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이 먹고 싶어서 순대를 찾아 헤맸는데...못 구해서

이제 기어이 나도 순대까지 집에서 해먹어야 하는 그 지경이 되었나 보다...했는데

돼지 피를 못 구했어요.

 

 

순대국을 사 먹자면 지하철을 타고 한 번 갈아 타고 종점에서 내려서 또 버스를 타고

이러면 순대국집을 갈 수 있지만

저렇게는 제가 갈 수가 없잖아요.

왜냐, 게으르니까.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 대중 교통으로 다니는 것 절대 싫어 하니까.

 

 

 

그래서 차선책으로

노여사한테 반찬 배달갈 때 그 동네 있는 조그만 한국 식품점에서 순대를 한 팩 사오자,

그걸로 대충 순대국을 끓여 먹자, 이렇게 결심했는데

그 집에 이제 순대 안 판다네요.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이제는 안 판대요.

 

 

 

그래서 또 며칠 기다렸다 그 다음 반찬 배달 갔을 때

열 블록 걸어서 다른 한국 식품점을 갔어요.

플러싱 대처에 있는 그런 식품점에 비하면 여전히 구멍 가게 규모지만

그래도 노여사 동네 것에 비해서는 조금 커요.

여기도 없더군요.

 

 

 

그래서 검색을 했어요.

집에서 순대 만들어 먹는 고수들의 조리법을 한참 보고

케이싱하고 돼지 피만 사오면 되겠구나.

찹쌀도 있고 당면도 있고 마침 부추도 사다 놓은 것 아직 있고.

 

 

 

어제 동네 정육점은 다 돌았습니다.

이 동네는 작은 정육점들이 많거든요.

아마 뉴욕 동네 중에서 아직 이런 정육점들이 존재하는 동네는 드물듯해요.

그리스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양고기 이런 것도 많이 팔고, 어제는 토끼 고기도 구경했고,

미국 수퍼 마켓에서 진열대에 취급하지 않는 부위들을 이런 정육점에서 살 수 있는데

그리스 사람들은 돼지 피 안 먹나 봅니다.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도매하는 곳 까지 두 군데 갔었는데 소 피 파는 곳은 한 군데 있었는데

돼지 피 취급하는 곳은 없더군요.

 

 

 

돼지 피를 구할 수 있는 한국 마켓까지 가면 거기선 아마 순대를 팔 것 이고

순대를 파는 한국 마켓까지 갈거면 그냥 순대국집 가면 되니까

이건 사 먹기도 집에서 해 먹기도 둘 다 어려운 상황이 되었어요.

돼지 피를 구하러 다니면서

내가 이제 별 짓을 다하는 구나, 했어요.

 

 

 

아쉽지만 순대 만들어 먹기는 포기 하는 걸로 하고

별 짓 다하는 김에

남편 간식만 두어 가지 만들어 주고.

 

 

 

저 사람이 가끔 술을 쉴 때가 있는데

술을 아예 끊는다는 말은 절대 안해요.

다만 오래 오래 마시고 살아야 하니까

중간에 짬짬이 휴지기를 두면서 몸을 만든다나..

 

 

 

그러면 평소 음료수처럼 마시던 맥주를 끊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느냐 하면,

탄산 음료 2리터 하루에 한 병, 어떨 때는 그 이상씩 마셔 대기.

아이스크림 사다 쟁여 놓고 퍼 먹기.

달디 단 도너츠, 케잌, 과자 등등.

끝도 없는 설탕 섭취의 향연.

 

 

 

간식 값이 맥주 값 보다 더 나가는 것 말 할 것도 없고

진정 이것이 건강을 위한 금주인가 싶어요.

하루 종일 저 어마어마한 양의 설탕 덩어리들 몸에 들이 붓는 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제가 막 머리가 아파와요.

 

 

 

그래서 보다 못해

나는 안 먹기 때문에

절대 안하는 베이킹까지 얼마 전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초콜렛 칩 쿠키 레서피 검색해서

밀가루 양 조금 늘이고

설탕 양 반으로 확 줄이고

초콜렛은 다크로 견과류 듬뿍 넣고.

해서 반죽 했더니 총 48개 나왔어요.

 

 

 

좋다고 잘 먹는데

맛있는 거 절대 혼자 조용히는 못 먹는 사람이라

또 여기 저기 소문은 다 내가지고

지난 번 시댁가서 발렌타인즈 데이 때 시부모님 해 드렸고요.

두 분이 시간이랑 갯수 정해서 꼬박 드시면서 즐거워 하셔서 보람은 있었지만

시부모님 결혼 선물로 받으신 거라는 1967년도 핸드 믹서로 반죽하다

성질 버리고 팔 근육 혹사하고 아 힘들었어요.

 

 

 

이번에 한 건

한 번에 너댓개씩 먹어 대는 걸로도 모자라

동네 친구, 집주인 아들한테 주고 싶다고 싸달래서 들고 나가고.

셋째 성이 이런 거 좋아해서

오늘 가져다 주려고 미리 싸 놓길 잘했어요.

지금 저 아저씨 본인 쿠키 통에 열 개 정도 밖에 안 남았어요.

그저께 구운 건데..

 

 

 

온 동네 쑤시고 다니면서

돼지 피 구하러 삼만리 하다 빈 손으로 터덜터덜 집에 들어 와서

파이 크러스트 검색하고

혹시나 해서 이번엔 한글로 구글에 '후렌치 파이'라고 검색해 봤더만

오마나...정말 저거 레서피까지 있네요.

한국 사람들 정말 집에서 못 해 먹는게 없는거 같아요.

 

 

 

 

생전 처음 파이 크러스트 반죽을 하는데

이건 핸드 믹서 쓰는 것도 아니고

반죽 자체는 수제비 반죽보다 더 어려울 것도 없었는데

미는거, 이것이 이 요리의 노동 포인트더만요.

 

 

 

반죽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한 시간 기다렸다 꺼내서 밀었다,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가

또 꺼내서 밀고.

겹으로 싸서 밀고

다시 또 겹으로 싸서 밀고.

 

 

 

저 냥반 간식 거리를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나...

 

 

 

그 동안 제 간식 거리로는 돼지 족 삶고 있었어요.

이것도 어제 처음 해 보는 거였는데

순대 못 만들게 된 아쉬움 달래기 용 프로젝트로.

이것도 열심히 검색을 해 보니

다 삶은 다음에는

한 김 식은 다음에 뼈 발라낸 다음 꽁꽁 싸서

냉장고에서 서너시간 내지는 하룻밤 식혔다 썰어 먹는 거라길래

제 입으로는 뼈만 훑었어요.

 

 

 

내일, 진짜배기는 내일 먹을 수 있어, 조금만 참자!

내일 새우젓으로 장 만들어서 마늘도 썰고 고추도 썰고

식당에서 먹는 것 처럼 그렇게 제대로 차려서 먹는거야,

내일, 내일이면 진짜 족발을 먹을 수 있어!

 

 

 

 

영차 영차 밀어낸 파이 반죽으로

반은 짝퉁 후렌치 파이 만들고

반은 그냥 길게 꽈배기처럼 꼬아서 구운 다음에 설탕 위에 조금 뿌렸어요.

그런데 설탕이 겉 돌아요.

이걸 뿌려서 구웠어야 설탕이 반죽에 정착 했으려나요?

뭐 처음이니까.

맛은 먹을만 하게 됐어요.

 

 

 

요것도 반은 셋째 성 몫으로 따로 덜어 놓았고요.

 

 

 

오늘 노여사한테 김치 들고 가겠습니다, 미리 말씀 드렸었거든요.

그 동안

동네서 파는 배추로 찔끔,

깍두기도 찔끔,

요렇게 담가서 반씩 덜어다 드리니까 김치를 매주 하는 것 같아서

이번에 배추 다섯 포기랑 무 세 개 사다

지난 번 김장 이후로 다시 포기 김치 했거든요.

큰 유리병으로 두 병 꽉 차고 그러고도 작은 통 하나가 나왔어요.

이번엔 좀 오래 먹을 수 있겠어요.

 

 

 

새로 시도한 간식 거리들이 대체적으로 다 성공한 것 같아서

내일 김치랑 과자 3종 세트 들고 엄마한테 가야지~~하고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저는 자다가 중간에 화장실 가느라 일부러 깨는 적이 거의 없는데

남편이 꼭 한 번씩은 일어나요.

그럼 저도 같이 깨요.

화장실 가나 보다...갔다 왔구나...이러면서 보통은 다시 잠이 또 드는데

오늘 새벽엔 잠이 확 달아 나서

그냥 일찍 일어나 버렸어요.

 

 

아주 일찍.

 

 

남편이 깨워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열심히 하는데

잠이 도저히 다시 안 들 것 같더라고요.

냉장고에 있는 족발 생각만 나고.

배가 꼬르륵 거리는 것도 같고.

내가 계속 뒤척이면 남편도 덩달아 계속 못 잘 것 같아서

그냥 일어나서 거실로 나와 버렸어요.

방문 꼭 닫아 주고.

 

 

이 시간 다섯 시.

 

 

남편 계속 자야 하니까

시끄럽게 달그락 거리면 안되니까

조심 조심,

조용 조용,

살금 살금 움직여서

 

 

호일에 싸 놓았던 족발 한 덩어리 꺼내서 몇 점 썰었더니만

오호 성공이예요.

요거 한 덩어리 이따 노여사 갖다 드리면 또 얼마나 좋아 하시려나 흐흐흐

새벽 다섯 시에 족발 썰면서

얼마나 흐뭇하던지..

 

 

조용히 먹느라 구색은 다 못 갖췄는데

이따가 나중에는 제대로 한 접시 차리려고요.

 

 

이렇게

오늘 하루는

어얼리 버드로 새벽에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다섯 시에 간단하게 족발로 요기를 한 다음

커피도 내려서 마시고.

조용히 이어폰 끼고 음악도 듣고.

오늘 하루는 보람찬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남편 간식 사진 보여 드릴께요.

모양은 그냥 그런데 맛은 그런대로 괜찮아요.

다음에는 더 예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팔이 너무 아파서 좀 쉬었다 해주려고요.

전 이런거 만드는게 훨씬 더 힘이 드는 것 같아요.

배추 다섯 포기 김치 담그는 거랑 족발 만드는게 훨씬 더 재밌고 쉬워요.

아마 내가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의 차이일지도 ㅎ

 

 

제 간식 사진은 나중에 찍어서 보여 드릴께요.

새벽에 급하게 먹느라  족발 사진은 아직 못 찍었어요.

 

 

 

 

 

 

 

 

 

 

 

 

 

 

 

 

 

 

 

 

 

 

 

 

 

 

 

 

 

 

 

제 간식 사진 왔어요.

 

 

자주 먹는 것도 아닌데

족발 삶는게 이렇게 쉬운 건 줄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알다니...

여태 왜 식당가서 사 먹었는지...

보쌈은 진즉에 집에서 해 먹었으면서 말이예요.

돼지 족은 동네에서 팔겠다, 하기도 쉽겠다,

자주 먹는 것도 아니니 이제 부터는 집에서 해 먹으면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