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기온은 쌀쌀했지만 햇빛이 쨍~~하게 난다고
신랑이 공원 산책 가자고 졸라서 둘이 손잡고 공원 한 바퀴 돌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제가 애용하는 싸구리 옷 가게에서 70% 세일하는 티셔츠 하나 6불 주고 사 왔습니다.
저거이 앞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엉덩이 가리는 길이의 티셔츠인데,
뒤돌면 등짝이 확~ 파졌습니다.
내가 저 등짝 파진 옷을 평생에 한 번은 꼭 입어 보고 싶었더랬는데
나이 마흔을 코 앞에 두고 소원 성취하게 생겼습니다. 음하하!
집에 와서,
신랑은 설거지 시작하고
저는 청바지에다 코디를 하고 거울로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하자니,
신랑이 좋아 죽을라고 하네요.
자기 앞에서 그런 옷차림 조심하라고,
비록 지금 물일 중이지만 몇 초만 더 그 차림으로 있으면 자기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아우 부인, 그 옷 입고 나이트 한 번 뜨셔야 겠어요~~~
함서.
겨울 시작되고 부터, 백화점이다 싸구리 가게다, 70% 80% 세일이라는 것에 자신한테 면죄부를 주고
질러댄 여름 옷이 줄잡아 대여섯 벌은 너끈히 되는데
여름은 언제 오냐고요...
월요일 일기 예보에는 눈 그림 있더라고요...
내가 저어기 어데 하와이 같은 동네서 일년 열두달
훌떡 훌떡 벗어 제끼고 궁댕이 살랑살랑 흔들면서 콧노래나 부르고 살아야 할 사람이
일년에 반이 겨울인 뉴욕에 사는게 이게 이게 무슨 사단이냐고요...
내가 저 등짝 파진 티셔츠를 입고 셋째 성을 만나면
셋째 성 얼굴이 분명 하얗게 질릴테니
저건 신랑하고 둘이 손잡고 돌아다닐 적에나 입기로 하고.
개인주의는 영원해야 하고
세상은 내 멋에 살아야 하고
하고픈건 하고 살아야 덜 늙는다는 제 신조대로
전 올 여름 저거 입고 다닐 겁니다. 그것도 뻔질나게.
세상에 하고픈데 능력 안되서, 상황이 안되서 못 하고 사는게 얼마나 많나요.
일년 열두달 자가용 비행기로 바닷가나 놀러 다니고 살고 싶고,
바비 플레이씨를 내 전속 요리사로 두고 맨날 맨날 그 아저씨가 해주는 음식 먹고 살고 싶고,
기운이 펄펄 넘쳐서 여기저기 싸질러 돌아 댕기면서 살고 싶고,
건강하게 늙지도 않고 불로초 먹고 신랑이랑 사이 좋게 삼백년 쯤 살고 싶은데,
저 중에 제가 할 수 있는거 아무 것도 없거든요.
등짝 파진 티셔츠 쯤이야,
돈 6불하고 조금 두꺼운 얼굴이면 가능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음하하하!!!
나이 쳐 먹고 주책이라는 손가락질은
요조숙녀,바른생활, 인생의 정도를 추구하며
정신 챙기고 삽시다를 표방함과 동시에 남의 인생 정리해 주기 좋아하는
이 땅의 수많은 오지라퍼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저는 하고픈거 하고 살렵니다.
홍삼 열심히 먹어야지.
나이트도 기운이 있어야 가잖아요.
나이트 정말 가려면 등짝에 바를 빤짝이도 하나 사야 쓰것네.
인조 속눈썹은 아직도 화장대 서랍에 서너개 남은게 있는데...
그런데 나이트는 사실 이젠 별로 흥미가 없긴 해요.
젊었을 때 원없이 하도 댕겨서 그런가. 이젠 돈도 아깝고.
신랑이랑 동네 당구장 댕겨야 겠어요.
여름아...빨리 와라...
이쁜아짐 동네 아자씨들 기다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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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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