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채 안되서 오늘 또 출동.

 

 

갔더니 또 다른 조카 분 한 명이 와 있었어요.

(워낙 대가족이라 조카들도 많고 조카의 자식들도 많고.

방문객이 많은 인기쟁이ㅋ)

 

 

집에서 손톱깎이 가져 왔다고

지금 깎아 드릴까요? 했더니

 

 

오늘 저녁에 또 다른 조카가 올 예정인데 그 조카가 다음 번에 오면 손톱 깎아 드리겠다고 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럼 어쩔까요.

그래서 됐다는 말씀이세요?

저예요 그녀예요?

둘 중 하나 선택을 하세요!!!

참고로 말씀 드리는데 저 손톱 깎는거 굉장히 잘해요.

다른 조카 분은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겠지만.

 

 

 

손톱 잘라 드리고 식당 내려 가서 함께 점심 먹고

조금 더 얘기 나누다가 집에 왔어요.

 

 

 

남편은 고맙다는 말을

지난 주에는 백번 쯤 하더니 오늘은 오십 번쯤으로 줄었고요,

오늘 우리 또 한 번 착한 일 했다고 방긋방긋 웃어요.

 

 

착한 일을 그 노인네 좋으라고 우리가 했나...

아니거든요.

우리 좋으라고 한 거예요. 내 마음 편하려고.

 

 

자기도 나도

지난 번 뵙고 올 때 그 때 그 어른 모습이 머리 속에서 안 지워져서

서로 얘기는 안 했지만 곧 한 번 다시 가야지 마음 먹고 있었던 것,

그래서 오늘 갔더니 일주일 만에

훨씬 훨씬 백 배 쯤 나아진 모습으로 계신 어른 모습 뵈니까

비로서 마음이 편해지는 것

그래서 우리 오늘은 조금 더 맘편히 잘 수 있겠다 하게 된 것.

 

 

평소에 자주 보면서 가깝게 지내던 집안 어른도 아니었구만

어려운 줄도 모르고

의외로 한 천연덕하는 이쁜아짐, 아무렇지도 않게  그 분 손을 잡으면서

손톱이 자랄 대로 자라다 못 해 부러져 있는 모습에

손톱깎기를 가져 왔더라면...

병든 노인네 손톱까지 누가 신경을 쓸 수 있었겠나..간호의 사각지대로구나...

이런 생각했어요.

다음 번 뵈러 올 때는 꼭 손톱깎기 가져 와서 잘라 드려야지.

 

 

 

오늘 갔더니

병원 환자복 벗고 평상복 입고 휠체어 앉아 계신 단정한 모습에 마음이 한결 편해 졌어요.

머리도 지난 번 하고 달리 얌전히 빚어진 상태고.

 

 

기분도 훨씬 좋아 보이셨어요.

지난 주에 뵜을 때는

강한 진통제 영향으로 반은 제 정신 아니셨고 거기다 더하기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에서 오는

불평만 늘어 놓기 이런 모습이셨는데

오늘은 한결 더, 평소 때 모습.

 

 

지난 주 저희 병원에 가 있었던 동안 있었던 일, 기억이 안 나신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가 잠깐 되짚어 드렸더니 너무 즐거워 하시네요.

 

 

점심밥이 나왔는데 아무 것도 먹기 싫다 하시고

디저트 용으로 나온 캔 복숭아만 드시겠다고 하셔서

남편이 먹여 드린다고 했다가

첫 번 째 조각 식판으로 떨어 뜨리는 바람에

제가 바톤터치 해서 더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한 술씩 뜨시게 그렇게 먹여 드렸거든요.

 

 

폴이 그거 떨어 뜨려 가지고 화 내셨어요.

떨어진 거 너나 줏어 먹어라 그러셨어요.

 

 

아 그래?

그래서?

 

 

그래서 저 사람이 '네'하고 냉큼 식판에 떨어진 복숭아 손으로 줏어 먹었어요.

 

 

하하하.

 

 

옆에 있던 아이리쉬 청년이 축도 부탁했던 얘기도 기억이 안 나신대요.

 

 

결국 그 청년이 먼저 외삼촌한테 갓 블레유 파더 하고 말았다는 얘기 하니까

 

 

나 답네.

 

 

하고 좋아 하시더군요.

 

 

축도 전의 긴 수다가 생각이 안 나신대요.

우리 모두 너무 즐겁게 웃었던.

 

 

우리랑 상관도 없는 그 청년한테 한참이나 제 칭찬하시던 것도 다 기억이 안 나시나 봐요.

 

 

내가 신부가 안 되었으면 이런 여자랑 결혼을 해서 살았을 거야.

(모두들 너무 즐겁게 웃음)

내가 이 아이들을 결혼시키지는 않았지만

(카톨릭 식으로 말하는 결혼식의 주재를 하지 않으셨단 말씀)

이 아이들은 하나님이 인정하는 그런 결혼보다도 더 아름다운 그런 결혼 생활을 하는 특별한 아이들이지.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좋은 배우자야.

둘이 정말로 진짜 사랑을 하면서 사는 아이들이야.

 

 

 

이 말도 기억 못 하실 듯.

 

 

작별 인사를 하면서

오늘 저녁에 오기로 한 그 조카한테 손톱 얘기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었더니

 

 

이로 물어 뜯었다고 할께.

 

 

이쁘게 잘 물어 뜯는 연습 하셨다고 하세요.

다음 번엔 제가 그 분께 양보할께요.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남편이 그럽니다.

 

 

히 러브즈 유 쏘 머취.

 

 

왜 그렇게 생각 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생각해?

 

 

그냥....눈 빛이요. 엉클 밥이 당신 바라 볼 때 눈 빛이요.

사랑이 가득 담겨 있어요.

 

 

아...난 또 뭐라고.

내가 원래 러블리의 정의잖아.

나 안 좋아하는 사람있어?

우주가 내 중심으로 움직이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 미친건가?

 

 

남편 왈, 그것도 진지한 얼굴로,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과대망상이겠지만

부인님은

그게 사실이기 때문에 지극히 정상이시라고.

 

 

오늘 역시

긴 지하철 여정으로 피곤 했습니다.

저녁으로 삼계탕 해 먹기로 어제 약속한 대로

수퍼에 들러 닭 한 마리 사 가지고 집에 왔어요.

 

 

닭을 고아서

정신머리가 한참이나 정상범위 보다 프리한 서방 앞에 갖다 놓고

손으로 닭 살을 발라 한 점 한 점

깨소금에 찍어 입에 넣어 줍니다.

 

 

제비 새끼처럼

항상 그렇듯이 잘 받아 먹어요.

 

 

다 큰 어른을 애처럼 뭘 그렇게 해다 바치면서 멕이기 까지 하냐고 하면

할 말은 없어요.

삽겹살도 쌈 싸서 멕여 주고

생선 자반도 구우면 가시 발라 멕여 주고

삼계탕도 뼈 발라 멕여 주고

 

 

 

그 집 남편은 손이 없어요? 왜 멕여 줘요?

 

 

아 글게 나는 왜 서방을 밥을 멕여 주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이게 제가 남편하고 밥 해 먹고 사는 재미예요.

 

 

삽겹살은 각 자 먹으면 내가 혼자 너무 먹으니까

양의 구색을 맞추느라고 한 입 싸주고 나 한 입 먹고 하는 거고

생선은 남편이 눈이 나빠서 가시 발려 먹는게 불가능하니까 그러는 거고

삼계탕은, 닭살 먹다 남은거 닭죽에 투입하느라 어차피 살 발리는 김에

한 점씩 소금 찍어 주는거고.

 

 

이렇게 남편 거둬 먹이는거

남편을 잘 먹어야겠다, 이래서 하는게 아니고

이러는게 내가 재밌어서 그래서 하는 거예요.

몇 가지 메뉴로만.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이번에 났는데..

 

 

증조외삼촌 계신 양로원 가서 손톱 깎아 드렸다고

무슨 큰 일 한 것 마냥 엄청나게 고마워 하는 남편 보면서

아버지 병원 계실 때 생각 잠깐.

 

 

미국 사람들은 아마 가족더러 알아서 환자 병수발 들라 하면 아마 기절할 듯.

 

 

중풍으로 쓰러져 응급실 거쳐 병원 입원한 아버지.

똥, 오줌 누가 받아 주나요.

환자 가족이 알아서 하는 거지.

자기들이 하거나 간병인 고용 하던가.

 

 

이렇게 된 아버지, 본인 심정은 어떨까...

 

 

이런 생각?

안 했어요.

 

 

환자 생각해서 한 거 아니고

환자 가족들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내가 꼭 해야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이 했어요.

하기 싫었어요.

너무 너무 하기 싫었어요.

하기 싫었는데 해야만 하니까 했던 것 뿐이예요.

 

 

 

미국 오기 직전에

내 나이 열 아홉 살이었을 때

엄마 따라 마침내 미국 오게 됐다고 한참 들떠 있던 타이밍에 아버지 저렇게 되셔서

한 평생 한량으로 살면서 식솔들 개고생 시켰던 아버지

저렇게 되셔서

아버지 똥 오줌 받다가 미국 왔어요.

 

 

 

저희 노여사 노심초사 새끼들 기다리다 마침내 미국 온다고 좋아 하시다가

아버지 저렇게 됐단 소리 듣고 난리가 나셨고요.

해 주는거 하나 없이 그러고 살더니 막판까지 새끼들 앞 날을 저렇게 막고 고생 시킨다고.

 

 

 

양로원 들어 가시는 걸로 하고 저희는 미국엘 왔죠.

 

 

 

양로원 들어 가시기 전에 큰언니 집에 며칠 계실 때

그 때 제가 미국엘 언니들보다 먼저 오게 됐는데

미국오기 전 날

큰 언니 집에 가서 마지막 점심을 차려 드렸는데 못 드시고 우셨어요.

 

 

 

아부지,

그렇게 울어도

난 아버지 똥 오줌 받으면서 사는 것 보다

미국 가는게 좋아요.

난 미국 갈 거예요.

 

 

그렇게 내가 차려 드린 마지막 밥상 앞에 우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왔어요.

 

 

양로원 가시고 몇 년 더 사시다 그렇게 돌아 가셨지요.

 

 

말도 못 하셔서 아무도 못 알아 듣는데

 

 

발 시렵다고?

 

 

하고 제가 물어 보면 끄덕끄덕.

언어 장애가 왔으니 다른 사람들하고는 의사 소통이 안되는데

기가 막히게 이쁜아짐은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아서

그런거냐고 물어 보면, 끄덕 끄덕.

 

 

언니들이랑 번갈아 병원을 지키면서 결혼한 큰 언니 빼고

세 자매가 각 자  휴식은 일주일 하루.

내가 휴일 당 번이라 병원에 없던 날은 아버지 불평 불만 극도.

막내 어딨어, 막내 언제 와.

 

 

목욕탕 가서 때밀고 급하게 옷 갈아 입고 병원으로 다시 들어갈 때

너무 힘들어서 병원 문 간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던 셋째 성 모습부터 들어와요.

저를 보고 안도하던 모습.

 

 

아빠가 나만 찾아서 그래서 나 없는 동안 너무 힘들어서

내가 올 시간 쯤엔 지치고 지쳐서

병실 밖으로 나와 쪼그리고 앉아 나를 기다리던 셋째 성.

동생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던 그 셋째 성 모습이

아직도 머리 속에 그러져요.

저를 보고는 발딱 일어나면서

 

 

왔어.....?

 

 

하면서 울음을 억지로 참던 모습.

 

 

 

 

병실로 들어 가면 기다렸다는 듯 불평 쏟아내던 아버지.

너무나 당당하게

불평만 하던 아버지.

 

 

 

저것들 (둘째 언니와 셋째 성)은

오줌도 잘 안 받아 주고

내가 똥도 마음 편히 쌀 수가 없고.

 

 

 

아버지...

우리 모두 아직 시집도 안 간 꽃같은 나이 아가씨들인데...

아버지 똥 오줌 받아 내게 하는거....미안하지도 않아?

아버지....

우린 모두 아버지 때문에 오늘 이 때까지 이렇게 고생만 하면서 힘들게 살았는데

아버지 이렇게 드러 눕고. 거디다 우리한테 이런 유세까지 해야 해?

 

 

말하고 싶었고 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어요.

지금 당장은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일단 하고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야 겠다, 그 생각만 했어요.

 

 

오줌 마렵다 하면 그 오줌 받고

똥 마렵다 하면 똥 누게 해 주고

닦아 주고.

하면서 정말 하기 싫다 , 벗어나고 싶다, 그 생각만.

 

 

오래 안 했어요.

한 달 조금 넘게.

그러고 저는 미국에 왔고.

아버지는 양로원 가셨고 몇 년 후에 돌아 가셨고.

 

 

 

증조외삼촌 손톱 깎아 드렸다고 디립다 큰 일 해 주었다는 듯이 저를 치하하는 남편,

발톱도 깎아 드리겠다고 하니

발톱은 발 의사가 와서 깎아 준다고 됐다고 하신 증조외삼촌.

발톱 깎아 드리겠다는 말에 엄청 감동 받으셔서...

 

 

시설 좋은 양로원에 계신 친척 노인네 찾아가서 손톱, 발톱 깎아 드리는 거?

장난이죠.

미국식 병수발?

아무 것도 아니죠.

 

 

내 나이 열 아홉에

이미 중풍 환자 똥 오줌 받아 본 사람인데.

 

 

 

노여사가 더 나이가 들어서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면.

속으로 불평 않고 끝까지 잘하는 딸이 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자신...없어요.

노력은 해야 할 것 같아요.

 

 

시부모님 두 분의 미래는 어떨까...

어찌되든 이 두 분 들께도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생선 가시 안 발려주면 내 남편은 늙어서 어떻게 생선을 먹을까...

생선 못 먹는다고 죽는거 아니니까 걱정 안 하렵니다.

내가 안 챙겨 먹여도 저 사람은  당근 생존 할 거예요.

걱정할 사람은 내 자신.

내가...많이 늙어서

이렇게 아프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분명 쌓아 놓은 돈 없을 텐데...

어디에 있던지 간에, 무지하게 외로워 하면서 현경이만 기다리고 있으려나?

내가 지를 얼마나 이뻐했는데..... 이런 생각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죠?

 

 

그러기 전에 몸 움직일 수 있을 때 더 움직여서 돈을 좀 더 벌어야 할 것 같아요.

 

 

직장 구하러 다니면서 흰 머리 염색을 열심히 했어요.

 

 

흰 머리가 무성하면 나이가 너무 들어 보이니까.

예전에 피부 좋아 보이는 거 신경쓰고

무슨 옷을 입어야 예뻐 보일까 신경 썼는데

지금은 흰머리 걱정을 해요.

한 살이라도 덜 늙어 보였으면 해서.

직장 구하러 다니면서 추레해 보이고 늙어 보이지 않으려고 엄청 신경쓰느라

흰 머리 감춰야 한다고

 

 

이런 걱정을 조카 앞에서 했더니 조카가 그래요. 아주 슬퍼 보이는 얼굴로.

(큰 언니 딸)

 

 

 

이모....이모 아직 젊어...

이모....아직 예뻐....

이모...왜 그런 말을 해...

 

 

 

(이쁜 것 ㅎㅎㅎㅎㅎㅎ)

 

 

아직은 젊어 보이는 이모, 여튼 직장 잡아서 지금 돈 벌고 있네요.

 

 

흰머리 정도로 노화를 슬퍼하는 오만한  젊음이 있을 때

내 힘으로 화장실도 못 가고

내 힘으로 내 몸을 씻지도 못 하는

그런 진정한 늙음이 왔을 때를 대비할 돈을 벌어 놔야 겠어요.

 

 

이제부터...

진정 돈에 미칠테닷!!!!!!!!!

그래서 복권을 무려 5불 어치나 사 놨음.

 

 

복권 발표 날 때 까지는

내 발로 화장실 갈 수 있는

내 발로 욕조에 가서 내 몸 씼을 수 있는

이 진정한 젊음을 한 껏 즐기렵니다.

 

 

서방, 닭고기도 뜯어 멕이면서.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