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애기를 낳아서 주 경계선 넘어 가는 마실을 다녀 왔어요.

혼자 왔다 갔다 하기 심심할 거 같아서

애기 좋아하는 셋째 성 꼬드겨서 함께.

 

 

아기가 예정일 보다 5주나 빨리 나오고

인큐베이터에 일주일 있었고

친구 시어머님이 부랴 부랴 산바라지 하러 다른 주에서 오셨다 열흘 계셨다 가시고

바톤 터치로 한국에서 친정 어머님이 비행기 표 급하게 바꿔서 오신지 2주.

 

아가 나오기 전에 점심 먹자고 만났더니,

아이도 안 낳아 본 제가 이런 말 할 자격이나 있나 모르겠지만,

제가 친구 배 만져 보면서

얘가 좀 일찍 나오겠네...했는데,

친구가 정색을 하면서,

아!! 언니 안돼 안돼!!! 절대 안돼, 제 날짜에 나와야 해.

 

 

그러길래, 아 미안 미안.

아가야 제 날짜에 나와라..그러고 인사하고 왔는데...

불과 닷새 후에 아가가 예정일 보다 엄청나게 빨리 세상엘 나왔네요.

 

 

아휴...입살이 보살이라더니...

그냥 제 눈에 배가 많이 불렀고 밑으로 쳐졌고,

친구가 많이 힘든 줄 몰랐었는데 요 며칠 부쩍 힘들더라는 말 듣고

아가가 빨리 나올 것 같다고 했더니만...

 

 

제가 진심어린 사과를 했어요.

나는 진짜, 내 눈에는 아기가 준비가 되있는 것처럼 보여서

아무 생각없이 빨리 나올 것 같다고 한건데

진짜로 이렇게 빨리 나올 줄 몰랐다, 정말 미안하다..

 

 

아우..진짜 식은땀 흘렸네..ㅋㅋㅋ

 

 

아기는 체중 미달인 이유로 인큐베이터 들어간 것 빼고는

다른 장기들은 다 이상 없이 준비된 상태였어서

6일 후에 집으로 오고

지금은 체중 늘리는 것 만이 큰 관건.

 

 

이쁘고 사랑스럽고 아주 아주 순해요.

 

 

애기 좋아하는 셋째 성은 안아 보더니, 발가락도 만져 보고 손가락도 만져 보고 하면서

아주 이뻐라 했고요.

 

 

그 집 가자마자 친정 어머님이 준비하신 김밥, 푸짐~~하게 배 터지게 먹고

올 때는 저 두 줄,

셋째 성까지 두 줄,

요렇게 싸 왔고요.

 

 

저는 덤으로 구디백까지 캬캬캬~~~

친정 어머님이 수고스럽게 가져 오신

참기름, 깨, 김, 멸치 기타 등등.

쇼핑백에 친구가 미리 다 챙겨 놨더라고요.

 

 

제가 아무리 공짜 좋아하고 얻어 먹는거 좋아해도

어머니가 딸 주려고 고생스럽게 바다 건너 챙겨 오신 것들 곁다리로 얻어 먹으려니 송구스럽고,

셋째 성은 옆에서 받아가지 말라고 마구 불편한 마음을 내 보이고,

저는 어머님께 큰 소리로 직접 말씀 드리길,

 

 

어머니, 저는 먹는거 사양할 줄 몰라서 이거 가져 갈래요.

잘 먹겠습니다.

 

 

이렇게 인사하고 친구가 챙겨 놓은 쇼핑백 납싹 들고 나왔지요.

 

친구는 천상 여자인 성격으로 조용조용하면서 외유내강인 스타일인데

어머님은 또 정 반대시더라고요.

활달하시고 씩씩하시고.

 

 

이제 간다고, 일어나지 말고 그냥 계시라고 하고 문간에서 신발 신는데

아기 안으신 채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오시면서 인사하시는데

내내 활달하시고 명랑하시던 분이

벌써 목소리가 젖어 있는게 제 귀에 들리네요.

 

 

아이고...오늘 와줘서 정말 고맙고...

얘가...여기 혼자라...얘 좀 잘 부탁해요..

 

 

어머니 한국 가시기 전에 또 올께요.

 

 

저는 아주 씩씩하게.

 

아기나 산모나 산바라지 해주시는 친정 어머니나

일반인처럼 밤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생활,

일부러 밥 때 피해 간다고 오후 3시쯤 가겠노라 했는데

친구가 김밥 싸야 한다고 막 그랬다네요.

 

 

얘가..언니가 너무 잘 한다고. 김밥 싸줘야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 한 것 없는데요,

얘가 저한테 참 잘 하는데요,

저는 성격이 급하고 변덕이 심해서 잘 지내는 사람이 없는데

얘가 성품이 진국이라 그나마 저랑 사이가 좋은 거지 제가 얘 잘해준 건 없어요.

 

 

이런 말을 했어야 했는데 오늘은 못했고

다음 번에 가면 해야겠어요.

 

 

친구나 이성이나

잘 지내기 위해선

나랑 너무 비슷해도 안되고 나랑 너무 틀려도 안된다는게 제 지론인데,

나랑 너무 틀리면

공감대가 없고 서로를 이해 못하고 겉돌게 되니 친해지기 힘들고,

너무 비슷하면

그것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 더라고요.

 

 

내가 나에 대해 못 마땅해 하지만 정말 고치기 힘들고 잘 안되는 부분들,

그런걸 고스란히 갖고 있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보고 겪는 건

별로 좋지가 않더라고요.

 

 

친구든 이성이든

인생을 사는 큰 그림, 가치관은 서로 어느 정도 맞아서

정치니 종교니 문화 생활을 어찌 하니, 이런 부분 큰 충돌이 없어야 하고

다른 작은 부분들은

나와 다른게 있어서 그래서 매력있고 신선해서 같이 있으면 즐거운,

비슷하면서도 다른 그런 사람들의 관계.

 

 

한 눈에 반하거나,

한 번 보고 너무 싫어서 두 번도 만나기 싫은,

이런 것 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친해질 수 있는 그런 관계.

 

 

나는 너무나 이랬다 저랬다, 모 아니면 도, 좋은 거 아니면 싫은 거,

이런 사람인데

친구는 절대 표현 방법이 저 같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우유 부단도 아닌.

극단적인 표출은 하지 않지만 주관이 있어서  자기 방식대로 소신있게 살아 가는

그런 성격이거든요.

 

의리도 킹왕짱!

 

 

입덧 한다고 해서

나물 반찬이 먹고 싶다고 하길래

반찬 딱 한 번 해 준 적 있어요. 두 번도 아니고 딱 한 번.

더 해주고 싶었는데 저도 그 때 막 다시 일 시작하고 그러니라

더는 못 해주고 한 번으로 끝났는데

그 한 번이 이렇게 생색이 날 줄이야...

 

 

시어머니나 친정 어머니한테 제가 딱 한 번 반찬해준 얘길 해 다 가지고,

시어머님이 저한테 고맙다고 인사 전하라고 했다고 하고,

친정 어머님도 오늘 몇 번이나

얘가, 언니가 너무 잘 한다고..하는 말씀을.

아우 낯 뜨거워라!!

 

 

아가들 참 이뻐요^^

 

 

그나저나 할머니들은 아가들 잠깐 보고 그렇게 가시면 어쩐대요.

저는 오늘 오후 잠깐 보고 왔는데도

이쁜 아가 얼굴이 이렇게 눈에 밟히는데..

 

빨랑 또 놀러 가야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