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8월이 너무 정신없이 갔습니다.
이렇게 여름이 다 가버렸네요.
일을 많이 하느라고요.
일을 시작할 때는 주에 3일을 하기로 하고 한건데
그렇게 스케줄대로 한건 딱 두 주?
그렇게 밖에 없고요.
예상치도 않았던 사건 사고들이 연달아 터지는 바람에, 저는 쉬는 날이라고 집에 있다가
갑자기 연락받고 뛰어 나가고.

8월은 완전히 일복이 터진 정점에 있었어서 정말 어떻게 한 달이 갔는지도 모르게 가 버렸어요.

그러다 지난 주에, 시아버님 생신 그리고 노동절 연휴 이렇게 맞물려서
저도 휴가라는 걸 만들어서요,
시댁에 가서 닷새 있다 왔어요.

떠나는 날인 지난 주 금요일 아침엔,
기분은 딱 하루 정도 아무 것도 안하고 뒹굴뒹굴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고 싶었고
몸도 많이 지쳐 있었고.

그래도 시골가서 쉬자! 하고 샤워하고 짐싸고 지하철타고 기차타고 중간에 둘째 시누네 합류해서 그 차에 낑겨타고.
오후 5시쯤 시댁 도착.

시어머니가 라쟈니아를 저녁으로 하셨다고.
보니깐...어른 6명에 아기 한 명.
참 조금도 하셨구나...그 생각부터 퍼뜩.

접시에 한 명 한 명 담아 주시는데...받고 나서 보니깐, 제 꺼가 제일 크대요ㅎㅎㅎㅎㅎㅎㅎㅎ
다른 사람들은 다 제 것의 반 정도.
신랑이나 둘째 시누 남편이나...
신랑이야 워낙 소식하는게 길들여졌다 쳐도 둘째 시누 남편은
건장한 2백 파운드의 남정네인데, 제 것의 반이더군요.
나중에 아기 걸로 받았던 거 아기가 안 먹고 남기니까 시누랑 둘이 반 갈라서 나눠 먹더라고요.
저는 배부르게 먹었고요.

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먹는데,
계란후라이하고 아이리쉬 베이컨이라고 하는데,
이번엔 계란은 넉넉해서 다들 두 개씩 먹고 싶으면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일단 안심.
베이컨은 한 사람 당 두 덩이씩 이라는데,
저 베이컨이 우리가 보통 마켓에서 포장되 있는 것처럼 일정한 크기로 줄 모양으로 잘라져 있는게 아니고
동그란 모양이더라고요. 한 덩이가 손바닥만한.

그래서 두 조각씩 준다고 하면 저 손바닥만한거 두 조각이 되야 말이 맞는데
시아버님이 차례로 접시에 나눠 주시는데
정말 코메디처럼
저는 두 조각 제대로 받고요,
다른 사람들은 다 반 정도 되는 양으로.
최악으로 신랑은, 저 큰 조각에서 떨어져 나와있던 조그만거, 엄지 손가락 만한거.
고거 두 개를 신랑 주시대요.

신랑이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

슬그머니 제거 한 덩이 신랑 접시에 줬어요.
신랑이 계속 귀에다 고맙다고.

먹는걸로, 너무 혼자만 우대를 받으니 다른 식구들한테 조금 미안했어요.

아침 먹고는, 이웃에 블루베리 나무들 많이 있는 집으로
둘째 시누 부부, 아기, 시어머니, 저 이렇게
블루베리 피킹 갔고요.

시누 아기가, 두살 반인데,
넉 달 전에 봤을 때만 해도 마미, 대디도 제대로 못하던 요 꼬마 아가씨가
그 새 어찌나 청산 유수가 됬던지, 제가 깜짝 놀라가지고요.

아효...나 18년 용쓰고 배운 영어보다 쟈가 넉 달 만에 하는 영어가 훨씬 낫구나...
쟈가 내년이면 나 영어 틀리게 하는거 고쳐 주게 생겼네..

우리 둘째 언니 딸, 현경이가 똑 그랬는데
쟈도 그렇게 효녀더구만요.
자기 엄마 아빠 한 번을 귀찮게를 안하고 저 한테만 붙어서.
아침부터 밤중까지요.

기저귀도 내가 갈아줘야 한다,
옷도 내가 갈아 입혀줘야 한다,
머리도 내가 빗겨줘야 한다,
이 이불은 내 이불인데 특별히 같이 덮겠다,
전화는 이제 고만 끊어라,


니가 효녀다. 느그 엄마 친정 왔다고 확실히 쉬게 해주는구나..


우스워서 제가 둘째 언니한테 전화해서는,

그 애기들이 유세하는게 한국 애기들이나 미국 애기들이나 똑같나봐?
쟤가 옛날에 현경이 하던 짓을 똑같이 하네?
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 기저귀 갈아야 하고 옷 갈아 입혀 줘야 하고.
그래봐야 기저귀 차고 있는 주제에 유세 떠는 꼴 우스워 죽겠네.


애기가 하도 저만 따려 다녀서
시누가 미안해 하면서, 저더러 브레잌 타임 필요하면 얘기하라 하더군요.


시누 남편은, 저더러 애기한테 하는 태도가 정말로 감탄스럽다고,
어떻게 그렇게 관대하냐고 하는데.

저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애기 좋아하고 애기한테 상냥하고 그런 사람 절대 아니거든요.
떼쓰는 아이들 특히 비위 안 맞춰 주고요,
조카들 다섯 있지만,
그들에게 가장 무서운 이모가 바로 저예요.

제가 조카들 데리고 여기 저기 시댁으로 제 친구들 집으로 여행도 갔다 오고 많이 했지만
데리고 다니면서 아이들이 떼를 쓴다거나 짜증을 부린다거나
이런거 절대 받아주지 않는 사람이 저거든요.

다 말귀 알아 들으니까, 저는 여행 전에 회의해요.

집 떠나서 남의 집 가서 먹고 자고 하려면, 집보다 불편할 테고 마음에 안 맞는 것들 생길텐데
그런 일 있으면 바로 이모한테 '예쁘게' 얘기하라고.

저기서 '예쁘게'라는 말은 또박또박 말하라는 뜻이고요,
이러 이러해서 이게 불편하다, 이렇게 정확하게 의사 표현 하라고요.
예쁘게 말하면 이모가 도와줄 수 있는건 최선을 다해서 도와 주겠다고.
그대신 이모가 알아 들을 수 없게 징징징 웅얼웅얼 짜증만 내면 이모가 도와 줄 수 있는게 없다고요.


먹기 싫은 음식은 안 먹어도 좋다.
그대신 뭐가 먹고 싶은지 상 차리기 전에 확실히 의사 표현을 하라.
그럼 이모가 밥을 해주겠다.

주로 크리스마스 때 둘째 언니 애들을 데리고 가는데,
저 집 애들이 저처럼, 완전 한식파가 되가지고,
제가 웬만하면 그냥 다같이 먹는 쪽으로 유도를 하지만
그 날 메뉴 따라 애들이 영 안 먹을 음식이다...싶으면 제가 밥 따로 하고
김이랑 비상 반찬으로 싸간 것들 있으면 내주고 그렇게 먹게 해줘요.

제가 아이들한테 항상 말하는 원칙은,
미리 말하라,
불편한 것들을 정확히 말하라,
무작정 짜증내지 마라.

이런 것들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보면 군대식으로 아이들을 좀 엄하게 해 버릇해서
어디 데리고 다니기가 수월해요.
남들 보기 챙피할 만큼 갑자기 데굴데굴 구르며 떼를 쓰거나
어깃장 놓으며 성질 부리거나
이런 일은 없거든요.

지네 엄마랑 있으면 애들이 하는 짓이 또 틀리지만 일단 저랑 있을 때는 애들이 저 어려워 해요.

그래서 저는 내 애를 안 키우는 사람으로
어딜가도 보는 애들이 다 '남의 애' 이기 때문에
애들 보는 시각이 제가 조카들 대하는 시각과 다를게 없어서
저는 마구 떼쓰고 이런 아이들 보면 모른척해요 그냥.
달래 주려는 노력도 않고 그렇다고 인상 쓰면서 불쾌한 기색도 않고.

제 친구 하나는,
그 집에 놀러가서 국수를 먹는데, 아이는 미리 먹어서 배가 안 고팠고,
엄마랑 엄마 친구 둘, 이렇게 어른 셋이 식탁에 앉아서 먹으려 하니까
자기 좀 봐 달라고, 자기도 끼고 싶다고. 종종종
그래서 제가 아이를 안아서 제 무릎에 끼우고 한 손으로는 국수 먹고
아이랑 말 상대 해줬더니,
그 때 친구 애기가 두살 반 정도?

친구가,

이야....난 여태 걔 키우면서 옆에 앉혀 놓고 한 손으로 밥 먹어 본 적 없는데...
넌 어쩜 그렇게 자연스럽게 애를 한 팔로 싸고 밥을 먹니?
우리 션이 오늘 이모들 와서 호강하네.

제 친구는 아이 식탁 예절을 아주 애기 때부터 버릇을 들였더고 하더라고요.
그 자리 앉아야 음식을 준다, 이렇게.
그렇게 아이부터 먹이고 엄마 아빠는 식탁에 앉아서 먹고.
아이 한 팔로 안고 허겁지겁 먹고 자기는 이런거 일절 안 했다고.
돌아 다니는 아이 쫒아 다니면서 떠 먹이는 것도 한 번도 안 했다고.


훌륭해.


친구가 아이 내려 놓으란 말은 안 했어요.
엄마 친구들이 와서, 평소에 안해본 어리광을 엄마 친구가 받아주는게 엄마 마음에는 또 싫지가 않나 보더라고요.


우리 션이 오늘 기분 좋겠네?
이모가 션이 안고 밥 먹고?


우리 시누 딸도,
하루 종일을 제 뒤를 따라 다니는데
이쁜 짓 많이 하고 하나도 성가시지 않더라고요.
화장실 가느라 안 보이면 그 새 찾느라
그거 좀 힘들긴 했네요.
화장실까지 쫒아 오려고 해서ㅋㅋㅋ

시누 부부가 아이 예절 교육을 확실히 시키는 쪽이거든요.
저희 시어머니도 아이를 그렇게 대하는 편이고.
제 친구도 그렇고.
제가 제 아이 안 키워 본 사람으로써 확실하게 아는 것,
집에서 가정 교육을 제대로 시켜 놓으면
아이가 밖에 나가서도 사랑을 받는다는 것.



떼 쓰는 아이라고 미운게 아니고,
아이는 아이니까 떼도 쓰고 하는 것일 텐데
그걸 지켜 보는 부모가 그걸 바로 잡아 주려는 노력을 하느냐
아니면 마냥 아이 비위 맞춰 주느라 전전긍긍 하느냐 그 차이일텐데.


시누 딸이 제 디카 보고 자기가 찍고 싶다고 졸라서
제가 손에 쥐어 줬어요.
이 과정에서 카메라 달라고 조르는 아이는 당연히 아이니까 자기가 만져 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고,
옆에서 부모가,


그건 외숭모 거니까 만지지 말자. 아빠가 우리 카메라 가져다 줄께.

바로 말려 주니까, 또 그냥 제꺼 갖고 놀라고 주고 싶은 마음이ㅎㅎㅎ
완전 구닥다리, 좀 쌈박하게 망가져 줘서 새거 살 구실을 만들어 주면 그 또한 좋겠다 싶기도 했고.
두 살 반인데,
아빠가 하는 말, 다 알아 듣더라고요.

떨어 뜨리면 안되니까, 꼭 줄을 먼저 손목에 걸고,

제가 온 오프 버튼 가르쳐 주고
셔터 가르쳐 주고.
잘 다루고 잘 찍더라고요.


만약에 저 타이밍에 부모가, 애가 달라는데 당연히 좀 줘야지 하는 태도로 방관했다면
저는 제 디카를 안 줬을 것이다, 에 백만표.

시누 남편이 저더러 너무 너그럽다고.
그래서 제가, 내 카메라를 보라고, 뱃더리 들어가는 데는 망가져서 덕 테잎으로 붙여 놨고,
산지 6년 되서 완전 구닥다리고, 너네 카메라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후진거고
솔직히 저거 망가뜨려 주면 나는 고마워 할지도 모르겠다,


두살 반 된 시누 딸이,
카메라 쥐어 줬더니 돌아 다니며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었는데
제법 잘 찍은 것도 몇 장 되더라고요.


시누네는 일요일 이른 오후에 집으로 돌아 갔고요.

저랑 신랑은 화요일 오후까지 머물렀어요.

시누네도 수요일부터 출근하면 되지만
월, 화는 자기 집에서 이것 저것 청소도 하고 준비하고 그러고 싶다고
일요일 아침 먹고 바로 집으로 출발 했고요.

저도 예전 같았으면 월요일엔 집에 가자, 해서
화요일 하루는 풀 데이로 집에서 쉬고 다음 날 일 간다, 이랬을 텐데,
신랑한테,
있을 수 있을 때까지 있다 가자, 해가지고요.

여기는 나만의 재활 센터라서...난 하루라도 더 있고 싶어.

몇년 전 부터 제가 시댁을 재활 센터라고 부르거든요.
시댁 간다, 이러고 얘기 나오면

신난다~~ 나 내 재활 센터( rehab) 간다~~~

월요일엔, 시어머니 텃밭에 나가서
내가 5월에 씨뿌렸던 오이랑, 나도 처음으로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고구마랑,
여기 저기 엄청 잘 자란 깻잎이랑,
사진도 찍고
파슬리도 따고
베이즐도 따고
타임도 따고
(요것들은 말려서 쓰려고)

깻잎 엄청 따고.

수요일은 일하고, 어제 오늘 집에 있었는데요,
어제는 아침 6시 반에 눈이 떠져 가지고.
동네 수퍼도 8시는 되야 문을 여는데...

노는 날 왜 저리 일찍 일어나 졌는지 나도 참 변태로구나, 하다가
커피 내려서 마시고 컴 열고 시간 때우기 용 컴 하다가
8시 땡! 하자마자 수퍼 달려 가서 식초 사고 흑설탕 사고.
깻잎 장아찌 담갔어요.

3분의 1 정도 남겨서 양념장으로 재워 놨고요.

그 동안 일하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부엌에 들어갈 시간적,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없었는데
(그래서 살짝 우울도 했었음)
어제 그냥 막 탄력을 받아 가지고, 정말 오랜 만에 부엌 일.

파김치 담그고
닭도리탕 하고
두부 조림 하고
청경채 겉절이 하고


그래도 저것들 한 시간은 다 해서 한 시간 좀 넘게 걸렸나??
시간이 너무 남아서 낮잠을 자려다 잠도 안 와서 맥주 좀 마셔 줬네요.


재활 센터에서
좋은 시간 많이 많이 가졌어요.
버스 4시간 지하철 1시간 해서 다섯 시간 걸려 밤 아홉시에 집에 도착,
그 다음 날 일하고,
요건 조금 육체적으로 피곤은 했지만,

그래도 화요일까지 꽉 채워서 재활 센터에서 있다 온 것,
잘 한 것 같아요.

시어머니가 너무 좋아 하시나 시아버지는 안하고 싶어하시는 카드 게임, 브릿지.
(머리 너무 써야 해서 피곤 하시다고. 글고 사실 저도 별로 안 좋아해요. 부담스럽고)
시어머니가 일요일 저녁에 조용히 제 옆에 오셔서는
'네가 하자고 하면 아마 아버지가 거절 못 할 걸. 니가 하자고 해 봐'


음...아버님.
오늘은 둘째네도 가 버리고 아버님 어머님 저랑 저 사람. 딱 네 명 남았네요?
브릿지 하는 인원수로 딱 이네요?


아버님이,


브릿지....? 브릿지?


네 브릿지요. 저 그거 하고 싶어요!!!!!
(시어머님을 위한 거짓말. 사실 피곤해서 자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거 두 시간 했어요. (많이 피곤했음)
시어머님이, 그거 봐라. 네가 하자니까 하시잖니. 내가 하자고 하면 맨날 핑계대신다.


일할 땐,
닷새가 참 길었는데...
재활 센터에는 참 짧대요.

재활 센터 갔다 오고 나서, 깻잎 장아찌 담그고 오이 썰어 쌈장 찍어 먹고 붉은 양배추 쪄서 쌈 싸먹고.
나이 마흔을 바라보며 너무 게을러서 얼굴에 썬블락도 안 찍어 바르는 이쁜 아짐.
얼굴 새카맣게 타가지고, 쫌 많이 빈티도 나고 더 못생겨 보이고, 나이도 진짜 마흔 살 처럼 보이고.
(원래는 나이보다 조금 어려 보인다고 혼자 믿고 사는 이쁜아짐)

남편한테 그냥 저냥 심드렁 하다가도요,
이렇게 시댁 한 번 갔다 오면,
잘 해주고 잘 살아야 겠다...이 생각 해요.
먹을거 우선 순위로 챙겨 주시는 시어머님,
며느리 한 마디면 이성을 잃고 10년 넘게 키운 고양이도 야단 치시는 시아버님,
(고양이가 쥐 잡아서 내 앞으로 가지고 오려 했음. 이쁜아짐 소리지르며 기절하고 도망감)
크게 동질감은 못 느껴도 대충 괜찮은 둘째 시누,
그녀의 아주 괜찮은 성품의 함께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남편,
그리고 그들의 정말 너무 예쁘고 깜찍하고 애간장 녹아 내리게 하는 딸, 나를 너무나 따르는 릴리양~


좋은 시간이었어요.


시댁에만 가면,
제가 많은 사랑을 받고 사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다른 데서는 대우도 못 받고 보잘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는 이 사람을
참 잘도 대해주시는 구나...하는 느낌이 들어서.


시댁에서 따온 깻잎으로 어제 장아찌를 담그고 오늘 시식을 하고.
괜찮게 됬네요.
이제 나눠 줄 집들 통에 나누 담기만 하면 끝.

며느리 좋아하는 채소들 키우신다고 이것 저것 시도하고 계신 시어머님.
며느리가 제일 좋아한다는 과일, 수박 키워 보시겠다고...
동네가, 날씨가 충분히 덥지 않아 실패. 2년 시도 하셨다 실패 하셔서 굉장히 실망하셨고
작년부터 깻잎은 잘 됬다고 무척 행복해 하시고.
한국 고구마, 올해 처음 시도, 싹이 너무 늦게 나고 더디 자란다고 아마도 실패일 것 같다고 실망.
한국 오이는 5년 전 부터 심으셔서 아주 잘 되고 있고.

내년엔 부추씨 보내 드리려고요.

시어머니 텃밭은 언뜻 보면 방치된 잡초밭 같은데 구석 구석 들여다 보면
보물  창고여요.

시아버님도 그렇고 신랑도 둘째 시누도 첫째 시누도 다들 시어머님 텃밭에 별 관심이 없어요.
막내 시누 하나 시어머님과 비슷한 성향이었는데 지금 하와이 가서 살고 있고.
저 혼자 시 어머님 텃밭에 열광하고 감탄하고 행복해 하고 감사하고.
텃밭 안에서 좋아서 손뼉치고 날뛰고 사진 찍어 대고, 따가도 되냐고 물어 보고.
시어머님을 이런 저랑 텃밭 일 하시는거 많이 좋아 하시고요.


다음 주 부터는,
저는 좀 덜 바쁠 것 같아요.
정해진 날짜에 쉴 수 있게 될 것 같음.


많이 불행하다고...세상은 참 외롭다고.
어디에도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다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나는 참...나대로 귀한 존재인데...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왜 모두들 나를 이렇게 푸대접 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온 처음 30년 내 인생.

시댁이 시골이라 참 좋고,
그 시골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 참 좋고,
그 시골에 가면 내가 하고픈 대로 다 할 수 있어서 좋고
그렇게 도시의 삶을 위로해 주는 치유의 능력을 갖고 있는 시골 시댁.

많이 행복하다고,
세상은 참 살만한 거라고
나를 전격적으로 믿고 그리고 의자하는(ㅋㅋㅋ) 남편과
그리고 그저 아들이 결혼한 여자, 그 이상으로 나를 사랑해 주시는 시어른들.
내가...그렇게 마음이 어지러웠던 것, 지금 이렇게 남편과 남편 가족들로 부터 치유를 받는구나...



나만의 재활 센터,
나의 시골,
나의 시댁.

좋은 시간 잘 보내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