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잘 끓여서 멕였고요.

수술하고 한달 채 안되서 소위 ‘집중 몸조리’기간 중에 벌써 수술 전 체력을 능가 했더랬어요.

워낙에 체력에 문제가 많았던 지라,

지난 십여년간,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이 개운한 적도

에너지가 넘쳐서 뭘 하고 싶다, 생각한 적도 암만 생각해 봐도 채 열흘도 안되는거 같음.

항상 피곤하고, 항상 힘없고, 항상 눕고 싶고, 항상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저 몸으로 직장 생활이라는 걸 했다는 지난 날이 꿈만 같고.

직장을 그만 두고는 한국 마켓에서 장 봐오고 사흘을 눕기도 하고 ㅋㅋㅋ 어이가 없네.

그런 상태로 십여년을 살다가 수술이란 걸 하고 나니, 이건 외려 몸이 가뿐한 것이

기운은 그 전보다 훨씬 더 나아요.

수술하고 살짝 인생관의 변화도 와가지고, 귀찮아 하지 말고 좀 나돌아 다니자!

싸돌아 다니자!

7월부터 해서리 장거리 여행 벌써 세 탕 뛰었나 봐요?

지난 주말엔 2박 3일 일정으로 버지니아 다녀 왔어요.

한국 갔을 때 무도장 한 번 못 간게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한이 맺혔었는데.

백세주랑 소주랑 섞어서 첫 잔을 들이키는데…

제가 워낙은 맥주파라서 센 술은 거진 못 마시거든요. 흐미나….첫 잔이 달다….

불길하다.

이쁜아짐 간만에 소주도 디립다 마셔 주시고, 탬버린 원없이 쳐주시고, 막춤도 열심히 춰 주시고.

아우 얼마나 잘 놀았는지.

앞으로 5년치는 저 날 하루밤에 다 놀았다는~

몇 달치 스트레스 화악~ 풀고 왔어요.

인자 앞으로 5년은 얌전히 살라고요 ㅎㅎㅎ

일요일 밤에 자정이 다 되어 집에 도착.

친구 차로 묻어가고 묻어 오고, 저야 편했죠.

집 앞에서 대기 중이던 신랑, 짐 내리고 친구 부부랑 잠깐 인사 나누고 집에 들어와서

밤놀이의 하일라이트를 간략히 말해주니 낄낄거리고 좋아 죽네요.

아우, 어쩌면 부인은 한 번을 놀아도 하드 코어로 그리 잘 노시는지.

잘했군요 잘했어. 그러게 내 마누라라죠.

그런데…기억이 안 난다고. 노래방을 세 시간 했다는데 노래 딱 두 개 부른거 같은데.

나머지 노래는 기억이 안 나.

아우 술 마시고 노는게 다 그렇죠 뭐. 그거 기억은 해서 뭐해요. 쪽이나 팔리지.

기억 안나는게 속 편한 거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저 말이 맞다.

내 술 버릇 내가 아는데, 뭐 하던 짓 했겠지. 별거 있었을라고.

같이 갔던 친구가 동영상 찍었다고 하니까 인터넷 유포는 제발 자제해 달라고

그런데 본인은 하루 빨리 보고 싶다고 난리가 났네요.

한국 갔다 와서, 실은 신랑을 좀 소홀하게 대했었거든요.

그냥 내 마음 상태가 사랑 따위에 포커스가 안 맞춰지다 보니, 워낙에도 잘 안 웃는 얼굴이

더 안 웃고, 그저 심드렁하니 신문보던가 책 보던가, 밥 해 먹기도 열의가 안 생겨서

대충 대충 해먹고.

그러다 펜실베니아 친구네 가서 조카들 그 집 애들이랑 잘 놀리고, 잘 얻어 먹고, 수다 많이 떨고 그러고 왔더니 기분 전환되고,

지금 대형 금융 사고 한 번 또 칠 요량으로 셋째 성이랑 어디 놀러가자고 궁리 중이거든요.

한국에 있는 사촌 언니랑 이렇게 셋이 합동으로 제 3국에서 만나서 일주일 놀자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어요. 지금 현재 아직 예약은 전이고 세부 사항 논의 중.

그 엄청난 프로젝트란,

백수인 이쁜아짐은 유로 강세를 십분 활용해서 달러 약세를 등에 업고 파아뤼로 간다!

되겠습니다. 음하하.

모 집안에 수입 끊긴지야 한참이 됬긴 했지만서도…

내 지갑엔 체이스 비자, 시티 매스터, 디스커버, 아멕스.

보무도 당당한 카드계의 4대 천황이 있으니깐~ 후후후~

10월부터 돌려막기의 인생이 시작되더라도, 나는 간다. 죽어도 간다!

요 여행을 제안받고, 이걸 신랑한테 어찌 말을 하나…

분명 이 마누라쟁이가 제 정신이 아니구나 할테고 그렇다고 난 꼭 가고 싶으니 갈테야 하며

우격다짐으로 가고 싶지도 않고,

이만큼 조건이 갖춰지기도 힘든데 나 하나 돈 없어서 포기하자니 너무 아깝고,

남편의 열렬한 지지와 환송 속에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싶은데, 어쩔까나…고민하다

작전을 ‘불쌍한 척’ 으로 하기로.

아니, 세상에. 유로가 이렇게 강센데 사촌언니랑 셋째 성이 유럽을 간대.

유럽이요?

응. 사촌언니가 9월 한달을 있을거라는데? 그래서 나랑 셋째 성도 와서 한 일주일 같이 있자고 하네? 비행기 값 좀 알아봐야지.

가시게요???

아니…이 상황에 내가 어딜 가. 난 못가지…

……

근데, 셋째 성은 간대. 셋째 성이 바쁘다고 대신 비행기값 좀 알아봐 달래.

…….그럼 부인도 가세요.

에이. 어떻게 가. 셋째 성이나 가면 되지 뭐.

아니예요 부인. 부인도 가세요. 우리에겐 카드가 있잖아요.

음하하. 내 남편답다. 그래도 여기서 바로 속내를 보일수는 없으므로.

신랑의 시선을 피해 눈을 살짝 내리깔고, 목소리는 모기 소리 만하게, 입을 살짝 삐죽 내밀며

체념한 듯 한숨도 살짝 섞어서 다음 대사를 읊습니다.

아니야…난 괜찮아. 안가도 돼. 나 도서관 좀 다녀올게.

도서관은 갑자기 왜요?

아….셋째 성이 파뤼 여행 책자 좀 빌려놔 달래. 난 그럼 여행 책자 빌려다 주러 간다..

부인!!! 그러지 말고 부인도 제발 가세요!!!

가서 언니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카드는 천천히 갚자고요.

오옷~~~’제발’ 나왔다.

하는 수 없지. 그렇담 내가 이쯤에서 물러서야지.

그래? 그럴까? 그래. 그럼 나도 갈게~~~

저 날 이후로 소 닭 보듯 하던 마누라에서 급 싹싹한 마누라 모드로 변신해 가지고,

굴비 사다 대령해, 새우 사다 그릴에 구워 멕여, 사프란 넣고 밥 짓고

이 여름에 이 궁궐같이 넓은 아파트에서 땀 찔찔 흘리면서 오븐 돌리면서 요리해서 갖다 바치고. 살랑살랑 알랑방구의 극치인 생활을.

마누라가 한 끼 제대로 해서 준게 언제인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신랑은,

새우 그릴에다 구워 줬더니, 사진 찍으셨냐고.

제가 재미로 밥해먹은 사진 블로그에 간간이 올리기는 해도 그리 부지런한 성격이 못되서

사실 사진은 어쩌다 찍는 편인데, 외려 신랑이 사진 찍었냐고 물을 때가 있어요.

사진 좀 찍으라고. 블로그에 올리라고. 다른 집 진짜 잘해 먹는 집들이 보면 웃는다고

내가 하는건 자랑할 수준이 아니야, 그래도 아니긴 뭐가 아니냐고 이렇게 훌륭한데, 수선을 떨어가지고ㅎㅎㅎ 그냥 먹으려다가 사진 한 방씩 박고 그러는데.

저 날도 그러길래 못 이기는 척 사진기 집어 들면서,

자기야 그럼 자기야 접시 이리 줘. 나는 항상 자기야 접시를 더 이쁘게 만들거든?

내껀 다 찌꺼기야.

했더니, 감동이 밀려 오나 봅디다.

흐미…나는 진정한 황제의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표정.

많이 먹어. 맛 있으면 또 해줄게. 뭐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만 해.

그래 가지고, 며칠 옴팡 잘 해 멕이고요.

주말엔 한 달여 전부터 계획했던 버지니아 잘 다녀 오고요.

갔다 와서는 진짜 잘 놀았다고 아우 속 시원해! 했더니

자기가 더 뿌듯해하네. 아니 자기가 나랑 놀아 줬나…어이가 없다.

실은 이왕 가는 김에 어차피 나야 할 일도 없으니, 한 친구 집에서 사흘 정도 더 있다 오면 어떻겠냐는 얘기도 나왔었는데, 신랑 생일이 걸려 가지고 그냥 일요일 밤에 돌아 왔어요.

내가 아무리 악처라도 생일 정도는 챙겨주는 양심은 남아있는 지라..

아침에 슈퍼마켓 가서 소고기 사면서,

없는 살림에 그래 기분이다, 하고 블랙앵거스로 한 팩 집어들고.

한국 마켓에서 사다 먹던 미역이 아직 좀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생일 미역국이니

그래 기분이다, 하고 한국에서 이모가 동네 분한테 부탁해서 특별히 구해 주신

완도 미역 봉투를 뜯어서 개시.

불린 미역 들기름에 볶아가지고 푹푹 끓여서리 대령했드만.

이 아자씨 하는 말이, 여태 먹은 미역국 중에서 제일 맛있게 됬다고.

미역이 틀리다고 하네요. 진짜 어이가 없다.

셋째 성이, 아주 입맛은 ‘여우’ 같다고 그러네요.

접때는, 한국서 사온 유명한 된장으로 된장찌개 끓였더만, 끓일 때부터 냄새가 틀리다나?

무신 헛소린가 하고 들은 척도 안했더니 한 입 먹고 바로 여태 먹던 된장찌개하고

맛이 틀리다고. 아 진짜 이 냥반 입맛 웃기지도 않네…

생일 미역국 맛있게 한 그릇 먹으니 또 보는 저는 흐뭇도 하고 해서

저녁은 뭘로 해줄까. 좋은 괴기 사다 스테이크 해줄까? 했더니,

저녁 해줄 걱정은 말고 그 시간을 자기한테 달라고 하네요.

생일 전날, 내일 뭐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냥 부인이랑 단 둘이 조용히 집에서 보내고 싶어요. 했었거든요.

아니 근데…원래 단둘이 집에 있는데 뭘…벌써 그러길 여덟달 째다 인간아.

어쨌든 본인이 그러고 싶다니, 밖에 나가 마시겠다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마눌이랑 마시고 싶은 술이나 마심서 담소를 나누고 싶다는데 그러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서 그리 하자 했고요.

술병나서 죽다 살아난 지 이틀째 만에 샴페인 꺽을라니 좀 괴롭긴 하더만요.

글타고 이거, 친구들이랑은 쳐 마시고 미친듯이 놀고 와서 신랑 생일이라고 같이 마셔달라는데 안 마실 수도 없고. 아우 내 팔자야.

아이야, 어차피 결혼 전부터 안 낳기로 합의를 하고 한 결혼인지라,

처음부터 끝까지 이 결혼은 그저 나와 남편. 우리 두 사람.

남들이야 살다가 부부 사이 힘들고 어려움이 닥쳐도 애들 보고 참고

애들 보고 웃고, 애들 보고 힘내서 다시 잘해볼 동기를 부여 받고 살겠지만,

이 남자와 나는, 두 사람의 사랑이 없으면 그 날로 결혼 자체가 무의미한 관계.

시작도 사랑, 끝도 사랑.

사랑이 없으면 더 이상 지속할 이유가 없는 관계.

두 사람의 사랑이 전부인 관계.

그런데 나는 이 문제를 좀 오래 간과하고 살았다.

그저 둘이 좋아해서 결혼했고 결혼했으니 사는 거라고 하면서 그냥 이렇게 살다 죽겠지…하고

우리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해 좀 무관심 했었구나.

생일 날 원하는게 마눌의 관심이라니.

당신은 마눌이 왜 글케 좋아?

했더니,

대답은 싱거워요.

Because you’re my girl.

그저 세상에 흔하디 흔한 여자 중의 한 명일 뿐인 내가 왜 저 사람한테는 그렇게 특별한 사람인지.

사랑이 많은 집에서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왜 내가 아니면 자기는 세상에 자기 편은 한 명도 없다고 하는겐지.

나를 만나기 전까지 무엇 때문에 저 사람 인생을 외롭게 했는지.

내가 아니면 자기는 인생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는지.

무엇땜에 저리 오래도록 상처를 안고 아직 세상 밖으로 다시 나갈 용기를 못내고 있는지.

지난 달에 시댁 갔을 때, 시아버님이 남자 대 남자의 대화를 하신다고 산책 좀 하자, 하셔가지고 신랑이 도살장 끌려가는 소 모냥 완전 똥씹은 얼굴로 끌려 나갔던 적이 있는데,

시아버님이 며느리 걱정에, 몸까지 아픈 아이 돈 걱정까지 하게 하지 마라, 회복하는 동안 마음 편할 수 있게 얼른 나가서 직장 잡아라. 너무 오래 되지 않았니.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진정한 내 짝을 제대로 찾는게 평생에 한 번 성공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데 너는 그것을 했고, 그런 행운이 두 번 다시 올거라는 기대는 아예 하지도 말고,

너한테 그런 부인이 얼마나 행운인지 절대 잊지 말 것이며, 망가뜨리지 말라고 하셨대요.

망가뜨리지 말라는 말씀은, 마누라 도망가기 전에 잘해라, 이런 뜻이겠죠.

아니 내가 돈을 좀 좋아하긴 하지만서두, 설마 남편 실직 기간 길어진다고 짐싸서 도망이야 가것어요. 거기다 나라고 잘한거 있나. 신랑이 따박따박 월급 봉투 안겨 줄 때 알뜰히 저축을 하길 했나, 집안을 반짝반짝 살림을 잘했나. 게을러 터져서 하루 종일 인터넷이나 끼고 있다 저녁밥 한 번 해주고, 나가서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쓸거 다 쓰고 사고 싶은거 다 사고 그리 오만방자하게 살았고만. 아버님도 참 왜 일케 나한테 꽂히셔 가지고는…ㅋㅋㅋ

남편은 시아버님 말씀이 마음에 남아 개운치가 않았던 거고

저는 저대로 그냥 내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려니 해. 내가 도망을 가긴 왜 가.

내가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고 당신 없는 내 인생은 상상을 할 수가 없는데 무슨 소리야.

(아우 나는 어쩜 저렇게 입만 살아서)

하고 토닥토닥 안아줬더니 눈물이 또르륵 떨어지면서…

어쩐지 내가 운지 한참 됬다 했다. 기어이 눈물 바람을 하시는고만.

우리 둘 중에 누가 먼저 죽을까요?

하루라도 내가 먼저 죽고 싶어요. 당신이 없으면 나는 하루도 더 못 살아요.

아우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제 죽는지야 그걸 내가 어찌 아누. 그냥 그 날까지 이렇게 살면 되지.

잘사는 부부…하면 어떤게 잘사는 부부인가 생각할 적 마다 제가 내리는 결론은,

할게 돈걱정 밖에 없으면 잘사는 부부라고 결론 지어 왔거든요?

돈이라는게 백 불 있으면 이백불 갖고 싶고, 천 불 있으면 이천 불 갖고 싶고,

만족한 액수라는게 어차피 없으므로, 그저 돈 좀 있었으면 좋겠네, 생활비 너무 빡빡해서 사는게 힘이 드네, 하는 생각 밖에 결혼 생활의 고민이 없는 거라면

나머지 상황은 다 좋다는 얘기니까.

몸도 아파보고 하니, 정말 저 생각이 내가 맞았구나 싶어요.

둘 중에 하나 몸 아픈게, 돈 없는 것 보다 훨씬 큰 고민이고 악재고 불행이다, 싶고

이제는 내가 수술받고 몸이 안 아프니 할게 돈걱정 밖에 안 남았구나.

걱정이랄게 돈걱정 뿐이니 정말 좋구나. 하고요.

간밤에 새벽 4시까지 둘이 얼굴 맞대고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그 대부분은 신랑이 이미 예전에 수없이 반복했던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지루한 얘기의 반복이었지만,

생일 날 구박할 수도 없고 해서리, 초인적인 인내심과 배려심으로 맞아 맞아 맞장구 쳐주며

혼신의 힘을 다해 그 시간까지 박자를 맞춰 주니라 이쁜아짐 정말 욕 봤습니다.

얘기 끝에 남편은 조금은 더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라 제 마음도 가벼워 졌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제 친정 쪽에서 아무도 신랑 생일 축하 인사를 안 해줬다는거.

나는 내 생일에 멀리 사는 시누들도 일제히 아침부터 전화해서 노래 불러주고

시부모님들이야 말 할 것도 없고. 항상 이 사람하고 결혼을 해서 내가 이 많은 사랑을 덤으로 받는구나, 기분이 좋은데

저 사람은 좀 초라하게 생일을 맞으니 제가 좀 미안했어요.

미리 언니들한테 전화 좀 해줄래, 통화 좀 해줄래, 하고 부탁이나 할 걸. 내년엔 그래야지.

노여사도 사위 이뻐라 하시는데, 요새 또 심사가 꼬이셔 가지고요. 제 전화도 잘 안 받으시고

굉장한 삐짐 모드시라.

한국에서 사온 미역 맛있더라고, 하면서 생일이라 먹던거 있었는데 일부러 새 봉지 뜯었다고 하면서 신랑 생일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전화 잠깐 바꾸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차 보험 회사에 전화는 했느냐고 본인 용건만 말하시고 쌩~ 하니 끊으시더라고요.

신랑이 예뻐라 하는 둘째 언니네 애들이 전화 해주면 좋겠다 싶어서 셋째 성한테

그 집에 살짝 전화해서 애들한테 전화 좀 하게 하라고 했더니, 공교롭게도 밤 중까지 연락이 안되더라고.

단순한 사람이 되놔서, 생일 축하 한다고 한 마디씩만 해주면 방긋방긋 아주 해피해 했을 사람인데 고것이 좀 아쉽더라는.

그거 외에는 오랜 만에 마눌도 차분히 앉아서 신랑 말쌈 다 들어주고 고개 끄덕여 주고, 앞으로도 계속 이리 사랑하며 잘 살자고 다짐하고 좋은 시간 보냈네요.

그래….난 사랑 밖에 모른다.

사랑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고, 사랑이 있어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기분이다 그래,

이어지는 싸비스로다, 오늘 신랑이 최고로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인 갈비탕 끓여서 대령해 줬고요.

둘이 건강하게 요렇게 얼굴 맞대고 맛난거 같이 먹으면서 잼나게 살면 되지 뭐.

까짓거, 백수 더 할라면 해!

뒷감당은 당신이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치 똑! 떨어져서 갈비탕 끓이면서 오랜 만에 김치도 담갔더니 무언지 모르게 뿌듯한 이 마음.

김치가 익으면 나는 또 며칠 행복할테고, 그렇게 며칠씩의 행복, 오늘의 행복을 내가 찾고 살면 되겠다.

알라뷰 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