4성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세상/우주에 대한 완벽한 기술/묘사를 제공하는 것이 부처님의 관심사인 것은 아니었기에 (부처님의 관심사는 오직 ‘고와 고의 소멸’), 함의를 추구하지 말아야 하는, 단지 도구로서만 부분적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수행적 (performative)' 가르침도 있다. 소위 3법인이라 불리는 aniccā - dukkha - anattā가 두번째 종류의 대표적 예이고, 이런 가르침은 마음을 특정한 방향으로 바꾸는 목적으로만 주의깊게 사용되어야 한다. (부처님은 4성제는 four noble TRUTHS라고 부르셨지만 무상 고 비아는 PERCEPTIONS라고만 부르셨다.) 예를 들어 모든 행동이 느낌을 야기하고 모든 느낌은 결국 고통이 된다는 얘기에 대해 부처님은, 3종류의 느낌이 있으며 (즐거운 느낌, 즐겁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느낌, 고통스러운 느낌), 모든 느낌이 전부 고통이 된다면 skillful할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야단치셨다. (선정의 행복 같은 경우 해탈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 즉 aniccā-dukkha-anattā는 진리도 만물의 본질/특징도 아니고 그저 離欲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서 그 대상에 대해 인식시켜야 하는 想 (perception)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렇듯 집착 제거/약화라는 perform의 용도로'만' 사용되어야 하는 도구인 3법인을 절대적 진리에 대한 기술인 양 확대해석하거나 "'나'라는 건 없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부처님은 분명히 "나 없다."도 "나 있다."만큼이나, 똑같이! 잘못된 견해라고 못박으셨기 때문이다 (MN 2).
3법인 가르침은 진리에 대한 기술/묘사로서 고안된 가르침이 아니라, 가치판단 (더 큰 행복을 얻기 위해 더 작은 행복은 놓아야 한다는)에 의해 집착을 제거/약화시키는 부분적인 용도로'만' 고안된 가르침일 뿐이기에, 사용시점이 중요하다. 8정도의 8요소 모두를 완성하기도 전에 3법인을 적용하면 "수행에 대한 욕망도 욕망이고 고통을 초래하니 수행에 대한 집착도 버려라." 식으로 흐르기에 수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술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이 골프에 중독되어 술을 잊는다면 그건 '발전'이기에 고무할 일이지만, 디스크 통증이 심한 사람이 골프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 하면 건강에 위험이 된다. 이렇듯 똑같은 골프 집착이라도 고무해야 할 때가 있고 포기시켜야 할 때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포기시킬 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3법인. 골프에 열중하느라 술을 잊고 있는 사람에게 "골프도 aniccā - dukkha - anattā!"라고 말하는 건 3법인이라는 도구를 틀리게! 사용하는 일이다.)
담마에 대한 사유는 그 사유를 어디까지 밀어붙여도 되는지에 대한 분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물론 '이런 종류의 사유가 우리를 해탈에 더 가까워지게 하는가 아니면 멀어지게 하는가?'이다.) 담마와 수행 포함 글자 그대로 모든 것에 anattā (非我)를 적용하는 것은 강을 건너 해탈의 문앞에 당도한 오직 그 시점에 가서나 할 일이며, 이게 담마의 내용과 적용 모두에 대한 바른 이해다.
그러니 생각의 방식!에 대해 주의해라. (생각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생각 않고 집중만 한다고 해서 해탈하는 게 아니다. 해탈에는 마음의 고요함뿐 아니라 분별력/통찰력도 필요하며, 생각이라는 것을 않고 단지 관조만 할 경우엔 분별력/통찰력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생각은 하고 어떤 생각은 안 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그 생각을 밀어붙일 것인지, 그 생각의 종류가 기술적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수행적이어야 하는지, 이 모든 것들을 알아야만 생각이라는 것을 제대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세월 내내 생각의 '노예'로 살아 왔지만, 이젠 생각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추가]
고와 고의 소멸에 대해서만, 4성제/12연기/인과의 관점에서만, impersonally하게 생각해야 한다. =>
'타니사로 스님의 법문 Ask the Right Questions'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2066609097044496
'타니사로 스님의 법문 The Three Perceptions as Tools'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2077614429277296
'Aniccā - Dukkha - Anattā와 4성제의 위치를 역전시키는 오류의 부작용들'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2008507959521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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