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토,일 외식하느라 바빴네요.

지난 주에 같이 일하는 직원 중에

제가 일 시작한 그 날 부터 지금까지

매일 매일 고맙게 제 일을 자기 일처럼

생색내는 말 한 마디 없이 옆에서 조용히 도와 주는 사람의 생일이 있었어요.

 

 

고마운 마음에 매일 밥 한 번 산다, 산다 하다가

어렵게 같이 시간 맞춰서 한 번 먹었는데 그 때도 제가 사기는 커녕 오히려 얻어 먹게 되버렸었는데

이번엔 제가 미리 생일 기념으로 사는 거라고 못을 단단히 박고는

부부 함께 먹자고 해서 토요일로 날 잡아서

저까지 네 명 해 가지고 오랜 만에 갈비집.

 

 

다들 왜 그렇게 조금 먹는지 제가 반 먹고 나머지 세 명이서 반 먹고

대충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대접하는 자리면서 내가 혼자 저렇게 많이 먹어도 되는 건지

먹을 때는 정신 없이 먹었는데 다 먹고 나니 조금 창피 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내가 돈 낸 거니까 얻어 먹을 때 그런 것 보다는

조금 나은 건가...혼자 위로성 자문도 해 보고..

 

 

일요일은 시골에서 시부모님이 시내 친구 분 댁으로 며칠 놀러를 오셔서

함께 저녁 먹었고요.

이 날은 삽겹살.

정말 즐거운 외식 이었어요.

 

 

맨하탄 한인 타운에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미국 사람들 끼리만 와서 먹는 테이블이 한국 손님들 보다 훨씬 많아서

조금 놀랐어요.

한국 음식이 정말 인기가 높아 졌나 봐요.

 

 

저희 테이블 주문을 맡으신 분이, 제 어림 짐작에 분위기 상으로 봐서

그 때 일하던 쉬프트 분들 중에 헤드급이신 것 같던데

어찌나 활달하시던지 저녁 먹는 내내 시부모님들이 정말 좋아 하셨어요.

 

 

몇 년 간의 공백기 끝내고 오랜 만에 바깥 세상에 나와 '돈벌이'라는 걸 다시 시작하고 부터

직업에 대한 관점이 옛날하고 틀려졌는데

예전엔 일이라 하면, '무슨 일'을 하는가, 이것이 제가 일을 대하는 자세였는데

요즘은 '어떻게' 일을 하는가, 이것을 더 중요하게 보게 되더군요.

 

지금은,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 직업의 타이틀 보다는

그 일을 어떤 자세로 어떻게 하는가,

제 자신을 포함해서도 그렇고 다른 사람을 볼 때도 그런 경향이 있어요.

 

 

남편을 통해서,

남들이 듣기엔 그럴싸한 직업이라도 그게 자기 만족도가 없으면 유명 무실이고,

나 역시 직업으로 삼았던 '가정 주부'라는 것을 할 때도

내실이 전혀 없었던 지난 세월을 통찰해 보고 하면서

생긴 새로운 직업에 대한 고찰 방식이랄까요?

 

 

무슨 일을 할 것이냐, 보다 어쩌면 그 일을 어떻게 할 것이냐,

그게 더 중요할 수 있는데

지난 몇 년간, 일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직종과 직업 자체에 대한 고민에서

뱅뱅 돌았지

사회 생활, 사람과의 관계, 일을 한다는 것에 포함된 그 모든 것들을 통째로 하나의

큰 그림 보듯이, 동전의 양면을 보듯이 그런 포괄적인 개념으로 '일'이란 걸

보는 눈이 여태 없었던 거예요.

 

일이란게 주어진 업무만 하고 오면 되는, 업무에서 시작해서 업무로만 끝나는

그런 간단 명료한 직장은

사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죠.

하라는 일만 잘 해 주면 되지, 왜 이런걸 하라고 하나?

아니 저 사람은 왜 저러나?

이런 사소한 것들을 일과 관계없이 부당하게 받는 부가의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니

끝도 없는 불만족의 연속이었는데

 

 

다시 일 시작하고 부터

그런 부분들 역시 다 '일의 연장, 일에 따라오는 필요악, 일이라는 것에  다 합쳐진 패키지다'라고

마음을 새로 먹으니,

예전보다 훨씬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수월하긴 해요.

일을 나가는 마음도 예전보다 가볍고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도 예전보다 덜 지쳐 있고.

 

 

머리 아픈 일들 물론 많고 어쩔 땐 그냥 혈압이 정말

목 뒤로 쫘악 올라오는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벌써 여러번 겪긴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저한테 나쁜 것 보다는 훨씬 좋은게 많은 곳이 지금 직장이예요.

다섯 달 전에 처음 일을 시작한 날에 했던 생각.

 

 

나를 이만한 급여에 이렇게 좋은 대우로

내 성격을 이만큼 십분 자유롭게 발휘하면서 일 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열심히 하자,

이런 생각은 지금도 똑같이 하고 있고요.

 

 

십년도 훨씬 더 전에 맺었던 인연으로 다시 불러준 사장님이

제가 일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 하시던 말씀.

 

 

얘, 너 일을 아주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저는 제가 일하는 모습이 즐기면서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

정말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보스의 피드백에 깜짝!!! 놀랐어요.

하루 하루 나름 열심히, 는 하고 있었지만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경지까지는 언감생심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척'하는 거랑 진짜랑은, 다른 사람 눈에는 다 보이나 보다...

열심히 하니까 즐기는 것처럼 까지도 보이나 보다...

 

 

일요일 저녁에 저희 테이블을 맡았던 제 둘째 언니 뻘쯤 되는 연배의

웨이츄레스를 보면서

일을 어떻게 하는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참 열심히 즐겁게 하시는구나, 이런 느낌 받았어요.

 

 

성격 자체도 활달하고 밝은 분이신 것 같고,

덕담에 후한 성품도 직업과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 같고.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 업에 종사하면서 손님한테 듣기 좋은 말 잘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칭찬과 덕담도 내 직업이 이거니까 이거 잘 하면 팁 얼마 더 나오니까

이런 직업적 계산이 중점이라고 하기엔

정말 성품 자체가 남한테 덕담을 잘 하고는 듣는 사람이 느끼기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하는 일에 손님에게 좋은 말을 해줘야 하는게 도움이 된다고 치더라도

그걸 또 다 하는 사람들이 많지도 않고요.

제 경험상으로는.

 

 

성품 자체가 굉장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그러신 분 같더라고요.

 

 

저는 고급 식당을 가본 일이 거의 없어서

외식을 한다 하면 '극진한 서비스' 이런 것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좋은 기분으로 맛있는 것 먹고 나오면 되는.

불친절하지만 않고 서비스가 기본만 되면 되는.

식당 분위기나 음식 가져다 주는 사람의 태도나 이런 것 보다는

음식 자체의 질과 맛, 그에 합당한 가격인가

이런 것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거든요.

 

 

정말 오랜 만에 굉장한 관심을 표시해 주는 서브를 받고 색다른 외식 경험을 했습니다.

 

 

제 시어머니, 시아버님한테

마미, 대디라고 불러 가면서 반찬을 권하는 넉살도 재밌었고,

요거트 보다 더 건강 음식이라며 (제가 듣기엔 조금 억지스럽던데 사실인가요? ㅎㅎㅎ)

별로 내키지 않아 하시는 시부모님께 막걸리를 거의 강권하는 것에도 웃음이 났고,

 

 

음식 주문도 하기 전부터 시작된 덕담.

 

 

아우~~ 가족이 너무 행복해 보이세요~~

네 분 얼굴에 다 행복 하다고 써 있는 것 같아요.

아우 보기 좋다~~

 

 

남편이 잘하는 집은 부인 얼굴이 편하다는 소리는 저도 인터넷 생활하다 들어본 적이 있지만

저도 그 소릴 들을 줄은 몰랐네요.

어찌나 당황 스럽던지...

 

 

저는 평소에 제 얼굴을 굉장히 못 마땅해 하는 사람으로써

눈,코,입 마음에 안드는 건 둘째 치고 

어려서 부터 웃지를 않는 사람인데다 양 미간 찌푸리는 것 특기.

내 사진 보고 '거 참 인상 드럽네' 하는게 버릇,

거기다 마흔을 얼마 안 남기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슬슬 걱정도 하고 있었어요.

마흔 넘으면 인상이 그 사람 살아온 인생이라는데...

내가 드럽게 산 건 맞지만 그게 그대로 인상에 보이는건, 그건 정말 창피한 일인데...이걸 어쩌나.....

 

 

'밝다'라는 단어는 내가 내 자신한테

절대 연결지어 본 일도 연결지어 볼 시도도 해 본 일이 없는

너무나 나와 동떨어진 단어인데

웨이츄레스 분이 하신 말,

 

 

아저씨가 참 착하게 생기셨어요.

 

 

우리 집 아저씨가 어디 가서 절대 잘 생겼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못 들어도

저 말이 제일 자주 듣는 말이거든요.

착하게 생겼다.

저기까지는 그런가 보다, 하는 마음으로 웃으면서 네 네 했는데

이어지는 말이,

 

 

아저씨가 착해서 잘 해 주니까 부인 얼굴이 이렇게 좋지.

너무 밝고 예뻐요. 계속 웃는게.

 

 

허거걱!!!

내가 시부모님들과 있을 때는, 말도 재잘재잘 잘 하고

어린애 부모한테 어리광 부리듯 과장된 행동도 하는걸 알고는 있지만

웃기도 잘 웃나?

내가 지금 많이 웃고 있었나???

 

 

시부모님과 있을 때는 세상 걱정없이 그저 나 하고픈 대로 이 말 저 말 다 하고

어리광이나 부리면 다 통한다, 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런 내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 '밝다'고 까지 비춰질 줄은...흐미...

 

 

애기는 있어요?

 

 

아니요.

 

 

그래서 아직 아가씨처럼 예쁜가 보네.

 

(대략 여기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까지 온 이쁜 아짐.

나와 남편과 시댁 식구 빼고

남한테 예쁘다는 소리 처음 들어 봄)

 

 

결혼 한지는 얼마나 됬어요?

 

 

두 주 전에  7주년 기념일이 지나서 지금 8년째 들어 갔어요.

 

 

어머나? 얼마 안되 보이는데? 결혼 한지가 그렇게 됬는데 어쩌면 이렇게 신혼 부부처럼 사이가 좋아 보여요?

 

 

남편은,

누가 저희더러 신혼 부부 같다고 해주는 소리를 제일로 기분 좋아 하는데

저 얘기 해줬더니 입이 찢어지고.

 

 

시부모님들이 며느리를 많이 좋아 하시나 봐...

 

 

시어머님이 또 궁금하셔서 저를 쳐다 보셔서 저 얘길 해 드렸더니,

 

 

예스 예스.

 

 

아버님 옆에서, 오 예스.

 

 

두 분 동시에, 위 아 베리 럭키.

 

 

이 외에도 더 많은 칭찬과 덕담을 계속해서 들으면서

일요일 저녁이었어서 그런지 식당이 꽉 차지는 않고 빈 테이블 여유가 몇 개 있었어서

막걸리 마시고, 맥주 마시고 하면서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두 시간 반이나 앉아 있었어요.

 

 

계산 마치고 나오는 길에

 

 

또 모시고 오세요. 자주 오세요.

 

 

인사를 받고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했더니, 자기 식구들이랑 한국 식당가면 꼭 자기는 한 수 위라는 걸 보여주고픈 마음에

시댁 식구들은 모르는, 한국말 인사 한 마디 던지는 걸 의기 양양하게 즐기는 남편이,

지난 번에

동네 채소 가게에서 거스름 돈 받고 돌아 나오는 길에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하고 고개까지 숙이면서

헤어지는 인사까지 깔끔하게 했다고 자랑 했을 때

 

 

'안녕히 계세요'

 

 

수십 번 연습했거든요.

얼마 전 탕수육/백세주 상황 또 발생.

 

 

웨이츄레스 분한테 나 쫒아서 공손히 고개 숙이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안녕히 가세요~~~~!!!!!!!!!'

 

 

뒤에 서 있던 다른 웨이츄레스 언니들, 웨이터 오빠들,

아주나 즐겁게 하하하 호호호 웃어 주시고.

 

 

기분 좋은 외식이었어요. 정말로.

 

 

자기 일을 프로답게 하는 사람을 보면서

또 한 번,

나도 내 일을 더 즐겁게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 했고요.

일을 열심히 진심으로 하는 것도 남의 눈에는 다 보이고

내가 정말로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면 굳이 그렇게 보이려고

그 어떤 노력이나 신경을 안 써도 다 보이는 갑다...깨달았고요.

 

 

제일 중요한 것,

두 주 전 7주년 결혼 기념일에

외식을 합시다, 말은 해 놓고 갑자기 추워진 뉴욕 날씨 때문에

기분도 그저 그렇고 몸도 피곤하다 노래를 부르고 해서

외식 취소하고 그냥 집에 있었는데

시어른들이 너희들 결혼기념일 기억 못하고 축하 전화 못 해줘서 정말 미안하다고

저녁은 우리가 사마..오늘 저녁 너희들 결혼 기념일 저녁으로 삼아라.

 

하셔 가지고

남편이 굉장히 좋아 했다는 것.

저는 정말로 마지막까지 몸 싸움 하다 두 분 한테 밀렸고요,

남편은 옆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 보고만 있었음.

우리가 그 동안 사 드린 갈비며 선물이 얼만데, 저녁 한 번 얻어 먹어도 괜찮다고

집에 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러더군요.

 

셋째 성이,

 

그냥 니네는 아주, 니네 신랑이랑 또옥같은 아들 하나 낳아 키워서

고대로 당해 봐야 하는데.

 

 

플랫폼 안으로 전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길래,

저는 우리집 가는 N 이다, 남편은 N 아니다로 내기.

한 시간 발 마사지.

 

 

어머나???

N이네 그랴.

이겼다 또 이겼다.

발 마사지를 한 시간이나 받으면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와 보일까 그래..ㅋㅋㅋ 아이 좋아라~~~

 

 

이제 이 철없는 부부도 7년 채우고 8년을 향해 갑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성장하는 부부로 더 좋은 사이로 발전하는 부부로

조금 어려운 일들을 겪어도

더 가까운 부부로 살아가고픈 의지를 놓지 않는 그런 우리 두 사람이 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