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라져간 꿈, 미스코리아.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 최고의 미녀가 선발되고

그것을 지켜보는 제 가슴에선 피눈물이 납니다.

 

미국에 왔던 해, 1991년 도에

어느 날 한국일보에 대문짝 만하게 실린 광고,

 

미스 뉴욕 선발대회,

진선미는 본국에서 열리는 미스코리아 본 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지며

어쩌고 저쩌고.

 

 

그 광고를 보는 순간,

이거다, 나의 갈길은 이거다, 나가 보는 거야!

 

 

 

허나 슬프게도 가난이 죄로 이번에도 또 집안의 가난이 제 발목을

붙잡고 말았습니다.

 

 

그 때 이후로 두고 두고 마음이 아프고

술 마시면 그 때 얘기 두고 두고 하고

 

 

한번은 뉴욕에 처음으로 생겼던 한국식 호프집,

(제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지금 차고 넘치는 한국 술집, 노래방 이런게

하나도 없고 아줌마 아저씨들 가는 캬바레 두어개 정도만 있었음)

생기자 마자 그 날 부터 단골이 되었던 그 맥주집에서

우리 엄마 아는 집 아들 녀석이 서빙할 때 

듣고 싶지 않다던 그 녀석을 억지로 앉혀 놓고

제 못다한 미스코리아의 꿈 스토리를 해줬더랬지요.

 

 

또 술 먹으로 왔냐고 그 녀석이 저를 구박...

 

 

아이 누나는 시집도 안가?

다른 사람들은 놀다가도 다 철들어서 시집가던데

언제까지 술만 마시러 다닐거야.

나이가 몇이냐.

 

 

아니 저 저 저 눔이......

내가 저더러 외상술을 달랬나.

내가 저한테 피해 준게 뭐 있다고.

이젠 저 눔까지 날 무시하네.

에효...

 

 

야, 나는 뭐 이러고 살고 싶어서 이러겠니?

너 말나온 김에

이 누나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는 못이룬 미스코리아의 꿈 스토리 들어보련?

 

 

아니.

듣고 싶지 않아.

 

 

이 이 이눔이!

 

 

야 그러지 말고 손님도 없는데 앉아봐.

누나가 연예인으로 크게 뜰 뻔 했는데

집에 돈이 없어서 못했다고, 얘기해 줄께 들어봐.

 

 

결국 그 녀석 앉혀 놓고 얘기는 했는데 얘기 다 끝나니깐

화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다시 쟁반 들으러 갑디다.

세상 인정이 메마른게야...

이런 얘기를 듣고도 눈물 한 방울 안 쏟다니......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미스코리아 나가서 한 번 떠서

집안 일으켜 세우자! 하고

일 마치고 들어온 오빠한테 가서

내 계획이 이러하니 오빠가 좀 밀어주시오.

 

 

했더랬죠.

 

 

오빠가 저한테 바로 내던진 말이

 

 

미스코리아? 거긴 예쁜애들 나가는덴데?

 

 

나: 아 그러니까 내가 오빠 도움이 필요하지.

     달라 이자로 천만 땡겨줘. 크게 잡아서 이천이면

     눈 코 입이랑 광대뼈까지 전체적으로 손보고 다 뒤집어 쓸거야.

 

 

오빠: 니가 그 견적으로 된다고?

 

 

나: 그럼 되지. 다행히 키는 되잖아.

     지금 이천만원이 3년 후엔 열배가 되서 우리집에 돌아올 수가 있어.

     그럼 엄마랑 오빠 일 그만해도 되고

     더 잘 되면 재벌 집 아들이랑 결혼까지도 가능할 지 몰라.

     나 하나 잘되서 우리집 식구 다들 잘먹고 잘 살아 보자고.

     오빠야, 이천만 땡겨 줘. 오빠 사장한테 부탁해서.

     이자 잘 쳐준다 그러고. 응?

 

 

오빠: ..........

        막내야.....지금부터 오빠가 하는 말 잘 들어라.....

 

 

나: ..........

 

 

오빠: 너는.....그냥 조용히 살아주는게 집안 도와주는 거다.

        그냥 미스 4G해.

        오빠가 그건 시켜줄께.

 

 

(4G는 그 당시 우리가 살던 아파트 호수임)

 

 

 

단 한 줄기 희망이었던 오빠는 단호했고

이 각박한 세상은

아무도 직업없는 스무살 여자애한테

인생착수금 2천만원을 빌려 주겠다는 이가 없었습니다.

 

 

왜, 왜!

내가 뜨면 갚아 준다고!

이자 잘 쳐서 주겠다고!

왜 아무도 내게 기회를 안 주는거야!!!!!

 

 

엉엉 울다 지쳐 잠이 들고

그렇게 그 해 봄은 잔인하게 지나가고

해마다 4월이면 어김없이 한국일보에는

미스 뉴욕 선발대회 광고가 나오고,

 

 

그 광고를 부여잡고 전율하기를 십 몇해.......

 

 

작년에는 광고를 자세히 보니

나이 만 25세 미만이라길래

이런 건 또 언제 생겼지? 하면서 안타깝게 주저 않았습니다.

 

 

나이 제한 땜에 못 나갔으니, 그래 내년을 기약하자 했는데

올해도 또 나이 제한에 걸리네?

또 다시 내년을 기약하는 수 밖에....

 

 

이러다 평생 못 나가는거 아닌가

살짝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모 막내 아들이 영화계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그 쪽도 한번 기대해 보고 있습니다.

단역으로라도 일단 출연만 시켜주면

뜰 자신이 있다고요.

 

 

단역도 아닌 지나는 행인 엑스트라만 줘도 저는 단박에 뜰 수 있다고요.

찍을 때 주인공 바지가랑이 잡고 확 자빠져가지고

시선을 끄는 거죠. 별거 있나요. 

그럼 뭐 굳이 미인대회 통할 이유가 없으므로,

사촌 동생이 나를 멋지게 데뷔를 시켜 줄 것이냐,

인생 지금이 막장이 아니니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볼라고요.

 

 

나는 일용엄니 보다 욕도 더 잘하고

뭐 시켜만 주면 다 할 수 있다고요.

 

 

인생 한 방인데

나한테 좀 기회를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