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아짐 to Paris~~~

 

룰룰루~

이 고추장아찌 무침은 파리에 가져갈 밑반찬이예요^^

지지난번 칼럼에 ‘파리 여행’에 관해 잠깐 말씀 드렸는데…

넵! 이쁜아짐 파리갑니다!!!

일정은 9월 19일부터 28일 까지고요. 호텔 아니고 아파트 서브리스를 구했어요.

밥 해먹고 다니려고요.

일주일 동안 삼시 세끼를 꼬박 사먹는건 비용도 그렇고, 귀찮기도 하고, 또 정신적인 만족감 면에서도 무리다 싶어서 저렇게 했는데,

제 사촌언니나 셋째 성, 둘다 밥 하는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저는 이번 여행의 제일 큰 목표가 성님들 실하게 아침밥 해먹이기.

저녁은 세 번 정도는 해먹고 네 번은 사먹자, 로. 대략의 계획을 세웠고요.

 

사촌 언니는 8월 말부터 지금 벌써 파리에 가 있는데, 먹을거 너무 없다고 괴롭다고 하대요.

저희 빨리 오라고.

 

평소에도 현실이 많이 답답한지 도서관에서 기행문 많이 빌려다 보는 셋째 성,

이번엔 자기가 진짜로 여행을 가게 됬으니 발 빠르게

파리 여행 책자들 벌써 수두룩히 빌려다 보고, 여기를 갈까, 저기를 갈까 궁리가 바빠서,

넌 어디가 가고 싶어? 뭐 보고 싶어? 하는데

저는 줄곧 밑반찬 해갈 궁리만 해대고 저녁 메뉴가 어쩌고 저쩌고 그런 얘기만 하니까

저보고 넌 여행 가는거냐, 밥 하러 가는거냐, 하고 셋째 성이 따집디다.

 

“아니, 부부끼리 여행 가면 일주일 정도는 한국 음식 안 먹어도 된다고 잘난척 하더니,

이번엔 웬 유난을 그리 떠시나???”

 

바닷가가서 디비 썬탠이나 하고 누워 있다가 리조트에서 해주는 밥 먹는 여행이랑

대도시가서 빨빨거리고 다녀야 하는 여행이랑 같냐고요.

밥심으로 움직여야지.

 

“잔소리 말고, 해주는 밥이나 먹고 똥이나 잘 싸셔~”

 

했습니다.

관광 코스는 두 분이 알아서 짜셔. 난 따라만 다닐 거니까.

 

지금 이 시점에, 제가 파리는 가보고 싶어 한 적도 없다는 말을 하면

셋째 성이 얼마나 기가 막혀 할까.

나는 뉴욕에 살면서 이 대도시 삶을 참으로 피곤해 하는 사람으로써,

비싼 돈 주고 어디론가 여행을 간다면, 또다른 대도시는 제 우선 순위가 절대 아니거든요.

걸어 다니는건 좋아해요.

하지만 줄 서서 기다리는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으로써 유명 관광지 다니며 입장하려고 줄 서고, 기다리고…아…끔찍합니다.

거기다 예술에는 문외한인지라, 나 사는 지역 사회의 명소,

그 유명한 메트로 폴리탄 뮤지움도 안가는

인간이 예술의 고장 파리라…

너무 안 어울린다. 이걸 어쩌지? ㅋㅋㅋ

 

그럼 난 딸라 빚내서 저기를 왜 갈까?

 

그냥 언니들이랑 여행 가고 싶어서.

단지 저 이유 하나로, 부부 백수인 상황에 이 비싼 여해을 감행 하다니…

더 이상 럭셔리 할 수 없다…이쁜아짐의 결단력은 정말 대단해…

 

남편은 옆에서, 불어로 기본적인 문장 몇 개만이라도 연습해 가라고 성화를.

일언지하에 거절 했어요.

난 예뻐서 불어 못해도 된다고.

남편이 조금 안타깝다는 듯이, 그래도 당신이 노력이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당신을 더 좋아하고 친절할 거라고.

그래도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난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에.

 

남편도 더 이상은 할 말을 잃었는지 포기를 했고요.

제가 차근차근 설명해 줬어요.

 

“당신은 잘 모르겠지만…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세상이 여자가 밥 잘 먹고 힘 쎄다고 알아 주는 것도 아니고,

책 많이 읽고 교양 있다고 알아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이쁘면 장땡이거든.

내 입장에선…살아보니, 난 예뻐서 참 편하더라고”

 

내가 골은 좀 비었을 망정, 다행히 세상은 내가 골이 비었는지 어쨌는지

별 상관을 안하는 고로, 미모로 밀어 부쳐서 안될게 없다는 제 방침을 밀고 나갈 예정이어요.

 

(실은 사촌 언니가 불어를 좀 하는데다, 셋째 성까지 지금 열심으로 기초 회화 열공 중이라

나는 그냥 묻어가면 될 거 같음ㅋㅋㅋ)

 

남편은, 외할아버지가 괜찮게 사셨어요.

시어머니는 정말 땡전 한 푼 없는 가난한 총각과 결혼을 결심한 시점에

이미 중산층 편안한 삶을 때려 치우고 혼자 인생 개척하고 사신지 꽤 오래라…

1960년대에 백인 처녀가 아프리카 우간다로 날아가서 몇 년을 영어 가르치고 수학 가르치고,

그렇다 살다 다시 미국 오셔서 선생님 하시다 시아버님을 만나셨고.

결혼을 하시고, 가난 그 자체의 삶을 시아버님과 충실히 성실하게 사시다…

남편이 대학 들어 갔을 무렵 외할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14명의 손주들한테 일인당 똑같은 금액으로 얼마 간의 유산이.

6만불이었다나…

 

저희 시부모님, 일인당 6만불, 고대로 네 명의 자식들 은행 구좌에 넣어 주시고,

그 돈 어떻게 쓰는지 일체 말 한 마디가 없으셨다네요.

남편과 시누들. 신이 나서는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우리 신랑, 핏줄의 향기를 느껴 본다고 아일랜드가서 반 년, 술집에서 바텐더로 알바하며 살고, 그 다음에 런던가서 또 바텐더로 알바하며 반 년을 살고,

큰 시누, 둘째 시누 친구들과 유럽 배낭 여행을 하고.

중간에 남편도 시누들 일행과 합류해서 얼마간 같이 다니고.

스페인에서도 몇 달, 코스타리카에서도 몇 달.

그러다 돈 다 탕진하고는 다시 미국와서 남은 대학 생활 마치고…

 

자기는 유럽 배낭 여행을 제대로 했으니까, 영화 보면서 어디만 나오면

“자기야 저기 진짜 좋아요. 자기도 저기 좋아할거야. 자기랑 저기 꼭 가고 싶어요.”

해맑게 웃으며 저런 말을 하다 저한테 발차기 세례를 많이 받았죠.

돈 6만불이 우습냐? 그걸 다 까먹고, 나 만나서는 빈털터리로.

인간아, 우리한테 지금 6만불의 반만 있어도 집 한채 산다.

여행은 개뿔이. 어느 세월에 날 데리고 오스트리아 빈을 갈건데??? 응??? 어느 세월에???

 

이번에 파리 어쩌고 하니, 흔쾌히 가라고는 하더니, 비행기 표 끊던 날 그러더라고요.

“나는 파리를 당신하고 함께 가고 싶었어요.

로맨틱한 도시거든요.

내가 아닌 당신 언니랑 간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긴 해요”

 

“아저씨 파리 갔을 때…동생들이랑 갔다면서요…

나도 내 언니랑 가는데 뭐가 슬픈지?

당신은 당신 동생들이랑 과거에 실컷 여행했잖수?

난 언니랑 여행하는게 이번이 처음이우.

한국 간건…5주 일정 동안, 언니도 자기 친구 딱 두 번 밖에 못 만났수.

내 컨디션, 내 스케줄에 맞춰 주느라..

나 어떻게 될까봐 나 혼자 두고 어디 가지도 못하고 내 옆에 붙어 있느라

자기 혼자 따로 약속도 못 잡고.

내내 내 옆에 붙어 있다 병원 들어 갔을 때 같이 병원 들어 오고

셋째 성도 직장 생활 7년 여에 처음 낸 베케이션, 나 땜에 그렇게 보내다 왔수.

이번 여행이 진짜 처음 여행이라오”

 

그래서 저희 부부가 내린 결론은,

각자의 두 번째 파리행은 부부가 가는 걸로.

그럼 공평하지? 했더니, 아..정말 그렇네요~ 합니다. 그런 날이 올런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안와도 상관 없습니다. 한 번 가보면 됬지 뭘 두 번씩이나..ㅋㅋㅋ

 

비행기표 끊자마자 풋고추 소금물에 삭혔어요.

20일 동안 삭혀야 한대서 날짜 맞추느라고. 그저께 딱 20일 되는 날이어서

꺼내서 양념해서 무쳤고요.

 

오이지도 담갔는데. 지금 잘 익었어요. 내일 무치려고요.

그저께 시어머니가 키워서 주신 깻잎 양념장에 재워서 지금 삭히는 중이고요.

장조림을 해갈까 말까, 계속 고민 중인데, 아무래도 고기라…지금 안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고요.

친구가 한국에서 친정어머니가 소포로 김 보내 주셨다고, 가져 가서 먹으라고 주길래 맛있는 김도 얻었고요.

꽁치조림 해 먹으려고 꽁치캔 두 개 사 놨고요.

쌀 좀 넉넉히 가져 가고..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루브루 박물관 갈 때 제가 점심으로 볶음밥 할거라고 했거든요. 오이지랑 해서 먹자고.

 

저녁은, 제가 제 레서피 스크랩북을 가져갈 계획이라,

성님들 보고 그거 보고 먹고 싶은거 찍으라고 하려고요.

아침은 한식으로 저녁은 양식으로, 그렇게 해주려고요.

야참으로 속 출출하면 라면도 간간이 때려주고.

이 정도면 먹는 준비는 대충 된거 같고, 빨래 하고 짐만 싸면 되는데…

지금 저를 알만큼 아는 사람들은 제가 이번 파리 여행에 어떤 옷을 얼만큼 가져갈까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5주 일정으로 한국 나갈 때, 셋째 성 자기 짐은 조그만 여행 가방 하나에 다 넣고,

또 하나 작은 가방엔 선물들. 이렇게가 다였고

 

반면에 저는 큰 가방 두 개. 거기에 남 줄 선물은 달랑 커피 몇 봉지. 나머지 다 내 옷, 신발, 핸드백.

이모네 가자 마자 짐 풀었더니, 다들 할 말을 잃어서는…

제가 5주 동안 매일 갈아 입고도 남을 옷을 싸 왔다고 하니

사촌들, 이모, 거진 기절들 할라 하고.

사촌 언니가 웃겨 죽겠다며 셋째 성한테 던진 말,

 

“야, 니네 무슨 연예인 팀 같애. 너 연예인 따라 다니는 코디같아ㅋㅋㅋ”

 

이모 왈,

 

“너…아파서 수술 받으러 나온 사람 맞니?

대체 이 옷이 다 웬일이니…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아이 이모는, 수술은 수술이고, 저도 그 전에 외출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뭐 그럴꺼니깐..

여기서 차림새까지 후지게 하고 다니면 우울 하잖아요.

예쁘게 하고 다녀야죠~후후~~”

 

결과적으로는, 제가 상태가 외출을 뻔질나게 할 그런 몸 상태가 아니었어서

병원 알아 보러 몇 번 외출하는 것도 많이 힘 들었어서 어디 다니지도 못했어요.

가져간 옷들 중에 열 벌이나 입었으려나…

셋째 성이 이번 여행 앞두고 단호하네요.

 

“내가 한국에서야 너 몸 생각해서 너 하자는대로 맨날 택시타고 다녔지만,

난 이번엔 그렇게 못한다.

공항에서 시내 들어갈 때 택시 안 탈거니까, 짐 알아서 싸.

그리고 난 이번에 니 짐 절대 안 들어줄거니까 그런 줄 알아.”

 

아우 성님도…

이번엔 달랑 일주일 여행인데 내가 무슨 옷을 그리 싸간다고…

그리고 우리가 차려입고 좋은데 다닐 것도 아니고 관광하는 여행인데..

신발도 딱 운동화 두 개, 플립플랍 하나 요렇게만 가져 갈거야.

옷도 청바지랑 편한 티셔츠 몇 개랑 긴팔 겉 옷 하나 가져 가려고. 걱정 마.

 

해놓고, 막입는 청바지 두 벌을 챙기기는 쉬웠는데

웃옷은…당췌 나한테 ‘헐렁한 티셔츠’라는 아이템은 단 한 개도 없더만요.

입으면 몸통이 옷을 뚫고 나올 것 같이 딱붙는 옷들만 죄다…

그냥 쫄티로 밀어 부치는 수 밖에 없겠다.

 

가서는...몽마르뜨 언덕에 앉아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 보며

심오한 인생의 질문을 제 자신한테 던져 보고 오렵니다.

 

 

‘이 많은 관광객 중에…나처럼 땡빚 쳐지고 여기 온 사람이 또 있으려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저지른 일이니 재미나게 다녀 오려고요.

남편 실직하고 부부 백수된 이후로 이쁜아짐 이번 파리 여행이 올해의 세 번째 해외 나들이로군요.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하네.

 

신용불량만 막으면 된다. 머리 아프니까 돈 문제는 다녀 와서 해결하자.

일단은 가서 카드 열심히 써야쥐~~~

다녀 와서는 웬만하면 이런 식으로 사는 라이프 스타일을 반성을 좀 하려고 하는데..

어차피 올해는 너무 정신없이 여기 까지 왔으니

올해만 대충 수습하고 내년부터 착실히 살아 보려고요.

사람이 앞으로가 중요하지 과거의 잘못이 무슨 큰 대수겠어요?

오늘도 역시, 결론은 내 뱃속 편한 걸로 나오는군요.

 

금요일 오후 6시 비행기고요,

그럼 이쁜아짐은 성님들과 파리에서 일주일 잘 보내고

다녀와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