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마 전부터 건강이 현저히 업그레이드 됬다는 희소식이 있습니다. 크하하!
대체 시작이 언제부터 였는지도 모를 그 빌어먹을 불면증 때문에
새벽 동 틀때까지 뒤척이느라 허리 아파, 기력 떨어져,
겨우 겨우 자고 일어나면 해는 중천에 떠 있어, 머리는 지끈지끈.
반나절 몽롱해서 좀비처럼 흐느적 대다 겨우 정신 차릴까 싶으면 해는 이미 지고.


악순환을 거듭 하면서
멜라토닌도 약발이 전혀 없고,
이제는 정말 처방 수면제 밖에 해결책이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셋째 성이 물어다 준 정보.
카바 카바(Kava Kava)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도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고.


귀가 번쩍 띄여서 구글로 카바카바의 정체에 대해 약간의 검색을 마친 후에
동네 비타민 샾을 뒤져서 추출액 성분으로 나온 것을 찾기는 했는데..
문제는 가격이 너무 쎄더라는 것.
아주 조그만 병이 16불인가 했는데 설명서를 읽어 보니 저거 한 병으로 며칠을 못 가겠더라는 것.
그래서 만지작 거리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하고 그냥 놓고 나왔는데
바로 그 날.
에누리없이 카바카바 병 부여잡고 고민하다 발길을 돌려 나온
바로 그 날 밤부터 '이쁜아짐네 안방의 기적'이 일어 났으니...


몇 년 만에 처음으로
학교 다녀 온 초등학생 3학년처럼 잠을 잤어요.
밤 열 두시에 잠이 들어 본게 얼마 만이더냐...
아침에 눈 뜨니 9시가 조금 안 되었더군요.
저게 한 달 전 쯤 일이고, 저 날 밤 이후부터 오늘까지 쭈욱..밤에 잘자고 있어요.
아침에 눈 뜨면 8시나 8시 30분 사이고.
정말 정말 희한합니다.


오빠가 새벽 기도 들어간다고 막내는 오빠가 뭐 기도해줬으면 좋겠니. 하길래


건강!!
난 건강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
잠 못 자서 죽을 것 같아.


하고 대답 했거든요.
언젠가 둘째 언니가 저더러 '우리 막내는 기도의 힘으로 사는 아이'라고 했었는데
정작 본인인 저는 크리스쳔이 아닌데
주변에서 기도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애들 재롱잔치 보러 오라고 하도 성화를 해서
정말 내키지 않았는데, 끝나면 떡볶이랑 오뎅 준다는 말에 혹해서 셋째 성이랑 억지로 갔다가
장장 네 시간을 붙잡혀 앉아 있다
떡볶이랑 오뎅은 커녕 물 한 잔 겨우 얻어 마시고서는
둘째 언니 거짓말에 속았다고 불같이 화를 내고 왔었는데.
둘째 언니 말로는 거짓말은 아니고 자기는 진짜로 그거 주는 줄 알았다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 때 갔더만,
제가 오지랖이 좀 넓어서 둘째 언니 친구들하고도 다 아는 사이이긴 한데,
보는 사람마다 제 손 붙들고 몸은 괜찮냐고 어찌나 간절히 물어 보던지.
질문 끝에는 하나같이


'너 니네 언니가 기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아니.'


무슨 기도를 얼마나 요란하게 했길래 온 교인들이 죄다 나 붙잡고 저 말을 하는겐지.


'나 수술할 때 중보기도 했냐?'


하고 물으니까 둘째 언니가 비실비실 웃으면서


'아는 것도 많아. 중보기도란 말은 또 어디서 배워 가지고'


그렇게 기도가 잘 먹히면 직장도 하나 구해 달라고 좀 해주지?


했더니, 기도는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나?
애매하기도 하지.
어쨌든,
기도의 힘인지
불면증이 돈 무서워 도망을 간 것인지
아무튼 거짓말같이 잠을 다시 잘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되니 바로 몸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뿐해 졌고요,


여러가지 노력들이 맞물려 져서 시너지 효과를 드디어 보는 듯 합니다.


올해 초에 '새해결심'으로 한 것이
작년부터 해서 나쁜 습관 하나씩 없애자, 의 일환으로
'잠자기 전에 뭐 먹지 않기'를 실천하기로 해서 각고의 노력 중이었거든요.
뭘 먹자 마자 양치질 하고 바로 잠자러 눕는 날도 부지기 수에
최소 한 시간 전에는 뭘 먹고 배를 채우는게 평생의 버릇,
이제는 뜯어 고치자...하고요.


몇 년 전에 셋째 성이 저한테 했던 말,
제 생활 습관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생활 습관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반대로 하고 있다고.


운동은 안해, 과도한 커피, 술, 담배에 아침은 굶고 밤에는 자기 직전에 먹으면서
영양제 몇 알 먹는다고 건강하길 바라면 안되지.


1월, 처음엔 두 시간 부터 시작했어요.
12시에 자러 간다, 치고 10시 이후에는 안 먹는거요.
어땠냐면...
담배 끊는 것 만큼 힘들었어요.
어느 날은 정말 먹고 싶은게 많아서 눈물이 다 나려고 하고.


의지를 다잡아 준건,
마침 저렇게 새 인생 살아 보겠다고 눈물겨운 노력을 시작하고 한 달 쯤 되었을 때
식도역류증이 재발을 해서 한 달 동안 넥시움 먹어 가면서
담배 끊을 때처럼 맥주랑 커피도 같이 끊어 가면서 그렇게 고비를 넘겼어요.
이렇게 살면 안되잖아. 맨날 이게 뭐야.
일 하려면 몸부터 만들어야지 이 몸으로 파트 타임이나 제대로 하겠어.


그 동안 나쁜 습관으로 혹사 시킨 나의 위장에 심심한 사과를 표하면서
그렇게 두 시간 전에 안 먹기에서 세 시간으로 늘리고 지금은 네 시간까지 됬어요.
4시간이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이대로 유지를 하는 걸로 하려고 합니다.
저녁은  8시로 끝이다.


꼬박 넉 달 한 결과 8시에 밥 먹고 12시에 자러 가는거 눈물겹게 힘들진 않고
어느 정도 몸이 적응을 한 듯 합니다.
중간에 정말로 못 견디겠어서 치팅을 두어 번 했었는데

역시나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좋지 못한 휴우증 때문에 다시 맘 잡고 매진할 수 있었고요.


커피랑 맥주는 지금 다시 마시고 있어요.
저것도 다 끊고 운동 열심히 하고 몸에 좋다는 것만 찾아 먹고 살려면
내가 비구니가 되어 공기 좋고 물 좋은 산 속에 머리 깎고 들어가 살면 가능하겠지만
이 도시 한 복판에서 나도 살아 남아야 하기에 저 정도는 누리기로 했습니다.
과도한 음용을 피하고 수위 조절하면서 즐기는 쪽으로 하자,로 결론 내렸어요.


앞으로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인터넷 하는 시간.
하루 2시간이 제가 정한 시간인데,
아직도 머리 복잡한 날은 하릴 없이 클릭을 해대는 날이 간간이 있어요.


밤에 자고 아침에 눈 뜨는 생활을 하니
날 잡아 총각김치랑 열무물김치 한다고 
아침에 일어나서 검색한다고 컴퓨터를 한 시간이나 하고
슬슬 움직여서 다듬고 씻고 절이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다 끝마친 시간이 오후 한 시도 안 됬더라는거. 흐미...


랩탑들고 동네 도서관을 두 번씩이나 왔다 갔다 하고
중간에 밥 해 먹고 샤워도 하고 이것 저것 다 했는데도 아직 해가 남아 있더라는 것. 흐미...


한참 탄력 받아 있던 시점에 읽은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였으니...
저 책 읽고 또 주먹 불끈 쥐고 다짐 했잖아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 건강의 기본은 이것이다!


저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에도 지금도 해 본 일이 없지만
작가를 꿈꾸고 계신 분들 계시다면, 이 책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업 작가를 계획하시는 분들이나
집에서 일하시는 분들
또는 그 밖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체력의 중요성'을 실감하시는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시라 추천하고 싶어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마라톤 풀 코스를 스물 몇 번씩이나 완주 했다는 사실은 저는 까맣게 몰랐습니다.
그 밖에도 아는 건 없긴 했지만...ㅎㅎㅎ
소설가가 되기 전 생업으로 카페 장사를 했었다는 것도 몰랐고.
소설쓰기 뿐 아니라 번역도 한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합쳐서 저서가 90여권이나 된다는 것도.


카페 주인이던 시절에 처음으로 소설을 썼고 그 이후로 두 어편을 쓰고 난 후에
난 앞으로 소설가로 살겠다, 로 결심을 하고
카페는 바지 사장으로 대신 운영할 사람 내세우고 안정적인 생활비를 충당하고 내 시간은 소설을 쓰는데 투자하겠다,
이런 건 본인 성품에 맞지 않는 일이어서
(한 가지 우물만 온 힘을 다해 집중해서 파야 하는 성격이라고.
어쨌든 뭘 제대로 해서 대가가 되는 사람들은 다 성공 요인이 있다니까요)


가게를 정리하고 집필에만 몰두 하다 보니 제일 시급한게 체력이더랍니다.
하루에 담배를 세 갑씩 피고 있었고
하루 종일 '앉아서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워낙에 관리가 안되면 체중이 쉽게 붙는 체질이어서
내가 앞으로 소설가로 계속 살아 가려면 건강해야 하겠구나.
해서 달리기를 시작했대요. 담배 바로 끊고.
그렇게 해서 마라톤 풀 코스도 뛰게 되고, 또 뛰고 또 뛰고,
심지어 100킬로 미터 울트라 마라톤까지 (헉!!! 100킬로 미터랍니다 100킬로)
현재는 철인3종까지 도전을 하고 있답니다. 이 세계적인 소설가께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한테 맞는 운동이 있게 마련인데
제가 주제 파악을 한 결과, 저는 걷기와 요가가 딱 한계예요.
(그렇다고 해서 요가를 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고...ㅋㅋㅋ
걷기는 워낙 좋아하는 거라 꼬박 한 시간 정도씩 산책은 하고 있는데
요가는 조만간 시작 하려고요.)
그 이상은 관절에 무리 주면서 달리기를 시도하겠다 이건 아니고,
책을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달리기를 권장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꾸준히 작품을 쓰는 소설가로써 자기 관리에 관한 부분이 주제인데 감명 깊었어요.


글 쓰는 사람에게 있어 '글재주'는 전제 사항일 뿐이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글 재주는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작업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것.
자기 관리와 노력이 필요 하다고.
전업 작가가 된 이후로 30여 년이 되도록 일관성있게 해 온 엄청난 자기 관리를
성실하고도 겸손한 말투로 풀어 냈더군요.


무엇이든 해서 돈을 벌 참이거든,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하고
연결이 되면 참 좋으련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고.


어느 선까지 적성에 부합하면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열과 성을 다해 힘차게 일할 준비가 되어 있건만
이력서 돌리는 데서는 연락이 한 군데서도 안 오는 구만요.
몸도 다 만들어 놨구만...헐...


면접까지라도 가 봤으면 좋겠는데 전화 한 통도 안오니 원...


남편과 최근에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우리 부부 지금부터 앞으로 3년 까지의
대략의 생활상에 대하여 합의를 봤는데
현실을 깨닫고 상황을 받아 들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댁하고 결혼하면서,
금단추 단 마고자에 명주 치마 두르고 따땃한 아랫목에서 곶감이나 빼 먹으면서
돌아올 봄 날의 매화 타령이나 하고 사는 삶을 꿈꾸진 않았어도
오늘 날 이렇게 제대로 쪽박찰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혼자 생각은
한숨에 섞여 날려 보내고


어쩌고 저쩌고 행동 대책에 대해서 좋게 합의를 봤어요.
3년 후에는 또 그 때 가서 다시 계획 세우기로 하고.
그렇게 백년해로 프로젝트의 1차 시기 10년을 무사히 마무리 하면
그 다음 10년 계획은 그 때 가서 뭔가 답이 나오지 않겠냐 하면서.


노여사한테
서방이 벌어다 주는 것만 쳐다보고 사는 여자랑 사는 남자의 불행에 대하여
귀 따갑게 듣다가...
세월 좋을 때야 서방밥 먹고 사는거 누가 뭐래냐,
여의치가 않을 때는 여자도 정신 차리고 뭐라도 해야지 어째 너까지 그러고 있냐..
너는 뭐가 모자라서 서방이 벌어다 주는 거 아니면 니 밥벌이도 못하고 있냐..


하시던 끝에,


니가 새끼가 없어서 사는거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나만 쳐다 보고 있는 새끼들 있어 봐라.
아파서 못하는 일이 어딨고 하기 싫어서 못하는 일이 어딨나.
기어 나가서 라도 하고 사람 취급을 못 받아도 하게 되있는데.
나도 새끼들 다섯 안 굶어 죽이려고 그렇게 살았다.


저라고 폼나는 직장 찾느라고 이러겠어요.
바닥까지는 아직 안 내려갔으니 전혀 하향할 것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가 내 입맛대로 직장 고르느라 이러는게 아닌데...
내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너같은 인력이 집에서 놀고 있는게 이해가 안간다고 안타까워들 하는데
제 이력서 받아 보는 사장님들 생각은 그게 아닌가 봅니다??


무신 자본주의가 이 따위래요.
일하고 싶은 사람 일할 데도 없는게. 흥!
뉴욕은 그래도 대도시라고 불경기에도 일자리 끗발이 조금은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거 원 써주십사 애원을 해도 그 어느 누구도 들은 척도 안하니
내가 확 사장 해버릴까 보다.


셋째 성이
대학교 앞에 가서 라면 장사하라는데 진짜로 시장 조사 한 번 들어가 볼까요?
몸에 안 좋다고 나는 안 먹는 라면을 
사회의 차세대 일꾼들한테 먹이자니 이게 양심에 좀 걸리는데...
스프 안쓰고 육수 내서 우동집을 할까요?


지난 주에 김밥 장사를 시작으로 만두 장사에서 카레에 라면 장사를 거쳐
궁리가 우동 장사까지 왔군요.
내일 우동 해 먹어야 쓰것네.
저거 쭈욱 열거한 것들, 정말로 내가 장사를 할 수 있나 없나 테스트 해보려고
지난 주에 다 집에서 해 먹어 봤더랬죠.
결론은 다...나는 내 식구 해 먹이는게 한계다...로 났지만.
밑천이 한 푼도 없다는 것 역시 작은 걸림돌 중의 하나입니다.



일단 이력서 계속 돌리면서 규칙적인 궁리를 해야 겠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에서 청소 부분은 남편이 맡기로 해서
어제 대대적으로 남편이 규칙적으로 쓸고 닦고 하는 동안
저는 규칙적으로 마루 걸레질한 물기가 마를 때까지 규칙적인 자세로 침대에 누워
얌전히 규칙을 지켰습니다.
맥주도 규칙적으로 주말에만 마시기로 했으니
오늘 저녁에 규칙적으로 맥주 서너캔 때려 주면
이번 주도 대충 규칙적인 생활의 합격점은 나오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