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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한파의 추억, 영하 16도에 난방 고장 이쁜아짐 (ejpkryan) 2015-2-24  18:50:16

오늘 아침,

화씨 3도, 영하로 16도.

 

 

어제 오후 4시 부터

빌딩 보일러 고장으로 난방 중단, 더운물 단수.

 

 

제가 요즘 보통 사흘에 한 번 목욕을 해요.

(저 깔끔하지 않은건 다 아시죠? 네 저 더러워요.)

 

 

저희 아파트는 평소에는 난방을 충분히 주는 아파트인데

아무래도 철이 겨울이니

샤워 보다는 목욕을 하는게 좋아서 저렇게 해요.

매일 샤워하는 사흘치 물과 시간과 노력을 모아서 한 번에 목욕으로 한다, 이렇게 합리화 하면서.

 

 

내 인생 처음 이십 년, 한국에서 살던 동안

어차피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탕 가고

머리는 하루 걸러나 사흘에 한 번씩 감고 살았었는데 뭘.

 

 

아침에 눈뜨고 제일 먼저 샤워부터 하던 생활에서

지금 패턴으로 바꾼 건

사실 조금 일부러 이기도 하지만

(내 라이프 스타일에 뭐 맨날 이렇게 열심히 물 축내고 비누 축내고 그러고 사냐 이러면서.

매일 해 봐야 머리도 건조, 몸도 건조.)

 

 

어쨌든,

어제 오후 세 시 정도에

욕조에 뜨거운 물 받아

엡썸 쏠트(Epsom Salt) 풀고 라벤더 오일 너 댓 방울 풀고 들어 가서

랄랄라 하고 앉았다가

친구가 무려 한국에서 소포로 부쳐준 이태리 타월, 알뜰하게 다 쓰고 마지막 남은 한 장

색도 이쁜 핑크색.

요거 꺼내쓴지 얼마 안됐는데 무슨 일인지 두어번 쓰고 나서 구멍이 났길래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이태리 타월 바느질로 구멍 때우기까지 했어요.

짱짱하게 수리한 핑크색 이태리 타월로

본격적인 홈 스파 시작, 전신 각질 제거~~! 

 

 

 

다 하고 머리 헹구고 사과 식초로 린스도 하고

몸 잘 싸매고 나와서

코코넛 오일로

제일로 건조가 심한 발바닥부터 순서대로 온 몸에 발라 주고.

 

 

얼굴에는 둘째 언니가 준 로션 바르고

친구가 준 수분 크림 바르고 

알간 오일 두 방울 떨어 뜨려 펴 바르고.

 

 

머리에는

손바닥에 호호바 오일 조금 덜고 라벤더 오일 두 방울 떨어뜨려

머리끝에 발라 주고.

 

 

요러고 옷 다시 집어 입고 나니까

밖에서 일하고 있던 남편한테서 전화.

 

 

 

집에 더운 물 나오나 한 번 틀어 봐 달래요.

 

 

나 지금 뜨신 물에 목욕하고 나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요는,

지금 막 집주인 아들한테서 이 빌딩의 베프인 남편한테 전화가 왔는데

더운물 안 나온다고 세입자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우리 집도 안 나오는지 확인해 봐 달라고요.

 

 

아파트 빌딩에서 한 집만 더운 물이 안 나오는 일은 드물잖아요.

빌딩 전체 문제겠지.

해 봤더니, 안 나오더군요.

 

 

이게 사건 시작,

그니깐 제가 목욕 끝낸 직후에 빌딩 보일러가 고장이 난 거지요.

더운물 안 나오고

히팅 안 나오고

집주인 아들, 부리나케 빌딩으로 출동해서 기술자 불러서 뭔가를 하기 시작하는데

결국은 밤 열 시 넘어서까지 해결을 못 보고

다음 날로 기약.

 

 

이 빌딩에 다행히 어린 아기 키우는 집은 없어요. 적어도 제가 알기론.

노인들은 많아요.

여기서 산지 몇 십년 된 사람들.

이 양반들이 집주인 아들한테 전화로 난리 난리 쳐대고.

당장 전기 히터 사서 우리 집으로 가지고 오라 부터 해서

간밤에 전화 몇 십 통 받았다네요.

 

 

여튼 오늘 아침 8시 부터 집주인 아들, 집주인, 다른 기술자, 출동해서

결국 오후 1시 부터 다시 난방 가동입니다.

후레이~~~~~~~~~!

 

 

여기 오래 살면서

이런 일 이번이 처음이예요.

십 몇 년 살면서 겨울에 보일러 사고 처음 있는데

기왕 있을 거면

이렇게 시즌 중 젤로 추운 날 생겨야,,,,

얘깃거리가 돼죠ㅎ

 

 

집에 돌아온 남편은

 

말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뭐 우리 시골집에 와 있다...생각하고 하룻밤 지내는 거죠.

하더니

한파에 난방없이 겨울밤 나기 프로젝트에 온 힘을 기울이는데...

 

 

클라짓에 여비용 이불은 다 꺼내 놓고

새벽에 너무 추우면 더 덥자고요,

밑에는 내복 위에 츄리닝 바지,

위에는 언더 셔츠위에 내복

양말 두 켤레

이렇게 입고 잠자리에 들었고요.

 

 

저는 그냥 내복 한 벌에 양말 한 켤레 신고 잤어요.

저 시골집 가면 저렇게 자거든요. 답답해서 양말은 안 신는데

어제는 양말 신어야 할 것 같아서

답답함 참아 가며 양말 신는 김에

발에 바셀린 듬뿍 발라서 플라스틱 쇼핑백 봉지로 싸고 그 위에 양말 신고

그렇게 홈 스파의 연장 선상으로 그러고 잤어요ㅋㅋ

 

 

운도 안 좋은 남편은

원래 오늘이 하루 종일 일하는 날이고 어제가 집에 있어야 하는 날인데

하필 이번 주는

갑자기 연락이 와서

어제 일하고 오늘 집에 있게 됐거든요.

오늘 일하러 갔으면 나나 집에서 추우면 돼고 자기는 따뜻할 텐데ㅎㅎ

 

 

집이 춥고 더운물이 안 나와도

또 일하고 들어온 사람

저녁 밥은 따뜻한 걸로 해먹여야 제가 제 마음이 편해서

얇게 컷된 폭챱 사다 된장 양념해서 구워서 든든히 잘 먹였고요,

저녁 설거지는 쌓다 놨다가

아무래도 그 날 밤 안으로 못 고칠 것 같은 느낌이 와서

냄비에 물 데워서 했어요.

 

 

제가 밥 하는 건 좋아해도 설거지 하는건 정말 싫어하는데

설거지 하는거 정말 싫어해도

싱크대에 설거지 쌓여 있는 건 또 더 싫어요.

보고 있으면 우울감이 밀려 와요.

이거 또 남편한테 시킬 수도 없잖아요.

난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밖에서 일하고 온 사람한테 저녁 설거지 시키고 싶지 않고

남편은 그냥 뒀다 내일 아침에 해결 하자는데

아침에 일어 나서

부엌에 있는 광경이 쌓여져 있는 설거지 더미면 기분 더 나쁠 것 같고

그 아침에 더운물 나온 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고.

 

 

냄비에 물 데워서

예전에 한국에서 살 때 하던 식으로

참 오랜 만에 추억돋는 방식의 설거지를 하고.

 

 

물 조금 더 데워서 세수랑 양치하고.

 

 

사실 저 날 오후에 목욕을 했기 때문에

보통 때 같으면 꼭 밤에 세수를 다시 할 필요는 없었는데

할 수 밖에 없었던게

하필 저 날 얼굴에 뭘 찍어 바르고 있었어요. 목욕 후에.

기분 전환한다고 CVS가서 비비 크림이랑 파운데이션 하나씩 사왔거든요.

그리고 나서 한국에서 사 왔던 한스킨 비비크림 세트 잡다하게 조금씩 남은거랑

로레알 파운데이션 거진 다 써가던거

다 5년도 넘은 것들. 써도 써도 안 없어져서 지겨웠던 것들 싹 다 버리고.

새로 사온거 어떤가 써 본다고.

 

 

그래서 그렇게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어 났더니

남편이 다이너가서 아침 먹재요.

거기는 따뜻할 거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굼띤 양반이 글쎄 저보다도 빨리 옷을 줏어 입더라고요.

 

 

그래, 나도 몇 달 만에 남이 해주는 아침 좀 먹어 보자.

 

 

그런데 조금만 기다려 줘. 나 물 데워서 세수랑 양치 좀 하게.

 

 

옷 입고 집 나서는데 남편이 저한테 놀랐대요.

이 한파의 응급 상황에 대해 제가 대처하는 자세에.

너무나 놀랍도록 의연하고 긍정적이라고.

 

 

백 투 오울드 라이프 스타일이야.

잠깐인데 뭘.

나 원래 겨울에 항상 이렇게 살았었다니깐.

물 데워서 설거지 하고

물 데워서 씻고

더운 물 나오는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뭘. 

 

 

(한국이 그렇게 옛날에 못사는 나라여서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지 않는다는거 정도는 남편도 잘 알아요.

그저 우리 집이 궁상시려서 제가 어렵게 살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케이스라는거 잘 압니다.)

 

 

제가 어제 오후에 목욕 직후에 보일러 고장 소식에

남편한테

난 어쩜 사흘에 한 번 하는 목욕도 이런 기막힌 타이밍에 해치웠을까,

보일러는 앞으로 72시간 안에만 고치면 돼.

 

 

했었거든요.

 

 

아침 먹으러 나갈 준비하면서 제가 더 덧붙인 얘기는

 

 

사람들이 보통 그러잖아.

옛날 일은 다 잊고 살기 쉽다고. 지금 가진거 당연하게 여기기 쉽다고.

그런데 난 솔직히

매 해 겨울마다

한국에서 보냈던 20년의 겨울을 생각한다.

어제 목욕하면서도

아...내 집에서 뜨거운 물이 콸콸 나와서

이 엄동설한에 내 집 욕탕에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개무량 했었어.

목욕할 때 마다 감사해 그게.

 

 

당신 생각해 봐라.

지금 이 지구의 전체 인구 중에

내 집에서 똥싸고 물만 내리면 되는 화장실에

일년 내내 뜨거운 물이 나오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 같아?

지금 뜨거운 물이 안 나와서 설거지랑 세수, 물 데워서 하는거 아무 것도 아니야.

최소한 빨래는 또 빨래방이 있잖아.

우린 빨래도 다 손빨래 했어 겨울에도.

물론 못되 쳐먹는 나와 셋째 성은 안하고 둘째 언니가 다 하긴 했지만.

 

 

 

참으로 밝고 긍정적인 자세로

아침 먹으러 나갔다 왔어요.

남편이

스테로이드 부작용의 부작용의 효과가 정말로 마음에 든다면서

이거 안 끊고 그냥 계속 드시면 좋겠다고

ㅋㅋㅋㅋ

 

 

 

뭘 얼마나 더 바라고 살아요.

내가 배는 안 곯고 사는데. 난 배고픈게 제일 싫기 때문에 ㅎㅎㅎ

항상

돈이 조금 들어올 때에도

비싼 물건 가지고픈 욕심은 전혀 없었어요.

그것 참 다행이예요.

 

 

물욕도

내 선에서 취할 수 있는 것들로 채우는 걸로 대만족이라

가지고 싶은거 웬만큼 가지고 살고 있어요.

비싼 옷, 비싼 가방, 비싼 신발, 비싼 화장품은 가지고 싶어한 적 없지만

내가 살 수 있는 선에서 사고 싶은 것들은 웬만큼 다 사고 살고 있어요.

어제도 드럭 스토어에서 비비 크림이랑 파운데이션 새로 사 왔더니 기분 확 좋아지고

저의 사치라면 꼭 필요하지 않아도 이것 저것 사는 거

립글로스.

그래서 요것도 한 개 또 사고ㅋ

 

 

내 집은 가져서 뭐해요.

둘 다 게을러서 집 관리도 못하고 아파트가 딱인데

코압이니 콘도니

관리비 또 내잖아요.

지금 렌트비 내는거 관리비라고 생각하면 이것도 내 집이나 마찬가지고

낡고 후졌어도 두 식구 사는데 이만하면 괜찮아요.

신혼 시절 한 때

방 두개 짜리 넓고 시설 좋은 아파트로 옮기고 싶어서 몸살낸 적 있지만

그것도 지나니

지금 그냥 이렇게 사는게 우리 부부 라이프 스타일엔 또 그냥 딱이예요.

손님만 못 초대한다 뿐이지ㅋ

 

 

 

집 좁은건

옛날엔 단칸방에 온 식구도 살았었는데요 뭘.

남자 여자 두 사람,

방 하나에 목욕탕 부엌과 거실,

또 이게 그리 좁을건 뭐래요.

답답하면 밖에 나가면 돼지.

 

 

남편을 더 독려해서 돈을 더 벌게 하고

너도 집에서 놀지 말고 돈을 벌고

살림 늘리고 보란듯이 살아야지 왜 그런 후진 아파트에서 그러고 사냐고

돈 욕심 없고 게으르게 산다고

친구들은 다 집 사서 자리 잡고 사는데 넌 혼자 그러고 사는거 창피하지도 않냐고

노여사 핀잔을 들을 때 마다 반박을 하는 것도 이제는 하기도 싫고.

 

 

게으른 건 맞는데

그리고 저도 돈 벌고 싶어요.

그리고 돈 벌거예요.

내가 뭐 유한 마담 코스프레 하느냐고 이러고 집에서 놀고 먹는 건 아니거든요. 맹세코.

 

 

남편 돈 더 벌어 오라고 세상에 내돌리는거

저는 다 접었어요. 확실하게.

그렇게 안 할 거예요.

저 사람이 그게 행복하다 안 하니까.

지금 하는 만큼만 계속 하는거 저는 절대 만족이예요.

 

 

저만 조금 더 벌어서 보태면 저희는 괜찮아요.

제가 벌면

제가 그리도 좋아하는 바닷가 동네로 다시 놀러도 다닐 수 있을거예요 아마.

어떻게 벌 것인지는 아직도 궁리 중ㅋ

나 혼자 집 없는거 창피해서 돈 벌고 싶진 않아요.

집 없는거 창피하지도 않고

집 가지고 싶지도 않아요.

 

 

나 생겨 먹은게 이런데

내가 이래서

엄마한테도 실망,

셋째 성한테도 실망,

큰 언니한테도 실망,

그리 똑똑하고 활발했던 아이가

하다 못해 제대로 잡고 있는 직장도 없이 모두 다 에게 실패한 인생인데

 

 

 

활발했던 척, 성격 좋은 척은 다 집어 치우고 내 본 모습을 확 밀고 나가기로 결정 했어요.

 

 

나, 성격 호탕하고 좋지 않아. 사실은 예민해.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런 척 했을 뿐이야.

그렇게라도 해야 내가 이 집안에서 조금의 사랑이라도 받을까 싶어서.

엄마, 언니들, 오빠

모두가 나를 그렇게 평생 봐 온 것,

그런 척 하느라 내가 너무 힘들어서 내가 마음에 병이 생긴 것 같아.

다 집어 치울거야.

날 미워해도 좋아.

차라리 내가 나임으로써 미움을 받는게

사랑을 얻으려고 연극하는 것 보다 쉬울 거 같아.

그걸 마흔도 넘게 살고서야 지금에야 알았어.

 

 

 

남편한테 며칠 전에 고맙다는 말을 했었어요 제가.

 

 

연애하고

결혼하고

함께 한지 거진 20년 달려가고 있어요 저희가.

 

 

서서히 그 사람이 내가 나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준 거예요. 사랑으로.

 

 

벌써 이것도 십년쯤 전인가?

남편 막내 여동생이

남편 친구 결혼식에서 저한테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 이유가

저랑 있으면 자기가 자기 자신일 수 있다고.

자기 친언니들하고 있을 때도 그럴 수가 없는데

저랑 있으면 자기는 그냥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고 그게 너무 편하고 고맙다고.

 

 

 

저 말을 들었을 때

저는 참으로 스윗하고 의미있는 말인건 알았지만

그걸 제가 내 경우로 느끼기는 한참이 지나서.

남편하고 둘째 언니가 그래요.

저 두 사람하고 있으면

전 오롯이 내 자신일 수가 있더라고요.

 

 

내가 이 말을 해도 되려나, 안되려나.

아니 이런 행동은 지금은 하면 안돼.

이렇게 받아치지 말자. 소용없어. 그냥 넘어가자.

어쩌다 별 말도 아닌 말 한 마디 잘못 나갔을 때

내 엄마로부터 받는 경멸에 가까운 차가운 눈빛,

마흔도 넘으니 이제는 그런거 감당이 안돼요. 감당하고 싶지가 않아요.

나는 어려서부터

내 엄마로부터 그런 눈빛만 받아 자라야 했을 만큼

내가 잘못한 거 없어요.

이제는 정말

다섯 남매 중에서 둘째 언니와 나에게는 할애된 적 없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을 것이고

상처로만 되돌아 오는 통로를

저를 위해서 차단하기로 했어요.

 

 

 

남편한테

당신 사랑하고 둘째 언니 사랑이 나를 살렸잖아...하면서 고맙다고 했더니

막 또 울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 삶의 목적이 이루어 졌다나 어쨌다나.

 

 

 

목욕은 72시간 동안 안해도 됐어도

사실

오늘 아침이 이번 겨울 시즌 제일 추운 날이라고 텔레비젼에서도 하도 난리를 쳐서

설거지 문제가 아니고

히팅이 나오길 기다리긴 했어요.

그래서 제가 말을 바꾸기를

24시간 안에 고쳐지면 난 아무 불평 없다고.

 

 

자기는 산골 추운데서 살았어서 익숙하지만 당신이 걱정이라고 하더니

아침 먹고 와서 방 안에서

이불 네 개 덥고 덜덜 떨고 있던 남편이

오후 한 시,

20여 시간 만에 히팅이 다시 나오면서

활짝 웃으면서 기지개를 켜고 나와서는 이불 다 접어 다시 벽장 안에 넣고.

 

 

저는요,

똑같이 밥 해 먹고

하던 일 하고 있었어요.

심지어 손 놓았던 책까지 붙들고 읽고 있었는 걸요.

 

 

산골 추운데서 살았어도

자기가

물 데워 설거지 해 봤겠으며

물 데워 세수 해 봤겠으며

물 데워 손빨래 해 봤겠냐고요.

시려운 엉덩이로 똥 싸 봤냐고요.

 

 

깜냥도 안되면서 잘난척은.

 

 

낡고 좁은 이쁜 아짐의 뉴욕 변두리 아파트는

다시금

난방이 빵빵 돌고

뜨거운 물이 수도꼭지만 틀면 콸괄 나오고

꽁치 통조림 좀 이제 그만 사오라고 꿱 소리 질렀다가

날 추우니 매운거 먹고 싶어서ㅎㅎㅎ

제가 손수 한 캔 사다

이번엔 제대로 맵게 해먹어 보겠다 해서

(남편이 못 덤빌만큼)

고추도 막 썰어 넣고 고추가루도 막 더 뿌려 가지고

꽁치 김치 조림 해가지고 밥을요, 엄청나게 먹었어요.

그랬더니

더 바랄게 없어요.

 

 

한파의 추억,

훈훈하게 마무리 합니다.

 

 

아 그냥 내일 목욕 또 할까 봐요.

더운물 콸콸 나오는데 까짓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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