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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롤러 블레이드, 수면 양말 이쁜아짐 (ejpkryan) 2012-11-18  12:32:07

지난 달에 물꼬를 튼 집안 대청소 흐름을 이번 달에도 이어 오고 있는 이쁜아짐입니다.

몇년 만에 손댄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닌데

어디 어디를 어떻게 청소했다는 구체적인 사항은 챙피해서 말 못하고요,

이제 부터는 청소를 좀 더 꾸준히 하고 살려고요.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토록 집청소를 안하고

뒹굴뒹굴거림 증후군에 묶여 살도록 했는지 해답을 찾아 가는 동안

집안일 하는 시간의 균형을 맞춰 봐야 겠습니다.

밥 해먹는 시간, 청소하는 시간, 빨래, 서류 정리 기타 등등을 고루 고루 해야지,

밥만 해먹고 뻗어 버리는 옳지 못한 생활은 이제 그만해야 겠어요.

 

 

풍수지리설 상으로

집안에 불을 다루는 곳을 재물을 의미한대요.

현관문은 복(福)이 들어 오는 입구라 걸그치는 것 없이 정리가 되어 있어야 복이 들어 온다고.

셋째 성이

저를 붙들고 지난 긴 세월 동안 간곡한 하소연을 해왔었어요.

저 풍수지리 얘기를 해주면서

아무리 청소가 싫어도 저기 두 군데 만큼은 항상 깨끗해 있어야 한다고.

가스렌지 깨끗이 매일 닦아야 재물이 붙고

현관문 잘 정리해야 집으로 복이 들어 온다고.

 

 

이제 부터 어찌되는가 보면 저 말이 맞는지 틀린지 알 수 있겠죠? 

 

 

신발장도 싹 정리해서 버릴 것 버리고,

몇 년 동안 구석에 쳐박혀 있던 롤러 블레이드도 이번에 처리 했습니다.

비싼 건 아니어도 스케이트 자체는 아직 멀쩡해서 버리기가 아깝긴 했으나...

생각해 보니 워낙에 오래된 것이고

마지막 탔던 게 언제적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엄마랑 도저히 못 살겠다고 나 좀 데리고 살아 달라고

막 결혼한 둘째 언니 졸라서

둘째 언니랑 형부랑 나랑 셋이 같이 살던 시절에 용돈 모아 산 것이니...

흐미나 어언 17-8년 쯤?

맞아 그 때 가발 쓰고 다닐 때 였었지.

머리엔 가발 쓰고 저거 신고 동네 한 바퀴 돌다 친구한테 삐삐 오면 맥주집으로 달려 가고

그랬던 때니까.

 

 

주말엔 셋째 성이랑 센츄럴 파크 가서 같이도 타고.

셋째 성 허리가 많이 아파서 같이 타지는 못했을 때는

나는 살살 천천히 가고 (어차피 실력은 항상 초보였음)

셋째 성은 옆에서 이쁜 아짐 안 넘어지나 지켜 보면서 살살 걷고.

그러다 갑자기 내리막 길 나오는 바람에

 

 

저는 너무 무서워서 악~~~어떻게~~~아악~~~~~~~ 소리 꿱꿱 지르고

허리 아픈 셋째 성은 한 손으로 허리 받치고 다른 한 팔은 허공을 휘저으며

어기적 어기적 있는 힘을 다해 뛰면서

이쁜아짐을 따라 오고

그 잠깐의 내리막길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마침내 평지를 만나 스케이트를 멈췄을 때는

셋째 성 헉헉거리고 뛰어 오고 있고

조깅하던 사람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하면서 쭈욱 멈춰 서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더군요.

 

 

둘이 배가 아프도록 웃었어요.

 

 

저 뒤로 자주 안타게 됐어요.

실력은 늘지도 않고 겁은 많고 한 번은 정말 사고가 날 번도 하고.

사고날 번 한 이후로는 진짜 겁 먹어서 안타게 되더라고요.

 

 

가졌던 물건들 중에 추억이 안 서린 것이 어딨겠어요.

따지면 빤쓰 한 장, 칫솔 하나도 다 추억이지.

아니 이건 좀 억지인가?

어쨌든, 널찍한 저택에 창고로 쓸 수 있는 차고 하나 있으면

다 끼고 살겠지만

그러나, 나의 현실은 원베드 아파트 라는 점.

 

 

스케이트를 내다 놓으면서

젊은 시절은 그렇게 다 지나갔다,고

공식적으로 마감을 합니다.

 

 

그거 치우니까 신발장 옆이 깨끗하니 좋긴해요.

 

 

그러고 나서 책장을 정리했는데 이게 또 그렇게 속이 시원하네요?

 

 

그 다음엔

몇 년 묵은 서류 뭉치들 싹 훑었는데

이게 대청소의 백미였어요.

다 하고 나니까 삭신이 쑤시긴 했는데

(서류 정리가 이렇게 힘든 일인줄 처음 알았어요)

기분은 최고 였어요.

대체 필요도 없는 그런 종이들은 왜 모아두고 살았는지 원...

 

 

 

재작년인가 봐요.

제가 겨울에 내복 입기 시작한 걸 보고

셋째 성이 충격을 금치 못했거던요.

 

 

너도...늙는구나...

 

 

찬바람 불기 시작하기 무섭게

목도리에 장갑에 중무장 하는 자기를 코웃음치며 바라보며

멋낸다고 한 겨울에도 얇은 스타킹에 구두에 똥꼬치마 입고 다니던 동생이

바지 안에 내복 입기 시작했다고 하니까

너무 너무 놀라더라고요.

 

 

내복은 한 번 입기 시작하니까 어떻게 내복 안 입고 그 겨울들을 버텼는지가 이해가 안가면서

작년엔..보자..

그래도 유행이 레깅스라고 입긴 입어야 겠는데 하나만 입으면 추우니까,

두 개 입으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해서,

레깅스를 세 개 끼워 입고 다녔어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저렇게 입으면 밑이 굉장히 답답해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ㅋ)

 

 

올해는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서 바로 느낀게

목이 그렇게 춥네요?

목이 허전하고 쓸쓸한게 어쩔 땐 집안에서도 스카프를 두르고 있어요.

밖에 나갈 때는 꼭 목을 싸매고요.

 

 

롤러 블레이드를 내다 버린 이 가을에

중년의 호르몬은 이렇게 시작되나 봐요.

그래. 젊음은 갔다.

 

 

이제 중년의 내 발이 원하는 것은 롤러 블레이드가 아니라

따뜻한 수면 양말.

좀 있다 풋볼 끝나면 남편하고 동네 산책하기로 했는데

한 켤레 1불하는 수면 양말 두어 켤레 사오려고요.

 

 

우리 모두 따뜻한 겨울을 준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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