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타니사로 스님의 법문 The Three Perceptions as Tools 번역
76.--.194.147
2024-3-17 11:12:02
(괄호 안의 내용은 번역자가 추가하는 보충설명이며, 맨아래 '추가'란의 내용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Dispassion (離欲. X라는 먹이 후보에 대한 환상/흥미에서 벗어남 )이 필요할 때 추구하라고 부처님이 가르치신 세 개의 perception (sañña, 인식, 想, 분별의 목적을 위해 사물의 특징을 취하는 것)이 있다. Aniccā (inconstant) - dukkha (suffering, stress) - anattā (not self)가 그것이며, 어디까지나 이욕이 목적이었음을 기억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이 셋을 만물의 '특징' (심지어 '본질' 혹은 '진실')이라고 부르지만 부처님은 'perception'이라고만 부르셨다. (부처님은 4성제는 four noble TRUTHS라고 부르셨지만 무상 고 비아는 PERCEPTIONS라고만 부르셨다.) 부처님은 만물의 본질이나 외부 실재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셨고 (고와 고의 소멸에 도움이 되는 부분만, 도움이 되는 만큼만 말씀하셨음),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한 용도로 이런 perceptions를 말씀하셨다. 이 perceptions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그 용도를 만족시키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참'이며, 이욕에 도움이 된다는 그 현실에만 촛점을 맞춘 것이었다. 만물 혹은 우주의 진실/실재를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마음을 해방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예를 들어 오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는 오온에 aniccā - dukkha - anattā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오온이 언제나 항상 고통만 되는 것은 아니다. 오온은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하고 (감각적 즐거움도 오온이지만 선정의 행복도 오온이다.), 그래서 우리가 오온에 집착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집착이 불필요한 고통을 추가하기도 한다. 오온이 즐거움 아닌 고통이 될 때 오온에 aniccā - dukkha - anattā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4성제의 첫번째 명제), 그에 따르는 임무인 '고통의 이해와 이욕'을 완수해야 한다. 4성제를 이해하고 각각에 따르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그 목적으로만 aniccā - dukkha - anattā를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떤 맥락에서 aniccā - dukkha - anattā가 사용되는지를 알아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용 맥락을 잘못 짚으면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고 계속 변해 가니 있을 때 즐기자!" 식으로, 이욕과 오히려 정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모든 게 고통으로 변하니 행복을 얻기 위한 모든 노력을 포기하자."라는 패배주의 역시 잘못된 사용의 한 예다. (감각적 욕망에 집착해 있을 때는 선정의 행복에 대한 욕망을 키워야 하고, 선정을 마스터한 후에는 선정의 행복마저 내려놓아야 해탈할 수 있다. 해탈의 행복에 대한 욕망이 없다면 수행은 시작도 불가능하다. "해탈의 행복도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은 해탈에 대한 정의 자체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어떤 것도 '나'가 아니고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또한 수행의 노력마저 포기하게 만들며, 이건 three perceptions를 틀리게! 사용하는 예다.
부나 명예에 대한 집착을 놓는 일에 (그리하여 부나 명예 대신 영원한 행복인 해탈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일에) aniccā가 사용된다면 이건 aniccā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Aniccā와 dukkha가 윤회계 안에 존재하는 위험을 상기시키고 수행의 게으름에 채찍으로 작용한다면, 이 역시 이런 perceptions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윤회계의 위험을 인지하고 위험에 예민해진다면 우리는 수행에 좀더 많은 노력을 쏟을 것이다.
(해탈로 가는 과정인 수행 자체는 상카라이지만 해탈은 상카라의 결과가 아니며) 그러므로 해탈은 변하지 않는 행복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4성제의 3번째와 4번째 명제를 기억하여, 해탈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X가 만약 해탈로 가는 길에 장애물이 된다면, 더 큰 행복인 해탈을 위해 X를 내려놓아야 하고, 오직 이 경우에만! 4성제에 따르는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에서 필요할 때만! 이런 perceptions를 사용해야 한다. Anattā와 dukkha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해탈에 방해가 되는 X에 대해 내가 나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그것이 나의 것이라는 소유개념을 발달시킬 때, 그런 행동! 자체를 실시간으로 인지해야 한다. '나'라는 것이 있느냐 없는냐 하는 추상적인 문제는 부처님의 관심사가 아니었고, 이런 질문들은 언제나 무시하셨다. '나'/'내 것'이라는 개념을 언제 어떻게 발달시켜야 skillful한지( =해탈에 도움이 되는지), 해탈에 도움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나'/'내 것'이라는 개념을 발달시키고 붙드는 그 행동!을 중단할 수 있는지, 이 두 가지만이 부처님의 관심사였다. 해탈에 필요한 8정도 요소를 개발하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이런 perceptions를 적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은 선정은 오고 갈 뿐 나는 거기에 연연하지 말아야 하며 그게 지혜라고 말하지만, 선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미 선정에 대해 aniccā - dukkha - anattā를 적용하는 일은 이 perceptions를 틀리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오히려 전력을 다 해 선정의 행복을 개발해야 하고 선정에 대해 바르게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초기경전에서 부처님은 commitment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노력)와 reflection (사유, 반성)이라는 쌍을 수행의 발전을 위한 요소로 계속 강조하시는데도, 이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이상한 일이다. (오히려 생각을 않는 것이 수행인 양하는 착각만 팽배하다.) 부처님이 당신의 아들 라훌라에게 주신 첫번째 가르침도 commit과 reflect에 대한 것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에 전력을 다 하고, 매 행동 (생각, 감정, 말 포함)의 이전에 와중에 사후에 점검하라고, 실천에 있어서도 사유/반성에 있어서도 게으르지 말라고 경고하신 것이다. 수행의 노력에 anattā를 적용하는 행동은 8정도의 8요소 모두를 완성하고 난 후!에나 할 일이다.
Aniccā - dukkha - anattā를 three characteristics라고 부르느냐 three perceptions라고 부르느냐는 이처럼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Aniccā - dukkha - anattā의 내용 자체를 만물에 대한 진실이라 생각하며 늘상 외우고 아무 때나 적용하는 행동은 그 자체로 해탈에 장애물이 된다. 게으름이 될 수도 있고 필요한 노력 (매 찰나의 자기 행동을 실시간으로 인지하는 삼빠자냐 같은)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진리 아닌 단순 perceptions라고만 간주하고서 해탈에 방해되는 집착을 제거하는 용도로만 바르게 사용한다면, aniccā - dukkha - anattā는 수행의 노력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수행에 방해되는 요소를 만날 때는 해탈과 맞바꿀 만한 행복이 윤회계에 존재하지 않음을 기억하고 해탈에 이르는 길이 존재함을 기억해라. 8정도를 완성한 후에는 수행의 노력도 상카라임을 기억하면서 수행의 노력에 aniccā - dukkha - anattā를 적용하고, aniccā - dukkha - anattā도 역시! 상카라임을 기억해라. 그때에 가서야 우리는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 aniccā - dukkha - anattā만으로는 닿을 수 없었던 해탈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톱을 사용해야 하는 시점과 망치를 사용해야 하는 시점을 구분하지 못 하는 목수는 의자를 만들 수 없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도구를 바른 방법으로 사용하고서 그러고는 내려놓는 것이 지혜다.) 해탈이라는 의자를 완성한 후에는 그 의자에 앉아서 쉬면 될 뿐 그 때 가서는 right view도 wrong view도 불필요하다.
[추가]
(1) 노력, 분투, 인내 등의 행위가 있다면 그 의지/의도를 갖는 자가 있을 거 아니냐?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 의지로 그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그게 말이 되느냐? (AN 6:38), (2) "'나' 있다"도 "'나' 없다"도 똑같이! 잘못된 견해 (MN 2), (3) '나'는 오온 (몸, 느낌, 인식, 상카라, 의식)도 아니지만 오온과 무관하다거나 오온 이외의 다른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역시 없다 (SN 22:85, SN 22:86, SN 22:89) 등의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건 없다."(a)와 "오온은 내가 아니다."(b)를 진리라고 믿고 있는 분들은 (a), (b)가 인식 방법일 뿐 지혜/깨달음의 대상이 아님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내용은 타니사로 스님의 가르침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분홍색을 좋아하지만 분홍색이 촌스럽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건 그냥 인식 (perception)이기 때문에 "분홍색이 예쁘다는 건 진리이고 촌스럽다는 건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곰이라는 동물에 대해서도 "곰이 무섭다는 건 진리이고 귀엽다는 건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등산을 하다가 야생 어른 곰을 만났는데 귀엽다고만 생각하는 건 분명 어리석은 행동이고, 동물원에서 통유리 벽을 통해 갓 태어난 아기곰을 보면서 무서워 벌벌 떠는 것도 어리석다. Aniccā - dukkha - anattā 같은 perceptions도 마찬가지다. "나의 몸과 마음은 무상하고 스트레스이며 나 자체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다."라는 명제는 진리가 아니라 perception일 뿐이고, 이 perception의 내용!을 이해!하는 일 자체만 놓고서는 지혜라고도 어리석음이라고도 부를 수 없다. 그 perception을 사용!하는 시점/방식!에 대한 분별이 지혜냐 어리석음이냐를 가른다.
시대가 변하면 담마 역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역시 aniccā를 perception 아닌 truth라고 착각한 오류의 결과다. '진리'라는 건 by definition 시공을 초월하기에 '진화' 따위가 필요 없다.
'타니사로 스님의 법문 All Fabrications Are Stressful'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2077038076001598
'타니사로 스님의 법문 Thoughts About Thinking'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2071500889888650
'타니사로 스님의 법문 In Context'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2002103256828414
글 목록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1065574980481251
타니사로 스님의 초기경전 해설
https://www.facebook.com/groups/1080297509701086
0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