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제 몸이 아주 돈 잡아 먹는 기계여요.

드디어 치과 치료 시작했습니다.
이 달 초에

그간 불편감을 주던 어금니가 드디어 본격적인 통증을 시작하길래 다니던 치과에 바로 예약.

이가 아프면  충치던가, 그럼 갈고 때우던가, 충치가 심하면 신경치료를 한다던가
이게 제가 일반인으로 알고 있는 상식의 전부였는데
그래서 나름 각오한 최악의 시나리오라는게,

아마도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였는데

이를 뽑아야 한다고 해서 조금 충격 받았어요. 그것도 당장!

어라,,,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한지 이제 며칠이구만,
딴에는 참고 참고 또 참고 미련 떨지 않고 아주 바람직한 스피드로 치과에 왔다고 대견해 하던 차에,
이를 살릴 수가 없다고 뽑아야 한다는 소리는, 사실 머리가 띵~~해지는 소리 였습니다.

그래서 또 갑자기 황망해 지고,
이를 뽑는 것이 지금 내 상태에서 최선이라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뽑을 때 뽑더라도 확실히 알고나 뽑자는 심산에서
2차 소견 받으러 다른 치과를 또 예약하고 다녀 왔어요.

2차 소견 역시, 빼야 한다고. 역시나 당장!!

(이미 주저 앉은 어금니가 그 앞의 이까지 밀고 있다고

더 놔두면 그 앞의 이까지 못쓰게 된다고)

이가 썩고 어쩌고의 문제가 아니라 '잇몸'이 문제라
통증의 원흉은 잇몸이지 그 어금니가 아니라는 사실과
이미 이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라는 것과
잇몸의 염증이 심해서 잇몸 치료가 시급하다는 진단.
궁극적으로는 잇몸 수술까지 가야 할 것 같다는 소견도.
지금 아프다고 하는 왼쪽 말고 오른쪽 어금니 부분도 왼쪽 못지 않은 상황이라는.
심란한 이야기의 시리즈를 2차 소견으로 받고.
견적은 기절할 것 같은 액수라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마지막으로 덧붙는 선생님의 말씀.

아휴...어떻게 이 지경까지 놔 두셨어요.


2차 소견 받고 나서는 그래도 다니던 데가 편하다고

처음 간 곳에 원장 선생님한테 치료 예약 잡아 놓고.

이를 뽑는다는 것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뽑으러 가서는 원장 선생님한테

지난 번 왔었을 때는 왼쪽 어금니 쪽이 아파서 온 거였는데
지난 주 부터 오른쪽이 더 아프네요.

했더니 엑스레이 한 번 더 찍자고 해서 찍었는데,


아니 왜 다들 내 엑스레이 보고는 한숨들만 쉬냐고요.

왜 병원만 가면 이 지경이 되도록, 방법은 이것 밖에, 이런 소리들만 하냐고요.

나의 항변,
1. 한국 갔을 때 치과 갔었음. 별 얘기 못 들었음.
내가 몇 년씩 치과를 안 간 것도 아니고 알고도 무작정 방치한게 아닌데..
2. 작년 수술을 계기로 '아픈 것 절대 안 참는다. 이제는 통증이라는 몸의 신호를 괜히 정신력으로 버틴다느니 원래 이렇게 다들 아플거라느니 이런 미련한 생각은 버리고 아프면 돈 없고 보험 없어도 바로 병원으로 뛰어 가리라. 내 몸 안 아픈게 최고니라. 굳은 다짐에 확고한 결심을 한대로 아프자 마자 예약 잡고 뛰어간 것임.


혹시라도 '이를 살릴 수 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달려갔던
두 번째 치과에서도 똑같은 진단을 받고 병원 문 나서서 셋째 성한테 보고 전화 했더니,


동생아...많이 우울하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가져라.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최인호도 60도 되기 전에 틀니했대..
(연작 소설집 가족6편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에 이 얘기가 있더군요)

덴장...육십이 뭐야, 난 오십도 되기 전에 해야 할지도 몰라.
마흔도 안되서 내 몸에서 떼 내야 하는게 왜 이렇게 많냐고!


병원 다니는게 기분 좋은 일이 뭐가 있으랴 마는,
그 중에서도 제일 큰 고비는 '진단'을 받았을 때
상황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나빴을 때의 황망함이고.
그 고비 넘기면 그 다음에는 담담하게,

어쩔 수 없지 뭐, 그렇게라도 해야지, 받아 들이자, 이 상황을 받아 들이자..로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하는 생각은 아무 도움이 안되는 고로,

앞으로의 행동 방향 결정과 실천에 온 정력을 기울이자.

그래서 이 뽑고 왔어요.

일단 염증 좀 가라 앉혀야 한다고 해서 항생제 부터 일주일 먹고,
마취한 입으로 원장 선생님하고 농담도 해가면서
포지션 들어가면서는 '마취가 충분한 걸까? 혹시라도 마취가 덜 되서 막 아픈거 아니야?'
하는 불안감이 제일 힘든 공포였고
뽑는 건 일 분도 채 안 걸리더군요.

이 하나 뽑았는데 그렇게 많은 피가 나온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염증이 워낙에 심했어서 출혈이 많은 거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면서도 조금 당황 하시더라고요.
그럼서 지혈 방법을 설명을 또 하고 또 하고.
거즈 꽉 물고 있으라고.

저는 그 와중에 '밥은 언제부터 먹을 수 있냐'는 질문만 세 번을 반복해서 하고...

앞으로 잇몸 치료 남아 있고, 임플란트 과정도 남아 있고
이 정확히 몇 개 더 빼야 하는지 요것도 선생님하고 다시 의논을 해야 하고
제가 겁먹을까봐 그랬는지 이건 나중에 얘기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일단 요거 먼저 하나 빼고 잇몸 치료부터 하자고.


이는 멀쩡한데 잇몸이 부실해서 이를 뽑게 되는 수도 있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이를 받쳐줘야 할 잇몸에 염증이 생기고 주저 앉는 바람에
그래서 태어 나서 처음으로 생니를 뽑았습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멀쩡한 이를 하루 아침에 뽑게 될 줄 정말 몰랐는데...
조금 아프고 불편하더라도 이는 거기에 그냥 있겠거니...했는데
잇몸이 이리 되도록 나는 잇몸 안 좋은 줄 알고 있었으면서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안했다는 데에
생니를 잃게 된 나의 방조의 책임,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반성합니다.


이렇게 밥 먹는 것 좋아하는 내가,
먹고 싶은거 계속 먹고 살 요량이었으면,
뭔가 이상타 했을 때 바로 행동을 취했어야 하는데, 결국은 아플 때 까지 놔 두었던게
나의 책임이고,

저 생니 하나는
자기 잘못도 아닌 부실한 잇몸 때문에 지금 이 세상에 없습니다.
영구치로 나와서 오늘 날까지 나 맛난거 다 먹게 해주려고 열심히 자기 할 일 했던
내 왼쪽 아래 어금니는
몇 십년 그렇게 노력 봉사만 하다 자기 탓도 아닌 잇몸 탓으로 저렇게 허무하게
집게에 잡혀 일분도 안되 허망하게 뽑혀 나갔어요.


잇몸이 주저 앉으며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던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던 어금니는 별로 어렵지 않게 그렇게 쑥.
너무 쉽고 허망하게 그렇게 뽑혔습니다.


이렇게 5월 한 달을 치과 다니며 보내고

생니를 뽑고

이렇게 봄날이 갑니다.

내가 진즉에 잇몸 관리 철저하게 못해서
그래서 지켜주지 못한 내 생니...미안하다...


나야...
진짜 내 이만 못해도 임플란트라는 걸 박으면
또 밥을 먹고 고기를 먹고 그렇게 살겠지만,
자기 탓도 아닌데 실컨 일만 하다 뽑혀 나간 저 이는 얼마나 억울할 것이야.

그런데..
이렇게 봄이 가면 또 봄이 올건가..

노오란 개나리 피는 봄이 또 오기는 올건가...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엔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언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울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고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이렇게..

2009년 5월의 봄날은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