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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nd the City

술맛도 없다 (입맛이 없다 2) 이쁜아짐 (ejpkryan) 2012-4-12  17:26:06

남편이 화요일에 집을 떠났어요. 일주일 예정으로.

 

 

남편 배웅하고 내 할 일 하고 어쩌고 저쩌고 반나절 지나고 보니

갑자기 그의 부재가 실감이 납니다.

 

 

싱크대에 쌓여 있는 설거지 더미를 보는 순간!!!

 

 

아...머리가 지끈 지끈.

남편이 집에 없다는게 이런거구나...

세상 당췌 내 인생에 아무 도움 안되는 사람 같더니만...

 

 

첫 날 보내고 둘째 날 버티는데

냉장고 구석에 남편과 함께 마시다 남은 맥주 한 캔이 보이더군요.

남편하고 머리 맞대고 건배하면서 히히덕 대면서 마실 땐 맛 있더구만

 

 

 

혼자 마시려니 맥주도 맛 없다.

 

 

 

아효 어쩌냐...

맥주도 혼자 마시려니 맛이 없어서 못 마시겠고...

 

 

 

어쩌긴 뭘 어쩌나요.

막걸리 담갔습니다.

 

 

 

 

혼자 마시는 맥주가 맛 없길래

막걸리나 사다 마셔 볼까? 하다.

 

 

집에서 20분 쯤 걸어가면 리커 스토어에 막걸리 파는 집이 있거든요.

우연히 동네 산책하다 발견해서

너무 반갑고 기뻐서 두 병 사다 마셨던 적 있는데

단 맛이 강해서 그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파는 막걸리가 입에 안 맞으니...별 수 있나요.

담가 먹어야죠.

 

 

그래서 오늘 막걸리 담갔어요.

 

 

 

찬장에 마침 누룩 반봉지 남은 것도 있고해서.

네이버 가서 '현미 막걸리' 검색 했더니

원하던 정보들이 나오더군요.

현미는 맵쌀보다 발효가 잘 안된대요.

앗 어쩌지?

그런데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흰 쌀은 한 톨도 없어 가지고

현미로 밥해서 누룩 불려서 같이 섞어서 병에 담고 물 부어 놨는데

어찌되나 이제 봐야죠.

 

 

 

일 년 전에

한 번 담가 봤어요.

그 때 사 놓은 누룩이예요.

그 때는 맵쌀로 했었는데 결과는 그냥 그랬어요.

완전 실패도 아니고 대성공도 아니고

마셔 보니 술이 되기는 됐는데 제가 기대했던 그 맛은 좀 아니고.

좀 많이 시큼 하더군요.

설탕 타서 마셨어요.

시판 막걸리 달아서 마음에 안 든다고 해 놓구는 ㅋㅋㅋㅋㅋㅋㅋ

 

 

 

한 3리터 쯤 나와서

한 병은 제가 마시고

두 병은 선물로 돌렸고요.

한 친구는 회사 근무 도중 점심 시간에 만나서 준 거였는데

맛이나 본다면서 그 자리에서 벌컥 벌컥.

 

 

금요일이니까 이따 퇴근하고 집에 가서 신랑이랑 오붓하게 한 잔 해라.

 

 

하면서 건네 준건데 맛 본다고 저리 벌컥 벌컥.

제가 오후 근무 어쩔 거냐며 식겁 했잖아요.

 

 

야 야 이 정도 갖고 뭘.

근데 맛있다. 진짜 맛있어.

 

 

이러더군요.

저 친구는 워낙 술이 쎄고요

입맛도 아주 아주 착해요.

어딜가서 뭘 먹어도 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걸 제가 20년 동안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저 친구가 맛있다고 한 말은 

사실 그 막걸리가 진짜 성공이었다고는 할 수 없는데

아마 제 앞에서 말한대로 맛있게는 마저 다 마셨을 것 같아요.

 

 

 

지금 곰방 가서 나무 주걱으로 휘휘 저어 주고 왔는데

베 보자기 열어 보니 보글 보글 뿅 뿅

발효 되고 있네요.

흐흐흐.......

 

 

 

그런데 남편은 술 익기 전에 집에 올 것이고

그럼 전 그 동안 뭐 마시고 있나요.

저는 센 술은 못 마셔서 마셔 봐야 맥주.

그리고 막걸리인데.

보드카를 사다 마실 수도 없고.

와인도 안 좋아하고.

 

 

 

아니 내가,

남편 집 떠나고 없으면 혼자 밥 먹는거 싫다고 굶으면 귀한 내 몸 축날까봐

입맛도 없는데 억지로 밥 챙겨 먹는 것도 힘에 부친데

술도 억지로 챙겨 마셔야 하는 투혼을 발휘해야 하나???

 

 

앗,,,술이 끼니랑 같냐고요?

뭘 술까지 챙겨 마시려고 그리 안달이냐고요??

그렇네요 그러고 보니..

남편 올 때 까지 막걸리 익는거나 보고 있으면 되겠군요.

 

 

 

이 생각을 진작 했으면

괜시리 돼지고기 사러 수퍼마켓가서

혼자라도 맥주는 마실 수 있어야 한다! 며 주먹 불끈 쥐고

12팩 집어 들고 오지는 않는 거였는데....

 

 

난 항상 이 철드는 타이밍이 문제야...

 

 

이미 사놓은 맥주 어쩌나요.

상하면 안되니까....조금은 마셔줘야 할까봐요.

입맛 없는데 지금 억지로 돈까스 먹으려고 하거든요.

두 팩 사와서 8인분 튀김옷 입혀 놨어요.

일인분만 먹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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