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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앞만 보고 돌진하는 인생의 후유증 이쁜아짐 (ejpkryan) 2013-6-21  12:01:50

즉흥적으로

시골에 가서 며칠 놀다 오고

즉흥적으로

밤 마실 나가서 춤추고 오고.

 

 

오늘은

발목엔 파스를 붙이고

딱지가 앉은 엉댕이 골짜기를 득득 긁으며 보내고 있습니다.

 

 

시아버님이 올해 팔순이 되시는 해라

올 여름 사남매가 모두 모여 생일 파티를 한다고

2주 전에 막내 시누 하와이에서 뉴욕 도착,

비행기에서 내려서 이쁜아짐 집으로 와서 2박하고

부모님 계신 시골로.

 

 

오늘 아침엔

큰 시누가 하와이에서 뉴욕 도착,

비행기에서 내려서 이쁜아짐 집으로

지금 저희 방에서 낮잠 자고 있습니다.

 

 

시골 행은 계획에 없었는데

갑자기 어찌 어찌 얘기가 나와서 후딱 짐 챙겨서

나흘 다녀 왔어요.

 

 

시어머니가 오른쪽 어깨를 다치셔서 지금 오른 팔을 전혀 못 쓰시는 상태라

텃밭 농사가 올스톱이라고 하셔서

가서 밭농사 거들어 드리겠다고 말은 해 놓고

막상 가니까

또 마음이 바뀌어서 웬지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

 

 

그래서

막내 시누랑 남편이 일하는 거

덱 위에 의자에 앉아서 내려다 보면서 하루 종일 업무 지시만 하고

저는 손하나 까딱을 안했어요.

 

 

이런 이쁜아짐을 누군가 응징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 집 식구들 아무도 안 물리던 말벌에 혼자 쏘여서

왼쪽 다리 뒤로 시뻘겋게 퉁퉁 붓고

뻐근함을 동반한 간지러움에 고통 받으며

 

 

계속 뺀질대다

저녁 나절엔

덱에서 마당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항상 목적만 보고 돌진하는 버릇으로 마당 저 밑에 있는 남편한테

뛰어 가려다가

훌러덩 미끄러져서

나자빠지며 (와당탕)

그 밑으로 계단 셋을 꼬리뼈로 리드미컬하게 찍으면서 (쿵, 쿵, 쿵)

땅바닥으로 착지.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저도 놀라고

주변인들 다 깜짝 놀라고.

덱에서 햇빛 쬐며 졸고 계시던 시아버님 벌떡,

대여섯 걸음 앞에서 상추 뜯고 있던 막내시누랑 시어머니 달려 오시고.

시어머니는 너무 놀라셔가지고 얼굴 빛이 하애 지셨더군요.

 

 

나는 그에게로 뛰어 가려다 이렇게 나자빠 졌는데

남편이 제일 뒤늦게 도착.

 

 

온 가족이 지켜 보는 가운데 일어 서는데

아프기도 많이 아프긴 했는데

직감적으로 어디가 크게 잘못되지는 않았다,는 건 알았어요.

다만 창피함을 어찌 수습할 것이냐, 하는 걱정.

 

 

재작년에 처음으로 나무에 달린 사과를 처음으로 따 본 다는 흥분에

사과만 보고 돌진,

그 중간에 가지도 있는데 그냥 사과만 보고 팔 뻗으며 돌진하는 바람에

가지에 머리 맞고 얼굴 긁히고.

시어머니가 제 하는 양을 보시더니 마음이 안 놓이셔서

알아서 사과 따가지고 오려므나 하셨다가

내내 옆에 붙어 계셨어요.

 

 

남편이,

이 사람은

주의력 부족한 아이들한테 씌워 주는 그런 헬맷 씌워 줘야 한다고. 

 

 

정신 차리고 어기적 어기적 일어 나서

남편하고 저희 묵는 방으로 가서 남편더러 좀 어떤지 보라고 궁댕이를 보여 줬더니만,

꼬리뼈로 나무 계단 긁으면서 온 체중 실으며 쿵 쿵 쿵 했는데

뼈는 괜찮더라도 살은 까졌을거 아녜요.

아프더라고요.

 

 

좀 봐 봐. 어때?

 

 

하고 물었더니

 

 

cute!

 

 

 

 

 

그러고 자기 참 위트있다고 좋다고 낄낄낄.

 

 

짜증 나서 남편 내쫒고 막내 시누한테 보여 주고

약 받아서 바르고

어기적 어기적 다시 내려가서

시어머니한테도 '보여 드릴까요?' 하니까

됐다. 난 안 봐도 된다.

하셔서 이 정도로 저 날의 사고는 마무리.

 

 

말 벌에 쏘인 다리와

까진 궁댕이를 이끌고 어제 집에 돌아 왔는데

 

 

남편 밴드에서 드럼치는 친구가 속해 있는 또 다른 밴드에서

앨범 출시 파티를 맨하탄 소호 작은 클럽에서 한다고.

저 쪽은 돈 줄이 좀 있는 밴드예요.

 

 

남편 고등 동창 친구가 같이 가기로 했다고

저희 집까지 와서 차로 태워서 갔다가

또 차로 데려다 준다고.

파티는 아는 사람들만 초대해서 하는 거라서 술 공짜라고.

 

 

이 정도 상황이면 안가면 손해다, 또 이런 몹쓸 현명한 판단력.

짐가방 내려 놓자 마자

분칠하고

이렇게 유흥가 밤마실 나가는게 대체 몇 년 만이냐,

오늘이 지나면 내가 또 언제 이걸 다시 하게 될 날이 언제가 될지 기약도 없는데,

이번이 마지막인 듯

제대로 해 보자.

 

 

몸에 딱 달라 붙는 블랙 미니 원피스를 입고

사자 머리 풀어 헤쳤더니

 

 

여기까지는 남편이 입 헤벌레 하면서 좋아라 하더군요.

패션의 완성으로 회심의 4인치 하이힐을 꺼내 신었더니

갑자기 사색이 되서는

지금 그 몸에 그런 신발 신으셔도 되냐고.

 

 

이게 있잖아,

앞에도 요렇게 1인치 정도, 요렇잖아? 요게 되게 편하거든.

보기보다 그렇게 불편하지 않아.

 

 

그런데 술도 좀 자실거고

춤도 추셔야 할텐데

정말 괜찮으시겠냐고.

 

 

아 당신 친구 자가용으로 가고 자가용으로 집에 올건게 뭐가 걱정임.

가서 놀다만 오면 되는데.

 

 

가서는

고향 친구들하고 인사 나누는데

동부인하고 온 사람이 남편 밖에 없는 거예요.

여자는 저 하나에 아저씨들 너댓이 쭉 둘러선 모양새가 됬는데

또 이걸 가지고 혼자 좋아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자기 친구들이 저보고 예쁘다고 난리가 났다고.

 

 

그래? 당신 친구들이 뭐라고 그랬는데?

 

 

물었더니

제가 화장실 갔을 때

 

 

얘들아, 우리 색시 너무 이쁘지 않니?

 

 

했더니

 

 

다들 그렇다고 했대요.

아...

나로 하여금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이런 귀염둥이 남편 같으니.

 

 

 

이 예쁜 부인은

말벌에 쏘여 퉁퉁 부은 다리와

쑤시는 궁댕이를 부여 잡고 기어나간 맨하탄 술집에서

4인치 힐 신고

화장실 다녀 오는 길에

조 앞에 서 있는 나의 사랑스런 남편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

계단 제대로 안 보고 내려 오다

또 기어기 자빠지고.

 

 

마지막 한 계단을 계산 착오로.

오프닝 밴드가 열심히 연주 중인 무대 코 앞 한 가운데로 슬라이딩.

철퍼덕.

슈웅......

 

 

0.1초 만에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 다 내 앞으로 몰려와 있는 이 상황.

 

 

이건 시댁에서 자빠졌을 때 보다

백배는 더 창피한 순간인데

또 다시 0.1초만의 판단력으로

이런건 시간 끌수록 더 쪽팔리다는 결론으로

벌떡! 일어 났습니다.

 

 

하하하

이런 건 늘상 있는 일이예요.

전 괜찮아요.

 

 

하면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 갔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술집에서 사람이 자빠질 수도 있는 거지

무슨 대수라고 이렇게 촌스럽게들 몰려 있냐는 듯이.

 

 

 

남편이 괜찮냐고 진짜 다친데 없냐고 근심 가득한 얼굴로 묻길래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으니

얼른 술이나 한 잔 받아 오라고 했습니다.

 

 

아...그냥 마시자....

술 마시기 전에 이런 일이 생겨서 다행이다.

한참 술 마시던 중에 일어 났으면 더 챙피했을 거야.

다행인 거야 이건.

암. 다행이고 말고.

지금부턴 그냥 공짜 술을 마구 즐겨 버리는거야.

 

 

럼 앤 토닉을 한 여덟 잔 쯤 더 마셨나.

취하고 싶었어요.

8시 부터 10시 까지

남편 친구 밴드가 공연하는 동안

인생의 모든 괴로움을 잊고 열심히 열심히 춤을 췄어요.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자빠졌던 건 진짜 쪽팔리긴 했는데

모 그렇다고

울면서 집에 돌아와야 했나?

그건 아니잖아.

내가 거기 있던 그 사람들은 언제 또 볼거라고.

또 보던 말던.

자빠졌거나 말거나 아우 잘 놀았네~~~

 

 

했더니

 

 

역시 부인이십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은

간밤에 입었던 원피스며

샌들이며

쳐다 보는데 왜 이리 생경한지

발목에 파스 한 장 붙이며

내가 진짜 저걸 어제밤에 신었나?

허리에도 파스 한 장 붙여야 하나 고민하며

내가 진짜 어제 저걸 입었었나?

 

 

오늘은 큰 시누 저녁 해 먹이고

내일은 또 바로 둘째 언니네 가서 자기로 했는데

어기적 어기적 기어 가게 생겼습니다.

가서는

말 벌에 쏘인 자리랑

다 까인 궁댕이랑 보여 주면서 그간의 사연을 얘기해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춤추고 왔다 하면서

퉁퉁 부은 발목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면

언니가 그럴 것 같아요.

 

 

으이구 이 화상아.

장하다 장해.

 

 

 

목표만 보고

앞만 향해 내달리다 다치느니

전후좌우 두루 잘 살피면서 살살 살아야 겠어요.

시간이 걸리는 듯 해도

부상 당해 멈추는 것 보다

결국은 그게 제일 빠른 길 같아요.

 

 

지금 온 삭신이 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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