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 만에 남편이 요청하는 메뉴로 몇 달 만에 탕수육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어요.

 

얼마 전에 친구의 임신 소식을 들어서

며칠 전에 제가 반찬 몇 개를 만들어 줬거든요.

 

그 친구는 평소 입맛이 아메리칸 쪽이라, 집에서 주로 해 먹는 음식이 저랑은 많이 틀린 친구였어요.

파스타 무지하게 좋아하고 이것 저것 해 먹는 것이 거진 양식 쪽이었는데,

정말로 신비한 것이 임신의 세계라...

임신 하자마자 바로 땡기는 것이 한식이라더군요.

 

그래서 제가, 휴우 다행이다...내가 할 줄 아는게 한식 밖에 없는데 얼마나 다행이냐...

 

그러고는 이것 저것 입맛의 구체적인 상황을 물어 보니,

고기 반찬은 또 별로고

채소 반찬이 주로 먹고 싶다더군요.

 

월요일엔 집에서 쉬는 날이었는데, 꼼짝하기 싫어서 아무 것도 안하고

내내 뒹굴뒹굴 하다가

다음 날 저 일하는 데로 친구가 들리기로 했어서

벌떡 일어나서 딱 한 시간 움직였어요.

 

제가 한없이 빈둥 대다가도 또 벌떡 일어나서 후다닥 뚝딱 짧은 시간에 뭘 하는 게 또 특기거든요.

딱 한 시간 움직여 가지고,

채소 반찬이 땡긴다니 비빔밥이나 먹으라고 해야겠다 해서,

 

시금치 무침, 콩나물 무침, 오이 볶음, 무나물, 후다닥 해 놓고

그 다음 날 아침에 불려 놓은 시래기, 된장이랑 멸치 넣고 30분 조리고

미리 해 놓았던 고구마순이랑 해서

반찬 6개 대충 락앤락 3층 찬합에 잘 싸서 줬네요.

 

주고 나니까

남편도 나물 반찬 다 좋아하는데 남편은 맛도 안 보여주고

다 친구네 보내 가지고

(원래는 손이 커서 음식을 많이씩 하는데 친구 싸주고

남은 거 조금 제 도시락 반찬 하니까 남편 줄 게 없었어요)

좀 미안한 마음에 쉬는 날이니 오늘은 서방 좀 챙겨 멕여야 겠다 하고

 

뭐 먹고 싶냐고 했더니,

 

돼지고기에다...빵가루 묻혀서 튀긴 거 그거...

 

 

아~ 돈까스? 근데 그게...소스 다 먹었어. 소스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하고 소스 만들기는 오늘 이 무드에 좀 귀찮다는 의사를 내 비쳤더니,

그럼 그거 말고,

 

 

더 작은 피스로 튀겨서...스윗 앤 사워 소스 같은 그거에 채소랑 이렇게 먹는거 그거...

 

 

아~ 탕수육?

그래 그거 먹은지 오래 됬네. 탕수육 해줄께~

 

 

하고 어제 정말 오랜 만에 탕수육 해서 맛있게 먹었어요.

 

제가 하면서,

 

내가 당신 한국말을 가르칠 생각도 않고 그런 사람이니

다른 말은 않겠는데,

그래도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음식 이름 정도는 지금쯤 알고 있어야 하지 않아?

맨날 음식 내용 설명하느니 음식 이름 좀 외우지 그래?

 

 

그랬더니,

 

 

어제 오후 내내

열심히 탕수육, 탕수육, 연습을 하고 외우고 하더라고요.

 

 

먹으면서,

정말 맛있다, 최고다, 맛있다, 맛있다..

한 입 먹을 때 마다 맛있다를 외치며 먹더니만

다 먹고 나서는 감사 인사로

 

 

백세주 잘 먹었습니다!!!!

 

 

베이비, 땡큐 쏘 머치 포 백세주.

 

 

오후 내내 연습한 것은 탕수육인데...

 

맥주, 오비, 소주, 백세주, 건배

따위의 단어는 딱 한 번 듣고 바로 외워 버리고...

 

언니들한테 전화로 얘기해 주니, 재밌다고 까르르 까르르 웃습니다.

 

뉴욕은 갑자기 추워지고

오늘은 하루 종일 비.

날이 참 궂네요.

 

날 궂을 때는 집에서 맛있는 밥 한끼 잘 해 먹는 게

쓸쓸하고 또 웬지 처량하고 궁상스런 마음 달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오늘 저녁은 특별한 메뉴는 없고

고추장 찌개 끓였어요.

 

감자랑 호박이랑 양파, 표고 버섯, 풋고추, 두부 넣고

고추장 두 숟갈에 간 마늘 팍 넣어서

10분 정도 부루룩 후다닥 끓였네요.

 

저녁 잘 먹고 잘 자야지.

내일은 또 열심히 일해야 하니깐.

 

모두 모두 화이팅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