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금요일에 하와이에서 막내 시누가 3주간 뉴욕을 다니러 옵니다.

지금 일정은,

금,토,일 저희 집에서 묵고 월요일에 막내시누, 남편, 이쁜아짐, 이렇게 세 사람이

시부모님 계신 시골 앞으로!

 

 

남편은 신이 나서 지금 기분이 최고조인 상태고요,

사람이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가...제가 지금 여실히 체험 중.

 

 

작년 여름에 역시나 하와이에서 큰 시누가 뉴욕엘 왔었는데

(큰 시누랑 막내 시누랑 하와이에서 같은 집에 살고 있음)

그 때는 남편 태도가, 오는가 보다..심드렁.

그 때도 저희는 시골에 일주일 있다 왔는데 그 동안에 남편은 친구들이랑 만나서 노는 계획을

이틀 정도 잡았었는데 큰 시누는 굉장히 섭섭해 하더라고요.

자기는 우리가(저희 부부) 만약 하와이를 놀러 온다면 2주던, 3주던 따로 사교 생활 약속 안 잡고

오로지 우리를 위해서만 쓸 거라고,

내가 그 먼데서 왔는데, 누이가 중요하냐, 친구가 중요하냐.

 

 

남편의 응수는,

너도 오랜만이지만 난 친구들도 오래 못 봤거든~!

 

 

이번엔 친구들이 어쩌고 저쩌고 밴드 공연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스케줄을 다 동생이랑 함께 갈 수 있는 걸로 맞추더군요.

막내가 하와이에서 오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게 자기는 막내랑 시간을 최대한 보내는 거라는 설명과 함께.

 

 

심지어 공항 마중까지 나가신다고 하네요. 대, 중, 교, 통, 으로!!!

지하철 타고 뉴져지 패쓰 츄레인 타고 거기서 또 공항까지 셔틀 타고.

이 더위에 대중 교통으로 그 먼 뉴왁 공항까지 왜 그러냐고 꼭 그래야 겠냐고 물어 보니까

먼 길 오느라 피곤할 테니 자기가 마중 나가고 싶대요.

짐도 같이 들어 줘야 한다고.

그러고는 둘이 다시 대중 교통 이용하야 그 먼 길을 되짚어 우리 집으로 온다는 계획.

잘 해 보삼.

 

 

가족애 하나로 뭉친 것 같은 시댁인 줄 알았는데

그건 연애 하던 시절 얘기고, 결혼해서 살아 보니 저런 집도 나름 곪은 구석이 있더라고요.

남편 입장에서 제가 알게 된 것은

아버지에 대한 불만,

한 날 같은 어머니 뱃 속에서 5분 차이로 나온 쌍동이 여동생, 큰 시누에 대한 앙금,

어려서 부터 부모님 사랑을 독점해 온 깍쟁이 둘째 여동생에 대한 짜증,

그리고 최근에는, 직장 실직하고 나서 생긴 상처로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

 

 

저런 얘기를 저한테 할 때 마다 저는 단도직입, 한 번 터뜨리라고 맨날 부추기죠.

 

 

나도 내 어머니에 대한 상처가 있는 사람이고

몇 년 전 대차게 터뜨렸고,

그 어머니는 모든 걸 부인하고 기억에 없다 하면서

정치가가 청문회 응하는 오리발 태도로 그렇게 외면을 해서 더 큰 상처를 받았었고

그러나 마침내는 또 몇 년이 흘러 나는 그녀의 항복을 받아 냈다.

어쨌든 미안하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안하다,는 말 없이는

우리 어느 누구도 가족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아물 수 없어.

사과 받아 내.

그 시작은 당신이 뭐가 서운한지를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를 상대방한테 알리는 게 먼저야.

 

 

저는 제 철학대로 남편한테 조언을 끊임 없이 해 왔지만

(저는 누군가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상대방에게 내가 너로 인해 기분이 상했다, 라고 말하자, 주의 거든요.

내가 말을 함으로 해서 상대방한테 자기 행동을 다시 볼 기회를 주자 이거죠.

본인이 생각하기에 잘못 했다 싶으면 나한테 사과를 하던지

아니면 난 잘못한 거 없다, 하던지 둘 중 하나가 나올텐데

그렇다면 상대방이 나에게 잘못하는 행동이 시정될 확률 50%

내가 혼자 아무 말 않고 기분 상한채로 울화만 쌓고 있으면 시정될 확률 0%)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나처럼 정면 대결, 단도 직입 돌파를 선택하는 건 아니더군요.

성격 상 하고 싶어도 죽어도 못하는 그런 사람.

저 사람이 나한테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냐고

절대 성격 상 따지지 못하는 사람.

옆에서 보니까 남편은 아마 자기 식구들한테 자기가 갖고 있는 크고 작은 불만과

한 집에서 성장하면서 받았던 상처들,

앞으로도 계속 안고 갈 것 같아요.

 

 

이건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참아 봐야 홧병 생기고 암 걸려 죽는다고 제가 극단적인 말까지 해도

타고난 성품과 성격 때문에

앞으로도 절대 가족들 간에 허심탄회한 얘기는 못 할 것 같습니다.

대신 몇 가지는 제가 처리 했습니다.

 

 

어머님한테 주로 단 둘이 있을 때 이런 저런 얘기 제가 하고,

둘째 시누한테도 단 둘이 있게 됬을 때 이런 저런 얘기 하고,

큰 시누하고도 지난 번에 많이 얘기 하고,

 

 

섬세하고 여린 사람이니까 가족들이 조금 만 더 신경써 주면

저 사람 마음이 많이 좋아질 거라고.

협조들 부탁 드립니다, 하고요.

(남편의 불만은 온 가족이 자기를 너무 막 대한다, 요지는 이런 거예요. 별 것도 아님 ㅋㅋㅋ)

 

 

두어 주 전에,

둘째 시누네서 가족 모임이 있었는데 저는 사정 상 못 갔어요.

혼자 보냈더니만...역시나...

불평 불만이 가득차서 오 밤중에 전화해서는,

아버지도 나를 구박하고 어머니도 나를 쌀쌀 맞게 대하고 어쩌고 저쩌고.

저 없이 갔다고 완전 찬밥 취급 했다고.

자기는 이제 혼자는 가족 모임에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궁시렁 궁시렁.

 

 

아니, 자기 식구들 보러 가는데 언제까지 마누라 치마 폭에서 보호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예를 들면,

크리스마스 연휴에 온 가족이 몇 박 며칠을 지내게 되면

설거지 당번 칼 같이 돌아 갑니다. 시아버님도 제외 아니예요.

결혼 초에, 남편은 일이 너무 바빠서 주말도 제대로 못 쉬고 그렇게 살다가

집 올라 가는 기차 역에서 저 만날 때 까지 사무실에서 일하다 허벌떡 그렇게 양복 입은 채로 달려 왔어요.

그러면, 나는 그 집 며느리라도 남편의 부인 신분으로 그 집을 가서 연휴를 보내는 거지

나는 그 집하고 피붙이가 아니잖아요?

그러면 그렇게 바쁘게 사는 사람이 며칠 연휴 동안 자기 집 가서 자기 식구들 얼굴 보는 건데

얼마나 같이 얘기하고 싶고 좋은 시간 보내고 싶고 그러겠어요.

설거지도, 뚝딱 하고 나서 놀면 돼지, 하겠지만

우리 남편은 눈이 나빠서 오로지 손가락 감각에 의존해서 설거지 하는 사람이라

보통 사람 세 배 정도의 시간이 걸려요.

 

 

그럼 제가 남편 설거지 당번 때, 그거 한 번 대신 못 해줍니까?

당신은 식구들하고 오랜 만에 만났으니 맥주 마시고 얘기 하고 노세요.

당신 당번은 내가 살짝 커버해 주리다.

 

 

이러고 조용히 부엌 들어 가서 설거지 하고 나왔더니만

시누들 난리가 나고.

제가 남편을 스포일 시킨다고요.

남편한테 다다다다~~~~ 난리가 났더라고요.

다 똑같이 당번 정해서 하는 건데, 왜 너는 너가 안하고 너 부인을 시키느냐.

 

 

제가 듣고 있자니 짜증이 쓰나미처럼..

 

 

아니 내가 내 남편 스포일을 시키거나 말거나, 그건 내 소관이지..

내 남편이 당번 스킵해서 자기들이 피해를 봤나요?

여튼 우리 둘이 알아서 내가 내 남편 당번을 때워 준건데

지금 여기서, 내 앞에서, 원칙 따져 보자고???

 

 

자기들 딴에는, 얼핏 듣기에는요, 부인 일 시켜 먹는 못된 남자 비슷하게 몰아 부치면서

내 편 들어 주는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저는 시누들이 제 편 들어주는 거 필요 없거든요.

내 권리 내가 찾고 내 부당함 내가 나서서 싸우고 그럴 능력 있는 인간입니다.

어느 집 남자랑 결혼해서 그 누이들한테 도움 받아야 하는 그런 반푼이가 아니거든요.

그리고 누이들이라 해서

내 남편 그런 식으로 몰아 부치는 거, 결혼한 남자의 옆에는 부인이 있습니다.

누이들이 나설 일이 아니란 거죠.

내가 자기들처럼 영어를 완벽한 문법으로 빠른 속도로 하진 못해도

나도 내 할 말은 할 수 있어요. 주제 전달은 한다 이 말이죠.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내 대신 가사 분담 논리를 설파해 달라고 부탁 안 해도 내가 충분히 합니다.

 

 

분란 상황을 제일 싫어하는 평화주의자 시어머님이 이 분위기에 당황 하셔서 뭔가 중재를 시도하시려는 찰나에,

 

 

제가 살살 웃으면서

 

 

내가 남편 당번 커버하기 전에 우리 둘이 이미 얘기 끝냈다고.

여기서는 가족들하고 시간 보내는게 더 중요하니까 이 사람은 그거하고

대신 우리 집에 내려 가서 설거지 두 번 하고 맞 바꿨다고요.

(물론 즉흥적으로 지어낸 말임)

나는 집에서 저 사람이 두 번 설거지 하는 게 지금 내가 여기서 한 번 대신 해주는 것 보다 더 이익이라고.

 

 

시어머니가 너무 흡족해 하시면서,

어머나 영리하기도 하지, 어머나 현명하기도 하지~~~

 

 

신혼 초에 저렇게 한 번 했더니,

역시 사람은 할 말을 하고 살아야 해요.

 

 

몇 번 저런 일 있고 나서는, 시누들이 제 남편은 막 대해도 저는 못 건드리더니

시간이 지나면서는 제가 한 발 앞서서

오빠한테 하는 말이나 행동, 신경 써 달라고 부탁하는 시점까지 왔습니다.

 

 

 

막내 시누로 말하면, 남편한테는

온통 자기를 휘두르려는 사람들만 있는 자기 집에서 유일하게 '친구'처럼 큰 여동생입니다.

 

 

남편의 성격 중 장점 100% 저 막내 시누가 똑같이 갖고 있고

남편의 성격 중 단점 100% 반대. 좋은 쪽으로 갖고 있는 게 저 막내 시누예요.

자기한테는 하나 밖에 없는 브라더이고 자기 한테는 제일 친한 친구인 자기 오빠가

저랑 결혼을 한 게 정말 좋다고, 사랑한다고, 하더니만

자기는 자기 언니들하고 있을 때도 100% 자기 자신일 수가 없을 때가 있는데

저랑 있으면 항상 자기는 100% 자기 자신일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이거 무슨 말인지 이해 되시나요? 제가 한국말로 표현을 제대로 했는지 좀 걱정)

오빠가 저 같은 사람이랑 결혼해서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그 이후로 몇 년 동안도, 제 생일에 달력에 표시해 놓고 축하 전화하는 시누는 막내 밖에 없습니다.

 

 

발랄하고 착하고 긍정적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하면서 사려 깊고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것 행동으로 밀어 부치기도 잘 하고.

 

 

저희 집에 와서 자고 갈 수 있는 사람들의 명단이

이 지구 상에 셋째 성, 둘째 언니 애들, 그리고 막내 시누. 딱 요렇게 입니다.

아무리 허접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뉴욕 아파트가 다 그렇지 그래도

뒤에서는 다 흉보고 욕하는 거 저도 알아요.

어떻게 그런 후진데서 사나...이럼서.

 

 

흉 보고 욕 안할 만한 사람들 명단 추려보니 딱 저렇게 됩디다.

 

 

셋째 성이야 가까이 사니 평소에 만나고 음식도 가져다 주고 자주 하지만

간만에 오는 막내 시누라 제가 부지런 좀 떨었습니다.

삼겹살이랑 불고기 감 고기 한 팩씩 그저께 미리 사다가 냉동실에 올려 놨고

백세주도 리커 스토어에서 싼 값에 두 병 사다 놨고

편하게 재우려고 셋째 성네 가서 에어 베드 내일 빌리러 갈 거고

(셋째 성도 막내 시누라니까 빌려 주겠다고 하더군요)

 

 

에어콘도 방에 달아 놓은 거 떼서 거실에 달고 저희는 선풍기 틀고 자기로 했고요,

완전 VIP 접대 모드예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한테는

자꾸 자꾸 뭘 더 잘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또 들고 또 들고.

 

 

김치도 잘 먹고 깍두기도 잘 먹고 심지어 파김치도 잘 먹는데

저희 집 김치가 딱 떨어 졌어요.

내일 에어베드 픽업 하면서 거 동네 한국 마켓에서 배추던 무던 사다가 김치 담궈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