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금요일, 가는 날

지난 번 한국 갈 때도 야근을 무작시레 하다간 셋째 성.

이번에도 야근을 내리하느라 이미 초죽음.

아침에 사촌 언니 전화. 숙소 예약 날라 갔다고…

사촌 언니는 인터넷을 못하니 너희가 거기서 좀 알아 보라고.

떠나는 날 아침에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인지..

일단, 토요일, 일요일은 사촌 언니가 묵고 있는 집의 옆집 한국 유학생한테 더부살이로 잠만 자기로 얘기해 놓았다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의 숙소를 알아 보라고 함.

내가 알아보다 기절할 듯이 비싼 가격에 포기했던 프랑스 서브리스 부동산 싸이트들은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가능성이 더 희박해 보여

프랑스 현지의 한국인들 싸이트로 가서 급 서브리스가 있나 알아 보고, 셋째 성이 파리로 국제 전화를 십여 통. 대충 한 집 가계약을 걸어 놓음.

우리 셋이 오붓하게 아파트 하나 빌려서 일주일 있을 계획이었는데…

젊은 배낭 여행 족들이 가는 민박집이나, 주인이 함께 있는 아파트 외에 빈집이 나온 건 없음.

이미 여행 기분 와방 망친 상태.

어쨌든 샤워하고 공항 나갈 준비.

큰 여행 가방에 일주일치 짐 챙기고 이거 또 무게 초과 아닌가…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가방 닫고 자물쇠 채움.

셋째 성, 큰 가방 들고 나타난 내 모습에 기절.

일주일 짐이 어째서 그 큰 가방이 필요한지를 계속 캐묻고, 대체 또 옷을 얼마냐 싸 왔냐고 종주먹을 댐.

옷은 얼마 없고 먹을 거라고 둘러대며 쌀은 내 가방에 못 넣으니 언니가 넣으라고 쌀 봉지 던져 줌.

공항 도착.

내 가방 무게 초과. 50파운드 제한인데 55 파운드 나간다…

항공사 아저씨, 부칠 짐이 몇 개냐고 묻는다. 이거 하나 라고 하니, 아무 말 없이 무겁다는 표 딱지 ‘heavy’ 싸인 가방에 붙여 주고 별다른 말 없이 됐다고 한다.

흐미…고맙다.

옆에서 셋째 성이 째리는 시선이 무지하게 뜨겁게 느껴진다.

밑반찬 무게라고 끝까지 우기기로 이쁜아짐 다시 한 번 결심.

6시, 파리 행 비행기에 몸을 싣다. 배 고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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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토요일. 파리 첫 날.

7시간여의 비행 끝에 현지 시간 오전 7시 30분 파리 도착.

기내식은 정말 괴롭도록 맛이 없었고, 셋째 성하고 내내 한국행 비행기에서 먹었던 비빔밥 얘기를 함.

목구멍이 포도청인지라 지독하게 맛없던 기내식을 다 먹기는 먹고, 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배 고픔.

짐 속의 밑반찬 해서 밥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

사촌 언니한테 전화해서 밥 해 놓으라고 말하라고 셋째 성한테 성화.

셋째 성, 시간이 아직 이르니 좀 있다 전화를 하자고 나를 달램.

짐 찾고 사촌 언니가 일러준 RER B 기차를 타려고 표지판을 둘러 보고 짐 끌고 걷기 시작.

자판기에서 표 끊고 역으로 내려 가려니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만 있고 내려가는 게 없다…

55파운드의 가방을 끌고 내려 가고, 플랫폼에 서서 노선표를 잠깐 보고 있자니,

자판기로 표 끊을 때 옆에서 뭐라 뭐라 영어로 훈수를 두던 아저씨가 어느새 다가 와서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룩상부르 간다고 하니, 양쪽 것 아무나 타도 된다고 한다.

부인인지 여자 친구인지 그 아저씨의 일행이었던 여자,

자판기 서부터 뭐가 못 마땅한지 인상을 있는대로 찡그리고 있더니,

그 아저씨가 우리한테 설명해 주는 동안, 열 받아서 혼자 기차 탐.

우리 신랑도 뉴욕 지하철에서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한테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스타일인데,

일행으로써 나는 신랑의 그런 행위에 한 번도 불쾌해 본 적은 없다.

참 이상스럽게 성질 까칠한 사람들이 세상엔 많다.

아마 그 아저씨가 그 전 날 그 아짐 성질 건드리는 사고를 쳤던가 했겠지.

이해하기 힘든 일은 구태여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자.

45분 달려서 룩상브루 역에 도착.

55파운드의 짐 가방끌고 계단 올라오다.

아무리 인심 사나운 뉴욕이라 해도 누군가 짐 가방 끌고 낑낑대면

도와 주겠다는 사람 꼭 나서던데, 이 눔의 파리 인간들은 본 척도 안한다.

난 정말 속으로 누군가는 도와 주겠다는 말을, 한 명쯤은 할 줄 알았다.

이 동네 인심 참 야박하네…하며 시지프스의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가방끌고 계단을 오르다.

길로 나와서 사촌 언니 기다리며 사진 한 방 박고.

마중나온 사촌 언니 따라 길 하나 건너니, 지하철 역에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미치도록 허탈하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여정이었지만,

밥이 준비되 있다는 사실에 영차 영차 힘내서 가방 끌고 숙소 도착.

집주인인 젊은 한국 아가씨, 너무나 싹싹하다.

학생인데, 지금 인턴쉽하는 중이란다. 아주 유명한 패션 회사다.

옆집에 세든 사촌 언니의 황망한 부탁에 방값 어쩌고도

얘기 안하고 흔쾌히 나와 셋째 성을을 재워주기로 한 착한 아가씨.

오늘 내일 여기서 자고 사촌 언니가 있는 방을 빼야 하는 모레부터는

셋이 어디서 지낼지를 걱정하니, 우리 셋 다 자기 집에서 있으란다.

자기는 하나도 안 불편하니 언니들이 괜찮으면 있으시라고.

스물 몇 살된 아가씨가 마흔이 된 우리 아줌마 셋더러 ‘언니’란다. 이렇게 착할 수가…

넷이 함께 밥 먹자고 밥상 차림.

밑반찬 다 꺼내고 나니, 셋째 성 또 나를 째린다. 먹을건 겨우 고건데,

그게 무게가 얼마나 나간다고 55파운드 짐 가방이 먹을거 무게라고 뻥을 쳤나고…

나, 못 들은 척하고 묵묵히 밑반찬만 쳐다 보다.

막 새로한 밥에, 고추 장아찌 무침, 깻잎 조림, 오이지 무침, 김 해서 밥을 먹다.

옴팡 맛있다!!! 깻잎은 우리 시어머니가 키워서 주신걸로 한 거라고 사촌 언니한테 자랑.

밥 먹으면서, 파리 너무 좋네..우리 신랑 여기서 직장 잡으라 하고 여기와서 살까부다,

그런데 난 무슨 일을 하지?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을까? 했더니

오이지 무침에 집중적으로 젓가락질 하던 집주인 아가씨,

‘반찬집 하세요. 정말 잘 될 것 같아요’ 착한 사람들은 어쩌면 말도 저렇게 예쁘게 하는지..

그 아가씨 말로는 파리는 한국 마켓에서도 다 조리된 밑반찬은 팔지를 않는다고 한다.

사업 유망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허나 나는 가게를 차릴 돈도 없으므로 내가 반찬을 만들어 판다면

몸빼입고 빨간 다라이 머리에 지고 돌아 다니며 팔아야 하는 거 아냐?

역시 사람이 무언가를 하려면 밑천이 필요해.

맨땅에 헤딩은 이 나이에는 무리지.

그냥 밥이나 먹자.

‘뉴욕 욕쟁이 아줌마 반찬 가게’ 사업 구상은 이내 접다.

가계약 걸었던 집에 셋째 성이 캔슬하려고 전화.

전화 불통이다…

그 집 믿고 있었으면 또 큰 일 날 뻔 했다.

밥 먹고 나니 피곤이 몰려오고 엄청 졸렵다.

아직 오전이니 낮잠 좀 자겠다고 셋째 성과 나 디비 자기 시작.

오후 두어시쯤 되서 사촌 언니가 깨우러 오다.

난 죽어도 지금은 어디 못 나간다고,

나 그냥 이렇게 퍼져 있게 내버려 두라고 단호하게 선언.

어떤 상황에서도 내 입장만 중시하는 나의 이런 태도가 너무 자랑스럽다.

나 더 자라고 내버려 두고, 두 성님들 동네 돌아 다닌다고 나감.

오후 늦게 성님들 다시 집에 옴.

어디 어디 걸어가서 뭐뭐 보고,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에 가서 30분 줄서서 맛있는 아이스크림 먹고 왔다고 자랑.

흐미…안 나가길 잘했다.

‘아이스크림 따위’를 먹자고 줄을 30분???

왓츠 롱 위드 유 피플??? 이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참다.

정말 세상엔 나와 다른 가치관으로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가족 중에도 이렇게나 많다…

아침과 똑 같은 반찬으로 두 끼째를 먹자니 벌써 식욕이 확 반감한다.

성님들한테 이 사실을 말하고, 나는 끼니 때마다 새 반찬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선언.

셋째 성, 사촌 언니한테 비아냥 한다.

쟨 원래 입이 고급이야.

저녁 먹고 생수사러 동네 수퍼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섬.

집 앞 두 블락 거리에 무파타르라는 젊은이들의 먹고 노는 거리에 수퍼에 있다고.

해는 지고, 어두운 밤 거리에 조그만 골목에 밥집, 술집, 수퍼 등등이 불을 밝히고 성업 중.

길은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아..토요일 밤이지.

원래 저런 분위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이쁜아짐.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어하는 사촌 언니 먼저 들여보내고, 셋째 성하고 둘이 그 거리를 좀 더 구경하기로.

파니니 파는 집, 크립 파는 집, 일식집,

날강도 같은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일본 수퍼

(손바닥만한 두부 한 모가 3유로가 넘는다. 달러로 치면 두부 한 모에 대체 얼마라는 건지…아쉽지만 여기 있는 동안은 찌개에 두부를 생략하기로 결심.

뉴욕에서 99전이면 사는 김발이 무려 5유로다),

이탈리안 식당,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 집, 술집, 옷가게 등등을 천천히 걸어가며 구경.

밥 집 앞에 내걸린 메뉴판을 공부하다 보니,

뉴욕보다 밥 값이 훨씬 비싸다.

백 달러 바꾸니 겨우 66유로인데, 점심 메뉴들도 10유로를 훌쩍 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체감 물가가 무섭다.

셋째 성한테 여기 밥 값 비싸서 큰 일 났다고 오도방정을 떰.

셋째 성, 맥도날드가 그 나라의 물가 지수라고 내일 맥도날드가서 햄버거 얼마 하는지 알아 보자고 함.

집에 와서 잠.

이렇게 파리에서의 첫 날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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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일요일. 둘째 날.

아침으로 감자국 끓였다.

프랑스 감자가 옴팡 맛있다.

미국 아이다호 감자도 엄청 맛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프랑스 감자는 아이다호 감자의 열 배쯤 맛있다.

껍질도 얇아서 굳이 깎지 않고 그냥 씻기만 하고 요리했다.

여기 있는 동안 감자나 실컷 먹다 가자고 성님들한테 제안.

아침 먹고 집을 나섰다.

박물관들은 일요일이라 묻을 닫았다고 해서,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걷기로 하고

일단 집 앞 룩상브루 공원으로 갔다. 햇빛 쬐러 나온 사람들 엄청 많다.

꾸며 놓은 화단이 아기자기 하면서 참 예쁘다.

센츄럴 파크에서 보던 꽃들보다 훨씬 다양한 색상의 꽃들.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 꽃들이 많다.

토요일, 일요일 딱 이틀만 하는 무료 전시가 공원 안 궁전 건물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촌 언니 희색이 만연.

줄서러 가니 중간에 막혀 있다. 옆에 경찰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이제 입장 마감이란다.

지금 이 사람들만 딱 들여 보내고 끝이라고..

사촌 언니, 10분만 일찍 왔어도 보는 거였는데 하며 통탄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제 어디로 갈건지, 성님들 지도 펴들고 어쩌고 저쩌고 의논 시작.

나는 원래 지도 보는 취미가 없으므로 옆에서 방관.

시내 어디 쪽 방향으로 가보자, 두 성님들이 대충 합의해서 나는 따라 걷기 시작.

주중에는 쇼핑하기 좋은 동네라는데 그 많은 옷가게, 신발가게들 싸그리 문을 닫았다.

뉴욕하고 너무 다르다.

일요일이면 뉴욕은 저런 쇼핑가는 사람들로 들들 끓는데, 문을 닫다니…

파리 사람들은 일요일에는 뭐하나…? 하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

썰렁한 쇼핑가를 지나고 있자니, 사촌 언니가 반갑게 소리친다.

아 맞다, 여기 근처에 슐피스 성당 있는데 거기 볼래?

다빈치 코드에 나오는 바람에 최근에 미국 관광객들한테 급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성당이란다.

다빈치 코드 읽었는데, 그 성당 이름 읽은 생각이 안 난다.

이제 머리가 굳어서 제대로 기억하는거 하나도 없다.

너무 재밌게 읽었던 책도 일주일 후면 지은이가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난다.

하긴…아침에 된똥을 눴는지 물똥을 쌌는지도 오후가 되면 기억이 안 나는데

일 년도 더 전에 읽은 책에 나왔던 성당 이름이 기억 안 나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어쨌든 유명한 곳이라니 가보기로 한다.

멋있다. 특히 천장의 그림, 너무 멋있다. 사진 한 방 박고.

성당 나와서, 굉장히 유명한 카페를 지나갔다. 이름, 역시 생각 안난다.

사촌 언니 말로는 어찌어찌해서 너무나 유명한 카페고 가격 또한 너무나 비싸다고 한다.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 그 카페를 돌아 조금 뒷길로 들어 간다.

이 집 저 집 지나는 가운데, 이쁜아짐 눈이 번쩍 띄인다.

레스토랑 안 사람들이 굴 먹고 있다! 생굴!!!

어어??? 여기 생굴 파는 집인가봐~

외마디 소리를 하고, 메뉴판 보자니, 가격이 좀 쎈데, 그래도 생굴은 먹고 싶다.

성님들이 너 먹고 싶으면 여기서 먹자고 밀어 준다.

파리에 있는 동안 갔던 레스토랑들 중에서 저 집이 제일 고급 집이었다.

식당 안 분위기, 구조, 인테리어, 웨이터들, 모두 무지하게 마음에 든다.

다른 메인 요리는 별로 였지만, 굴은 훌륭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처럼, 칵테일 소스나 홀스래디쉬 같은 소스를 먹지 않나보다.

굴에 소금이 쳐 있고 그저 레몬 몇 조각.

걱정스런 마음으로 혹시 핫소스가 있냐고 물어보니 있단다. 다행이다.

핫소스 듬뿍 뿌려서 먹었다.

초고추장하고 말고는 생굴을 먹어 본 적이 없다는 사촌 언니, 이 핫소스 친 생굴, 입에 맞는단다. 맛 있다고 하며 잘 먹는다.

내가 주책없이 그냥 물 달라고 하는 바람에, 병에 든 물 갖다 줬다.

그냥 수도물 달래서 먹어야 했는데…

계산서 보니 물 한 병에 6유로 80…속이 많이 쓰렸다.

그래도 굴 먹고 났더니 인생이 행복하긴 하다.

몇 시간 돌아 다니지도 않았는데 무지하게 피곤하다.

점심 식사 후 셋 다 맛이 갔다.

집으로 가서 휴식.

그 날 저녁 선약이 잡혀있었던 지라, 초대받은 집을 향해 버스를 탔다.

사촌 언니의 친구가 영국에 있을 때 사귀었던 친구로, 60을 조금 넘긴 프랑스 아줌마다.

사촌 언니가 혼자 있던 3주 동안도 몇 번 만났다고 하는데, 사촌들이 합류했다고 하니

와서 저녁 먹으라고 했단다.

여행가서 현지인 집에 초대 받아 문화 체험도 하고, 구색 맞춰 할 건 다하는 구나.

난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영국에서 사귄 친구한테 저녁 초대를 받다니. 참으로 인맥이 국제적이기도 하지.

갔더니, 아파트가 참 좋다.

우리 묵고 있는 집의 네 배쯤 되는 방 세 개 짜리 아파트.

방 하나는 침실, 하나는 오피스, 하나는 응접실로 꾸며 놓고 있었다.

파리 시내 한 복판에서 이런 아파트에 혼자 사니 참 좋겠구나..부러웠다.

역시 사람이 튼튼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해. 경제력이 되니 얼마나 좋아.

때 되면 여기 저기 혼자 여행 다니고.

재작년엔 뉴욕도 왔었다 하고, 한국도 가서 경주, 상주 등등을 혼자 여행했다고 한다.

사진 보여 주길래, 어머 여긴 나도 안 가본 덴데요? 했더니 웃는다.

저녁은 아주 정성 들여 준비해 놓으셨다.

먼저 칵테일 타임 용으로 쟁반에 미리 담아 놓았던 간식 거리부터 해서,

메인은 연어. 역시나 이쁜아짐은 사이드로 나온 알 작은 찐 감자를 집중적으로 먹다.

샐러드도 맛 있었고 후식으로 내준 포도도 타르트도 다 맛있었다.

프랑스 아줌마는 나와 셋째 성과는 영어로 얘기하고, 사촌 언니와는 불어로 얘기하고,

우리 셋이 간간이 한국말로 서로 정리해 주고, 그렇게 저녁 대화를 했다.

집에 오니 열 시가 넘었다. 무지하게 피곤하다.

여행 이틀 째, 벌써 이 여행의 최대 걸림돌이 되어 버린 ‘피곤’

이 몸들을 해 가지고 무슨 발품 파는 여행을 한다고.

나나 셋째 성, 사촌 언니. 누구 하나 팔팔한 사람이 없다.

대체 유럽 몇 개국을 일주일에 도는 패키지 여행을 60넘은 사람들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하루 종일 잘 따라 다닌다는데, 마흔인 우리는 왜 이 모양인 거냐고 좌절..

내일부터 홍삼을 따블로 챙겨 먹으리라 결심하고, 뻗다..

지금까지 뭐 구경한 얘기는 몇 줄 밖에 없고, 뭐 먹었는지 먹는 얘기 밖에 없다.

무슨 여행기가 이 따위란 말인가..