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잘 다녀 왔어요.

 

성격 상당히 특이한 노여사만 좀 더 분위기를 맞춰 주셨더라면

더 좋은 분위기의 여행이 될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엄마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딱 각오한 만큼, 걱정했던 만큼의 태도로 일관하신 노여사.

 

카지노 좋아 하시고 춤추며 놀기 좋아하시는 활달한 성격의 노여사에게는

저런 바닷가 물놀이만 하는 여행은 너무 심심하셨나 봅니다.

 

동네 노인회 라인 댄스 회원들하고 딱 한 번 다녀 오셨던 크루즈 얘기만 하시고.

크루즈는 24시간 돌아 다닐 데가 있고 볼 게 많고 할 것도 많고

여긴 새벽에 할 게 없다고.

 

아니 새벽에는 주무시면 되지...이해 불가.

 

도착 이튿 날 아침, 부페에서 온 가족이 밥을 먹는데

 

살다보니 정말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실 때,

노여사가 맘 잡으셨나, 이런 희망이 잠깐 생겼더랬는데

역시나 어떤 상황에서도 불평거리를 잘 찾아 내시는 노여사의 긍정 멘트는 일주일 내내

저 한 마디로 끝.

 

다행인 것은

둘째 언니의 아동들이 정말 하루 종일 온 몸을 불살라 신나게 놀았다는 것.

음식 불평도 않고 있는 대로 먹고

먹고 나면 놀고 놀다가 또 먹고 먹고 나서 또 놀고

아동들이 어찌나 잘 놀던지

저렇게 좋아하는데

셋째 성이, 아이들 다 크기 전에 분발해서 디즈니 랜드도 데려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군요.

 

 

리조트에서 낮 동안 이런 저런 게임을 매일 매일 하는데

어딜 데려다 놔도 120% 활약해 주는 우리 조카양께서

첫 날 부터 훌라후프 돌리기 게임 1등 먹어서 티셔츠 하나 받고,

리조트에서 장사하는 일회용 타투 하는 사람한테 선전용으로 12불 짜리 타투도 공짜로 받고,

셋째 날 부터는 게임 시작합니다 하고 안내 방송 나오면  풀장에서 놀다

어른들 찾지도 않고 저 동생까지 손 잡고 데리고 나가서 또 열심히 게임에 참가하고,

 

 

아이들 게임이 끝나면 어른들 하는 게임도 하나씩 하던데

어른들은 아이들처럼 참여도가 좋지 않으니까

이 사람들이 머리를 쓰더군요.

아이들 게임 끝나면,

자 이제 가서 부모님들 모셔 오세요.

 

그래서 어거지로 애들 성화에 끌려 나가는 어른 몇 명 데리고 또 게임.

 

 

저도 두 번 참여 해서 두 번 다 상품 받았고요ㅎㅎㅎ

 

 

하루는 보니까,

게임이 총 세 번 있었는데

아동용, 음악 틀어주면 빙빙 돌다가 음악 멈추면 의자에 앉는 게임.

역시나 조카양 일등 하셔서 또 티셔츠 하나 받고,

그 다음에 부모 데리고 오라고 해서 둘째 언니 대신 제가 끌려 나가서

포지션 게임이라나?

 

1번 바로 앉아 있기

2번 한 쪽 다리 꼬고 양팔 팔자로 하고 앉기

3번 똑바로 서 있기

4번 한 걸음 앞으로 나가기

5번 한 쪽 팔 치켜 들고, 나는 이 호텔을 사랑합니다, 직원들이 아주 훌륭합니다 복창하기.

 

 

사회자가 1번, 3번, 3번, 5번, 2번, 2번.

이렇게 부르는 대로 하는거 있죠?

틀리면 탈락, 해가지고.

어른들이 낮부터 다들 알딸딸~~ 하셨나...

몇 번 안했는데 금새 저만 남아서, 일등이라고 술 한 병 주더군요.

신랑 선물로 공항에서 술이나 한 병 사 가야지 했는데, 아싸 돈 굳었다!!

 

 

고거 끝나고는 풀장 주변에서 모두가 참가할 수 있는 빙고 게임.

이건 또 셋째 성이 맞아 부렀네.

리조트 안 사람들이 족히 수 백명은 됬을텐데

저 날 하루, 게임 세 개 모두, 상품을 저희 가족이 타왔다는.

 

 

나중엔 리조트 측에서 저희 가족을 좀 견제하는 듯한ㅋㅋㅋ

아니 하래서 하다 보니 일등인데 그럼 어쩌라고요..

 

 

리조트 안에 동양 사람들이 거의 없다시피 한 와중에

신기하게 저희처럼 3대가 함께 온 집이 있더군요.

그 안에서 동양인 떼거지 무리 두 집이 서로를 한국 사람인걸 알아 보고

인사하고 얘기 나누고

그 집은 아이들이 연년생으로 3살, 4살 공주님들이었는데

큰 아이가 어찌나 똘똘하고 말도 잘하고 현경양을 '언니, 언니' 하면서 잘 따르던지,

둘째 언니 아동들도 워낙에 다른 아이들하고 잘 어울려 노는 편이기도 하고

두 집 애들 넷이서 풀장에서 재밌게 잘 놀더군요.

 

 

제가 이번 여행에 막중한 예약 임무를 부여 받고,

'아이들 놀기 좋은 리조트'에 초점을 맞춰서 아주 훌륭하고도 엄청나게 꼼꼼한 검색을 한 결과,

 

 

'아이들과 여행하는 집은 과자를 준비해 가시면 좋을 듯 합니다.

기프트 샾에서 감자칩이 미국의 세 배 가격을 넘습니다.'

라는 팁을 셋째 성한테 줬더니 셋째 성이

돌아온 강냉이 큰 거 한 봉지랑

감자칩 역시 대자로 한 봉지 이렇게 챙겨 갔거든요.

 

 

풀장에서 셋째 성이 강냉이 한 봉지를 풀었더니, 근처에서 놀던 또 한 세살 정도 되보이는

꼬마 흑인 아가씨가 자기도 좀 달라고.ㅎㅎㅎ

이렇게 천역덕스럽고 스스럼 없는 아이들은 정말 귀여워요.

그래서 주먹에 조금 쥐어 줬더니 다 먹고 셋째 성한테 다시 달려 와서

맛있다고 더 달래서 셋째 성이 플라스틱 컵 가져다 그득 덜어 줬고요.

 

 

그 다음 날은,

한국집 꼬마 아가씨가 저희 집 일행이 자기 시야에 들어 오자 마자 셋째 성 한테 바로 다가가서

(전 날 과자를 푼 사람이 누구였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아이들의 이 기막힌 총명함이란!)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당당하게 던진 반 말.

 

 

까까 있어?

 

 

아이들, 특히 어린 애기들 좋아하는 셋째 성이 조 아가씨 맹랑하고 우습다고

너무 좋아라 하하하 웃으면서,

 

 

까까 줄까? 놀고 있어. 방에서 갖고 올께.

 

 

그래서 감자칩도 풀어서 풀장 주변 아이들 먹였고요.

 

 

혹시나 제가 갔던 리조트 어덴가 궁금하신 분들 계시려나요?

외람되지만 쪽지는 사절할께요.

컴터를 자주 하기도 자판을 많이 두드리기도, 생활 사정상 육체적 컨디션 상 조금 어려운지라.

양해 구합니다.

 

이름은

Holiday Inn Sunspree Resort

고요.

예약은 익스피디아(expedia)에서 했어요.

 

아이들 있는 집, 추천합니다.

어른들만 그러니까 커플들 로맨틱한 여행으로는 비추고요,

바다가 파도도 없고 아무리 걸어 들어가도 어른 가슴팍을 넘지 않는 깊이고

메인 풀장도 제일 깊은 곳이 제 가슴팍을 넘지 않습니다.

풀장, 바다, 모두 아이들 놀기 좋은 곳이예요.

 

 

리조트 시절, 아주 아주 기본적입니다.

Riu 나 Iberostar 같은 4,5성급 리조트 가시는 분들에게는  '후진' 리조트 되겠고요,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시절이 기본만 되면 만족이 되시는

저같은 사람한테는 부족함이 없는 시설이고요.

 

객실 상태, 역시 아주 기본적이고, 객실 안에 냉장고 없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특별 식단 준비하셔야 하는 분들이나

아이 음식을 따로 챙겨가야 하는 상황의 분들에게는 부적합 하겠고

리조트 안에 있는 음식만으로도 생존 가능하신 분들은 괜찮으시겠고.

저희는 컵라면만 따로 챙겨 가서 간식으로 먹었어요.

노여사 속 느끼하다고 하실 때 드셨고, 저는 그냥 먹고 싶어서 먹었고,

한국 음식을 일주일이나 못 먹으면 어떻게 하냐고

음식을 따로 못 가져 가면 어떡하냐고

음식 걱정만 해대던 둘째 언니랑 셋째 성은 오히려 한 개도 안 먹고 리조트 음식만 먹었고요,

 

 

제가, 나처럼 한식만 밝히는 사람도 그런데 가면 일주일은 그냥 먹어진다고

나도 하는데 언니들이 왜 못하냐고,

저더러 단무지를 싸 오라는 둥, 햇반을 가져 가겠다는 둥, 호텔 주방에 김치를 좀 맡아 달라고 하면 어떻겠냐는 둥

이런 소리 해대서 제가 진정 시키느라 애 먹었거든요.

제발 일단 한 번 가서 지내 보라고.

내가 하면 언니들도 충분히 한다고.

 

 

아이들도 예상외로 음식 불평은 전혀 없이 아침, 점심, 저녁, 내내 잘 먹었어요.

 

 

음식의 종류나 질이나,

역시 딱 내가 돈 낸 만큼의 그 정도 수준입니다.

딱히 음식 너무 맛 있어~~~! 감탄할 정도도 아니고 형편 없다고 불만 나오는 수준도 아니고요.

 

 

3성급에 기대하는 수준만큼 딱 고런 리조트예요.

가격 대비 만족도는 아주 훌륭합니다.

시설 더 좋은거 원하면 돈을 좀 더 써야 하는 거고

내가 쓴 돈 만큼 값어치를 하느냐, 관점에서 봤을 때, 아주 좋습니다.

 

 

자메이카를 안 가본 사람들은,

자메이카 간다~ 하면 제일 먼저 하는 소리가 '어? 거기 위험하다던데?'

치안 문제를 제일 염려 하더라고요.

제가 다른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저 개인 적으로는

치안 불안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 했습니다.

수도인 킹스턴 같은 곳의 범죄율은 상당히 높은가 봅니다만

저런 관광객 상대로 차려놓은 리조트 동네에서는

리조트 안에서는 말 할 것도 없고 관광을 나가도

관광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관광객 상대로 해꼬지 하는 험한 일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남편 돈 잘 벌던 호 시절에

바닷가, 바닷가 오매불망 바닷가 노래를 부르는 마누라 위해서

꼬박 일년에 두 번씩 휴가를 가던 때에,

신혼 여행 이후 첫 휴가로 아루바를 시작으로 이번엔 여기 다음 번엔 저기,

한 번 돌아 볼 때 까지 돌아 보자구요, 하고는

도미니칸 리퍼블릭의 푼타 카나, 그리고 그 다음에 산토 도밍고,

그리고 멕시코의 리비에라 마야.

 

그리고 나서 갔던 곳이 자메이카 였어요.

자메이카 찍은 시점에서, 남편하고 의견 일치를 봤네요.

이제 그만 돌자. 바로 여기다.

 

그리고 그 때 이후로 저희 부부는 매번 자메이카로의 회귀.

 

아루바를 갔을 때

국제 공항이 너무 아담해서 깜짝 놀랐다가

멕시코 캔쿤 공항에 내렸을 때 아수라장에 혼이 다 빠질 정도로 질려서...

그나마 캔쿤 보다 덜 상업화 되고 조용하다고 해서 정한 것이 리비에라 마야였는데

어쨌든 공항은 캔쿤이었어요.

 

 

남편한테, 우리 다음부터는 공항이 좀 덜 복잡한 데로 다닙시다.

 

 

비행기를 갈아 타는 것도 싫고

공항에서 줄 오래 서는 것도 싫고

놀러 가서 어디 여기 저기 관광 다니는 것도 싫고

관광지라고 호텔 옆에 호텔 또 그 옆에 호텔, 빼곡하게 키도 큰 호텔들이 완벽하게 상업화된 캔쿤 같은 곳보다

메가 리조트들이 아직 꽉 꽉 들어차지 않은 시골티가 남아 있는 그런 분위기의 동네에

그저 풍광좋은데 꽉 쳐 박혀서 썬탠이나 하고 물놀이나 하면 된다 하는

저처럼 게으른 인간한테는

저기가 제 격이예요.

 

그래도 명색이 관광지이니, 리조트 밖에서 할 것도 없지는 않습니다.

놀이 공원도 있고, 이것 저것 할 액티비티도 꽤 많아요.

조카양이 공항에 붙어있던 돌고래 파크 광고 사진을 보고 거길 가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셋째 성이랑 조용히 둘이 리조트 안 여행사 사무실 가서 가격을 알아 보니,

돌고래 두 마리 붙잡고 수영하는 거, 일인단 3백 얼마라더라...

시간은 45분 준다는데, 솔직히 말해서 밀려드는 관광객들 개개인 한테 45분 씩이나 줄 것 같지도 않고

설령 준다 해도,

두 당 3백불이 넘는 걸, 6인 가족 이 일행이 가면 그 돈이 대체 얼맙니까.

가서는 또 밥도 따로 사 먹어야 한다는데.

 

 

내 돈은 한 푼도 안 들어가고

오로지 셋째 성 돈으로만 이렇게 가족이 떼거지로 여행을 간 것도 내내 바늘 방석인데

아무리 셋째 성이 돈 생각은 말고, 니가 생각하기에 괜찮을거 같냐고,

정말 재미있을 거 같냐고 그 것만 말해 달라는데,

저는 돌고래 두 마리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사랑 조카양과 아무리 러블리하게 헤엄을 쳐준다 한들,

가격 후덜덜해서 하자고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안돼 안돼. 비싸도 너무 비싸.

그냥 현경이 한테 돌고래 아파서 죽었다고 그러자.

 

 

셋째 성이 저를 째려 보더군요. 어쨌든 그냥 나왔고요.

현경양한테는 제가 설명을 해줬어요.

 

많이 재미있을 거는 같은데..좀 많이 비싸.

우리 그냥 다른거 하고 놀자.

 

현경양이 알았다고 하더군요.

 

얼룩덜룩 안 타고 예쁘게 잘 태우는 목적이라고 설명을 하고 꺼낸 제 태닝 오일에

셋째 성이 화 내면서 뭐라 해가지고...

환경 오염 시킨다고요.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가에 기름이나 둥둥 뜨게 만든다고.

그래서 오일도 두 번 밖에 못 바르고요,

오일은 못 바르게 하면서 얼굴에 썬블락 안 바른다고

타박은 또 해대고. 기미 생기면 어쩔 거냐고. 무슨 똥배짱이냐고.

 

 

나는 얼굴 포기한지 오래 됬거든. 주근깨나 기미나. 흥!

 

 

아동들한테, 우리 여기 어떻게 오게 됬는지 알아?

 

하고 물었더니 현영 군이 바로 대답.

 

 

응! 셋째 이모가 머니를 프린트해서 우리가 온거야!

 

 

농담으로, 어른들이 내가 돈 찍어 내는 줄 아냐고 애들이 돈 달랄 때 하는 소린가 했더니

정말로 현영군이 저러더군요.

셋째 이모는 돈을 찍어내서 돈 많다고.

 

 

그게 아니고 이모도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아끼고 아껴서 우리 여기 데리고 온거야.

감사해야 해.

 

 

아동들이 알았다고 대답.

 

 

그러니까...또 오고 싶으면 맨날 맨날 셋째 이모 마사지 해주고,

그리고....

이모~~~ 다음 번엔 2주로 해주세요~~~그래. 알았지?

 

 

 

셋째 성이 저를 째려 보기는 했지만

제가 분발해서 이 빚을 다 갚고 다시 내 돈으로 어데 여행을 갈 일은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므로

셋째 성한테 알랑방구를 전심전력으로 뀌어 대는 쪽이 승산이 있다고 보여 집니다.

 

 

일단, 셋째 성 좋아하는 반찬 좀 만들어야 겠습니다.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