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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집 비운 남편, 나의 뇌 구조 이쁜아짐 (ejpkryan) 2015-1-30  09:34:28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생각이라곤

오로지 먹자 먹자 먹자

뿐인 것 같은 나..

 

 

남편이 며칠 집을 비우고 있어요.

 

 

오늘 저녁에 밴드 연주가 있어서

어제 몇 달 만에 시골로 갔는데

저는 베이스캠프 자리가 마땅치가 앉아서 안 쫒아 갔고요.

 

 

시부모님은 지금 플로리다 친구 분 댁에 가 계셔서

제가 쫒아 가면

사나흘을 내내 남편 친구, 베이스 기타씨네서 묵어야 하는데

저는 저게 힘들어요.

부모님 집에 짐 풀고 저 친구 집은 딱 하룻밤 가서 자고 오면 그건 할 수 있는데

하루 이상은 해 봤더니 영 불편해서.

 

 

가기 전 날

일기 예보 열심히 보면서

자기 없는 동안 뭐가 어쩌고 뭐는 어떻고

쓸데없는 걱정 늘어 놓던 남편이 수퍼 마켓 다녀 오겠다고 하더니

또 꽁치 캔 사 왔어요.

자기 없는 동안 먹으라고.

 

 

아니 자기가 없으면 제가 굶나요?

그리고 꽁치가 먹고 싶으면 내가 엎어지면 코 닿는 수퍼에서 파는 꽁치캔 혼자 못 사다 먹을까봐?

작년 추수감사절부터 왜 또 그렇게 꽁치에는 꽂혀서...

꽁치는 내가 요즘 먹고 싶다고 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자기가 먹고 싶으면 해달라고 하던가.

뭐가 부끄러워서 해달라는 말도 못하고

궁색하게

나 먹으라고, 그것도 자기 없는 동안.

저 사람과 함께한지 어언 20년을 향해 달려 가지만

이해 하기가 힘들어요. 그의 정신 세계를..

 

 

그 날 저녁으로 바로 해줬어요.

 

 

아니 저 없을 때 부인 드시라니깐..

하하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이고 맛있네..진짜 맛있네..김치꽁치 맛있어요~~

 

 

 

김치 손으로 찢어서 밥에 얹어 줘 가면서 잘 먹였습니다.

 

 

그 날 밤에 저는

남편 없을 동안 나 먹고 싶은거 실컷 해먹겠다고 다 계획을 짜 놓았고요.

 

 

며칠 전에 스테이크 해 먹었는데

안 먹으니만 못 했어서 저 혼자 따로 해 먹으려고요.

 

 

이걸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지난 번 먹었던게 몇 달 전인지도 기억이 안나요.

(그렇다고 그 동안 소고기를 안 먹은 건 절대 아니고요)

스테이크를 이렇게 오랜 만에 해먹는 건데

좀 좋은 부위로 먹고 싶거든요 전.

남편은 이걸 또 무지하게 아깝다고 생각을 해요.

왜인지는 몰라요.

그냥 이해하기 힘들어요. 그의 정신 세계.

 

 

뼈 붙은 고기도 아깝다고 생각을 해서

소꼬리, 갈비

이런 건 제가 절대 남편하고 같이 안 사요.

뼈 무게에 돈 지불하는 것을 무척 괴로워 해서요.

 

 

이해 시키려다 저는 이제 포기했어요.

갈비는 갈비살만 살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파운드 당 가격이 당연히 더 올라가는 것이고

소꼬리는 꼬리뼈 값 아까우면 아예 먹지를 말아야 하는 것인데

난 이게 너무 맛있기 때문에 계속 사먹을 거라고.

그래도 같이 정육점을 가면

고통으로 저 사람의 심장이 일그러지는게 옆에서 다 느껴지기 때문에

뼈 붙은 고기 사러 갈 때는 절대적으로 안 데리고 갑니다.

해 놓으면 또 아무 생각없이 잘 먹으면서 살 때 꼭 저래요.

 

 

스테이크는

같이 갈 수 밖에 없었어요.

남편이 자기의 영역이라고 찜 해놓은 몇 안되는 요리이기 때문에

쉐프가 직접 주재료를 고르는 권한을 빼앗을 수가 없어서

같이 갔어요.

이거까지 내 마음대로 했다간 남편 속상하니까.

 

 

꽃등심 파운드에 $9.99

두 덩어리 한 팩으로 포장해 놓은 것, 한 파운드도 안되더라고요.

이거 하나 사서 둘이 한 덩이씩 사이 좋게 먹으면 좀 좋아요?

그래 봐야

좋은 스테이크 먹으면서 일인당 5불도 안되는 건데 말이죠.

 

 

너무 비싼 것 같대요.

바로 옆 섹션으로 눈 돌려 가지고

파운드 당 $5.99 하는거

무슨 컷인지 저는 이미 빈정 상해서 제대로 보지도 않았어요.

큰 거 한 덩이 있는거 집어 들고는 신나 하는데

저녁 해준다고 들떠있는 사람 기분 망쳐서도 안되고

저는 저대로 이 마음에 안드는 저녁에서 서바이벌을 해야 하니

집에 와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그냥 스테이크 소스 만들었어요.

소스나 푹 푹 찍어서 쇼스 맛으로 먹어 치우려고.

 

 

 

아 내가 레스토랑을 가서 일인당 몇 십불씩 하는 스테이크를 사먹자고 했어,

아니면 파운드 당 십몇불 훌쩍 넘는 필레미뇽을 사자고 했어,

뼈 붙은 티본은 쳐다 보지도 않았고,

아니다, 애초에 내가 스테이크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스테이크 먹고 싶다고 하면 내가 사이드도 색깔 구색까지 맞춰 근사하게 해줄 수 있는데,

예전처럼 내가 해주는 거만 먹어도 나는 아무 상관 없는데 왜 왜 왜

맛있게도 못 할 거면서

애시당초 왜 이런 걸 하냐고,,,,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먹어야

돈을 5불을 써도 보람이 있지 말이죠.

거기다 제 입이 또 유난히 계란 요리랑 요 스테이크에 엄청 예민하게 반응하거든요.

오버 쿡, 언더 쿡,

남편이 하는 스테이크는 언제나 저 둘 중 하나.

하아...

짜증 지수 올라갑니다.

 

 

그래도,,,,

부부 간의 화목은

맛대가리 없는 스테이크 한 끼 보다 더 중요한 거니까.

참자...

나 기분 나쁘다고 싸워 봐야

어느 한 쪽이 이기는 거 아니고

양 쪽 다 기분 나쁘고 끝날  

승자도 명분도 없는 싸움,

할 필요도 없는 싸움,

내 소중한 입맛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오늘 저녁 한끼

포기...하기로 하자. 참으로 하기 싫지만. 으으윽...

 

 

 

대신,,,,,,,,,,,,,,,,,,,

내 식대로 다시 꼭 해먹고 말테다! 다음 주에!!! 이 사람 집에 없을 때!!!!!!!

 

 

 

남편이 집 비우는 기간은 사흘 정도가 될 테니까

이참에 몰아서

내 식대로 먹고 싶은거 다 해 먹기로 작정을 했더니 속이 좀 편안해 지네요.

 

 

꽁치 먹은 남편 내보내고 나니

저는 일단은 냉장고 정리 했어야 했어요. 제 뱃 속으로.

그 전 날 뭔가 주섬주섬 이것 저것 해 놨던 것들이 많아서.

그런 시점 있잖아요.

새로운 요리 또 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이미 해놓은 것들 처리해야 하는 순간.

 

 

확실히 밖이 추운 계절엔

여름보다 뭔가를 더 부엌에서 하게 되는거 같아요.

불 위에 무언가를 몇 시간 올려 놓는 것도

오븐을 돌리는 것도

시간 오래 걸리는 김치를 담그는 것도

여름 보다는 하기가 더 좋고 하면서 뭔가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도 나고.

 

 

케일 스프도 한 솥 끓여 놨었고

들깨 미역국도 있고

샐러드처럼 먹자고 요거트로 만든 빨간 양배추 코울슬로도 잔뜩, 미역초무침도 잔뜩(별로 맛없게 된),

밥솥에 만든 요거트 잔뜩(그런데 이건 사실 배 채우는 끼니 용은 아니니 별 상관 없고)

이것 저것

좀 먼저 해 놓은 것들 먹고 나서 뭘 해 먹어도 해 먹어야지.

 

 

제가 언젠가 친구한테

냉장고가 꽉 차 있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했더니

신기하다고 막 웃더라고요.

 

 

냉장고 차 있으면 기분이 든든해야지 왜 나쁘냐고.

 

 

냉장고가 차 있으면 음식들 먹어 치워야 하고

그러기 전까진 새로운 음식 해먹을 수가 없어서 기분이 나빠요 전.

우유, 맥주, 김치와 다른 기타 이런 저런 장 종류들 빼고는

빈 공간이 많이 보여야 기분이 좋거든요.

 

 

어제도 보니

냉장고가 꽉 차 있어서 그거 해결하느라 장만 보고 새 음식하는건 꾹 참았어요.

 

 

빨리 일을 잡아야

이 밥 생각만 하는 뇌 구조에 변동이 오고

음식을 덜 해 먹을텐데 말이죠.

열정을 좀 더 생산적인데 쏟아야지

무슨 성장기 어린이도 아닌데 맨날 먹는 생각 뿐.

아 한심해..

 

 

그래도 어제는

동네 가게들 세 번씩이나 순회 장보기 하면서 행복했고

(꽃등심 사왔습니다!!)

하루 성실히 재고 음식 처리한 것 뿌듯했고.

 

 

문 단속 잘 했는지 확인 차 전화한 남편과 하루의 마지막 통화를 마치고

나 홀로 잠자리에 들면서

기분 좋았어요.

 

 

냉장고 비워서 기분 좋구나~

내일이면 나는 맛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구나~~

 

 

마흔 중반 아짐의 이 한심한 뇌 구조란.

어제 밤

오로지

 

 

내 머리 속엔

 

 

 

 

내일, 나, 스테이크,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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