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암동 교회를 섬기는 신민규 목사입니다.

성경 읽기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때로는 나에게는 별 의미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길게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나에게 필요한 것을 그날그날 말해주는 무슨 지침서나 인생의 처세술을 배우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는 인류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숨결을 순종하는 마음으로 지켜 봐야 합니다. 모든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도 겸손하게 계속해서 말씀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어제 본문 17장에서 에브라임 지파 사람 미가는 정성스럽게 우상을 만들어 그것을 자기 집에 놓아 두었습니다. 미가는 자기가 레위 사람을 제사장으로 삼았으니 여호와의 복이 자기에게 임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과연 그렇게 되었을까요?

사실 17 장에서 사사기 끝까지 이어지는 본문이 사사 시대의 제일 마지막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보다 사사기를 마무리짓는, 즉 사사 시대가 어땠는지를 결론적으로 말하는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사사 시대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어떤 시대인가요?  18장 1절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스라엘에 왕이 없던 시대” 입니다. 왕이 다스리기 이전에 사사들이 다스리던 시대가 사사기 시대이니까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이 자기들의 참된 왕이신 하나님을 떠나 멋대로 행동했음을 고발하는 표현입니다.

오늘 본문인 18장에서 이스라엘의 단 지파는 자기들이 거주할 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제 본문의 미가가 고용했던 레위인을 자기 지파의 제사장으로 데리고 갑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우상을 섬기며 레위인을 고용하여 복 받기를 기대했던 미가의 꿈은 허무하게 끝납니다. 심각한 것은 미가의 우상숭배를 도와줬던 그 레위인이 같은 일을 단 지파에서 함으로 말미암아, 단 지파 전체가 우상숭배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한 개인이 신앙 때문에 복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이 자기 욕심대로 신앙을 이용한 결과 그 영향으로 이스라엘의 더 많은 사람들이 타락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레위인은 그저 종교기술자가 되어 사람들의 욕망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19장에서는 엄청나게 끔찍한 사건이 소개됩니다. 한 레위인이 있었는데 이 사람 역시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남들처럼 자기 좋은 대로 첩을 두며 시류에 따라 살고 있습니다.

레위인은 원래 하나님을 기업으로 삼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사는 자들입니다. 이스라엘 공동체는 그런 레위인을 잘 대우함으로 자기들이 하나님의 백성임을 늘 확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사 시대의 레위인은 자기 사명을 잃었고 이스라엘 공동체도 레위인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결국 하나님을 떠나 제멋대로 사는 타락한 공동체에서 가장 약자라고 할 수있는 레위인의 첩이 비참하게 희생 당합니다. 레위인의 그 첩이 베냐민 지파 땅에 들어가서 머무르는 동안에 마을 사람들이 그 첩을 밤새 윤간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무책임한 남편이었던 그 레위인은 이스라엘 사회 전체를 원망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죽은 자기 첩의 주검을 열두 토막내어 그 토막들을 이스라엘의 각 지파에 보냅니다.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히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이렇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마다 자기의 욕심을 마음껏 추구하며 사는 세상에서 힘없고 약한 자들의 비참한 죽음이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마음으로 오늘 본문을 읽으실 것을 권합니다.

자, 그럼 함께 사사기 18장에서 19장을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