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을 피우느라 시간이 후딱 갔어요.

 

 

할 일이 있는데

그걸 안하고 마냥 개기고 버티고 모른척하고 그러면서 저녁되면

죄책감으로 스트레스 받고

이러 짓거리를 반복해서 하다보면 하루 하루가 금방 가요.

아.....한심해. ㅋㅋㅋㅋㅋㅋㅋㅋ

 

 

돈 버는 일 아니고 집안 일의 일부이긴 하지만

집중력 더하기 리서치도 해야 하고

아무튼지 내가 하기로 확답을 준 일이니 제대로 확실히 해야 하는

나의 일인데..

아...하기 싫어.

그러다 며칠 전에 마침내 시동을 걸고 작업에 착수하여

오늘까지 많은 진척을 보인 가운데

마무리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 주 안에 확실히, 확실히 끝내 버리고

자유로운 내 생활로 얼른 돌아 가야지.

 

 

오늘은 아침부터

김밥을 후다닥 말아서 썰어서 통에 넣어 놓고

집 뛰쳐 나가 도서관에서 할 일 하고

복사하러 다녀 오고

집에 돌아 와서 또 서류 들여다 보고

이것 저것 착착착

이메일 할 거 이메일 하고.

오늘 하기로 했던 것 만큼 다 해 놓고 책상 싹 치우고.

 

 

 

정말 일년에 한 두번 밖에는 볼 수 없는 이런 모습이지만

제가 이럴 때는

집중해서 뭐 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하면서

그 흐름을 지켜 주느라고

(옆에서 얼척없는 말이나 행동을 함으로써 흐름을 끊어 놓았다는

제가 부릴 엄청난 신경질을 감당하지도 못할 것이고)

얌전히 잘 있어 준 남편에 대한 상으로

그간 미루고 미뤄 왔던 이발을 해 줬어요.

 

 

벌써 이게 제 때 해줬었으면 두어 주 전에는 해 줬어야 했는데

이것도

미루고, 미루고.

아 진짜 너무하네. 이 게으름.

 

 

아 뷰티풀한 날씨는 언제쯤 우리에게 찾아와 줄 것인지

지난 주말 2박 3일 내내 주룩주룩 해대는 날씨에

저는 아예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질 않았었어요.

 

 

진짜 미칠 것 같다..

이번 겨울 너무하네.

 

 

기분이 가라 앉아 있을 때

제가 혼자 기분 전환용으로 하는 게

음악 크게 틀어 놓고

이 옷 저 옷, 수영복까지 입어 보면서

모델 놀이라는 걸 가끔씩 해요.

 

 

최근에 생긴 아이템 중심으로 기존에 있는 것들과

이것 저것 맞춰 입어 보는 놀이예요.

스웨터 하나가 생겼다 치면

그냥 봤을 때, 어떻게 입으면 괜찮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과

정말 그럴 수도

아니면 내가 생각했던 것 예상 밖으로 아니올시다 거나

안 어울릴 것 같았던 것이 의외로 잘 어울리거나

이런 일이 생기기 때문에

 

 

이걸 미리 맞춰 놓는 거예요.

그래야 외출 시 이것 입었다 저것 입었다

급하게 코디하느라

황망한 결과가 나오는 걸 방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신발에 가방까지 다 맞춰 보려면

새로 생긴 스웨터 코디로

경우의 수 대여섯 개 내는데 한 시간 너끈히 걸려요.

 

 

아직도 밖은 한 겨울 날씨고

언제나 날이 따뜻해 지려나..

아 지겹다 지겨워...이런 날

춤 추면서 왔다 갔다

한 두 시간 즐겁게 놀면서

새로운 코디 작품들을 완성해 놓고 보면

어느새

제 기분은 어느 정도 나아져 있거든요.

 

 

 

거실에 이발 세팅해 놓고

지구 상 유일한 저의 헤어컷 손님 부르니까

남편이 자리에 앉기 전에 잽싸게 오디오 파워 버튼을 누르고 앉았는데

제가 며칠 전에 모델놀이하던 그 씨디가 자동 플레이.

 

 

ㅋㅋㅋ이건 뭐예요?

 

 

나랑 산 세월이 십년이 훌떡 넘어도

내가 집에 혼자 있을 때

이런 음악 틀어 놓고 무슨 짓을 하는지 몰랐을 텐데

에잇, 내 비밀 하나가 노출돼 버렸네.

 

 

 

후훗~

여기 미용사가 춤 추면서 머리 잘라 주는

디스코 이발관~~

 

 

 

롤러 스케이트는 안 신고 계셔서 다행이네요.

 

 

헉!

이러 롤라장에서 틀어주는 음악인거 당신 어떻게 알았어?

 

 

아 그래요? 몰랐어요.

 

 

 

이것이 어떤 씨디냐면

제가

집 한채 다운페이 너끈히 할만한 돈 착실하게 갖다 부으며

음주가무 생활 열심히 하던 시절에

호프집 사장님께서

이 노래들 들으니 옛날 생각 난나고,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했더니

바로 한 장 구워 주신

저의 소중한 애장 씨디거든요.

 

 

 

터치 바이 터치,

런던 나이트,

타잔 보이,

할렘 디자이어,

기타 등등

대략 이런 노래들 들어 있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죠 요런 노래들? ㅎㅎ

씨디에는 타이틀이

'롤러장 II'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붐붐'이 한참 활동하던 당시에 쓰던 노래인데 제목은 모르겠고

그 노래 나올 때

머리 자르다 말고 빗 들고 토끼춤 추면서 윙크해 줬더니

남편이

우와~~ 하면서 기절하려고 해요.

 

 

 

하긴 내가 저 사람 앞에서

토끼춤을 출 일이 없긴 했지.

내가 한참 저 노래들에 맞춰 토끼춤 추러 다닐 때는

저 사람은 미국에

나는 한국 이태원 유엔 빌딩에서 밤 새고 있을 때였으니까..

처음 보는 거니 놀랍기도 하겠지 후훗~

 

 

문 워크까지 했다간

이발하다 말고 저 사람 숨 넘어 갈까봐

그건 안 했어요.

 

 

롤러장 음악 메들리로 들으면서 이발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남편 이발할 때 마다 뼈져리게 깨닿는 바는

나는 진짜 손재주가 더럽게 없구나.

늘지가 않아요.

나한테 머리 잘라 달라고 하는 사람은

지구위에 오로지 저 사람 딱 한 사람이라는게 다행이예요.

오늘도 역시 한 건 했지만

항상 사고는 남편이 볼 수 없는 부분에 쳐서

아직 몰라요.

마음 아프지만...

 

 

아무리 부부 사이라도 서로 몰라도 좋을 일들은

시시콜콜 다 말하지 않는게 현명하다, 싶어서

그 부분이 어디고 어떻게 사고가 났는지는 말해주지 않아요.

그래서 이발은 항상 화기애애하게 끝이 납니다.

 

 

남편 이발 끝내고 씻으러 들여 보내고

바로 카레 만들기 시작해서

한 솥 완성해 놨고요.

 

 

지금 아직 저녁 7시 안된 시간인데

오늘 정말 보람차게 많은 일들을 했어요.

중간에 겨울 목도리, 장갑 이런 것들 싹 정리해서 클라짓에 넣어 놓고

망토 세 벌, 다 찾아서 대기 시켜 놓고.

 

 

시간을 시간답게 쓰면서 사는 날은

한 달에 사흘 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아요 전.

처리해 놓으면

기분이 이렇게 날아갈 것 같은데

그거 하기 싫어서 버티고 버티고 개기고 개기고

해야할 일 생각 안하려고

수도쿠 책 붙들고 낮이고 밤이고.

 

 

지겨운 2박 3일 비 끝에

오늘은

해가 반짝 났을 때 동네 볼 일 보러 돌아 다녔더니

기분이 좀 낫더군요.

 

 

빨리 날이 따뜻해 졌으면 좋겠어요.

 

 

모종들 나오면 동네 꽃집은 다 쑤시고 구경 다니면서

하나씩 사다 심어 놓고

그러기 시작하면

봄은 웬만큼 덜 게으르게 살아 지는데

그러려면 한 달은 더 기다리야 하니.

 

 

봄이 오기는 오겠죠. 버티다 보면.

아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