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어느 날 갑자기 마케팅 부서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을

저한테 마구잡이로 연결 시키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방침은,

전화를 타 부서로 돌릴 때에는 그 부서의 직원과 직원끼리 먼저 사정 설명을 하고

전화를 연결하는 거예요.

 

 

나 고객 서비스의 누구인데 지금 어떤 사람이 가입 신청서에 미비 서류 보충하는 문제로

전화를 했다, 신청서 번호는 무엇 무엇이고,

이 사람은 힌두어를 한다, 내가 연결해도 되겠느냐.

 

 

 

그럼 저 쪽에서는 제 말을 들으면서 동시에 자기 컴퓨터에 신청서 접수 번호를 입력하고

신청서의 현재 상황 정보가 뜨죠.

이렇게 짧게 상황 설명이 끝나고 저 쪽에서도 전화 받을 준비가 되서 오케이, 하면

그 때 제가 연결 버튼 누르는 거예요.

 

 

반대로 고객 서비스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를 마케팅 쪽에서 받으면

저런 순서를 거쳐서 연결이 되야 하고요.

 

 

나 마케팅의 누구 누군데

새 고객이 주치의 선정하는 문제로 전화를 했다,

고객 아이디 넘버는 무엇무엇이고

이 고객은 아랍어를 하며 지금 통역도 연결 되있는 상태다. 연결해도 되겠느냐.

 

 

고객이 같은 일 두 번 설명 안해도 되게끔

이렇게 하고 전화 연결하는게 업무 방침이고

 

 

마케팅이나 고객 서비스나

영어가 불편한 고객은 자기 선에서 먼저 통역 서비스를 부르는게 일차 의무예요.

그러니까

나한테 전화가 왔는데 중국어를 원한다 하면

같은 부서 내에서 중국어 하는 사람의 사내 직통 전화를 시도할 수 있지만

원칙은 이런 한 번 시도에 그 쪽에서 전화를 안 받으면

바로 통역 서비스 회사에 전화해서 통역을 부르는게 원칙이고요.

 

 

우리 부서 내에 중국어 하는 사람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해서

다른 부서 내에 중국어 하는 사람한테 전화를 하는 것은 안되고요.

그 부서 일을 하는 중국어 구사자이지

중국어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내 중국어 통역을 전담하는게 아니니까요.

 

 

 

어느 날 부터, 이 문제의 직원이

한국어 하는 고객이 전화 했다고 받겠냐고

앞 뒤 상황 하나 없이 이렇게만 말하고 전화 연결하길래

받고 보니 제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닌거예요.

그 쪽에서 통역을 써서 그 부서에서 해야 하는 일.

결론적으로 저는 다시 전화를 그 쪽 부서에 다시 연결해야만 하는 상황.

 

 

 

며칠 지나니까

아예 제가 전화를 받는 거 기다려서 한국말 하는 사람이라고 전화 연결하겠다는 말도 없이

라인 자체를 바로 제 직통 전화로

사내 직통 라인이라서 받으면 저 쪽에서 대답하는 사람은 고객.

통화해 보면 역시나 또 제가 다시 그 쪽 부서로 되돌려야 하는 사안.

 

 

 

다 귀찮다 이거죠.

전화 받았더니 한국말 필요 하다 하고

그럼 바로 통역 서비스 불러야 하는데 너무 귀찮다 이거죠.

그냥 고객 서비스에 한국어 하는 사람 하나 들어 왔다고 하니 거기다 연결하자.

하다 보니 어쩌고 저쩌고 설명도 귀찮다, 그냥 바로 연결하자.

몇 번 해보니까 한국말 하는 사람 전화오면 이게 제일 간단하고 편하구나.

앞으로 계속 이래야지.

 

 

이런 거겠죠.

 

 

 

제가 열받는 것은

내가 받지도 않아야 할 전화를 저한테 떠 넘겼다는게 아닙니다.

어차피 전화 받는게 주요 업무라

이런 전화든 저런 전화든 업무 시간에 전화 받는게

제 입장에서 더 성가실 것은 없어요.

전화 하는 쪽에서 볼 일 해결하는 일이 늦어지고 성가셔 지는 거지.

 

 

수상한 생각에

제 뒷자리에 앉아 있는 저랑 제일 친했던 동료한테

(이 사람은 스페니쉬를 함)

물어 봤어요.

 

 

마케팅에 누구 누구 있잖아.

그 사람 너한테 스페니쉬 고객 연결하면서도 이런식으로 하니?

 

 

자기는 한 번도 그렇게 전화 연결 받아 본 적 없대요.

 

 

옆자리 동료한테도 물어 봤어요.

 

 

그 사람, 폴란드어 하는 고객들 전화 너한테 그런 식으로 연결한 적 있어?

 

 

없대요.

 

 

심지어 저랑 초장에 싸웠던 그 동료도 자기가 알아서 끼어듭니다.

 

 

자기도 그런 식으로는 전화 연결 받아본 적 없다고.

 

 

열 더 받는 거예요.

 

 

다른 나라 사람들은 똑같이 영어가 불편해도 예의를 갖춘 전화 연결을 받는데

한국인 고객들은 이 사람한테 푸대접 받고 있는 거잖아요?

영문도 모르고 엉뚱한데 연결되고 결국은 기다리다 다시 저 쪽으로 연결되고.

 

 

 

화가 부글 부글 났지만 그래도 프로의 자세를 유지한다고

그 사람한테 전화해서 정중하게 부탁했어요.

 

 

너가 연결한 전화들, 내가 다 결국은 마케팅으로 다시 돌려야 했다,

고객들 시간 낭비니까

앞으로는 고객 서비스에서 처리해야 할 일인지 확인하고 전화 돌려주기 바란다.

(전화 돌릴 때의 개매너는 아예 언급도 안 했어요.

이건 내가 봐주고 넘어가겠다, 하는 자세로)

 

 

 

이 정중한 일침에

이 사람이 그런 소리를 꿱 지르고 전화를 끊더라고요.

 

 

중국인과 한국인은 영어를 못해.

내가 그걸 어떻게 확인 해.

 

 

그래서 또 어떡하나요. 이 메일 써야지.

 

 

제 부서 수퍼바이저한테 이 메일 썼어요.

 

 

 

전화 연결을 회사 방침에 어긋나게 앞 뒤 상황 설명없이 내 직통 라인으로 바로 연결하는

마구잡이로 한다, 일차적으로 토로했고

이것을 주의해 달라는 부탁에

저렇게 말을 하더라.

중국인과 한국인은 영어를 못한다고.

우리 회사의 스태프가 몇 십개 언어를 하는 이중언어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영어가 불편한 사람들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고객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통역 서비스도 갖추고 있는데

중국인과 한국인이 영어를 못한다는 말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들린다.

 

 

 

역시나 운이 좋았던 것은

제 부서 상관들이 참 괜찮은 사람들이었어요.

한국어 하는 직원 너무 힘들게 구했어서 그런지

저한테 편의도 잘 봐 주고.

 

 

제 수퍼바이저가 알아서 인사과에 보고했고요.

전화 연결 그 딴 식으로 하는 것은

그 쪽 수퍼바이저한테 알려줘서 시정토록 하면 되는 거지만

제가 문제 삼은 인종 차별적 발언은

회사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요.

 

 

큰 회사 안에서 부서 간 매니지먼트들 기싸움 난거죠.

 

 

우리 쪽이야 잘못한 것 없으니 제 부서 매니지먼트들은 엄청나게 적극적으로 나왔고

저 쪽은 창피하니까

잘못한 니가 알아서 해라, 이런 식.

 

 

저는 인사과에서 미팅 잡혔다고 하는 날,

회사차 타고 퀸즈에서 브루클린까지 편안히 왔다 갔다 했고요,

인사과 미팅에

제 부서 수퍼바이저 저랑 함께 들어갔고

저 쪽은 혼자 왔더라고요.

아 초라해....어쩔거야....

 

 

 

자기가 잘못 했다고도 생각 안하고

분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얼마나 무식한 소리만 해대던지.

 

 

인사과 디렉터가 말하다 하다 말이 안 통하니까 나중에 열 받았어요.

 

 

처음은 이쁜아짐 측과 인사과 일대일

그 다음은 그 쪽과 인사과 일대일

나중은 삼자 대면 식으로 했거든요.

그 사람, 이쁜 아짐, 이쁜아짐 수퍼바이저.

 

 

 

인종 차별적 발언이 아니고

심플하게 입에서 나온 실수 였다고 치고

이쁜아짐께 정식으로 사과 하라고.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라고 약속 하라고.

(밑에 글 큰 조카양 사건에 제가 말한 것, 이 때 배운 것 응용임)

 

 

그래서 이쁜아짐 쪽에서 사과를 받아 들이겠다고 하면

이 정도에서 끝낼 수 있다고.

 

 

 

이 못되고 무식한 직원이 부르르 떨면서

 

 

자기는 사과 못 한대요.

사실 아니냐고 중국 사람들하고 한국 사람들 영어 못하는거.

 

 

 

인사과 디렉터가 달래고 달래다 어이가 없어서

 

 

이쁜아짐 입장이면 이것을 공론화 할 수 있다,

미국과 뉴욕과 이 회사는

인종 차별을 절대 가벼운 사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회사 인사과의 디렉터 입장에서

이 사안을 회사 안에서 잘 처리하고 싶다,

이쁜아짐이 만족을 못하고 회사 밖으로 공론화 하겠다 하면

나는 막을 방법도 없고 막으려 해서도 안된다,

이미 이쁜아짐은 나에게 진정한 사과와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라는 확답만 받으면

덮고 넘어가겠다고 합의를 했다.

 

 

 

인사과 디렉터가 저를 달랠 때 저는 그러겠다고 했고요

저 사람도 인사과 디렉터한테 둘이 얘기할 때는 자기가 잘못 했다고 했나 봅니다.

그런데 제 얼굴 보고 사과 하려니 자존심이 상해서 갑자기 안 하겠다고 버팅기는

그런 상황이 된 것 같더라고요.

 

 

인사과 디렉터도 이런 급변한 상황에 엄청 짜증이 난 듯한 표정.

 

 

불러서 한 쪽은 달래고 한 쪽은 주의주고 양쪽 화해 시키고

이러고 두루두루 좋게 끝내면 되겠다 했는데

저러고 나오니...

 

 

한 숨 쉬더니 회사 기록에 올리겠다고 하더이다.

고의성은 없었을 지언정 심각한 실수 였다고.

향후 2년 간 승진 금지고

비슷한 실수가 한 번 더 벌어지면 바로 해고. 라고.

 

 

정식 경고장은 본인과 부서 매니지먼트에 2주내에 발부될 것이고

 

 

이쁜아짐은 이 결과에 만족하지 않으면

다음 액션 취할 수 있다고.

뉴욕 시 정부에 회사를 고발한다던가

저 사람을 개인적으로 고발한다던가 하는.

 

 

저렇게 친절하게 인사과 디렉터가 설명을 해주니

 

 

겁 먹은 듯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과, 결국엔 합디다.

죽고 싶을 만큼 수치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회사 측의 노력은 제가 만족스러워서 더는 뭘 안하기로 했고요.

디렉터는 그 사람이 저한테 결국엔 사과를 한 다음에도

승진 금지하고 한 번만 더 이러면 짤리고 이 결정은

철회 안하고 실행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회사 차 타고 다시 제 오피스로 돌아 왔고요.

 

 

 

차 안에서 느긋하게 셋째 성한테 보고 전화 하니

 

 

성질 지랄 맞다고 맨날 흉 봤었는데

지랄 맞은 성격으로 이렇게 똘똘한 짓도 하네.

잘했어 수고 많았어.

내 속이 다 시원하다.

 

 

 

십년 쯤 된 일이라 다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다시 추억하니 다시금 제 속이 시원하네요.

 

 

내가 한 없이 한심한 짓만 하고 살아 온 것은 아니고

가끔 이렇게 똑부러진 일도 하고 살았었다는 것이.

 

 

옛날을 추억하다 보니...

저 회사 다니면서 있었던 제일 큰 건은 따로 있는데...

 

 

이 회사 그만 두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꼬발르고 그 사람이 직방 해고된 일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같은 한국 사람이었다는 사실.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 무시 받는 일도 열 받지만

같은 한국 사람끼리 그러는 꼴은 더 못 보겠어서

심증만 가지고 조용히 수퍼바이저한테

저 쪽 부서에 한국말 하는 이런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 고객들 전화를 수차례 받았는데

증거는 없지만 이러 이러한 일이 벌어 지고 있는 것 같다고 내사 부탁했더니

비리의 사안이 심각했던지

구체적인 진행 사항은 절대 얘기를 안 해주더군요.

바로 며칠 만에 그냥 그 사람 이제 이 회사 사람 아니라고.

그걸로 끝.

입 싹 닫고 아무 말도 안 해주더군요.

그 사람 이 회사 그만 뒀기 때문에 더 이상 해 줄 얘기가 없다고.

 

 

저 때문에 짤린 사람

직장 잃어서 밥 굶는 사람 아니고

저런 추잡한 짓거리까지 안해도

저 보다 훨씬 훨씬 비교도 안되게 돈 많은 사람이고 명예도 있는 사람이고

뉴욕 한인 사회에 영향력도 있는 사람,

이라고 저는 알고 있어요.

 

 

괜히 몇 마디 나불 거렸다가

명예 훼손이니 뭐니 해서 골치 아파질까봐 말 못 하는 이 심정.

아하, 그 때 나 꼰지른게 너 였구나,

하고 내 개인 정보 알아 내서 복수할까봐 무서워 더 얘기 못하는 이 심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얘기 나온 김에

다 확 불어 버리고 싶은 이 심정.

 

 

 

아...이쁜아짐은 어찌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